소설리스트

38화 (38/60)

38화.

언제봐도 경이로운 모습을 보며 골반의 거친 움직임을 이어갔다.

퍽퍽퍽퍽—

거칠게 허리 짓을 시작하니, 머릿속에 있는 모든 생각이 날아가 갔다.

모든 감각이 오로지 이 행동 하나에 집중되었다.

“하아, 레일라.”

거친 허리 짓에 따라, 같은 속도로 흔들리는 가슴의 정점에 입을 내려 미친 듯이 흔들어 댔다.

같은 속도로 흔들리는 유두를 피가 터지도록 씹고 빨아대며.

쭈웁. 쭙. 쭙.

“으으. 아으.”

“응, 응. 나야.”

레일라의 신음에 맞춰 미친 듯한 허리 짓을 뚝 멈췄다. 거칠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끗. 하아.”

맞물린 페니스를 비비며 공기중에 노출된 혀로 가슴 주변을 타액으로 점칠했다.

또다시 부풀어 오른 페니스를 조심히 뺐다.

입술을 내려 레일라와 내 것이 함께 섞인 모든 것을 입으로 집어 삼켰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좁은 방안에 비릿한 향과 할짝거리는 소리가 가득 찼다.

“맛있다.”

레일라의 애액과 정액으로 범벅된 것을 빨아 삼켰다.

크기를 부풀린 페니스를 다시 레일라의 몸에 집어넣기 위해 손으로 길게 쓸어 올렸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나를 닮은 놈이 허리까지 올라와 있었다.

* * *

흔적이 끊어진 자리.

“분명히 이 마을에 있을 텐데.”

이곳에 레일라와 칼라엘이 함께 있을 것이다.

생각을 멈췄다. 더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바닥을 뚫고 지하로 곤두박질 쳤으니.

천천히 집중해서 주변을 훑었다. 가슴 깊이 새겨진 그녀의 숨소리를 되새기면서.

한군데… 없다.

두 번째 여관에서도 그들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초조한 손을 말아쥐고 손끝을 까딱거렸다.

“분명, 이곳인데… 설마 벌써 빠져나간 것은 아니겠지?”

최대한 기를 집중하고 다른 숙박 시설을 천천히 훑어 나갔다. 1층부터 사람들의 기를 살피자, 5명의 기가 느껴졌다.

이렇게 많은 곳엔 있지 않을 것이다. 그의 독점욕으로 봤을 땐, 둘만 있을 장소.

‘레일라. 아아, 레일라.’

둘만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자 심장이 버석 소리를 내며 갈라졌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하아. 하아.”

숨을 몇 번 길게 내뱉고 심장의 분노를 다스린 후, 다시 2층으로 기감을 넓혀 사람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둘. 여긴가.”

2층 전체가 비어 있고 두 사람의 기만 느껴졌다.

떨어짐 없이 둘이 맞물린 기.

저절로 알게 되는 상황에 눈을 한번 짙게 감았다 떴다. 황금색 눈이 밤의 어둠에 잠겨 사라졌다가 다시 보이는 순간 단단하게 굳혀 있었다.

칼라엘 또한 보통이 아닐 것이니, 도착할 때까지는 최대한 기를 죽여야 했다. 이곳에 있다면 저곳 아니면 다른 곳은 아닐 것이다.

기를 최대한 죽이고 벽을 타고 지붕으로 올라가 상황을 살폈다. 계속해서 안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움직였다.

꽉 맞물린 그 둘의 기가.

“하아. 진정하자. 진정해.”

알고 있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부딪친 상황은 심장을 저릿하게 만들 정도로 아픔이라는 걸 느끼게 해줬다.

이런 아픔을 느낄 줄이야. 태어나 처음 느껴본 아픔으로 인해 심장이 조각날 수도 있음을 알았다.

지붕에서 내려와 벽을 타고 창문에 붙어 마력을 주입했다. 깨지지 않도록 조치하고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침대에 알몸으로 미친 듯이 허리를 쳐대는 칼라엘이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알몸의 레일라가 눈을 감고 있었다.

축 늘어져 생기 없는 모습으로.

어찌 보면 죽어 있는 모습처럼 보여 그녀를 살피는 데 온 마력을 집중했다.

분노를 잠재우며 조용히 걸어가 방안에 하나뿐인 의자에 앉았다.

칼라엘은 분명 들어오기 전부터 나를 느끼고 있었음에도 레일라를 갖는 일에만 집착하고 있었다. 끈적한 그의 집착이 살갗을 타고 기어올라 불쾌감을 가중시켰다.

“칼라엘이라고 했던가? 그대도 내가 오는 것을 느꼈겠지?”

그는 분명 들었을 텐데도 레일라의 가슴을 물고 허리를 밀어 넣는 일에만 집중했다.

레일라는… 여전히 눈을 뜨지 않은 채 미동조차 없었다.

심장이 다시 버석거리는 소음을 만들어 냈다.

‘약인가?’

약이 아니고서는 저렇게까지 조그마한 움직임도 없을 리는 없다. 당장에라도 뛰어가 위에 있는 칼라엘을 베어 버리고 레일라를 데려가고 싶었다.

“하아, 끄윽. 끗. 레일라. 사랑해.”

칼라엘이 사랑을 입에 올리며 짐승처럼 몸을 떨었다.

사랑?

저런 것이 사랑이라면, 사랑 따윈 모조리 부서져야 했다.

“레일라를 데려가겠다.”

다시 던진 말에도 멈추지 않고 그가 페니스를 빼내더니, 아래로 입을 내려 레일라의 안에서 흘러나온 애액과 정액을 삼키고 있었다.

그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죽여 버릴까!’

몸에서 점점 새어 나가는 살기가 침대에 닿을 때쯤 레일라의 아래를 빨고 있던 칼라엘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붉은 시선을 정면으로 맞받아 쳤다.

“폐하, 오셨습니까? 하지만… 레일라는 제 거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 겁니다.”

“…레일라는 누구 것도 아니지. 본인이 결정할 문제 아닌가 싶은데.”

말하는 중에 허리에 찬 검을 만지작거렸다. 손끝에 스치는 검의 술을 잡아당기며.

“옷 입고 나와. 네가 그리 나온다면 널 베어버리고 레일라를 나페아 제국으로 데리고 가면 된다. 여기서 싸우면 레일라가 다칠 수 있으니 밖으로 나가지.”

말을 하는 도중에도 레일라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가늘게 떨리는 속눈썹이 애처로웠다.

좀 더 빨리 와주지 못한 무능력한 자신을 탓하며 미안함을 속으로 씹어 삼켰다.

칼라엘 또한 보통 인간의 능력을 벗어났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저놈은 내겐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아직 모든 힘을 다 개방하지는 않았지만, 칼라엘이 능력이 짐작되니까.

그가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나신의 몸이 가볍게 움직이는 모습을 시선 한자락 떼지 않았다.

최대한 긴장을 끌어올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했으니까.

그가 벗어놓은 옷을 천천히 하나하나 걸쳤다.

“폐하, 미리 말씀드리면… 저를 죽이기 전에는 절대 제게서 레일라를 데려가진 못하실 겁니다. 어릴 적부터 레일라는 제 겁니다. 10년 전에 미리 정해진 운명입니다. 그러니 방해꾼은 폐하십니다.”

그와 말을 섞으며 들은 가장 긴 말이 탁한 소리로 흘러나왔다.

“레일라도 그리 말하나?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잡소리 치우고 나와. 아… 레일라는 내가 직접 데려가도록 하지. 굳이 이곳에 둘 필요가 없으니 말이야.”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침대로 걸어가자 칼라엘의 기세가 달라졌다.

서서히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바닥을 타고 내게 덤벼들었다.

“멈춰라. 네가 그런다고 좋을 것은 없을 테니까. 지금이라도 당장 널 죽여 버릴 수 있는 것을 참고 있으니, 기운은 넣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발 한발 다가갈수록 강해지는 기운이 거둬들일 기색조차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우리 같은 인간에게서는 이런 기운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으나 레일라에게는 아니었다.

순식간에 움직여 그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으윽. 컥.”

울컥하고 터진 칼라엘의 입술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는 걸 보고, 다시 걸음을 옮겨 레일라에게 다가갔다.

“이런, 젠장 할.”

입술이 온통 피가 터져 있었다.

그것도 부족해 가슴도 피멍이 들어 붉은 꽃이 잔뜩 피어있었고… 아래는.

주변을 살피자, 젖은 수건이 보여 그걸 들고 레일라의 몸을 닦아 주었다.

“조용히 있어 죽여 버리기 전에.”

컥컥거리며 피를 뱉어내는 칼라엘이 거슬려 죽여 버리고 싶었다.

몸을 다 닦아 내고 벗어져 있는 드레스를 조심스러운 손길로 입혔다.

황제가 되고 이런 일은 처음이라 서툴긴 했지만, 평소 혼자 하던 습관이 있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레일라, 레일라.”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 주고, 터진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고작 떨어져 있던 시간이 몇 시간 전인데.

그녀의 달라진 모습에 심장이 지끈거렸다.

한 번 더 짧게 입을 맞추고 레일라를 안아 들고 일어서자 칼라엘의 기운이 달라졌다.

“기운 넣으라고 했다. 여기서 다칠 사람은 레일라뿐이니까. 모르진 않을 텐데. 네 사랑 방식이 이런 거라면 집어치워.”

“커억. 레일라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지금도 컥컥거리는 주제에 끝까지 레일라를 가지려 한다.

“난 다시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여기서 죽여 버릴 수도 있으니, 조용히 따라와.”

레일라를 안은 채 창문으로 다가가 밖으로 뛰어내려 달렸다.

말을 메어 둔 곳으로 다가가 미동조차 없는 레일라를 조심스럽게 안고 말을 탔다.

뒤를 따라붙은 칼라엘의 기운이 느껴졌다.

‘잠깐, 어라, 이건.’

한 명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하나의 기운이었던 것이 숫자가 많아졌다.

‘스타멘 공작이 보낸 이들인가?’

그럴 수도 있었다. 아니, 그럴 것이다.

조금 전 상황으로 봐서는 칼라엘은 혼자였으니, 스타멘 공작이 보낸 자들이라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시선을 내려 레일라를 살폈다.

“그대는 도대체… 어쩌다가.”

이 정도로 강한 집착을 보일 정도로 그녀가 매력적인 건 인정한다. 나 자신조차도 그녀와 시간을 보내고 도저히 잊히지 않을 정도였으니.

아니, 어쩌면 나 자신은 더 강한 집착을 보였을지도 몰랐다. 아마도… 그녀가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워, 워.”

마을에서 조금 벗어난 길에서 말을 멈추고 내렸다.

한쪽에 있는 커다란 나무 밑으로 걸음을 옮겨 입고 있는 재킷을 벗어 바닥에 깔았다.

여전히 미동 없는 레일라를 눕히고 꼼꼼하게 앞을 여몄다.

그녀를 덮는 손길 위로 끈적한 시선 하나가 집요하게 쫓아왔다.

그의 시선 따위 가볍게 무시하고 손을 들어 레일라의 턱을 쓸었다.

“레일라, 불어오는 바람이 찹니다.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면, 곧 그대를 따스한 곳으로 모시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감긴 눈 위로 가볍게 입을 맞추고 일어서 몇 걸음 뒤에 떨어진 칼라엘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영식… 아니, 칼라엘. 어차피 둘 뿐이니 예의 따위 집어 던져 버렸으면 하는데. 먼저 선공격을 할 수 있게 해주지. 들어와.”

* * *

어차피 죽을 생각이었다.

처음부터 레일라를 보내느니 여기서 끝을 볼 생각이었으니까.

어쩌면 케이드란이 레일라를 데리고 영지로 가서 감금하라고 했을 때부터 이리될 줄 알고 끝을 볼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없으면 내 목숨 따위 상관없었다.

“그렇게 말해주니 좋습니다. 어차피 레일라와 함께할 수 없는 삶 따위 살고 싶지 않으니.”

허리에 차고 온 검을 들었다.

쉽지 않은 상대임은 알고 있었다. 프레드릭 황제에 관한 이야기는 이 제국 황제에게 귀가 따갑게 들은 것이 있었으니.

그의 능력이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것 또한.

어쩌면 우리 스타멘 공작가의 핏줄보다 더 강하다는 것 또한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마법과 검술 실력 또한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는 것조차.

어차피 여기서 끝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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