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그녀가 내 몸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도록 팔을 내려 몸을 지탱했다.
‘내려와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그녀의 위에서 내려오는 거였다.
알면서도 행할 수 없는.
“레일라, 이 감정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그대를 사랑합니다. 오늘이 지나면 그대에게 꼭 말해주고 싶군요. 그러니 오늘은 편한 밤 되었으면 합니다.”
깊이 잠든 그녀의 뺨을 가볍게 손으로 쓸어내리고,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그녀의 입술에 묻어 있는 타액을 혀로 핥아 깨끗이 정리해 주었다.
그녀는 잠이 들었지만, 그녀의 아래는 잠들지 않고 있었다.
지금도 연결된 페니스를 오물거리며 씹고 있었으니까.
입술을 내려 정리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허리를 내렸다… 다시 올리고 있었다.
끄응—
그렇게 하고도 또 이럴 수 있는 나 자신이 새롭다고 해야 하나.
이제 내 일생은 딱 두 가지로 나뉘었다.
“레일라를 만나기 전과, 만난 후.”
여인 하나로 이렇게까지 흔들릴 수 있다니.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너무 좋았다.
다시는 그녀를 잃어버린다면 살 수 없을 정도로.
“레일라, 평생 내 곁에서 있어 줘야겠습니다. 이제 그대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조차 없으니까요. 그러니… 아무 데도 못 가. 이제 내 삶은 그대뿐이니.”
내달리는 심장을 느끼며 몇 번 더 허리를 움직이다 구멍 안의 페니스를 꺼냈다.
페니스와 함께 그녀의 분홍빛 속살이 같이 딸려 나오는 모습이 눈에 박혔다.
막혀 있던 구멍에서 정액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끈적하게 아래에 들러 붙었다.
아름다운 틈에서 흘러나온 애액과 정액이 그녀의 아래를 잔뜩 어지럽히는 모습에 페니스가 다시 딱딱하게 발기했다.
“이런, 이런. 정말 미치겠군요.”
손을 내려 애액과 정액이 범벅된 그녀의 아래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으응. 하읏.”
잠이 든 상태에서도 착실하게 신음을 내뱉는 입술이 예뻐서 고개를 내려 입술을 길게 빨았다.
“이 부드러운 입술과 애액과 정액으로 범벅된 아래가 동시에 아름다운 레일라. 이제 그대가 나를 책임져 줘야겠습니다. 절대 다른 곳 어디도 못갑니다.”
진득하게 묻어난 집착의 손길로 그녀의 구멍에서 나온 애액과 정액을 그녀의 수풀에 가득 발랐다.
“아름답군요.”
끈적거리는 손을 시트에 닦고, 그녀를 안아 들고 욕실로 향했다.
수호 기사인 레이오드가 보면 며칠간 잔소리를 할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녀의 몸에 아무도 닿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
가슴 가득 그녀를 끌어안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욕조에 앉아 그녀를 씻겨주었다.
딱딱해진 가슴의 정점에 맺혀 있는 물방울을 혀로 핥았다.
“레일라, 가슴에 물이 있군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가슴 이곳저곳에 남아있는 물방울을 혀로 핥아내고 또 핥아냈다.
끝나지 않은 긴 목욕 시간이었다.
정리된 침대를 보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레일라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그 옆에 누워 손을 뻗었다.
작고 아담한 몸이 품에 쏙 안기는 느낌에 만족감이 차올랐다.
“하아, 정말 안고만 있어도 좋으니… 내가 진짜 미쳤구나.”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은빛 머리를 쓸어 올려주고, 입술에 몇 번 입을 맞춘 후에서야 눈을 감았다.
이제 눈을 감지 않으면.
“잘 자요. 레일라.”
그녀와 평생 함께하면 된다고 자신을 스스로 위안하고서야 겨우 눈을 감았다.
혹시라도 그녀가 자는 동안 사라질까 싶어 온몸으로 그녀를 옥죄고서야 잠이 들었다.
깊이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
* * *
똑똑—
똑똑—
계속 들리는 노크 소리에 레일라를 안은 팔을 풀고 밖으로 나갔다.
“무슨 일이냐? 내가 이곳에 있을 때 분명 방해하지 말라 했을 텐데.”
“폐하, 죄송합니다. 꼭 나와보셔야 할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조금 열린 틈으로 레이오드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공작과 영식이 다시 왔습니다. 오늘은 꼭 레일라 영애를 만나야 한다고 합니다. 만나기 전에는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단 말이지.
역시인가! 오리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동안의 집요함을 보면 쉽게 포기할 이들은 아니었다.
“기다리라 전해라.”
이제 레일라가 빠진 삶은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다.
“내 손에서 그대를 놓을 일은 없을 겁니다.”
가만히 주먹을 쥐었다가 다시 폈다.
의미 없는 행동일지 모르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레일라가 손안에서 빠져나가 버릴 것 같았다.
어제보다 더 강해진 집요함이 심장에 새겨졌다.
있는 줄도 몰랐던 집요함이.
조용히 침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새벽까지 시달린 그녀이다 보니 역시나.
깊이 잠들어 있는 모습에 있는 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말, 병이구나.”
이제는 이것을 병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었다.
조용히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얼굴을 가린 은빛 머리를 뒤로 넘겨주고 얼굴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레일라, 레일라. 잠깐 일어나야 할 거 같습니다. 그대의 두 오라버니가 꼭 만나자고 하니 말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그녀 스스로 선택하길 바라니 내 마음 따위 힘으로 눌러 내려야 했다.
레일라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움직일 때 얼마나 아름다운 여인인 줄 알기 때문에.
그녀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마음을 심어 주고 싶었다.
“으응.”
작게 웅얼거리는 조그마한 입이 귀여워 입술을 내려 길게 빨아들였다.
입술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몇 번 더 레일라를 부르자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 촘촘히 박힌 속눈썹이 들렸다.
‘미친.’
눈을 맞춘 것뿐인데… 아니다.
이미 이 방에 들어와 그녀의 모습을 볼 때부터 페니스가 부풀어 있었는지도.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허탈한 웃음을 짓자 그 숨이 넘어가 그녀의 입술에 닿아 부서져 흩어졌다.
“폐하, 무슨 일인가요?”
그녀의 안에 있을 땐 프레드릭이라는 이름을 그렇게 불러주더니….
눈을 뜨자 바로 폐하라고 하는 그녀에게 심술을 부리고 싶었지만, 조용히 눌러 내렸다.
“어제도 이곳에 다녀갔는데, 오늘도 그대의 두 오라버니가 기다립니다. 물론 그대가 만나기 싫으면 만나지 않아도 됩니다. 그 뒤는 나에게 맡기기만 하면 됩니다. 그대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하십시오.”
* * *
프레드릭 황제가 하는 말에 잠시 멍해졌다. 이 사람은 늘 내게 강요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그것도 부족해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 있었다.
설마 나를……?
아니다.
어쩌면 몸에 박혀있는 배려 때문일지도 모른다.
‘왜 괜히 뛰어대는 거야.’
쓸데없이 빠르게 뛰어대는 심장에 손을 올려 지그시 눌렀다.
그것보다… 어차피 내일이면 이곳 유레안 제국을 떠나야 한다.
그러니 두 오라버니를 마지막으로 만나긴 해야 했다.
“만날게요.”
만난다는 말에 그의 눈꼬리가 살짝 처졌다가 다시 올라갔다.
“그대가 그런다면 만나야죠. 준비하고 가도록 하죠. 미리 그대의 드레스와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두었으니 나오시면 됩니다.”
그의 말 안에 서운함이 느껴졌다.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야 하니까요. 그러니 인사 정도는 해두고 싶어요.”
침실 문을 열려는 그의 뻗은 손과 몸이 동시에 정지했다.
끄응—
그의 참는 듯한 음성이 들리더니 순식간에 몸을 돌려 내 옆으로 다가와 입술을 붙였다.
“레일라, 그래요. 그대는 날 믿고 하고 싶은 대로 하십시오.”
말을 마친 그가 고개를 틀어 혀를 집어넣어 입안을 샅샅이 훑어 내더니 어깨에 얼굴을 묻고 끙끙거렸다.
“하아, 그대와 있으면 이성이 마비됩니다. 미안하지만, 먼저 나가서 준비하겠으니 조금 후에 나오십시오.”
그 후로도 그는 얼굴을 내 어깨에 묻고 한참이나 숨을 들이쉬었다, 내뱉기를 반복하고서야 밖으로 나갔다.
그의 얼굴이 묻혀 있던 어깨로 시선을 미끄러트렸다.
지금도 뜨거운 숨결이 품어 나와 피부를 어지럽히는 느낌에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착각하게 되잖아요.’
그가 보여주는 모든 모습을 보면 사랑하는 연인에게 해주는 것처럼 보여서 혼란스러웠다.
‘나는 그와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단순히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아니면.
순식간에 그와 지냈던 밤의 일들이 떠올랐다.
소중한 듯 입 맞추던 모습과 참으려 애쓰던 모습….
그리고 황제인 그가 손수 목욕까지 시켜서 눕혀준 그런 다정한 모습까지.
“이러면 착각하게 되잖아요. 처음 느끼는 온기니까요.”
이 온기가 깊어지면 놓지 못하게 될까 봐 그것이 두려웠다.
그는 이곳에서 벗어나게 하는 나의 구원자일 뿐인데.
이 세계에 온 후에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있던 마음의 장벽이 그에게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착각하지 말자.”
먼저 준비한 그가 시녀를 보냈다.
준비된 욕실로 들어가 목욕을 하고, 그가 준비한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먼저 준비한 그가 팔을 내밀었다.
“이제 가시죠. 긴장할 거 없습니다. 그대가 결정한 일은 반듯이 이루어지니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그의 팔에 손을 올리며 애써 따뜻하게 전해지는 손의 기운을 외면했다.
서늘한 복도가 심장까지 뻗어와 차갑게 굳힌 복도를 지나 두 오라버니가 기다리는 응접실로 들어갔다.
“폐하를 뵙습니다.”
들어서는 순간, 일어난 두 오라버니가 예를 올렸다.
그들의 인사를 가볍게 받은 프레드릭 황제가 먼저 자리에 앉아 손짓했다.
“그래, 오늘은 무슨 일인가요?”
“…오라버니가 동생을 보러 온 것이 잘못이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동생과 이야기도 하고 싶습니다.”
“아, 아.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그럼 이야기하시죠.”
“폐하, 죄송하지만 자리를 피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끼리 해야 할 이야기입니다.”
큰 오라버니 말에 불안한 심장이 속도를 높여 달렸다.
프레드릭 황제가 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시선이 흔들렸다.
두 오라버니와만 있으면 내가 어찌 될까 싶어 두려웠다.
“짐도 있어야겠습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 한 가족이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공작. 그러니 편하게 말해도 됩니다.”
몇 번 입을 달싹거리며, 말을 할 듯하던 큰 오라버니가 결국 입을 닫고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레일라, 오늘 저택에 들러야겠어. 네 짐도 정리해야 할 테니. 그것도 있고 말이야. 너의 하나뿐인 시녀는 함께 가야지, 그렇지?”
아… 맞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내 사람인 에렌을 잊고 있었다.
갑자기 정해진 프레드릭 황제와 함께 나페아 제국으로 갈 생각뿐이었기에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었다.
“…에렌은요? 오라버니. 에렌은 공작저에 있나요?”
큰 오라버니의 입꼬리가 끝까지 끌어당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