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화 (33/60)

33화.

그런 말을 할 줄 알았다.

쉽게 보내줄 사람은 아니기에.

만약 내가 영애를 두고 제국으로 혼자 간다면… 그건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오늘 낮에 본 그녀의 모습이… 절대 그녀를 혼자 두고 갈 수 없게 만들었으니.

지금 중요한 건 딱 하나… 저들 옆에 두면 안 된다는 것 하나였다.

“내일 바로 허락을 받아 약혼하고 같이 가면 되겠습니다. 저희 제국에서는 약혼하면 약혼자의 저택에 와서 머무는 것으로 정해져 있어서 말이죠.”

제국으로 돌아가면 이걸 법으로 만들어야겠다.

그 누구도 여기에 대해 반발할 수 없을 테니까.

스스로 괜찮은 생각이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지을 때였다.

“그렇다면 오늘 레일라와 함께 공작저로 돌아가서 준비시키고 있겠습니다.”

집요한 놈.

어떻게든 나에게서 레일라 영애를 떼어 놓고 다음 계획을 세우겠다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는 뭘 하고 싶은 걸까?

그의 계획이 궁금했지만, 절대로 그녀를 보낼 수 없었다.

“레일라 영애가 잠이 들기도 했고, 어차피 짐과 내일이면 약혼할 사이이니… 오늘은 그냥 두고 그대의 말은 전달해 드리죠.”

“그렇다면 내일 다시 오도록 하겠습니다. 제 동생인데 간다고 하더라도 만나야겠습니다.”

역시, 저들이 끝까지 포기하진 않을 거라 생각은 했다.

그래도 이 정도에서 물러난다니 내일 다시 만나면 되겠지 싶어 그들을 물렀다.

어떻게든 가지 않고 버티던 칼라엘이 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살피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돌아갔다.

혹시라도 그녀가 깨어나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불안할 수 있으니.

조심히 방문을 열고 들어가 그녀가 누워있던 소파 쪽을 살피는데 아무도 없었다.

심장이 덜컥 떨어져 내렸다.

“레일라, 레일라!”

설마…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급한 걸음으로 그녀를 찾아 넓은 방 곳곳을 뒤져 나갔다.

“레일라!”

설마 침실에…없었다. 욕실에도.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에.

마지막 남은 드레스룸으로 향하면서 그녀가 올 일이 없단 생각이 들었지만, 직접 확인해야 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지만…아무도 없었다.

하아—

긴 한숨이 뱉어져 나왔다. 겨우 이곳까지 같이 왔는데.

밖으로 나가기 전에 기감을 넓혀 사람의 기척을 살펴 나갔다.

‘응? 작은 동물 같은 기가.’

드레스룸에 유일하게 있는 상자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안을 살폈다.

“레일라, 왜 이곳에 있습니까? 보이지 않아 걱정했습니다.”

누가 이곳에 상자를 두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상자에 들어가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는 레일라를 보자 심장이 쿵 떨어졌다.

지끈거리는 심장을 눌러 내리고 손을 뻗었다.

다급한 손길로 조심스럽게 그녀를 끌어올려 가슴에 밀착시켰다.

“레일라, 왜… 왜 이곳에 있습니까? 조금 전에 잠이 드셨기에 잠깐 나갔다 왔습니다.”

왜 몸을 떨고 있는 걸까?

떨고 있는 그녀를 가슴 쪽에 더 붙이고 손을 들어 등을 쓸어 내렸다. 이 영애를 만나고 하지 않은 행동들이 계속 추가되고 있었다.

“폐하, 죄송합니다. 제가 아무도 없는데… 어딘가 있을 곳이 없어서요.”

가는 입술 끝이 떨어대는 그녀로 인해 심장의 더 아래로 추락했다.

불안함에 떠는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비볐다.

* * *

두 오라버니로부터 피하기 위해 상자에 들어가 있었는데.

그의 달래는 입술이 떨어지자 그제야 내가 떨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유일한 생명줄인 그의 목을 팔로 감싸 힘을 주었다.

“폐하, 혹시… 혹시 오라버니들이.”

“지금 내가 만나고 왔습니다. 걱정하실 거 없어요. 내가 알아듣게 말하고 돌아가게 했으니.”

“네?”

두 오라버니가 이렇게 쉽게 돌아갔다고?

믿기지 않는 현실에 눈을 똥그랗게 뜨자, 프레드릭 황제가 눈을 접어 환하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잘 이야기해 보냈으니 말입니다. 자 이제 씻고 쉬면 됩니다.”

그들을 10년 동안 봐왔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포기하고 갔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거부하는 것조차 거부하던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들이 그냥 갔다고?’

그가 나를 안고 천천히 드레스룸을 벗어날 때까지 갔다는 말을 되씹었다.

“폐하, 혹시 저를 다른 곳에 보내시나요?”

그의 따스한 황금빛 눈이 내 얼굴에 오랫동안 머물다가 떨어졌다.

“그대가 하고 싶은 대로 하십시오. 어차피 나는 그대의 의사를 존중해 주기로 했으니 말입니다.”

그의 목에 두른 가는 팔에 힘을 주며 단단한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같이 있고 싶어요. 폐하.”

그가 날 버릴까 두려워 몸을 바짝 붙였다.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동아줄처럼 그에게 매달렸다.

“시중을 들어줄 시녀가 없어서 불편할 겁니다. 나와 함께 제국으로 가면 그땐 따로 시녀를…….”

“아니에요. 저 혼자 잘해요. 제가 씻고 나올게요.”

그의 시선이 오랫동안 내 얼굴에 머물더니 욕실 앞에 내려주고 문까지 열어주었다.

원래 이런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그의 행동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다.

욕조 앞에 무릎을 꿇고 손안으로 얼굴을 묻었다.

“정말…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벗어난 걸까?”

그의 곁은 내가 처음으로 선택한 곳이었다.

나 스스로 이곳… 그의 곁에 있겠다고.

처음으로 내가 선택한 삶이다. 이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안고 가야 하는 문제였다.

“하아, 10년 만인가.”

한 손이 들어간 욕조의 물이 천천히 차오르자 손끝이 물에 잠겼다.

느리게 드레스를 벗고 안으로 들어가 몸을 담갔다.

눈을 감고, 오랫동안 멈춰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씻었다. 나오기 전에 욕조에 물을 틀어놓은 건 잊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자 언제 준비해 둔 것인지,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침의가 있어 서둘러 그것을 걸쳤다.

프레드릭 황제가 소파에 앉아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그에게 꾸밈없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폐하, 목욕물을 받아 놨어요.”

가까이 다가오던 그의 큰 보폭이 내 말에 그대로 멈췄다.

또다시 묘하게 알 수 없는 눈빛이 나를 지긋이 살폈다.

그의 깊어진 눈을 말간 시선으로 보고 있자, 그가 내 손을 잡아 이끌어 응접실 안쪽으로 데려가 앉혔다.

“이쪽에 계십시오. 누가 들어오지 못하게 미리 조처했으니 그대는 편하게 있으면 됩니다.”

내 손을 한 번 다독여 준 프레드릭 황제가 욕실로 들어갔다. 황제의 방치고는 소박한 느낌이고, 시중을 들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의아하던 참이었다.

‘왜? 나를 위해 일부러?’

이대로 있을 수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들어간 욕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레일라…….”

천천히 걸음을 옮겨 욕조에 앉아 있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자, 그의 황망한 시선이 내 걸음 하나하나에 따라붙었다.

그의 시선을 밟으며 가까이 다가갔다.

“그대, 이건.”

그의 말에 답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욕조 안에 부유하는 부드러운 스펀지를 들어 프레드릭 황제의 단단한 몸에 대자 그의 몸이 크게 움찔 떨었다.

그래도 상관하지 않고 둘째 오라버니 몸을 매일 씻겨주었던 것처럼 움직였다.

부드러운 스펀지가 그의 팔을 지나 가슴을 지날 때였다.

턱하고 손이 잡혔다.

손을 움직이지 못할 만큼의 미약한 힘으로 그의 손이 가슴을 지나가는 작은 손을 감싸 쥐었다.

“이미 목욕했지만, 이리 들어와 같이 하면 좋겠군요. 그대가 들어오지 않겠다면 모르지만, 이왕 이곳에 들어왔으니 말입니다. 이상할 순 있지만, 어떱니까?”

그의 눈꼬리가 휘어졌다.

프레드릭 황제가 내 의사를 묻고 있었다.

그 낯선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의 손을 잡고 미끄러지듯이 욕조 안으로 그대로 처박히듯 들어갔다.

“위험합니다.”

머리부터 들어가는 나를 그의 손이 빠르게 다가와 안아 허벅지에 앉혔다.

얇은 침의가 물기를 잔뜩 먹고 끈적하게 몸에 달라붙었다. 그제야 멍청한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맙소사.

“폐하, 죄송합니다. 원하지 않으실 텐데. 제가 그만 이런 실수를.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 시선이 허공을 헤매다 조심스럽게 얼굴을 쓸어내리는 그의 손길 위로 떨어져 내렸다.

“내 눈을 보고 말해봐요. 원하고 있는지 원하지 않는지. 뭐가 보입니까?”

열망으로 가득한 눈이 보였다. 왜?

가까이 다가온 그의 황금빛 눈이 탁해졌다.

아래로 떨어진 눈이 내 입술을 향해 진득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마치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입술을 다 먹어 버릴 것처럼.

그의 숨결이 내 입술에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그날 이후, 매일 이러는데. 내가 왜 원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까? 그대를 위해 얼마나 힘들게 참고 있는데.”

엉덩이 밑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페니스가 들어오기 위해 치근덕거렸다. 이제야 느껴지는 민망함에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으음… 영애. 그대와 만난 순간부터 항상 느끼는 건데. 자극적이지 않은 순간이 없었던 거 같군요.”

그가 입술을 내밀어 내 입술을 길게 핥았다. 계속 허락을 구하는 듯한 그의 행동에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물고 빨아들였다.

그가 했던 것처럼 혀를 내밀어 그의 입술을 살살 쓸다가 동그랗게 벌어진 틈으로 집어넣었다.

이상하게 그와 있으면 나 자신이 그동안 하지 않았던 행동들이 나오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살기 위한 행동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의 행동인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밀어 넣은 혀로 그의 가지런한 치아를 쓸고 입천장을 쓸자 엉덩이 아래에서 느껴지는 페니스가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그 적나라한 느낌에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하아, 그대는 정말 나를 미치게 해. 그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하는 데로 가만히 받아들이고 있던 프레드릭 황제가 손을 올려 내 머리를 감싸 안고 깊이 혀를 얽혀 왔다.

혀를 밀어 넣어 샅샅이 쓸어내리더니 미친 듯이 입안을 빨아 당겨 타액을 빨아들이고 끈적하게 혀를 얽혔다.

뭉근하게 비벼지는 혀가 입안에서 뜨겁게 발화했다.

“흐으. 으으.”

“레일라, 레일라.”

잠시 떨어진 입에서 들려오는 낮게 가라앉은 톤이 낮은 부름이 그대로 심장에 박혀왔다. 그가 이름을 부를수록 마치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에 가슴이 저릿해졌다.

“옷을 벗겨도 됩니까?”

곧 터져 버릴듯한 열망이 가득한 눈을 하고서는 의사를 묻는 그가 신기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