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두려움에 빠르게 뛰는 심장 위로 손을 올렸다.
아직은 죽을 생각이 없었다. 죽고 싶지도 않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뭔가 무기가 될만한 것을 찾아보다가 부러진 긴 나뭇가지가 보여 손을 뻗어 꽉 쥐었다.
두 손에 맞잡은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듯 떨어댔다.
“일단 머리를 가격하자.”
손에 힘을 주고, 주변을 살피자 조금 떨어진 곳에 동굴이 하나 보였다.
“아, 다행이다. 저곳에 들어가 숨어 있으면 짐은 되지 않겠지.”
없던 용기를 끌어 올려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 입구를 지나자 습한 공기가 얼굴로 몰아쳤다.
조금 더 걸어 안으로 들어가자 다행히 입구에 비해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축축한 바닥에 깊게 팬 발걸음을 떼어 걸음을 옮기자 안쪽은 덜 끈적거렸다.
빛이 거의 스며들지 않는 공간.
들어오는 입구가 하나뿐인 축축한 동굴 안은 잠시 숨어 있기에는 적당한 동굴이었다.
똑똑—
“어… 물이.”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물 소리에 안으로 좀 더 들어갔다.
이런 동굴에 생각지도 않은 작은 샘을 발견하자 갑자기 목이 말랐다.
무서움에 떨었던 타는 듯한 목을 축이기 위해 손을 내려 샘 안을 저었다.
맑고 깨끗해서 먹기에 딱 좋은 상태.
손을 모아 물을 떠서 마셨다.
“하아.”
그제야 트이는 숨통이 반가워 몇 번 더 떠서 마셨다.
“좋네.”
무서운 이들만 아니라면 이 좁은 공간이 공작저보다 더 아늑해 보였다.
고인 물조차 자유로워 보였으니까.
몇 번 더 물을 마시고, 축축하지 않은 곳을 골라 엉덩이를 깊게 붙이고 벽에 등을 기댔다.
사냥제를 위해 맞춘 옷은 이미 곳곳이 더러워져 있어서 상관없었다.
“누가, 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이 제국의 황제였다.
그가 아니면 누가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있을까.
스타멘 공작가의 두 오라버니는 일단 제외였다.
그들은… 그들 손을 두고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는 번거로운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니.
시작도 끝도 그들 손안이라 생각할 사람들이었다.
“둘째 오라버니를 위해 나를 제거하려고?”
가장 가능성 있는 답이긴 했다.
“아으으. 이건 뭐지?”
생각을 더 이어갈 수 없었다.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듯 목에서부터 시작한 간지러운 기운이 가슴으로 내려왔다.
처음에는 급하게 마신 물 때문에 목에 사례가 걸린 거로 생각했는데.
손을 들어 가슴을 긁으며 주변을 살폈다.
‘벌레인가?’
다시 간지러움이 팔로 옮겨 가더니 다시 다리로 옮겨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는 간지러운 곳을 골라 긁으며 털고 있자니 발소리가 들렸다.
긁던 손을 내려 나뭇가지를 들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 와중에도 온몸에 옮겨 다니는 이상한 기운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접니다. 영애. 그곳에 계십시오.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커다란 덩치의 그가 허리를 숙이며 다가왔다.
안심하자 좀 전보다 더 심하게 움직이는 간지러움이 밀려와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아으으. 이… 이상해요. 폐하.”
“무슨? 이 냄새는… 잠깐만 이곳에 있어 보십시오. 혹시 이 안에서 뭔가 만진 겁니까?”
“흐으. 네. 저기… 저기 있는 샘에서 물… 물을 마셨어요. 그냥 물인데… 흐. 이게 무슨? 분명히 깨끗했어요.”
손가락을 들어 가리킨 방향으로 간 그가 물에 손가락을 찍어 향을 맡고, 살짝 맛보았다.
“이건…. 왜 이게 여기에.”
“흐으… 뭔가… 뭔가 있나요?”
곤란한 표정을 짓는 그의 얼굴을 의아하게 바라보며, 가려운 엉덩이를 벽에 기대어 비볐다.
“저도 실제로 본 것은 한 번뿐입니다. 제국에 있을 때 재상에게 보고를 받았던 겁니다. 이게 이곳에 있을 이유가…….”
“…아으.”
처음엔 혹시 미약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동굴 안에 미약이 있을 수가 있겠나 싶어 생각을 털어 버렸는데… 설마, 진짜 미약인가?
말도 안 된다. 이런 증상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이건 미약의 한 종류입니다.”
뭐야! 진짜 미약이었어.
“마시는 시간에 따라 증상이 달라집니다. 이 미약은 온몸을 돌아다니는 게 특징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엔… 마지막엔 여성의 그곳에 정착하듯이 자리를 잡으면 어떤 해독도 들지 않습니다.”
조금 전부터 시작한 간지러움이 아래로 내려가 손이 그곳으로 따라 내려갔다.
다른 손으로 맞잡고 손바닥에 손톱을 박아 넣었다.
마지막의 자리가 아래라면… 이미 자리를 잡았다.
‘해독약도 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폐하! 죄송… 죄송하지만, 더는… 더는. 으으. 저… 저는 어떻게. 으?”
지금까지 이 제국의 공작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발버둥을 다했는데.
또다시 알 수 없는 시선으로 눈을 맞춘 그가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그… 그냥, 두… 으으.”
“두면 좋겠습니까?”
“…….”
그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럴 순 없습니다. 그대는 제게 맡기면 됩니다.”
물밀 듯이 밀려오는 가려움이 한계에 치닫자 머리가 몽롱해졌다.
본능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아래로 내렸다.
“제… 제발. 흐으. 저 혼자… 혼자… 혼자라도.”
머리를 제어하던 생각이 모두 휘발되었다.
* * *
레일라 영애는 한마디로 특이한 영애였다.
유레안 제국에 올 때부터 이미 이 제국의 황제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상대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왔는데.
연회 첫날부터 영애를 붙여주길래, 밤에 침실로도 밀어 넣을 줄 알았다.
허전함이 들 줄이야.
남들보다 특별한 신체 능력과 마력까지 가지고 있는 덕에 다른 사람과 닿으면 거부감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첫날, 이 영애는 거부감은커녕 더 닿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시 보고 싶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런 상황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녀의 손이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이 느리게 보였다.
‘이유가 뭘까?’
마치, 의지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그녀는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고 하고 있었다.
제국에서 단, 한 명이 당한 것을 보긴 했지만.
특이한 향이 있는 미약! 당한 시체 옆에 있던 작은 병에 있던 향을 조사하던 기사에 의해 맡게 된 것이 다행이었다.
‘그런 것을 여기서 볼 줄이야. 정말로 이 제국에서 온 건가?’
사건을 맡은 기사가 ‘구멍 파는 미약’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정도로 몸을 간지럽히며 움직이다가 가장 마지막에 여자의 아래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남자와 교접하지 않으면 이지를 잃고 죽을 때까지 자기 구멍을 파댄다고 해서 ‘구멍 파는 미약’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였다.
죽을 때까지 파내다 보면 결국 피를 흘리며, 내장까지 파내야 하고.
“끄으윽. 흐윽. 으윽.”
저 영애는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차피 나야 닿는 데에 거부감이 없고, 뭐…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다.
이제 거의 이지를 상실해 가는지 자기 손이 아래로 향해 있는지도 모르고 헐떡거리고 있었다.
“그대가 거부해도 방법은 이것뿐입니다. 나와 함께 나온 사람이 죽는 꼴은 볼 수 없으니. 지금 듣지는 못하겠지만, 허락 없이 몸에 손댄 점은 미리 사죄하죠.”
여자에 대해 깊게 욕정 해본 적은 없다.
그저 다른 사람에 비교해 참을성이 강할 뿐이지만, 그렇다고 전혀 여자에 대해 욕정 하지 않는 목석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지금이 영애라면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옷을 쥐어 뜯어내고, 손가락으로 아래를 미친 듯이 쑤시고 있는 영애의 손을 가볍게 잡아 올렸다.
손에 깍지를 끼고 빈틈없이 맞물려 내려 다른 손으로 입고 있는 재킷을 벗어 바닥에 깔았다.
“흐으. 제발. 제발. 제발. 어떻게든… 으으.”
손을 잡고 쑤시지 못하게 하자,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계속 튕겨 오르고 있는 영애를 안아 들고 재킷 위에 눕히고 옷을 벗겼다.
버둥거리며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여체를 하체로 누르고, 바지 버클을 풀었다.
그녀가 아래를 쑤시기 시작할 때부터 발기해 있는 거대한 페니스가 툭 튀어나왔다.
손을 내려 아래를 만지자 영애 혼자 쑤셔댄 곳이라 그런지 흥건하게 젖어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더 늦으면 안 되기도 하고, 어쩔 수 없기도 하고, 나 또한 싫지 않으니 몸에 힘 푸십시오.”
입을 내려 그녀의 입술을 혀로 핥아 맛을 봤다.
이상한 신음을 내뱉는 순간, 벌어진 입안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이 영애는 왜 이런 맛이 날까?
진정시키기 위해 혀를 이용해 입안을 부드럽게 쓸어 올리고 서서히 귀두 끝을 밀어 넣었다.
평소 여자들이 받아 내기에 힘들어할 만한 크기라 충분히 풀어주지 않으면 찢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했다.
다행히 영애의 손길을 거친 아래는 충분히 적셔 있어 준비가 끝나 있었다.
“이제 넣을 테니 조금만 참아요.”
“흐으. 으으. 제발. 제발.”
무슨 말인지 모르고, 빌고만 있는 영애의 안으로 페니스를 끝까지 한 번에 쳐올렸다.
“하앙. 하으. 으앙.”
“하아. 이런 맙소사.”
욕이 튀어나오려는 입술을 그녀의 입에 깊게 맞물렸다.
이런 여인은 처음이었다.
넣자마자 바로 쌀뻔하다니.
의식이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입구를 가르고 넣자마자 빨아들여 순식간에 먹어 치우더니 오물거렸다.
“끄응. 하아… 이런 경험이라니.”
넣는 순간 느낀 사정감에 바로 허리를 움직이지 못하고 멈췄다.
혀를 밀어 넣어 여린 점막을 핥으며 윗옷을 벗겼다.
풍만한 가슴이 툭 튀어나오는 순간 저절로 눈길이 쏠렸다.
하얀 곳이 없었다.
붉은 유두를 닮아 온통 지독하리 만치 붉게 물들어 있었다.
눈을 떼지 못하고 그 모습을 눈에 담고 멈췄다가 부드럽게 유두를 물고 허리를 짓쳐 올렸다.
빠르게 움직여 한 번 빼준 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허리를 밀어 넣었다.
“흐앙. 흐. 으으. 아앙.”
맙소사.
윗입술에서 내뱉는 신음이 귀를 타고 짜릿하게 온몸을 전율시켰다.
이런 여인은 처음이었다.
첫 만남부터 강렬하게 끌어당기는 여인.
춤이 끝나고 손을 놓고 돌아서는 그녀를 저지하려 손을 내밀 뻔한 걸 겨우 눌러 참았는데.
“도대체 그대는… 으윽.”
생각에 느려진 허리 짓에 그녀가 스스로 움직였다.
엉덩이를 들어 올려 비비다가 비틀어 움직이며 붙여오니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그녀의 서툰 엉덩이가 박자를 마쳐 쳐올리자 참지 못하고 페니스가 정액을 뿜어냈다.
“끄웃. 끗. 하아. 영애, 좀 천천히… 하아.”
이지를 상실한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움직이는 모든 움직임이 요염하기 그지없었다.
서툴게 움직이는 모습조차도 요염한 여신으로 보였다.
다시 그녀가 움직였다.
엉덩이를 가만히 있지 못하고 비틀어대며 맞대와 밀어붙였다.
그녀 안에 들어가 있는 페니스가 오물거리는 그녀의 안에서 녹아내렸다.
“하아… 진짜 돌아버리겠네.”
바닥에 재킷을 깔았다 하더라도 등이 아플 수 있었다.
그러니 조심히 움직이고 싶었는데… 계속 튀어 오르며 제멋대로 움직이는 엉덩이에 자꾸 이성이 날아가려 했다.
이런 여인은 진정 처음이었다.
이번에는 허리를 좌우로 비틀어대고 있었다.
그 비틀림에 맞춰서 같이 오물거리는 아래로 인해 또 한 번 사정감이 몰려왔다.
“하아… 제발. 천천히… 내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지만, 천천히 좀.”
또다시 비틀어대는 엉덩이에 참지 못하고 미친 듯이 허리를 짓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