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서서히 힘이 풀어지는 손을 스치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손이 힘없이 바닥으로 뚝 떨어져 내렸다.
‘프레드릭 황제.’
어떻게든 만나보고는 싶었지만, 이렇게 바로 첫 춤으로 만날 줄은 몰랐다.
멀리서도 프레드릭 황제의 모습이 잘 보였다.
마치 그의 뒤에서 누군가 빛을 밝히고 있는 것처럼.
역시 진남주인가!
두 오라버니만큼… 아니, 그들보다 더 눈에 박혀 들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금발과 태양 같은 황금빛 눈을 한 그가 부드러운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와…….”
“헉.”
영애들이 급하게 숨을 들이켜며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더 가까워진 내 모습 위로 그의 빛나는 눈이 내게 꽂혀 들고 있었다.
그의 앞에 서서 예를 갖추자, 뻗어온 커다란 손에 내 손을 얹었다.
굳은살이 가득한 손이 나를 이끌고 큰 다리를 움직여 홀의 중앙으로 이동하자, 악단이 홀에 첫 춤의 음악을 흘러 넣었다.
“떨지 말아요, 영애.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것이니 떨지 마십시오.”
그가 한 말을 이해하고서야 내가 떨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아… 그게 황궁 연회는 처음이라서요.”
급한 변명을 입에 올렸다.
“그렇습니까? 제국의 황제가 직접 선택하라고 할 줄 알았더니, 이렇게 정해 놓고 첫 춤을 추라고 할 줄은 몰랐습니다.”
“…….”
장난스럽게 살짝 휘어지는 눈이 보기 좋았다.
“그렇다고 그대를 질타하려 한 건 아닙니다. 그저 그렇다는 겁니다.”
그의 약간은 가벼운 말투가 내 긴장감을 휘발시켰다.
배려인가.
“몸에 긴장을 풀고 내게 맡기시면 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연회에서 춤을 춰 본 사람이 오라버니 빼곤 없어서요.”
“그러신 거 같군요. 춤을 너무 못 춰서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장난스럽게 눈을 살짝 휘는 모습에 완전히 긴장감이 풀어졌다.
꽉—
두 번째 그의 발을 밟았다.
“정말 죄송합니다. 폐하!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애, 그렇게 걱정할 거 없습니다. 설마 이 제국에 와서 발 몇 번 밟혔다고 혼자 방에 처박혀 울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가 또다시 장난스럽게 눈썹을 휘었다.
‘황제의 붉은 숨’ 속 각종 미친놈 중에서 가장 정상적인 사람으로 뽑힌 사람다웠다.
다행하게도 다시 한번 그의 발을 밟기 전에 음악이 멈췄다.
서둘러 그의 손을 놓고 뒤로 물러나 자리로 돌아갔다.
등 뒤로 쏟아지는 뜨거운 시선을 외면하면서.
두 오라버니 곁으로 다가가자 배려 없는 둘째 오라버니 손이 나를 거칠게 잡아 끌었다.
“아야.”
잡힌 손에 이끌려 끌려가다 의자의 뾰족한 부분에 옆구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레일라!”
순간적인 고통에 숨을 쉬는데 집중하는 내게 그의 낮고 위험한 목소리가 경고하듯 떨어져 내렸다.
“죄송해요. 너무 아파서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가 살피는 시선 끝에 시종을 불러 샴페인을 받아 내게 건네주었다.
급한 숨과 함께 한 모금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알싸한 알코올이 들어가자 빠르게 뛰던 심장이 제 속도를 찾았다.
“이제 할 일을 마쳤으니 저택으로 돌아가도 되나요?”
“조금 더 기다리다가 칼라엘과 먼저 들어가도록 해. 나는 이곳에 남아 인사를 나눠야 하니까.”
“네, 감사합니다. 오라버니.”
“그런데… 레일라. 무슨 이야기를 했어?”
그가 음악이 흐르는 홀에 시선을 떼고 내 얼굴을 고개를 틀었다.
“제가 폐하의 발을 밟아서요. 죄송하다는 사죄를 드렸어요. 연회는 처음이라 긴장했나 봐요.”
“그런 것 치고는 나페아 제국 황제의 표정이 부드럽던데.”
그건 그의 성격 탓이었다.
“저도 잘은 몰라요. 폐하께서 너그럽게 용서해 주셨는걸요.”
붉은 두 쌍의 날카로운 시선이 나를 살폈다.
떨어지지 않은 듯한 시선이 떨어진 건 춤을 청하기 위해 다가온 영애에 의해서였다.
열렬하게 앞으로 내민 손이 큰 오라버니 쪽으로 몰려 있었다.
영애들 속에 둘러싸인 그의 붉은 시선은 내게 박혀 있었다.
마치 명령을 기다리는 것처럼.
“저는 여기서 기다릴 테니 다녀오세요.”
시선을 내게 둔 채 그가 상대를 확인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 잡아 그래도 걸음을 옮겼다.
‘정말 내 허락을 기다린 건가?’
하나의 집요한 시선에서 벗어나니 조금 살 것 같았다.
속을 아릿하게 하는 샴페인을 조금 더 마시는 모습에 다른 하나의 시선이 계속 따라붙었다.
“더 줘?”
“아니요. 그만 마실래요.”
속을 저릿하게 하는 알코올이 나쁘지 않았지만, 더 마셨다가는 실수할 수 있었다.
둘째 오라버니와 나에게 춤을 신청하는 사람이 없어 다행인 건가.
입양아이기 때문이 아니라, 소문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사용인을 단속한다고 하더라도 소문은 나게 마련이니까.
홀에 흐르는 음악이 멈추고, 큰 오라버니가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먼저 저택에 가고 싶은 거야? 만약 가고 싶다면…….”
“어머, 공작님! 저택에서 뵙고 여기서 뵙네요. 그때 못다 한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데요.”
“…….”
그의 말을 가르고 브레들리 공작저의 이자벨 영애가 끼어들었다.
말을 멈춘 그가 결국 손을 내밀었다.
“…그럴까요? 영애. 가시죠.”
“아, 가기 전에 레일라 영애에게 춤을 청하기 위해 고민하던 영식이 있어 데려왔어요. 설마…오라버니들이 춤추는 것까지 방해하진 않겠죠? 그렇죠. 우리 같이 나가요.”
그녀의 입꼬리가 크게 호선을 그렸다.
“제가 정말 춤을 잘 못 춰…….”
짝짝짝.
“어머, 춤곡이 시작되었네요. 가시죠! 공작님. 같이 나가요. 레일라 영애.”
내 손을 잡은 그녀가 뒤에 따라온 영식의 손에 내 손을 강제로 넘겼다.
어차피 한 번 춤만 추고 말 것을.
괜히 소란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이곳으로 집중된 시선이 버거울 만큼 많았기에.
일그러진 둘째 오라버니의 옆을 지나 다시 홀로 나갔다.
“만나서 반가워요. 영애. 저는 그로스 자작가의 에게너입니다.”
“저는 스타멘 공작가의 레일라…….”
“알고 있어요. 이자벨 공녀님에게 자세히 들었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오늘 어때요? 테라스? 나는 아무 곳이나 다 좋은데.”
“…….”
그의 말뜻을 이해하려는 머리가 빠르게 돌았다.
‘지금 얘가 나한테 뭐라는 거야?’
그의 손이 은밀하게 등을 쓸고 아래로 내려가 엉덩이를 살짝 건들고서야 알았다.
등으로 올라간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점점 숙여지는 내 가슴이 곧 그의 가슴과 밀착할 정도의 거리로 좁혀졌다.
턴을 도는 순간, 물이 흐르듯이 빠져나와 구두 뒷굽으로 힘을 줘서 그의 발을 찍어 내렸다.
“아악. 윽.”
“제가 춤을 잘 추지 못한다고 미리 말씀드렸죠. 정말 죄송하게도 더 춤을 이어갔다가는 더 큰 무례를 저지르기 전에 그만 추도록 하죠.”
바다에 주저앉아 발을 감싸는 그를 지나쳐 씩씩한 걸음으로 자리로 돌아왔다.
‘내가 어쩌다.’
“저택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오라버니.”
이곳은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었다.
저택도… 황궁 연회도… 어디 하나 내가 있을 자리는 없었다.
내가 돌아오는 모습을 묵묵히 보고 있던 둘째 오라버니의 눈이 춤췄던 영식의 얼굴로 꽂혀 들었다.
한참을 머리에 새기듯이 움직임이 없는 그의 팔을 잡고 홀을 가로 지었다.
지나친 사람의 시선마다 내게 꽂혔다.
“레일라… 너는?”
“네?”
하던 말을 다 끝맺지 못한 오라버니가 조금 탁해진 눈동자로 나를 살피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저택에 가는 마차에 올라타자, 그가 순식간에 다가와 입술을 물었다.
그의 눈동자가 욕정에 젖어 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리 와, 레일라.”
내 대답이 나오기 전에 쉽게 들어 올린 그가 허벅지에 올리고 다시 입술을 눌렀다.
“입 벌려.”
입술을 누른 그가 탁한 숨과 함께 작게 벌어진 입술 사이를 가르고 순식간에 들어와 내 혀를 얽어맸다.
그의 달아오른 뜨거운 혀가 치아를 더듬어 흔적을 새기듯 입안 가득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혀를 세우고 타액을 삼키던 그의 한 손이 내려가 허벅지 사이를 파고들어 속옷을 제치고 갈라진 틈 사이로 침범했다.
“아흣. 오라버니. 마차…. 마차인데.”
“난 못 참아.”
그의 손끝이 내 안으로 계속 밀고 들어와 휘저어댔다.
질척하게 입안을 다 빨아들인 그가 얼굴을 내려 가슴으로 내렸다.
투두둑—
드레스 앞을 찢은 그가 가슴을 물고 유두를 빨았다.
쭈웁 거리며 빠는 소리가 좁은 마차 안을 가득 채웠다.
“흐앙. 앗.”
“좋네.”
짧게 말을 마친 그가 가슴을 물고 빠는 데 집중했다.
양쪽 가슴을 오가며 영역을 표시하듯 타액을 묻힌 그의 바쁜 입과 바쁜 손가락이 쉴 새 없이 안을 쑤셔댔다.
질꺽 거리는 음탕한 소리가 마차 안을 가득 채웠다.
“흐웃. 아아. 천천히. 오라버니. 흐으.”
* * *
레일라의 울음 섞인 애원에도 힘이 조절되지 않았다.
기분이 나빴다.
그 황제라는 놈도…그리고 춤을 신청한 이름도 기억나지 않은 그 영식도.
지금은 레일라에게 내 것이라는 흔적을 새겨야 기분이 좀 나아질 거 같았다.
레일라의 갈라진 틈 사이에 서둘러 들어가기 위해 다급한 손으로 버클을 풀었다.
그 사이를 비집고 굵어진 힘줄이 툭툭 튀어나온 페니스를 꺼내 물로 흥건한 틈에 맞췄다.
“넌 여기가 너무 좋아.”
말이 끝나기 전에 한 번에 바로 쳐올렸다.
“흐읍. 흐앙. 흐으. 아앙.”
들어간 순간부터 미친 듯이 허리를 짓쳐 올렸다.
이제는 단, 하루도 레일라 없이 보내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앉아 있는 자세에서 허리를 너무 심하게 움직였는지, 앞으로 떨어질 뻔한 레일라를 한 손을 둘러 단단히 잡아 고정했다.
“아흐흑. 하아.”
“더 울어.”
“아아아아. 흐—으. 아앙.”
착실하게 느껴가는 레일라가 기꺼워, 그대로 안에 정액을 쏟아부었다.
“끄윽. 너무 좋아.”
사정하자 곧바로 다시 부풀어 올라 커지기 시작하는 페니스를 다시 움직였다.
허리를 감고 있는 손을 내려 레일라의 엉덩이를 위로 들어 올려 페니스 안으로 박아 넣었다.
뿌리 끝까지 박아 넣은 자극이 너무 강했다.
“악. 오라버니. 너무 깊어요. 깊어. 흐으. 너무…. 아파.”
“쉬이… 느껴.”
자궁 깊숙이 파고드니 돌아버리게 좋았다.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 손에 힘을 주고 계속 들었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손쉽게 들어 올린 레일라의 몸이 내 손의 움직임을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같이 움직이는 모습에 만족감이 차올랐다.
조금 전의 기분 나쁨이 그 속에서 씻겨 내려갔다.
레일라의 몸이 그전과 비교할 수 없이 심하게 떨어대자 동시에 아래 입이 페니스를 씹었다.
그 자극에 퍽퍽거리며 박던 손이 멈추고 그녀의 몸을 길게 아래로 눌렀다.
“끄읏. 끗.”
페니스가 정액을 토해내 그녀의 자궁 안을 가득 채웠다.
덜거덕—
재킷을 벗어 찢어진 드레스를 입고 있는 레일라를 감싸고, 그대로 마차에서 내려 저택으로 들어가 욕실로 향했다.
욕실에서 몇 번 더 안자 레일라의 몸이 축 처졌다.
기절할 듯 잠든 레일라를 다시 한번 깨끗이 씻어서 방 침대에 눕히고 몸을 밀착했다.
“넌 내 것이야.”
끈적하게 집착이 묻어나는 몸을 완전히 붙인 상태에서야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