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60)

18화.

레일라와 케이드란이 사라진 식당이 적막감에 잠겼다.

그들이 나간 뒤 한참을 식당에 앉아 밀려오는 생각에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형의 집무실을 찾은 건 처음인가?’

형인 케이드란이 공작이 되고 그의 집무실을 찾은 것은 처음일 것이다.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낯설기만 했다.

공작의 집무실 앞에 서자 고민이 더 깊어졌다.

답지 않게 고민하다니.

아버지가 계실 때는 혼나기 위해서만 왔던 곳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고민하며 올린 손이 무색하게 문이 벌컥 열렸다.

“들어와, 칼라엘. 너답지 않게 망설이고 있기에 내가 친히 열어준다.”

공작의 집무실로 들어서자, 달라진 점이 없는 집무실이 낯설면서도 낯익었다.

아버지가 항상 앉아 계시던 의자에 가서 당당하게 앉는 케이드란을 감정 없는 시선으로 보다가 소파에 마주 앉았다.

“차 좀.”

마른 입술을 축일 차가 필요했다.

피식거리며 입꼬리를 당겨 웃은 케이드란이 대기하고 있는 하인에게 손짓했다.

차를 따라준 하인을 완전히 밖으로 몰린 케이드란이 한쪽 허벅지 위에 다른 허벅지를 겹쳤다.

“그래, 무슨 일인데? 네가 내 집무실을 찾다니. 처음 아닌가.”

느긋한 손길로 찻잔을 드는 케이드란을 보고 찻잔을 들어 올렸다.

곧바로 인상을 찌푸리고 옆에 놓인 각설탕 5개를 집어넣었다.

유달리 쓴 걸 먹지 못하는 레일라가 먹는 것과 맞춰 마시다 보니 달게 먹게 되었다.

“폐하의 명이 무슨 뜻인지 압니까?”

“물론 알고 있어. 너는 나페아 제국의 황제에 대해 몰라? 그의 정보를 들었을 텐데.”

나페아 제국의 프레드릭 황제.

물론 들어는 봤다.

그래도 속에서 끓어오르는 불안함이 자꾸 신경을 거슬렸다.

이것이 레일라로 인한 불안인지, 아니면 나페아 제국의 황제에 의한 불안인지 알 길이 없을 뿐.

여색을 멀리하는 황제라고 소문이 자자한 황제.

어린 나이에 황위를 이어받고도 절대적으로 황권을 강화한 능력자라 제국민에게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그걸 더 견디지 못하고, 질투에 눈이 멀어 호시탐탐 침략의 기회를 노리는 것이 지금 이 제국의 황제이고.

“아무리 여자를 보고 동하지 않는다고 해도 혹시 모르는 일이잖습니까?”

“뭘 그리 걱정해. 내가 레일라를 보낼 거 같아? 황제의 명을 따르는 척만 하면 되는 것을.”

그가 낮게 혀를 찼다.

그래도 불안함이 지워지지 않았다.

“형님이… 이 정도까지 레일라에게 집착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케이드란의 웃음이 좀 더 진해졌다.

“나도 몰랐어. 그래, 나 자신조차도 모르던 일인 건 맞아, 칼라엘. 나도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해. 이제는 그것이 궁금해.”

그의 궁금증이 깊은 만큼 말이 길게 늘어졌다.

케이드란은 어릴 적부터 나와는 다른 종족이라 여겼다. 뭐든지 다 잘하는 천재.

몸을 쓰는 것부터, 마법 능력에 서류처리까지.

언제나 완벽하게 해내는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 인물이 나의 레일라에게 그런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을 뿐인데.

아마, 본인은 지금도 사랑이 아닌 집착이라 여길 것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자가 더 가지려는 욕심일 것이라고.

그래서 똑똑한 것들은 자기 스스로 미리 정답을 내리는 법이지.

“레일라는 어찌하실 겁니까?”

지금 여기에서의 대화가 지난 20년간 그와 해왔던 대화보다 많은 말들이 오가는 것이 웃겼다.

그 중심에 레일라가 있는 것이고.

“…….”

그의 대답까지의 시간이 길어졌다.

마치 본인 스스로도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듯이.

저 똑똑한 케이드란을 죽여 버리고 싶어도 아직은 그에 대항할 힘이 없다.

“형님! 폐하의 명을 수행하는 데 있어 불편합니다. 저도 일은 해야죠.”

느릿하게 찻잔을 내리고 턱을 쓸어내리는 손짓을 따라 시선을 따라 붙였다.

평소 결벽증이 있는 그답게 손끝에 잉크 한 방울 묻어 있지 않았다.

그런 케이드란이… 내가 안은 레일라를 그냥 둔 건 그만큼.

서둘러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털어냈다.

툭—

한참이나 입을 닫았던 그가 손을 툭 뻗자 탁자 끝에 열쇠가 떨어져 있었다.

“풀어. 원래는 그다음 날 바로 풀어주려고는 했었는데. 그런데 네가… 빌어먹을 놈.”

그의 말끝에 묻어난 욕이 지금 그의 심경을 대변하고 있었다.

“네가 너를 두고 보는 건 어디까지가 될지 모르겠어, 칼라엘. 그러니 앞으로 네 행동에 조심해.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나도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웬만하면 건들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그건 나도 동의하는 바였다.

어릴 적부터 보아온 형님이라면 내겐 무서움이 대상이 분명하니까.

“내일 레일라는 왜 나오라고 한 겁니까? 청혼한 영애가 오는 곳에 굳이 레일라가 필요합니까?”

계속해서 말이 길어지고 있었다.

“너도 궁금하냐? 궁금하면 너도 한 번 나와. 직접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좋은 일이 아니다.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불안함이 다시 열리려는 입을 닫치게 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매가 가늘어진 저 머리통을 열어보고 싶었다.

그를 보던 시선을 내려 찻잔을 향했다.

레일라가 없는 삶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내 옆이든 형님 옆이든 레일라가 있어야 하니까.

내 예쁜 동생이 없는 삶은 나조차 무섭다.

“할 말 다 했으면 나가. 내가 너처럼 한가한지 알아?”

조용히 손을 뻗어 탁자에 떨어진 열쇠를 집어 들고 집무실을 나왔다.

내가 처음 집무실을 찾아 이 방을 나설 때는 레일라와 함께 저택을 나가겠다는 허락을 받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랬는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어쩌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단순하게 감정이 내키는 대로 살다가 생각이라는 것을 하려니 머리가 더 안 돌아갔다.

* * *

밤에 찾아오겠다던 큰 오라버니의 말이 온종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창문으로 내려앉는 어둠이 눈을 가리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에렌, 몸이 아파서 방에서 식사하고 일찍 쉴래.”

“네, 아가씨.”

정리되지 않은 마음과 다르게 주변을 정리하고 서둘러 침대에 누웠다.

차츰 창밖으로 밀려오는 어둠을 향해 원망스러운 시선을 던지며 눈을 질끈 감았다.

‘오지 마, 제발. 오지 마.’

조용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졌다.

“자는 척하는 거야?”

결국 찾아온 그가 침대 옆에 섰다.

그에게서 묻어나는 차가운 밤의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아니요. 그냥 누워있어요.”

그가 긴 손가락을 뻗어 이불을 젖히고 내 옆으로 와서 누웠다.

그에게서 묻어나는 서늘한 향기가 내 몸에 묻어나 몸을 차갑게 굳게 만들었다.

팔을 머리에 괸 그의 핏빛 눈동자가 미동 없이 내 얼굴을 응시했다.

“눈떠. 누가 왔는지 제대로 확인해.”

떨리는 눈을 들어 그의 얼굴을 향하자 조각상과 같이 무표정한 얼굴이 입술 끝을 끌어올렸다.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그가 먹이를 앞둔 짐승처럼 웃었다.

* * *

레일라의 잠든 척하는 숨소리에 헛웃음이 나왔다.

“네가 날 기다릴 날이 있을까?”

없을 것이다.

이미 레일라와 나의 관계는 서로 기다리고 할 만한 사이는 아니니.

“이리 와. 레일라.”

그래도 상관없었다.

명령하면 되니까.

겁먹은 얼굴로… 떨리는 숨결로 다가오니 더 잡아먹고 싶어졌다.

욕정을 느낀 페니스가 꿈틀거리고 부피를 키웠다.

결국, 참지 못하고 다가오고 있는 레일라의 팔을 붙잡아 한 번에 당기며 명령을 내렸다.

“레일라, 입 벌려.”

난 이렇게밖에 못 하니 어쩔 수 없다.

레일라의 떨리는 입술이 동그란 구멍을 만들어 내자 입술을 내려 그 속에 혀를 깊게 찔러 넣었다.

부드러운 감촉에 페니스가 아프게 더 부풀어 올랐다.

이 빌어먹을 감촉이 좋아 도저히 그냥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떻게 지금까지 널 모르고 잤는지 그게 신기할 정도이니.

입술을 맞댄 채 말과 함께 숨을 불어 넣었다.

“레일라, 오라버니에게 혀를 줘. 그래, 잘한다.”

칼라엘이 묻혀놓은 모든 것을 다시 내 것으로 씻어 내야 했다.

그놈을 생각하자 급속도로 나빠지는 기분에 난폭하게 혀를 빨았다.

이번 연회가 끝나면 다시는.

혀에 있는 타액이 모두 사라지고 마를 때까지 빨다가, 고개를 비틀어 그녀의 입안으로 침범해 남아 있는 타액을 빨아들였다.

이대로 모두 먹어 치워, 그 숨결까지 다 먹어 치우기 위해 더욱더 입술을 틈 없이 맞물렸다.

다급한 손길로 슈미즈와 속옷을 끌어 내렸다.

“레일라, 오라버니 위로 올라와. 네가 옷도 다 벗겨 주고 올라와.”

탁한 음성에 젖어 나온 말에 그녀의 어깨가 흠칫하고 떨리는 모습까지도 맛있어 보였다.

네발로 기듯이 올라와 조금이라도 덜 닿게 하려는 모습에 가학심이 솟구쳐 올랐다.

“하아.”

참아 내리기 위해 눈을 길게 감았다 떴다.

옷을 벗기는 떨리는 손이 좋아 눈을 감았다.

바들거리는 손끝이 버클을 풀지 못하고 몇 번 헛손질하자 들어올 때부터 안달 난 몸이 이제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손을 뻗어 레일라의 손을 잡고 맞물린 손으로 뜯어내듯이 벗겨 버렸다.

“완전히 올라와.”

따뜻한 몸이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

위에서 내려오는 몸이 틈 없이 맞물리자 부풀 대로 부풀어 버린 페니스 끝이 레일라에게 파고들기 위해 껄떡거렸다.

“느껴져 레일라. 너만 보면 반응하는 이 오라버니 것이. 쓸어줘, 레일라. 쓸어주고 만져주고… 네가 만져주는 것이면 다 좋으니까.”

망설이는 손이 아래로 내려가자 몸이 더 밀착했다.

작은 손에 붙들린 페니스가 다 들어가지 못하고 삐져나왔다.

“네 손은 정말 작네. 그 작은 손으로 그동안 칼라엘 시중을 어떻게 든 거야?”

“…….”

페니스 절반만 쥐고 있는 레일라의 손을 잡아 입술로 가져갔다. 잇자국이 나도록 자근자근 씹어 물었다.

작은 손 하나하나 열 개의 손가락 전부 새기듯이 꽉 물었다.

물고 있는 중에도 물어뜯고 싶다는 열망이 차올라 갈등이 일었다.

겨우 눌러 내리고 그녀의 양손을 그대로 올려 목 뒤로 넘겼다.

욕조에서 레일라가 칼라엘의 품에 목을 감고 몸을 밀착했던 모습 그대로.

상체가 위로 올라오자 레일라의 먹음직한 가슴의 정점이 딱딱해졌다.

“많이 나았네. 내일 집사를 시켜 성수를 보내주도록 할게.”

말이 끝남과 동시에 탐스러운 정점을 물어 그대로 허기진 듯이 게걸스럽게 빨아댔다.

그녀의 몸에 내 아이가 자라고 젓이 나오면 그건 아이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었다.

레일라의 모든 것은 내 것이니까.

“아흑, 아파요. 오라버니. 아파. 아파. 으흐.”

치솟아 오르는 욕구로 힘을 조절하지 못했다.

아파하는 레일라를 달래기 위해 혀를 내밀어서 핥고 또 핥았다.

유두와 유륜에 번들거리는 타액을 모두 묻혔다.

가슴의 꼭지를 문 채로 허벅지 사이를 찾아 손가락을 하나씩 집어넣었다.

“흐응, 흐으. 으, 오라버니. 아흐, 제발 천천히. 흐으.”

“하… 레일라, 말해. 내가 누구야? 응? 지금 너를 안고 있는 내가 누구냐고?”

레일라의 대답이 질꺽거리는 소리에 묻혔다.

첫날 찾아낸 곳에 집중하자 레일라의 신음이 깊어졌다.

“흐앙. 흐. 오…오라버니죠.”

“하아, 레일라. 정확히 말해.”

“큰 흐윽. 큰 오라버니요.”

쫀득거리며 손가락을 씹어내는 아래와 윗 입이 모두 나를 가리켰다.

흥건히 젖어 물을 줄줄 흘려대는 아래에 귀두 끝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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