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60)

13화.

말을 만들어 내려는 입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으으음. 으. 으.”

겨우 뱉어낸 갈라진 신음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식사하자. 배고파.”

“칼라엘 오라버니?”

버석한 목소리로 겨우 그를 불렀다.

“그래.”

짧은 말소리가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몸을 칭칭 감고 있는 커다란 손과 두꺼운 허벅지에 둘러싸인 몸이 꼼짝없이 갇혀있었다.

“몸이… 몸이 움직이지 않아요. 오라버니.”

“아…….”

눈을 몇 번 깜빡이고서야 시야가 맑아졌다.

나신의 몸이 오라버니의 긴 팔과 다리 속에 꽁꽁 묶여 있었다.

“오라버니, 팔…다리가?”

“이게 왜!”

윽박지르는 낮은 목소리에 숨을 삼키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을 만들어 냈다.

“배고프지 않아요.”

말끝에 미세한 떨림이 묻어나왔다.

일그러진 눈가 사이로 맑은 눈물방울이 방울져 떨어져 내렸다.

공작저에 온 10년 만에 처음 흘러나오는 눈물에 당황한 건 나였다.

그의 몸이 떨어져 나간 몸을 둥글게 말았다.

“아아아아앙. 으흑. 흑. 흑. 흑. 흑.”

지금 이 자리가 울 자리가 아닌데.

“…레일라.”

“아아아아아. 으흑.”

멈추기 위해 짓씹은 입술 사이로 타액이 눈물과 함께 떨어져 내렸다.

‘멈춰, 바보야.’

그의 손이 뻗어와 쉽게 들어 올리더니 입술로 눈물을 받아 마셨다.

“울어. 형만 먹은 눈물, 나도 먹어야지.”

빌어먹을.

작게 욕을 뱉어낸 그가 물어뜯을 듯이 입술 점막을 갈랐다.

침투한 혀에 눈물의 맛이 느껴졌다.

“레일라.”

들어온 혀 사이로 짓뭉갠 어눌한 발음이 목을 타고 넘어왔다.

“오라버니…….”

더는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가뿐히 들린 몸이 천천히 그의 배 위로 내려앉았다.

그와 함께 그의 커다랗게 굵어진 페니스가 아프게 배를 찔렀다.

“흐윽. 흑.”

눈꼬리에 입술을 댄 그가 입술을 먹으며 손을 내려 내 아래를 집요하게 손으로 자극하기 시작했다.

“원해.”

설명이 부족한 짧은 단어로도 그가 지금 뭘 하려는지 바로 알 수밖에 없었다.

그는 늘 이런 식이었다.

짧은 말과 명령.

두 번 말하기 싫어하는 그가 말하면 바로 들어야 했다.

“악.”

그의 손이 예고 없이 바로 갈라진 틈 사이를 가르고 쑤셔졌다.

애액이 흥건하게 새어 나온 준비된 틈 사이로 그의 페니스가 서서히 안으로 차고 들어왔다.

“악. 으흐흑.”

서서히 들어오던 페니스가 순식간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흑. 흐으.”

“크윽. 더 울어.”

우는 나와 상관없이 그는 욕망으로 한껏 부풀어진 페니스를 움직였다.

자궁까지 가득 찰 기세로 쳐들어온 페니스가 벅차 숨이 막혔다.

그의 허리 짓에 울던 소리와 신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가 몸을 뒤집었다.

순식간에 위치가 바뀌어 침대로 처박혔다.

“흐앙. 아아. 흐으앙. 흐앗.”

허리를 치대던 그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내가 누구야?”

짧게 떨어지는 그 말을 한참 만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화를 내기 전에 바로 대답해야 했다.

“두…둘째 오라버니!”

“그래, 나. 기억해.”

* * *

레일라에게 나를 각인시키기 위해 몇 번 더 누구냐는 질문을 반복했다.

누구냐고 묻는 말에 착실하게 ‘둘째 오라버니’라고 답하는 모습을 눈에 담으며 허리를 짓쳐 올렸다.

말을 많이 한 입이 불편했다.

명령만 하면 되는 지난 10년간의 삶에서 하던 말보다 이틀 동안에 한 말이 더 많았다.

그게 육체적인 피로감을 불러왔다.

“흡. 흐읏. 이상…이상해요.”

레일라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던 허리에 더 힘을 주었다.

“좋다고?”

몽롱해지는 레일라를 보고, 더 크게 허리를 움직였다.

공간을 울리는 질꺽 거리는 소리가 맘에 들었다.

“아앙. 앙. 아흐흑.”

바들바들 떨어대며 씹어대는 레일라로 인해 다시 페니스가 뜨거운 액체를 쏟아냈다.

“큭. 헉. 헉. 하— 후우.”

이렇게 레일라를 가지기 위해 10년을 기다렸다.

그 손이 내 허리에 감긴 그날부터.

레일라를 옆에 두고 밤마다 그 손길을 느끼며 하루를 마감했다.

하루하루 내 육체를 그녀의 손에 새기는 작업을 10년 동안 성실히 이어왔는데.

질끈 눈을 감았다 떴다.

그동안에 목욕 시중을 들던 레일라의 손길도 부드러웠지만, 오늘은 그 이상이었다.

부드러운 손길보다 더 부드러운 속살에 정신까지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가자.”

짧은 말로 아래가 이어진 채로 욕실로 걸어가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앉을 때까지 이어진 페니스가 만족감에 더 부피를 부풀리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손을 이용해 물을 뜨는 동작과 허리를 밀어 넣어 레일라의 안으로 더 들어가는 행동을 동시에 했다.

꽈앙—

“떨어져! 칼라엘. 당장.”

올 것이 왔다.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고 케이드란이 사나운 기세로 들어왔다.

겁을 먹은 레일라의 아래가 움찔거리며 씹어대는 것이 맘에 들었다.

방금 사정한 페니스가 또다시 탁한 액을 뱉어냈다.

“내가 네게 레일라를 안으라 허락했어? 그런 기억이 없는데.”

“…레일라는 내 것입니다. 형님.”

내 것이라는 말이 터져 나오자 만족감을 느낀 페니스가 다시 꿀렁거렸다.

보고 있는 그를 무시하고 아래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레일라의 입가에 입술을 내려 혀로 한 번 쓸다가 이를 드러내 입술을 씹었다.

가늘게 떨어대는 입술이 아픔에 허덕이자 그 사이로 혀를 집어넣어 여린 천정을 쓸어내렸다.

“떨어지라고 했다, 칼라엘. 네 목에 아직도 내가 채워준 개 줄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서서히 입술을 떼어내고, 레일라의 안에 연결된 페니스를 꺼내자 굵은 페니스가 물살을 갈랐다.

“왜 그러십니까? 이제 볼일 끝난 것이 아닙니까? 형님.”

“식당에 식사를 차리라 했다. 레일라를 데리고 식당으로 내려와라. 우리 동생 성년식 후, 첫 식사이니 가족 전체가 해야지. 늦지 말고. 늦으면 이 형님이…. 궁금하면 늦어보던지.”

등을 돌려 나가는 그의 뒤에 대고 소리를 높였다.

“언젠가는 내가!”

비웃는 소리가 들리고 케이드란이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 * *

“오라버니, 얼른 준비해서 가요. 어서요.”

10년 동안의 두려움이 하루의 두려움보다 작아져 버렸다.

아닌가?

둘 다… 솔직히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겠다.

둘 중에 누가 더 두려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안겨 있는 상태에서 고개를 들어 올리자 그의 붉은 눈과 마주쳤다.

서둘러 시선을 비틀어 내리는 내 턱을 그의 상처 많은 손이 붙들어 올렸다.

그가 처음에는 사납게 입술에 파고들다 피 맛이 느껴지자 조심스럽게 입술을 몇 번 지분거렸다.

시선 끝에 그의 목에 차고 있는 구속구가 보였다.

“울던가, 가던가.”

지금도 눈에 눈물이 맺혔나?

손을 내려 물을 떠서 얼굴에 몇 번 두드렸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10년 동안 세웠던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불안감에 떠는 몸이 잘게 떨려 수면에 파문을 일으켰다.

“레일라, 가자.”

그의 말에 답하지 않은 내게 그가 사납게 말했다.

“…가자.”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방으로 돌아가 준비한 후 방을 나섰다.

동시에 나온 둘째 오라버니와 함께, 1층 식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상석에 앉아 있는 큰 오라버니가 느긋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내게 시선을 던졌다.

그의 얼굴이 평소의 그와 같아 보였지만 들어서는 순간, 손을 타고 소름이 돋았다.

멈칫—

의식하지 못한 걸음이 멈추자, 커다란 손이 등을 밀었다.

둘째 오라버니와 내가 각자의 자리에 앉자, 큰 오라버니가 집사에게 손짓했다.

순식간에 하인들이 탁자를 음식으로 가득 채웠다.

평소 좋아하던 해산물이 더 많은 이유가.

“레일라, 네가 평소 좋아하던 거다.”

좋아하던 것이 가득 차려진 이유가 뭘 하기 위함일까.

친절하게 접시에 놓아주기까지 하는 큰 오라버니의 의도를 몰라 들고 있는 포크가 방황했다.

“왜 그래? 혹시 내가 놓아준 것이 싫어서…….”

“아니, 아니에요. 배가 그렇게 고프지 않아서요.”

그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그래? 그럴 리가! 많이 먹는 것이 좋을 건데”

왜요?

쨍그랑—

대기하고 있던 하인이 빠르게 포크를 다시 가져다주었다.

“네가 그런 실수를 다 하다니. 평소 차분하기만 하던 네가. 그렇지 않아? 칼라엘.”

“…….”

식사가 시작될 때부터 식기만 움직이던 둘째 오라버니의 시선이 잠시 스쳤다.

평소 저렇게 참는 성격이 아닌 그가 오늘 유달리 이상한 건 기분 탓일까?

너무 다른 모습을 자주 보는 거 같은데.

화를 참는 법도 모르고, 다시 말하는 법도 모르고. 큰 오라버니 말을 듣고만 있는 모습이 너무 색달라 잠깐 그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 식사만 하는 모습이 동떨어져 보였다.

“레일라, 갑자기 칼라엘이 좋아?”

“…네?”

잠깐 바라보는 것조차 맘대로 할 수가 없었다.

오늘 그들의 모습은 낯설었다.

단, 하루 만에 달라진 둘의 모습에 10년 동안 적응한 모든 것이 다시 원점이 되어 버렸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겨우 적응해서 살아왔는데.

거기에 맞춰서 도망갈 계획도 세웠었다.

왜 둘째 오라버니의 눈도 내 입을 향해 있는 걸까?

“전… 전. 그… 그런 게 아니라.”

“그럼 되었어.”

뭐가 된 건데요?

그렇다고 큰 오라버니가 좋다는 소리도 아닌데.

“칼라엘, 오후에 무슨 일정이 있어?”

자꾸 식욕이 사라지는 바람에 포크를 들고 식사예절에 맞지 않는 짓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지적이 없었다.

“그걸 형님이 왜 궁금한데요? 이제 일일이 보고하고 다녀야 합니까?”

그건 나도 의문이었다.

평소 둘째 오라버니가 무슨 짓을 하고 다녀도 전혀 상관하지 않던 큰 오라버니의 의외에 모습에 나 또한 궁금했으니까.

“그건 내가 판단한다. 넌 대답만 하면 되는 거야! 잊지 마라, 칼라엘. 네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말이야.”

큰 오라버니의 웃음이 짙어지는 순간 식당에 가득 찬 알 수 없는 기운으로 인해 숨이 막혔다.

컥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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