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집어넣은 것이 기어 나와 질척거리며 내려오는 곳에 손을 대고 가득 묻혔다.
붉은 꽃이 가득 찬 레일라의 배에 치덕치덕 펴서 발랐다.
그도 남아돌아 허벅지에 바르고 다리에 바르고… 얼마나 싸질러 났는지, 발라도 발라도 또 기어 나오는 구멍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정액까지 발라 놓은 모습이 잘 빚어놓은 예술품보다 더 꼴리게 했다.
짐승이 울듯 낮게 읊조렸다.
“예쁘네. 너도 봤어? 이 아래 말이다. 조금 전에는 분홍빛이더니, 지금은 핏빛에 가까운 곳. 이런, 이런. 내 크기만큼은 아닌데… 구멍이 났네. 얼마나 더 집어넣어 줘야, 이 형의 크기만 한 구멍이 뚫려 있을 것 같아? 응? 칼라엘.”
칼라엘을 씻겨 주는 저 부드러운 손은 이제 내 것이다.
저 작은 손이 내 가슴을 쓸어주자, 차가운 심장이 뛰어댔으니.
‘무슨 감정일까?’
어지러운 침대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떨어진 손이 다시 심장을 느리게 했다.
“언제까지 저를 묶어두실 겁니까?”
애액과 정액, 피로 끈적해진 손을 들어 느긋하게 턱을 쓸었다.
평소 결벽증에 가까운 모습은 이 순간 사라져 있었다.
“처음 생각은… 오늘 하루였지만, 생각을 바꿨어. 생각보다 좋아서. 어찌할까?”
“제발, 형님!”
비명을 지르는 칼라엘을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네가 조금 더 심하게 움직이면 곧 네 팔이 끊어지겠네. 지금도 보니 뼈가 부러진 거 같은데. 괜찮냐? 그것조차 달고 다니기 싫으면, 이 형이 친히 네 팔다리를 잘라 줄 수도 있고.”
감정이 담기지 않는 차가운 목소리와 눈길이 스치듯 칼라엘을 지나갔다.
레일라가 닦아줬던 것들을 부러트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입꼬리를 당겼다.
묘하게 틀어진 손과 발목의 뼈를 보니 상당히 상처가 깊을 것이다.
“행위 내내 네 눈길이 고정되어 있어도 꼴리던데.”
칼라엘의 집요한 눈길을 느끼며 손을 내려 애액과 정액으로 범벅된 페니스를 뿌리에서부터 길게 쓸어 올렸다.
그의 핏줄이 터진 눈에 감정이 스며들었다.
그 모습에 서늘하게 식은 가슴이 만족이라는 충족감을 느꼈다.
“자는 레일라의 맛은 어떨 거 같아? 칼라엘. 맛이 없는 곳이 한 군데도 없으니. 자면서도 벌름거리면서 잘 먹을 거 같은데.”
먹어본 맛에 입맛을 다셔졌다.
“칼라엘. 목을 꺾어 버릴까? 아니면 더 많이 먹은 후에 질리면 네게 줄까? 응? 내 하나뿐인 진짜 동생아. 네가 말해봐. 너도 이 애를 동생이라 생각한 적 없겠지.”
칼라엘에게 준다는 말이 거슬려 인상이 구겨졌다.
‘레일라의 처음만 먹으려 했는데.’
스쳐 지나간 레일라의 얼굴로 입술을 내렸다.
심하게 부풀어 터진 입술을 머금고 세게 빨자 피 맛이 느껴졌다.
“음. 쭈웁. 이렇게 맛있단 말이야. 넌 어때? 네가 맛본 곳 말이다. 어디까지 맛봤어?”
“…….”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을 검지로 훑었다.
“칼라엘. 온몸을 이 형의 것으로 물들여서 잠들어 있는 레일라의 모습이 지독히도 꼴리게 만드는데. 그래, 이 형이 자비를 베풀어서 널 풀어 줄까. 이제 네가 맛볼래? 그 정도 자비는 베풀어 줄 수 있는데.”
떼어지지 않는 진득한 손길과 다른 말이 뱉어졌다.
“…….”
“아… 그러기엔 네 팔과 다리가 움직이지 않겠네. 이런, 이런.”
쯧하고 나직이 혀를 찼다.
“그러니 얌전히 좀 있지, 그랬어. 이 형이 자비를 베풀려고 해도 네가 먹을 수 없다면… 그대로 묶어 놓는 수밖에 없지 않아?”
“기어서라도 갈 테니 풀어주시죠. 형님!”
저 집요함.
짜증 나게 죽여 버리고 싶은 새끼.
레일라를 보지 못하게 눈알을 파버려도 좋을 것이다.
삐딱하게 뻗어가는 감정으로 나와 닮은 칼라엘의 붉은 눈을 스치듯 살피다 다시 레일라에게 시선을 두었다.
‘뭐가 이렇게 아쉬운 걸까?’
저 빌어먹을 가는 목도 꺾어 버리지 못하고, 저 빌어먹을 새끼도 그냥 두고.
오늘 나답지 않은 짓을 너무 많이 하고 있어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내가 그동안 무슨 짓을 해서 공작 위를 받았는데.
아쉬움이 묻은 손을 내려 아직도 흘러나오고 있는, 레일라의 아래를 보다가 손가락을 내려 찐득한 곳을 찍어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미치도록 낯선 맛이 느껴졌다.
“음, 처음에도 맛이 있는데. 어디 너도 찍어 줄까?”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칼라엘을 보고 조소를 흘리며, 레일라의 배를 쓸었다.
“칼라엘, 이곳에 오늘 뿌려진 내 씨가 어찌 될 거 같아? 오늘뿐 아니라, 매일 레일라에게 내 씨를 심어줄까 하는데. 하루는 너무 부족하지 않아?”
나답지 않은 행동을 또 하고 있었다.
레일라의 처음을 먹으면 긴 세월이 만들어 낸 갈증이 사라져 바로 떠나야 하는데.
“그래, 내가 답지 않게 자비를 베풀어 줄게. 카트!”
지금 죽여 버리면 황제의 의심을 살수도 있다는 생각을 억지로 되새겼다.
‘그래, 그 이유 아니면 뭐가 있겠어.’
황제의 비밀기사로 일하고 있기에 언제 명령이 내려올지 모른다.
저놈의 처리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기로 하고 머리 한쪽으로 밀어 놓았다.
순식간에 나타난 카트가 문 옆에서 무릎을 꿇었다.
“칼라엘의 쇠사슬을 풀어줘. 그리고…….”
레일라의 배를 쓸어 내리는 손이 끈적해졌다.
손을 내려 툭 튀어나와 있는 수풀을 거칠게 헤집었다.
부어 있는 갈라진 틈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안쪽을 천천히 긁어내렸다.
“성수를 가져와 칼라엘의 상처를 치료해 줘. 저절로 둬도 몇 시간 있으면 치유가 되겠지만, 자비를 베풀어야겠다.”
카트가 소리 없이 사라지자, 또다시 누워있는 레일라에게 시선이 붙잡혀 버렸다.
‘이대로 내 방으로 안고 가서 가둬 놓고, 매일매일 박고 또 박아 볼까.’
여기 두면… 저 빌어먹을 놈이 레일라에게 손댄다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순식간에 지하로 처박혔다.
의식하지 못한 마음이 절절 끓어오르는 분노가 목구멍을 타고 흘러나와 형체를 갖추려 하고 있었다.
“레일라에게… 레일라에게 손은…….”
“닥쳐! 내가 너 따위가 손대는 것에 신경 쓸 거 같아.”
분노와 끈적이는 마음이 섞여 짓씹는 음성이 목구멍을 타고 나왔다.
“…그러던가. 아니라도 상관없지만. 난 이만 방으로 가야겠군. 동생아. 빨리 낫길 바란다. 우리 하나뿐인 여동생의 아름다운 성년식 밤이니.”
긴 다리를 움직여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섬주섬 챙겨 들고, 칼라엘의 방을 나섰다.
복도에 내려앉은 서늘한 기운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신의 몸에 차갑게 들러붙었다.
속에서 들끓는 열이 서늘하게 식어가기를 바라며 긴 시간 복도에 서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괴물의 긴 그림자가 복도 끝까지 끈적하게 늘어졌다.
* * *
케이드란이 나가는 방의 문을 눈 한번 깜빡임 없이 보고 있었다.
탁하고 문이 닫히자 그제야 멈췄던 막힌 숨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알고 있었다.
끝까지 레일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에서.
그가 뭘 망설이는지 알았기에 숨을 틀어막고 있었다.
급격히 몰아치는 공기와 함께 한꺼번에 몰려드는 통증에 몸이 벌벌 떨렸다.
“꺼억. 헉헉. 콜록.”
뼈가 얼마나 뒤틀렸는지… 손가락 하나 들리지 않았다.
통증에 질끈 감긴 눈이 비밀기사의 기척이 느껴지자 슬쩍 들어 올렸다.
“공자님, 사슬을 풀겠습니다.”
“…….”
철컹거리는 소리가 네 번 들리고, 손과 발에 차가운 성수가 뿌려지는 서늘한 느낌이 들고서야 완전히 눈을 떴다.
대신관의 성력이 담긴 값비싼 성수가 뿌려진 손목에서 떨어져 나간 살이 다시 차오르고, 비틀렸던 뼈가 맞춰지는 광경을 감흥 바라봤다.
조금 더 기다렸다. 완전히 치유된 모습에 정사로 젖어 있는 끈적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양팔로 감싼 무릎에 고개를 묻다가 살짝 비틀어 레일라를 살폈다.
형의 싸질러 놓은 정액과 빨아들인 울혈로 범벅이 된 모습의 레일라.
그 모습이 지독하게 탐스럽고 아름다워 보였다.
저 붉은 꽃에 손을 대면 피가 묻어 나올까?
눈을 올려 얼굴을 보니, 잔뜩 하얀 물을 쏟아낸 눈가가 빨갛게 짓무르다 못해 부풀어 있었다.
그 모습마저도 묘하게 사랑스러워 페니스가 껄떡거렸다.
“당장 넣고 싶네.”
밤새 내내 미친 듯이 서 있던 페니스가 이제는 끔찍한 고통을 주고 있었다.
천천히 손을 뻗었다.
형인 케이드란이 만졌던 목을 손으로 살살 쓸어내렸다.
“그래, 맞아요. 형님! 이 목은 쉽게 꺾일 목입니다.”
“으으으.”
목을 쓸어내리자 레일라의 입이 터지고 그 사이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
천천히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따뜻한 물을 욕조에 받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 레일라를 안아 들었다.
“레일라, 레일라! 난…….”
말이 막힌 목울대가 크게 일렁거렸다.
‘나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천천히 욕실로 걸어가 레일라를 안고 그대로 욕조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따뜻한 물에 온몸이 잠기자 작게 신음을 뱉어내는 레일라를 뒤에서 꽉 끌어안다가 자세를 틀었다.
완전히 밀착해서 안긴 레일라의 아래로 손을 뻗었다.
“으윽. 으. 으.”
갈라진 틈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고 부은 안쪽을 긁어내리자, 레일라가 앓는 소리를 냈다.
“쉬이, 레일라. 형님이 싸질러 놓은 빌어먹을 것들을 긁어내는 것뿐이야. 그러니 가만히 있어.”
답이 없는 레일라에게 평소와 다르게 긴말들을 던졌다.
그러지 않으면 지금 당장 내가 무슨 미친 짓을 할지 몰랐다.
“옳지, 잘한다. 그대로 있어. 내 손은 물지 마. 형님 페니스를 그렇게 물어댔으면서, 내 손까지 물어 버리면 어쩌려고.”
손가락 두 개를 집어넣고 내벽에 들어찬 정액을 빡빡 긁어내렸다.
레일라의 구멍에 있는 모든 것을 다 긁어내야 했으니.
주름진 내벽을 쓸어내다가, 그 예쁘기만 했던 분홍빛 속살이 빨갛게 핏빛으로 변해 있는 모습에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악, 아파.”
잠결에도 아픔을 느끼는 그녀가 크게 몸을 움찔거렸다.
“레일라! 너도 싫을 테지. 그러니 이 오라버니가 네게 마법을 걸어줄게.”
살생 마법만 할 줄 아는 스타멘 가문의 피의 마법.
죽이는 쪽에 특화된 집안답게 죽이긴 쉬운데, 이런 마법은 처음이었다.
잘될까 싶었지만,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배에 손을 올리고 서서히 마력을 집중해서 흘려보냈다.
“으윽. 아… 아파.”
울컥하고 레일라의 입에서 핏덩어리가 쏟아져 나왔지만, 멈추지 않고 자궁 깊이 마력을 흘려보냈다.
“어쩌면 평생 네가 아이를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이럴 수밖에 없어. 네 처음은 내가 아니었지만, 네 마지막은 나! 이 둘째 오라버니고… 네가 가질 수 있는 것도 내 아이뿐이니.”
그녀의 몸을 씻어주고 나서 다시 손을 내려 레일라의 갈라진 틈 사이를 매만지자 구멍이 내 손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