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몸 안의 짐승이 울부짖었다. 어서 빨리 먹으라고.
저 정점을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어 삼켜 버리라고 계속 속살거렸다.
“후우. 미치겠네.”
끈적하게 붙어있는 은빛의 긴 머리카락을 놓으며 욕정을 가까스로 가라앉혔다.
10년을 기다렸으니, 몇 시간 더 기다린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래, 네 방으로 가. 대신… 잘 자라는 인사는 하고 가야지. 그렇지 내 예쁜 동생아?”
오늘 내가 받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이니 이제 물러설 때였다.
레일라가 얼굴의 표정을 서서히 지우며 결심으로 굳어졌다.
그런 눈빛이 얼마나 자극적인지 그녀는 알지 못할 것이다.
“네.”
그녀가 서서히 다가왔다.
입술이 아닌 볼을 향해 다가오는 입술 끝이 바들거리며 떨어대는 모습도 색정적이었다.
일그러진 눈을 질끈 감춘 채 볼로 다가오는 분홍빛 조그만 입술을 향해 얼굴을 살짝 틀어 다가오는 입술의 방향과 맞췄다.
촉하고 떨어지는 입술을 따라가 나도 모르게 핏기없이 떨리는 분홍빛 입술을 입안 가득 베어 물었다.
이 분홍빛 작은 입술을 물어뜯어 삼키면 이 갈증이 좀 해소될까?
“오…오라버니. 이…이건.”
잇새 사이로 말과 함께 섞여든 숨이 흘러들어오지 않았다면, 정말로 물어뜯었을지도 모르겠다.
짙게 가라앉은 탁한 눈으로 맑은 보석 같은 눈을 보다가, 다시 한번 입을 크게 벌리고 작은 입술을 크게 물었다.
레일라의 말이라도 입술 안으로 먹어야 멈출 것 같았기에.
흠칫—
놀라서 파드득 떠는 모습이 마치 날기 위해 바둥거리는 새로 보였다.
팔이 날개가 되어서 날아가 버릴지도 모르겠다.
‘그건 절대 안 되지.’
팔을 부러트리고 싶은 욕구와 입술을 뜯어 먹어 버리고 싶은 욕망을 가까스로 눌러 내렸다.
“…가봐, 네 방에. 잘 자, 나만의 예쁜 동생아.”
‘멀리는 가지 마. 쫓아가면 힘들거든. 내가 아닌 네가.’
레일라는 나만의 동생이었다.
내 것! 아무에게도 줄 수도, 나눠 줄 수도 없는 나만의 것.
피를 나눈 형제라도 안될 말이었다.
생각만으로 뿌듯해지는 심장을 느꼈는지, 페니스의 귀두가 꿀렁거리며 탁한 액을 뱉어냈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는 귀두를 손끝으로 말아쥐었다.
* * *
드디어 가라는 허락이 떨어졌다.
욕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없는 손길로 물을 휘저었다.
아무리 저어도 덜덜 떨리는 손과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엉덩이를 들고 손을 양옆으로 뻗어 짚었다.
바닥이라도 짚으며 몸을 일으키려고 바둥거리며.
손끝에 걸린 딱딱하고 오돌토돌한 긴 것이 잡으려는 손길을 자꾸 비틀리며 부드럽게 밀어냈다.
느낌이……!
‘이건 뭔가?’
당황한 눈을 내려 손을 본 순간.
“이런, 미친.”
서둘러 손을 떼고, 힘이 들어가지 않은 다리에 억지로 힘을 줬다.
이럴 때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이 너무 싫었다.
들어오기 전부터 부풀어 있는 중심이 조금도 죽지 않은 채, 아니 들어올 때보다 더 부풀어 있었다.
“나보고 하는 소리야? 네가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다니. 그렇게 내 것이 좋아? 넌 모르겠지만, 내 모든 건 네 거야. 동생아. 너무 좋다.”
‘네가 내 것인 것처럼.’
물까지 합세해서 자꾸 잡아 끌어당기는 힘을 이겨내고 기듯이 욕조 밖으로 나왔다.
“내 예쁜 동생아. 더 만지고 가. 그러면 잠이 잘 올 텐데.”
“죄송해요, 오라버니. 정말… 실수였어요. 용서해 주세요.”
속절없이 몸이 떨렸다.
“아니, 그럴 거 없어. 나도 진심이니까. 가봐. 내가 말 안 했어? 이미 10년 전에 네가 날 잡은 순간 내 모든 건 네 것이니 얼마든지.”
그래, 얼마든지 네 마음대로 만져도 된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드레스를 두고 물먹은 슈미즈만 입은 채 질질 끄는 걸음으로 욕실을 빠져나왔다.
차가운 욕실 바닥이 잡아끌어 당겨 걷는 걸음을 힘들게 했다.
무거운 걸음 끝자락마다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자국을 남겼다.
끊임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만들며 오라버니의 방을 지나 쪽문을 열었다.
드디어 나만의 공간에 들어온 순간, 문을 닫고 작은 쪽문에 기대어 그대로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도저히 침대까지… 아니, 옷을 갈아입을 힘조차 없었기에.
하얀 대리석 바닥에 슈미즈에서 점점이 흘러나온 물로 인해 얼룩이 만들어졌다.
그 얼룩이 마치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희망처럼 보여, 들리지 않은 손을 들어 바닥에 퍼지는 물을 쓸어모아 다시 슈미즈에 묻혔다.
“아… 안돼!”
쓱쓱 거리며 아무리 손으로 모아 보려고 했지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양이 더 많았다.
잡히지 않고 흘러나가는 물이 내 희망처럼 보여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이게 뭐야! 손에 모으려고 했지, 눈에 모이라고 한 건 아닌데. 여기서 도망가고 싶다.’
몸에서 빠져나가는 양과 손에 잡아 오는 물의 차이가 너무 커서 결국 포기하고 축축한 양손을 들어 얼굴을 묻었다.
“아…아…아.”
숨죽인 울음소리.
터져 나온 이슬 조각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물과 함께 서서히 밖으로 새어 나갔다.
지금까지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었던 건, 빙의 전 기억이 아니면 힘들었을 것이다.
‘내일 나는 이 스타멘 공작가에서 어떻게든 도망가야 해.’
내가 그에게 잡아 먹히기 전에.
손과 발을 이용해 차디찬 대리석 바닥을 기었다.
여전히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기에.
천천히 침대로 기어가 그대로 이불 속을 파고들었다.
더는 내게 무리였다.
정신이 까무룩 멀어지고 얼마나 지났을까.
“아가씨, 아가씨! 일어나세요. 아가씨.”
“으음. 에렌?”
“네, 저예요. 아가씨. 괜찮으세요. 어디 아프신가요? 침대가 온통 젖어 있어요. 땀을 이 정도로 흘릴 정도면…. 어떡해요. 많이 아프신 거죠?”
차마 옷이 젖은 상태로 잠들었단 말은 할 수 없었다.
물론 이 공작가 저택의 모든 사용인은 내가 오라버니의 목욕시중을 드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거기에 대해 입을 열지는 않았다.
말을 뱉는 순간 목숨을 담보로 걸어야 할 테니.
“…감기인가 봐. 몸이 춥더라고.”
“오늘 아가씨 성년식인데. 그럼…….”
에렌의 말끝에서 울음이 묻어났다.
“아냐. 자고 일어났더니 괜찮아. 큰 오라버니가 공들여 준비해 준 성년식이니 당연히 아파도 가야지. 준비해줘.”
유일하게 이 저택에서 내게 경멸의 눈길을 보내지 않은 하나뿐인 시녀였다. 그녀에게 걱정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불을 제치는 손조차 축축함에 끈적거렸다.
“목욕물은?”
“욕실에 받아 놨어요.”
“여기 좀 정리해줘. 난 먼저 욕실에 가 있을게.”
공손하게 대답하는 에렌을 뒤로하고 욕실로 향했다.
혹시라도 오라버니가 내 방에 올까 싶어 걱정했는데… 안도의 숨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나는 오늘… 오늘…. 어쩌면 둘째 오라버니에게 잡아 먹힐 것이다. 그 전에….’
이미 10년 전에 예정된 일이었으니.
욕조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았다.
모든 생각을 털어내려 다리를 길게 뻗으며 그대로 욕조에 누웠다.
몸 전체가 물에 잠겨 숨이 막혀왔지만, 생각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아가씨! 맙소사. 아가씨.”
“후… 콜록. 콜록. 난 괜찮아.”
“…정말로요?”
에렌의 걱정하는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일단 씻자. 씻고 오라버니가 데리러 올 때까지 준비해야지.”
에렌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성년식 준비를 서둘렀다.
평소 하지 않은 진한 화장.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을 땋아 촘촘히 하나하나 올린 모습.
성년식을 위해 미리 준비해 놓은 보석이 잔뜩 달린 화려한 드레스를 입었다.
“에렌, 머리 장식은 무거우니까 간단히만 해줘. 오늘 몸이 좋지 않아. 그러니 무거운 건 싫어.”
“하지만, 공작님께서 준비해 주신 건요? 공작님께서 아가씨에게 꼭 하라 하셨어요.”
공작인 큰 오라버니의 명이라… 거역할 수 없었다.
“…그럼 큰 오라버니가 사주신 거 달아줘.”
오라버니를 기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눈치를 보고 살아온 몸이 착실하게 명에 따라야 하기도 했고.
무관심한 큰 오라버니 뜻을 거슬러 관심받고 싶지 않기도 했다.
둘째 오라버니 무게에 큰 오라버니의 무게가 더해지면.
“으으…진짜 싫다.”
생각만으로도 골치가 아파져 와 눈을 질끈 감았다.
준비한 머리 장식을 마지막에 달고 전신이 비추는 거울 앞에 서서 점검했다.
“공녀님, 너무 아름다우셔요. 제가 지금까지 본 모습 중에 가장 아름다우셔요. 헤헤헤. 하긴… 공녀님께서 아름답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요.”
“…고마워.”
푸른빛이 도는 은발에 맞춰 상아색의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눈을 감자 보라색의 신비로운 눈동자가 속눈썹 사이로 사라지는 모습이 그대로 거울에 비쳐 따라 왔다.
“아름답구나, 레일라. 정말 아름다워.”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어깨가 흠칫거렸다.
언제 왔는지 방문을 잡고 서 있는 큰 오라버니가 보였다. 눈동자 반에 걸친 눈을 들어 올리며 그를 향해 천천히 돌아섰다.
스타멘 공작가의 첫째 케이드란.
현 스타멘 공작가의 가주이자 공작.
나의 첫 번째 오라버니가 둘째 오라버니보다 진한 붉은 눈을 들어 전신을 훑어 내렸다.
두 오라버니 모두 붉은 눈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빛을 담고 있는 눈이었다.
“오라버니도 멋지세요.”
성년식에 맞춰 입은 그의 옷은 나와 같은 상아색이 옷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큰 키에 조각 같은 얼굴이 완벽하게 옷을 몸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완벽한 하나의 조각상.
‘아니, 두 개의 완벽한 조각상이었다.’
“오라버니… 아니, 공작님도…….”
말을 다 뱉기도 전에 손이 턱하고 잡혔다.
“레일라, 그러지 마. 나는 너의 영원한 오라버니야. 그러니 공작님이라 부르지 마. 다시 한번 그렇게 부르면…….”
‘부르면? 그러면 어찌 되는데요?’
그의 커다란 손이 양쪽 어깨로 파고들며 그가 가까이 다가왔다.
숨이 느껴지는 거리에 똑바로 마주 보기 좋은 만큼.
큰 오라버니의 붉은 눈이 검은색 쪽으로 물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물음을 씹어 삼켰다.
위험 신호.
내려보는 눈길이 서늘하면서도 잡아먹을 듯 뜨거웠다.
“네. 오라버니.”
얌전히 대답하는 모습이 맘에 든 그가 정상적인 눈빛으로 돌아왔다.
두 발 뒤로 물러난 그가 나를 훑어 내렸다.
눈빛이… 마치 잡아먹기 직전인 짐승의 진듯함이 느껴졌다.
“비켜! 당장.”
눈앞의 큰 오라버니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타난 둘째 오라버니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으응?’
의문을 느낄 사이도 없었다.
둘째 오라버니의 뒤에서 뻗어 나온 손이 그의 손을 덥석 잡았기에.
“손 치워. 칼라엘. 네가 건방 떨 수 있는 건 어제부로 끝났다. 레일라는 네 소유물이 아니야. 명심해. 칼레엘.”
순식간에 둘 사이에 알 수 없는 냉기가 흘러나와 순식간에 방을 얼렸다.
“그런데 형님! 레일라는 내 건데. 왜 그러십니까?”
말에 답하지 않은 그가 어깨를 잡은 둘째 오라버니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뜯어냈다.
자국이 없는 자리를 손으로 털어내기까지 했다.
손가락 끝에 스치는 살이 아팠다.
그의 손끝에서 진득하게 묻어나는 집착으로 인해.
‘도대체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
그동안 내게 별다른 말조차 없던 큰 오라버니의 태도에 속눈썹이 심하게 떨었다.
“레일라는 오늘 나와 함께 입장한다. 칼라엘.”
“내 허락 없이? 형님이?”
그의 입가에 진한 비소가 걸렸다.
“가…같이. 우리 셋뿐이잖아요. 그러니 같이 입장해요. 그러면 안 될까요?”
이제 공작가에 남은 사람은 큰 오라버니와 둘째 오라버니… 그리고 나, 이렇게 셋뿐이었다.
5년 전, 공작 부부가 갑자기 죽임을 당했기에.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죽음.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이 하나도 없었다.
불안한 손끝을 몇 번 말아쥘 때야 둘째 오라버니보다 더 낮은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그러자. 물론 내키진 않지만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입지가 어려운 레일라의 성년식에 내가 에스코트를 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설 자리가 없을 테니.”
큰 오라버니의 말에 둘째 오라버니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그들 사이로 끼어들어 양쪽으로 팔을 잡았다.
내 팔의 떨림이 제발 그들에게 전달되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 공작가의 행복한 영애로 기억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