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60)

2화.

차가운 손이 주는 서늘함에 가녀린 몸이 앞뒤로 출렁거렸다.

짓씹은 입술 사이로 떨리는 음성이 터져 나왔다.

“오…오라버니.”

“내가 다 닦으라고 했을 텐데.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닦지 않았잖아.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가르쳤어? 네 머리가 그따위야! 그 정도로 네가 머리가 나쁜 애가 아닌 거로 아는데. 닦아! 당장!”

손을 뻗으려 했다.

생각을 멈춘 머리가 오라버니에게 잡힌 손만 멍청히 응시한 걸 어떻게든.

‘움직이자. 움직여.’

그가 먼저 움직였다.

내 손을 감싼 커다란 손이 물속을 빠르게 가르고 그의 중심을 향해 가자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전혀 빠르지 않은 움직임.

세세히 느껴지는 오돌토돌한 그의 중심이 선명했다.

한 손처럼 뭉쳐진 손길에 점점 더 크기를 부풀려 팽창하고 있었다.

내 팔보다 더 굵은 페니스가 더는 커질 수 없는 크기까지 커지자 그가 짐승의 울음소리를 뱉어냈다.

* * *

칼라엘은 한참을 기분 좋게 느끼고 있었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내일이지? 네 성년식이? 네가 이곳에 온 지 딱 10년째가 되는. 그리 오래 버틸지 몰랐는데… 아주 잘 버텼어. 대견해. 내일은 네게 상을 줄게. 연회 준비는 형님이 했겠지.”

“네, 큰 오라버니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10년 동안 두 번이나 눈을 마주친 인간을 살려두었다.

레일라! 내 하나뿐인 아름다운 동생아.

‘넌 알까? 내가 지금까지 어떤 심정으로 너를 기다렸는지. 아마 너는 모르겠지.’

지금도 네 순진한 눈을 보면서 끓어오르는 욕정을 겨우 눌러 내리고 있는데.

그동안 10년을 기다렸는데… 이깟 하루쯤이야.

내일… 내일 너를 꺾을 것이다.

그걸 위해 지난 10년을 기다려 왔다. 내 아름다운 동생아!

긴 속눈썹이 떨리기 시작하자 순간적으로 참지 못하고 예쁜 동생에게 소리 없이 빠르게 다가가고 말았다.

겨우 꾹꾹 눌러 놓은… 너무 누른 나머지 마음속에서 썩어가던 것들이 순간적으로 통제를 벗어나 치솟아 올랐다.

* * *

물속에서 빠른 속도로 움직인 칼라엘 오라버니가 어느새 내 바로 앞에 다가와 물에 흠뻑 젖은 속옷을 벗겨 내렸다.

“오…오라버니… 이건. 이건. 제발. 하지 말아 주세요.”

떨리는 손길을 들어 올려 힘없이 밀쳐내려 애썼다.

“왜? 이 오라버니는 네가 젖은 옷을 벗기 힘들까 봐 벗겨 주려고 하는 건데. 너도 알다시피 내 목욕시중은 너밖에 들지 않고, 내 옷을 벗겨 주는 것도 너뿐인데. 나도 한 번 해주려고.”

‘차라리 나뿐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어떻게든 밀어내려 했지만, 힘없이 벗겨지는 옷자락이 떨어져 나갔다. 숲을 가린 아래 작은 속옷을 뺀 채.

“정말 아름답게 자랐구나. 기다린 보람이 있어 뿌듯해. 오래 기다렸어. 다른 무엇도 개의치 않던 내가 그동안 너 하나만 바라보고 있었단 건 너도 알잖아? 내 예쁜 동생아. 내가 얼마나 네 성년식을 기다렸는지 알아?”

삶의 의미조차 없던 내가.

왜 기다리냐는 말이 목구멍을 뚫고 나오지 못했다.

느긋하지만 한 치의 망설임이 움직이는 손만 굳은 몸으로 응시할 뿐이었다.

오라버니의 눈이 내 몸에 박혀 있는 것만 아니라면… 움직일 수 있을까?!

느긋하게 샅샅이 눈에 담아 쓸어내리는 불꽃이 이는 눈길에 태워질 거 같았다.

“정말 아름답다. 정말 아름다워.”

오라버니의 날 것의 시선이 박혀 들었다. 겨우 가린 작은 천 쪼라기 하나 있는 곳을 뺀 몸 구석구석 하나하나에.

하나도 남김없이 샅샅이 훑어 내리는 눈에 새기는 시선으로.

그 시선이 지나간 자리마다 살이 인두에 지져진 것 같았다.

10년 동안 오라버니의 목욕 시중을 들었지만, 그 앞에서 맨몸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내게 손을 댄 적은 없었다.

그래서 어쩌면… 이런 전개는 아닐 거라 안심이라도 했던 걸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왜 그의 목욕시중을 들어야 하는 걸까?’

의식의 흐름이 이곳에 처음 빙의했던 곳으로 돌아갔다.

8살에 빙의해서 보육원에 있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하루하루 배고픔으로 먹는 걸 찾아 몸을 사려야 했기에.

유레안 제국에서 최고의 권력자라는 스타멘 공작가에서 보육원에 와서 여자아이를 찾아왔을 때도….

행운의 입양아가 내가 된 것도 전부 내 뜻이 아니었다.

뒤에서 밀친 남자아이의 장난으로 넘어지기 직전에 생명줄로 껴안은 몸이 지금의 둘째 오라버니인 것도.

오라버니의 몸이 다른 모든 사람을 거부하게 된 것도.

그의 놀란 빨간 핏빛 눈이 내 얼굴에 정확히 꽂힌 것도.

[배부르게 먹고 예쁜 옷을 입을 거다.]

배고픔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무작정 손을 잡고 들어온 곳이었다. 들어 온 곳에서 공작가의 차남인 칼라엘의 바로 옆방에 배정받은 것도 내 뜻이 아니었다.

그의 방과 내 방이 쪽문을 사이에 두고 오갈 수 있는 것도 내 뜻이 아니었다. 여기 이곳 스타멘 공작가에 내 뜻은 하나도 없었다.

내일이면 20살의 성인이 되고, 이미 2년 전에 성인이 지난 오라버니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내일 성년의 날.

나는 스타멘 공작가의 행복한 영애, 레일라 스타멘으로 다른 귀족들 앞에 처음으로 인사를 하게 될 것이다.

스타멘 공작가에 입양된 행복한 공녀, 행복한 영애! 레일라 스타멘.

그것이 지금의 나였다.

생각에 빠진 내 몸에 그의 굵고 긴 손가락이 가슴을 살짝 스치는 건 실수였을까?

“이리 와. 이리 와서 등 뒤로 나한테 기대고 있어. 네가 자꾸 떨어대니 이 오라버니가 그냥 있을 수가 없네. 오늘은 그렇게 네가 나에게 기대고 있으면 되는 거야. 그러니… 내 앞으로 와. 지금 당장.”

너 때문이라니까요.

목구멍을 넘어오려는 말을 씹어 삼켜 눌러 내렸다.

공작가에서 오라버니의 말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아… 단, 한사람.

이 스타멘 공작가의 가주이자 공작인 케이드란 공작.

나의 첫 번째 오라버니, 그 사람 외에 아무도 그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가야 해.’

팔을 뻗을 거리를 기어 오라버니 가슴에 등을 맞대고 접은 다리를 길게 겹쳐 뻗었다.

등 뒤로 지분거리는 차가운 손이 몸을 바로 잡고, 또다시 담백하게 떨어져 나갔다.

떨어지지 않는 몸은 더 가까이 붙인 채 손만.

그는 내 의미 없는 바르작거림을 즐겁게 감상했다.

움직임이 심해질수록 툭 튀어나와 있는 가슴의 정점이 떨어대는 곳에 시선을 고정한 채.

“가슴이 예쁘네. 그동안 상상 속에서 생각했던 것과 달라. 그 예쁜 걸 이제야 처음 보다니.”

참기 힘든 먹고 싶은 욕구가 선명하게 보이는 눈이었다.

그가 아쉬움에 입안의 타액만 빨아 삼켰다.

입으로 직접 빨 수 없으니 눈만으로 가슴 전체를 물고 빨고 핥아대는 것처럼.

그의 눈길이 가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시선을 느낄수록 가슴의 유두가 형체를 부풀리고 딱딱해졌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오라버니의 한숨 같은 숨이 귓속으로 진득거리며 파고들었다.

‘참아야 해.’

그의 뜻을 거스르면 지금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었으니 참아야 했다.

단순히 잡아 먹히는 문제가 아니라, 목숨이 위험할 수 있었다. 오라버니는 죽이지 않겠다고 했지만, 나는 매번 그에게 죽는 악몽을 꿨다.

책에 빙의한 이곳은 ‘황제의 붉은 숨’이라는 피폐 소설 속이니까.

둘째 오라버니인 칼라엘과 황제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곳. 그 둘의 사랑이 이뤄지는 결정적 역할이 바로 내가 빙의한 레일라였기에.

스타멘 공작가에서 입양한 행복한 공녀.

레일라를 황제에게 주고 자기 사랑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제거해 버리는 사람이 바로 칼라엘이다.

‘그는 왜 이럴까?’

이미 황제에게 마음이 향해 있어야 할 오라버니가 이상했다.

황제의 붉은 숨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오라버니는 이미 황제의 손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과연 무엇이 잘못된 걸까?’

탁한 한숨이 나도 모르게 뱉어져 나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웬 한숨이지? 내가 못마땅한가? 내 예쁜 동생아.”

“아니에요. 그런 거.”

내용에서 벗어나 여자에게도 세우기 시작했기에 이제는 알 수도 짐작할 수도 없었다.

지금 가장 걱정되는 건.

엉덩이를 뚫고 들어올 듯 껄떡대고 파고드는 그의 페니스였다.

한껏 팽창한 페니스의 크기에 엉덩이가 들리며 밀렸다.

“으응. 응.”

귀에 바짝 붙인 입에서 목을 긁는 신음이 뱉어져 나왔다.

치워줬으면 하는 말이 결국 입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입안에서 흐트러졌다.

위아래에서 동시에 느껴지는 감각은 내가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머릿속이 더 멍해졌다.

“왜 그래?”

귀에 바로 꽂히는 나긋한 음성에 허리가 위로 튀어 올랐다.

“오… 오라버니, 이제 일어나서 가…가야겠어요. 가게 해주세요.”

가겠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왜 떨어? 떠는 이유가 뭔데? 으응?”

물음이 아닌 앓는 신음으로 들렸다.

그의 아무렇지 않은 태도를 보면 이 상황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나뿐이었다.

그는 분명 내 둘째 오라버니였고, 나는 그의 공식적인 동생이었다.

둘 다 벌거벗은 채 욕실에서 등을 맞대고 있는 건 이상했다.

방에 돌아가서 침대에 몸을 눕히고 빨리 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피곤해서 자고 싶어요. 방에 가고 싶어요. 쉬게 해주세요. 오라버니.”

“그래? 나는 보내주고 싶지 않은데. 진짜 가려고? 아니면 이 오라버니 침대에서 재워 주도록 할까. 그렇게 피곤하다면 말이야. 네 몸에 손대지는 않을게.”

끈적거리는 음성과는 반대로 가볍게 나온 말이 더 겁먹게 한다.

“아뇨, 제 침대에서 자고 싶어요. 제발요. 가게 해주세요.”

그는 자신의 명령을 듣지 않은 걸 무척이나 싫어했다.

허락 없이 그냥 가는 것도 마찬가지였고.

내가 이곳에서 나가려면 그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지난 10년. 생각과 몸의 소유권은 그에게 있었다.

귀를 간지럽히던 오라버니의 얼굴이 조금 떨어져 나갔다.

무표정한 강렬한 시선은 그대로 박힌 채.

* * *

‘귀여운 것.’

엉덩이 사이로 들이밀어 대는 감촉을 느끼면서도 레일라는 끝내 달뜬 표정 하나 내비치지 않았다.

내 시선을 느꼈을 법한데도, 꿋꿋이 앞을 향하는 레일라의 옆얼굴에서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한 건 나뿐이었다.

‘너는 왜 이렇게 겁이 없는 거야?’

겁 없는 모습이 더 꼴리게 했다.

물에 젖은 레일라의 푸른빛이 깃든 은발을 쓰다듬다가 살짝 잡아 입술을 내렸다. 질척하게 묻은 입술 사이로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후우.

욕조에서 나는 것인지, 레일라에게서 나는 것인지 모를 향이 바로 심장으로 파고들어 저릿했다.

빌어먹을 심장이 유일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예쁜 동생 레일라 하나였다.

사람의 힘없는 목을 꺾을 때조차도 반응 없는 심장이.

레일라 외에 다른 모든 것이 다 무의미할 뿐이었다.

제기랄.

레일라의 머리카락 사이로 짓씹어 뱉은 욕에 한숨이 스며들었다.

“레일라. 레일라.”

은빛 사이로 다시 각인시키듯 이름을 불어 넣었다.

흠칫거리는 레일라를 보고 가학심에 심장이 아파졌다.

‘레일라! 너는 그때 내 허리를 잡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그게 다른 이였다면 그 자리에서 죽여 버렸겠지만 말이다. 네가 잡는 순간, 넌 내 것이야.’

머리카락의 향에 취해 몇 번이나 숨을 들이마셨다.

“사랑스러운 나의 레일라.”

레일라의 옆얼굴에서 시선을 미끄러트리자 높이 솟은 가슴의 정점이 어서 먹어 달라고 앙증맞게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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