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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12/12)

Epilogue

비셴의 새 왕조는 삼일천하를 누리고 무너졌다.

여왕 안젤리나의 장자 미겔 체이스필드는 옥좌를 거절함으로써 양국의 호감을 샀다. 공국은 고국의 혈통을 유지 계승할 수 있어서 안도하였고, 제국은 적대적인 관계의 천재가 인접국의 왕이 되는 불운을 피했다. 이 또한 모두 계산한 바였다. 애초에 왕위를 돌려주겠다는 약조로 비셴을 원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아, 미겔 체이스필드 후작은 또한 다스리는 영지의 신망을 얻었다. 오랫동안 국경을 수호하고 변경을 다스렸던 가문이 외국으로 넘어갈까 봐 조마조마했던 영지민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6년 전 추기경의 난.

선친 콘라드 후작의 죽음과 그의 가짜 신부를 둘러싼 음모와 계략이 동북부를 발칵 뒤집었었다. 체이스필드 형제의 큰아버지, 드레이크 추기경은 동생 콘라드가 죽자 조카들을 제거하고 그 땅을 뺏고자 했다. 하여 황손의 출생 비밀을 은폐하고 왕좌를 모독하였으며, 더 나아가 말도 안 되는 누명을 뒤집어씌워 그들을 해치려고 들었다. 그러나 다행히 왕의 시해는 실패로 돌아갔다. 드레이크는 내란을 일으킨 죄인으로서 목이 잘렸다. 마침내 평화였다.

전화위복이었다.

수도 궁정의 신임을 회복한 젊은 후작은 우방 세력을 튼튼히 도모하였다. 해적들과 사막의 약탈자까지도 납작 엎드릴 만큼 오르칸의 변경은 전에 없는 태평성대를 누리게 되었다. 이에는, 근해의 기름진 섬 랭체스터의 대공 휴고 체이스필드의 공이 컸다. 무쇠 도끼의 기사. 밤처럼 짙은 사내는 형제에게서 변경백 직위를 건네받아 그 땅을 수호하였다. 뛰어난 알파인 그는 가공할 무력과 냉혹한 군사 판결로 군대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들 형제에게 씌워졌던 누명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근친상간의 패륜 죄.

어머니를 범하여 짝을 맺고 그녀를 임신시키기까지 했다고.

하지만 밝혀지기로는, 그녀는 그들의 어머니가 아니었다. 그러니 누명은 벗겨졌고 남은 것은 형제가 한 여자를 탐했다는 문란함뿐이었다. 대수롭지 않았다. 알파와 오메가 아닌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여인, 올가가 형제를 보호하다 드레이크의 독에 당해 스러졌기 때문이다. 가짜 어머니 역할을 맡았지만, 그녀의 모성애는 참되었다. 하여 침이 마르도록 그녀를 욕했던 이들이 거짓말처럼 그녀를 애도하고 칭송하기 시작했다. 마더 올가.

연인을 잃은 형제는 비통해하였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아우렌시아.

후작과 대공 형제에게 금목서란 이름의 새로운 연인이 생겼다. 새어머니를 연상시키는, 붉은 머리에 헤이즐넛 눈동자를 지닌 여인이라고 했다. 어찌나 싸고돌며 사랑하고 보호하는지, 그녀의 손끝 발끝 한번 보았다는 목격자가 없었다. 전용 화원의 별저에서 은둔하는 여인. 금목서 화원의 여자. 그녀가 체이스필드 저택에 나타난 지 단 몇 달 만에 칭얼거리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태한 기간이 너무 짧았으나, 저택의 고용인들은 모두가 이 비밀 아닌 비밀을 모른 척하였다.

“아, 아읏… 으.”

올가 아우렌시아 체이스필드 후작 부인이자 대공 부인.

신분을 세탁하고 무덤에서 살아 돌아온 그녀는 첫해에 장남을 생산했고, 3년째에 차남을 낳았다. 그리고 6년째인 현재 세 번째 아이를 배고 있었다. 이미 만삭이었다.

“아… 하아!”

양수가 꽉 차서 커다랗게 부른 배를 안고 섹스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신의 농간이었다. 어째서 임신한 오메가도 발정기를 피해 갈 수 없는 건지. 특히나 짝을 가진 오메가는 억제제가 듣지 않는 체질로 변해 더욱 힘들었다. 조절할 수도, 예방할 수도 없는 히트에 홀려 덩달아 러트에 빠지고 마는 남편들도 고생이었다.

“힘듭니까.”

“당연히… 하아.”

“그럼 뒤에 넣는 게 어떤가요. 후윽.”

“안 돼. 앞이 좋아요. 앞을 꽉 채워 줘야 만족돼. 아, 거기. 거기를…….”

“하…….”

6년을 매일같이 안은 몸인데 매일 새롭게 관능적이다.

휴고는 주저앉으려는 올가의 살찐 엉덩이를 힘주어 붙잡았다. 손가락 사이로 통통한 살집이 음란하게 튀어나왔다. 그는 신중하게 페니스를 아래에서 위로 찔러 올렸다. 언젠가 그녀가 묘사했듯이, 검은 말뚝이 여체의 중심을 쑤시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자제력이 강한 말뚝이다.

임신 중 거친 섹스는 염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컸으므로, 그는 페니스 절반만 쑤셔도 곧잘 닿는 자궁을 건드리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썼다. 더군다나 임신 후기였다. 태아와 양수의 무게로 자궁이 한참 내려와 있지 않은가. 눅눅한 질이 너무 짧아져서 큼직한 귀두를 비집어 넣고 입구 언저리 살 벽을 긁어 주는 게 고작이었다. 그것마저 좋다고, 빵빵하게 부푼 배를 휴고의 복근에 얹고 그 위에 쪼그려 앉은 올가는 콧잔등이며 귓불 따위가 잔뜩 붉어져서 학학거렸다.

내 아이를 배고 음탕하게 섹스를 조르는 임산부.

그 모습을 문장으로 새삼 자각하자마자 아랫도리가 욱신욱신했다. 정도를 가늠하여 절제하여 쑤시느라 금욕적인 이마가 땀에 흠뻑 젖었다. 잠시 이성을 잃은 휴고는 저도 모르게 억세게 허리를 띄우고 말았다. 꽉 물려 있던 질 주름이 위로 쓸리고, 주름 사이사이 엉긴 정액 덩어리를 긁으며 깊숙이 쑤셔진 페니스 선단이 자궁 경부를 처박고 그 뒤쪽으로 미끄러졌다.

“아……!”

한순간에 와락 조임이 심해졌다. 쫀득한 속살 애무에 이 악문 연하 남편이 서둘러 아내를 들어 올렸다. 질구 점막을 당기며 음경을 길게 뽑아낸다. 체액 거품이 바글바글하게 묻은 귀두가 저리저리했다. 세게 짓친 자궁구가 전에 없이 묵직했다. 행여나 상처를 냈을까 봐 두려웠다.

“올가, 역시 이 체위는 부담스럽습니다.”

헐떡이는 아내를 바로 눕힌 휴고가 곧바로 그녀의 음부를 매만졌다. 굵다란 게 쑤석거리다 막 빠져나온 터라 물기 범람한 질구가 헐거웠다. 자잘하게 떨리는 속살을 비집고 중지를 쑥 밀어 넣었다. 배꼽 아래까지 내려온 경부가 손끝에 닿았다. 그 말랑말랑한 아기집 입구를 부드럽게 덧그리고 손가락을 빼내어 확인하자 다행히 피가 묻지는 않았다.

“역시 뒤로.”

“싫어…….”

“아니면 넣지 않고도 할 수 있으니까요. 음핵 섹스라든가.”

외음부 덩잇살에 음경을 끼우고 물소리 나게 비비면서 귀두구에 클리토리스를 끼우거나, 석류 알갱이처럼 앙증맞은 감각의 결정체를 한없이 빨아 주는 행위였다. 주로 올가가 달거리를 할 때 대체 섹스를 제안한 휴고가, 발정이 나서 애가 타는 아내를 입맞춤으로 달래었다.

“아니면 겨드랑이에 쑤셔 드릴까요. 좋아하시잖습니까. 아니면 젖꼭지를 제 구멍에 끼워 드릴까요.”

오랫동안 물고 빨려 크게 발달한 데다가 임신의 여파로 더욱 유선이 발달한 젖꼭지를 벌름거리는 귀두구에 끼웠다 빼는 섹스는 시각적으로 강렬한 맛이 있었다. 아닌 척 올가가 좋아하는 행위였다. 하여 미겔과 휴고는 양쪽 커다란 젖에 제각각 선단을 묻고 유륜이 깊이 함몰되도록 자주 쑤셔 주곤 했다.

“싫어요…….”

“올가. 부인.”

“제대로 넣어 줘요. 안이 간지러워. 제발.”

“하아.”

어쩔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휴고 역시 발정이 난 상태였다. 날카롭게 음낭을 쑤시는 정욕을 참기 힘들었다. 심하게 대하고 싶다. 울리고 싶다. 내 이름을 목이 쉬도록 외치게 하고 싶다. 가학적인 욕구가 끓어올랐다. 그러나 참을 수밖에. 대신 건장한 기사는 올가의 양 손목을 침상에 강하게 내리눌러 그녀를 구속했다. 임신선이 도드라진 커다란 배와, 제법 단단하게 살이 오른 젖의 색 짙어진 젖멍울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사정감이 치밀어 올랐다.

내 첫사랑. 내 여자. 내 짝. 내 아내. 내, 오메가. 한때는, 나의 어머니였던.

지나친 정복욕과 소유욕이 등줄기를 내달린다. 그는 부푼 배를 압박하지 않는 선에서 아내와 혀를 섞으며 분주하게 질구를 쑤석거렸다. 찌걱, 찌걱, 찌걱. 다소 뻑뻑하게 드나들던 소리가 이내 질컥, 질컥, 질컥. 흠뻑 물 먹어 흥건하게 변했다. 임신한 그녀는 방광이 짓눌려 방사 중에 분비액을 지리는 일이 잦아졌다. 물론, 남편은 그 절제 없는 모습에 한층 더 가열하게 흥분했다.

“아, 휴고……!”

깍지 낀 손가락이 강하게 얽히며 부딪친 반지들이 금속성 마찰음을 냈다.

그 순간 올가는 어렵게 절정에 달했다. 휴고의 귀두를 음부 점막으로 쥐어뜯으며 탈진했다. 뜨끈한 정액이 자궁구까지 쉼 없이 튀어 올랐으나 쏟아지는 잠을 이길 수는 없었다.

몇 분 뒤, 잠든 그녀의 속살에서 파정을 마친 휴고가 조심스럽게 몸을 뒤로 물렸다.

올가의 옆에 걸터앉아 지저분해진 페니스를 닦고 있을 때였다. 두 아이를 재우고 미겔이 돌아왔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셋째는 제발 딸이었으면 좋겠어.”

히트에 접어든 올가의 페로몬 향을 한껏 흡입하고는 서둘러 옷가지를 풀어 헤치고 넓은 침상으로 올라온다. 영지를 이끄는 후작이 된 그는 제법 관록이 붙은 남자가 되었다. 동시에 오르칸 궁정의 탕아라고 불리던 시절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해 여전히 미혹적이고 화려한 자였다.

“넣지 마.”

“왜?”

“자궁이 너무 내려왔어.”

“아아.”

미겔의 미간에 실망한 기색이 잠시 스쳤다.

“네놈도 가끔은 아이들과 놀아 주는 게 어때. 어쩐지 매번 나만 도맡아서 목마가 되는 것 같단 말이지.”

한창 전쟁놀이를 좋아할 나이대 아닌가. 초소에 출근하는 일이 잦은 휴고를 대신해, 자택 업무가 주된 미겔이 아이들의 군마가 되고는 했다. 엉덩이가 토실토실한 사내아이들을 등에 태우고 네 발로 엉금엉금 걷다가 와락 일어서면, 그런 아버지가 신나고 재밌어서 아이들은 헤이즐넛 눈동자를 반짝이며 꺄륵꺄륵 웃었다. 올가를 빼닮아 너무도 사랑스러운 형제였다.

“…아이들이 나를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그야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적어서 그렇지. 반성해.”

잠든 올가의 허벅지 깊이 페니스를 끼운 미겔이 형제를 비난했다. 그러다가 곧 흐드러진 살갗의 감촉에 호흡이 가빠졌다. 아내의 외음부가 나팔꽃처럼 활짝 열리고 그 사이 얄따란 점막을 뭉개며 선홍색 선단이 마구 오갔다. 미끌미끌하여 감촉이 아주 황홀하였다.

“으음.”

“깰 필요 없어요, 올가. 주무세요. 젖 마사지를 해 드릴 테니까요.”

유독 초유가 끈적끈적하여 아이를 낳고 나면 꼭 호되게 젖몸살을 앓는 그녀다. 첫째를 낳고 밤마다 가슴이 아파 우는 걸, 초보 남편이었던 시절엔 전전긍긍하며 애만 태웠었다. 그 뒤로는 임신 초기부터 꼭 젖을 마사지하여 유선이 뭉치지 않도록 특히 신경 쓰는 차였다.

이미 휴고와의 섹스로 젖물이 상당히 넘쳤다.

반들반들하게 젖은 가슴을 너르게 핥은 미겔이 적포도주처럼 색이 진한 젖꼭지를 꾹 짜 보았다. 불투명한 젖이 몽글몽글 솟았다. 맛을 보아하니 진하고 끈적끈적했다. 이번에도 젖몸살이 혹독하겠군. 안타까운 한숨을 지은 남편이 그녀의 젖을 등 뒤에서 껴안고 오래도록 주물러 주었다. 팔꿈치까지 흐른 젖을 핥는 것도 잊지 않았고 말이다.

그렇게 다정한 색사로 밤이 저물었다.

아침잠이 많은 미겔에게 안겨 올가가 눈을 떴을 때는, 가벼운 평상복 차림의 휴고가 일찌감치 일어나 아이들에게 줄 목검을 점검하고 있었다.

“나가자.”

그가 미겔의 허벅지를 거세게 걷어차 잠 깨웠다. 잠으로만 날리기엔 아까운 휴일이었다. 날씨도 아주 좋았고. 하여 부부는 아이들을 데리고 화원으로 약식 소풍을 나왔다.

“올가.”

찢어지게 하품한 미겔이 돗자리에 앉은 올가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왜요, 미겔.”

과묵한 아버지인 휴고가 어설프게 아이들에게 얻어맞고 있었다. 그 모습이 한 폭의 풍경화처럼 나른하다. 미겔은 은은한 미소를 띠고 그들을 바라보는 올가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녀는 간만에 앞판이 트인 드레스를 입었다. 오른쪽 위 가슴에 희미한 흉터가 남아 있었다.

남들보다 배는 상처가 많은 여인.

문득 마음이 먹먹하여 안구 뒤쪽이 뜨거워졌다.

미겔은 울음 섞인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잠시 뜸을 들였다가 입을 열었다.

“사랑합니다.”

귀에 인이 박힐 정도로 질리게 들은 고백.

올가는 아름다운 청안의 사내를 흘겨보았다.

그러고는 질리도록 반복한 대답을 해 주는 것이다.

“…미겔, 제게 대답을 들으시려면 이번 생은 틀렸어요.”

하나 뾰로통한 말투에 웃음기가 배어 거절의 진위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아름다운, 어느 가을.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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