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타락
완전한 자유.
무질서, 부도덕, 순수 악(惡).
아아, 숨통이 틔는 기분이군요.
목이 너무나 말랐다.
허물처럼 벗어 던진 옷가지 사이에서 알몸뚱이가 된 올가는 제 입 안을 유영하는 혀를 힘껏 당겨 빨았다. 식도로 넘어온 타액이 미지근하고 달았다. 그러나 바작바작 마르는 목을 축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모자라요… 흐윽……!”
말끝의 신음은 다름 아니라 젖을 강하게 틀어쥔 남자 때문이었다.
“그럼, 후우, 어떻게 해 드릴까요.”
날카로운 신음에 반응하여 그녀의 가슴을 게걸스럽게 빠는 소리가 멈추었다.
동생이 잇자국을 남긴 반대쪽 젖꼭지를 혀로 굴려 잘근잘근 씹던 미겔이 힘겹게 입을 뗐다. 그 역시 남김없이 벗은 육체였다. 꽉 짜인 복근 아래 심하게 발기한 성기가 비정상적으로 길었다.
다소 답답했던 까닭은 페니스의 껍질이 미처 다 벗겨지지 않아서였다. 직접 아래를 움켜쥔 그가 대수롭지 않게 표피에 손가락을 걸더니, 후비듯이 귀두를 벗겨 냈다. 벌겋고 단단한 속살이 드러났다. 개폐하는 귀두구에서 김이라도 뿜는 듯했다.
미겔은 선액으로 축축해진 첨단을 한 차례 문지르고는, 미끈미끈하게 젖은 손바닥으로 할딱이는 올가의 아랫배를 덮었다. 부드러운 살갗을 거슬러 올라와 완만하게 퍼진 젖을 주물러 자신의 냄새를 충분히 묻힌다. 시나브로 짐승의 본능이 깨어나고 있었다. 갯과의 야수처럼 이를 드러내 올가의 코끝을 깨문 그가, 입술과 입술이 접붙는 거리에서 으르렁거렸다.
“이 작은 입술에 소변이라도 갈겨 드릴까요. 그러면 그 갈증을 해소해 드릴 수 있을는지요.”
불그스름한 선단으로 오목한 배꼽을 얕게 쑤시며 지껄이는 외설은 이미 정도를 지나쳤다.
“아니면, 하, 다른 곳이 목말라 만족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아……!”
“보세요, 밀지가 이다지도 흠뻑 젖었잖아요. 탈수가 염려됩니다. 하아…….”
‘소변은 이쪽에다가 적셔 드려야겠군요.’ 설왕설래 키스를 하다가 한참 만에 상체를 일으킨 미겔이 올가의 허벅지를 한껏 벌리고 입맛을 다셨다. 가랑이 안쪽이 움푹 팰 만큼 살 조개가 쩍 벌어졌다.
털이 적은 음부는 살이 도톰하여 꽉 찼다. 새빨개서 욱신거리는 과육은 진작 애액이 범람하여 축축했다. 얄따랗고 주름진 소음순에서부터 항문과 엉덩이 밑살, 어디고 할 것 없이 번들번들했다.
잘게 떨리는 허벅지 깊은 부위에 푸르스름한 멍 자국이 흩어졌다. 성욕이 유난히 발달한 오메가로서의 본성을 억누르려고 했던 흔적이다. ‘가엾게도.’ 진심으로 속삭인 미겔이 그 위를 피아노 건반처럼 가볍게 두들겨, 미끈미끈한 과육을 애무했다. 감촉이 아주 좋았다.
“향이…….”
마디가 굵은 손가락 사이에 문드러진 소음순을 끼우고, 밀가루 반죽 피를 얇게 하듯 비벼 대던 알파가 탄식했다. 오목하게 팬 까만 질구의 냄새를 더는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마치 씰룩이는 검은 동굴에서부터 농축한 향이 질질 새는 듯했다. 아찔한 페로몬에 이끌린 미겔은 벌름거리는 작은 살점에 검지를 조심스레 밀어 넣었다.
“아!”
성감이 지글지글 고인 음부를 훤히 내어놓고 미겔의 애무를 받던 올가가 놀라 턱을 가파르게 젖혔다.
몸속으로의 입구에 난생처음 낯선 남자의 일부분이 침범한 것이다. 그러나 아파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그녀의 눈두덩에 꽃무릇 색이 폈다. 저도 모르게 아랫배에 힘을 주자 자연스럽게 손가락이 더욱 안쪽으로 딸려 들어와 질의 방향이 급하게 꺾이는 질곡에 걸렸다.
“아… 거기는, 하으.”
“여기 걸리는 부분이 좋으신가요.”
“아니에요, 하, 아아!”
“거짓말. 이렇게 제 손가락을 짓뭉개고 있으시잖습니까. 하.”
정말이었다.
탐욕스럽게 죄는 속살이 너무나 뜨거워 손가락이 녹을 것 같다.
탄식한 미겔도 아예 올가의 뒤에 누워 버렸다. 달뜬 그녀의 머리를 팔베개하여 감싸고 흐벅진 허벅지는 자신의 다리 위에 걸쳐 벌렸다. 길게 솟구친 페니스가 말안장처럼 음부를 걸치고 튀어나왔는데도 그녀는 전혀 모르는 기색이었다. 손가락이나 팔뚝으로 착각하는 것인가. 입매를 비틀어 희소한 미겔이 혀를 내밀어 올가의 입술을 덮쳤다. 발정이라는 갈증을 못 이겨 혀를 쪽쪽 빨아 대는 그녀가 어여뻐 절로 웃음이 났다.
“정숙한 당신도 군침이 돌 만큼 예쁜데, 정신 못 차리고 야해 빠진 당신은 이루 말할 수가 없군요. 하하.”
찌꺽, 찌꺽.
미겔이 예민한 감각 세포가 밀집한 오돌토돌한 내벽을 문지르며 속삭였다. 탁한 신음으로 귓가를 덮으며 중지까지 단숨에 밀어 넣는다. 기다렸다는 듯이 휘감는 질 주름을 가위질하여 너비를 가늠하고, 올가가 자지러지는 극점을 위로 들어 올리듯 거세게 난타했다.
“아, 아… 미겔!”
음부라는 장작이 단숨에 활활 점화했다. 소스라친 올가는 숫제 비명을 지르며 잘록한 허리를 솟구쳤다. 그러자 행여나 그녀가 날아갈까, 핏줄이 퍼렇게 선 두꺼운 팔뚝이 출렁이는 젖가슴을 꽉 쥐어 안아 자신 쪽으로 바짝 당겼다. 질컥, 질컥, 질컥. 연신 쏘삭거리는 손가락의 소리가 좀 더 물먹었다. 마치 실례한 것처럼 가랑이에서 물이 줄줄 흘러 카펫 바닥까지 젖은 자국이 이리저리 튀었다.
“아, 아……!”
흡사 눈자위 뒤쪽을 칼로 째는 것처럼 날카로운 쾌락이었다. 흥분에 터진 눈물로 시야가 희뿌옇다. 비단 속살을 헤집는 손가락뿐만이 아니었다. 미겔은 남은 손으로 올가의 한 줌 적갈색 음모를 헤쳐 꼿꼿해진 음핵 알갱이를 젖꼭지처럼 오독오독 꼬집어 댔다. 유려한 열 손가락이 그녀의 다리 사이에 전부 달라붙어 살 건반을 연주하느라 여념이 없다. 연주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미겔의 허리에 걸친 올가의 허벅지가 벌벌 떨렸다.
그러던 어느 순간 손등까지 깊이 박힌 손가락이 주르륵 빠져나왔다.
“후우… 맛은.”
연유처럼 손가락에 엉긴 애액이 뚝, 뚝, 떨어졌다. 미겔은 마치 꿀이라도 되는 양, 팔꿈치까지 흐른 올가의 물을 길게 혀로 핥았다. 음미하여 목젖을 울려 삼킨다.
“금목서가 자궁에 피었을까요. 꽃잎을 씹어 삼킨 것처럼 물이 답니다… 어머니.”
“그만!”
지금 이 순간 가장 듣기 싫은 소리였다.
올가의 애액으로 번들번들한 입술로 미겔이 속삭여 오자, 버튼을 눌린 것처럼 발작한 그녀가 양 귀를 틀어막고 도리질을 쳤다. 그러다가도 이내 흐리멍덩해진 눈두덩에 눈물이 흠뻑 배어 매달리는 시선으로 미겔을 돌아보았다.
“제발, 미겔. 어떻게 좀 해 줘요. 속이 가려워요, 너무… 아아.”
“정확히 어디가 가려우신지. 손가락으로 긁어 드린 데가?”
“그보다 좀 더 안쪽이, 흐윽.”
“하하, 어떡하죠. 그렇게 깊은 곳은 손가락으로 만져 드릴 수가 없는데.”
“그럼, 그럼…….”
자연스럽게 눈물 젖은 눈동자가 아래로 향했다.
떨리고 있는 아랫배와 허벅지의 경계선에 손가락 따위와 비교도 할 수 없이 굵고 긴 페니스가 누워 있었다. 싯붉은 귀두에서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다. 남자의 성기는 휴고의 것에 이어서 고작 두 번째로 보는 것이라 아직도 그 모양이 지독히 낯설었다. 징그러워. 원색적인 감상이 가장 먼저 들었으나, 올가는 저도 모르게 마른 목을 축이고 말았다.
휴고의 페로몬 향이 지독하게 달았다면, 미겔의 전신에서는 머릿속이 어찔해지는 독한 사향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식도가 타들어 가는 정력적인 냄새였다.
저걸 원해.
올가의 이성을 짓밟은 본능이 뱀처럼 속삭였다.
내 간지러움을 식혀 줄 유일한 것.
알잖아, 손가락이나 혀 따위로는 어림도 없어.
솔직히 말해. 기꺼이 내게 파고들려고 안달 난 저게 갖고 싶다고.
그렇게 까무룩 넘어가려다가도 이번에는 짓밟힌 이성이 외마디를 질러 댔다.
아니야!
나는, 그런 천박한 계집이 아니야!
정절과 음전함을 미덕으로 좇아 살아온 긍지를 버릴 수 없어.
난 아무나 흘레붙는 짐승이 아니야.
아무리 피가 섞이지 않았어도 어떻게……!
“올가, 망설이지 마세요.”
그때였다. 그녀의 번뇌를 꿰뚫어 본 것처럼 미겔의 은근한 속삭임이 제때에 치고 들어왔다.
“아무도 알지 못할 겁니다. 이곳은 방음이 철저한 밀폐된 공간입니다. 누구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합니다.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겁니다.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무슨 짓.
그들이 저지르고 있는 패륜을 적확히 가리키는 욕과 다름 아니다. 그에 던진 돌을 맞은 듯 올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참담함에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미겔이 그 투명한 눈물방울을 새빨간 혀로 받아먹었다. 그녀의 입술에 자잘하게 키스하며, 뱀의 혀로 간살을 떨었다.
“포기해요, 이미 늦었으니까요.”
“……!”
“키스만 하면 봐줄까요. 손가락만 넣으면 봐주겠습니까. 어차피 전부 선을 넘은 죄 아닙니까. 그럴 바에야 끝까지 가 보는 게 어떻습니까, 우리. 덜 억울하게.”
귓가의 연골을 핥는 혀끝에서 독이 떨어져 고막을 침투했다.
“올가.”
미겔의 손가락이 다시 올가의 음부를 벌렸다. 짓무른 살을 시퍼런 음경으로 마찰하면서 어머니의 이름으로 끓는 신음을 대체했다.
“아, 올가. 내 사랑하는 여인.”
“아, 아.”
“그 마을에, 휴고 그 새끼 대신 그 자리에 내가 있었어야 했는데.”
이 가는 낮은 목소리는 진심이었다. 저를 이토록 원하는 알파. 오메가로서의 본능이 전율했다. 급히 숨을 들이마신 올가가 그의 팔뚝에 손톱을 세웠다.
“녀석에게 첫사랑의 자리도 빼앗기고, 첫 키스마저 빼앗겼습니다. 그러니 처음으로 당신과 성교하는 기쁨만큼은 제게 허락해 주시길… 제발.”
마지막의 구걸은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제 마음이 결코 녀석에 비해 작지 않습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요. 그렇다면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발. 올가.”
오만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알파가 구애하는 여인 앞에서 처연해졌다. 들이미는 허리 짓에 싯붉은 선단이 올가의 음부에 끼워 맞춰졌다. 약간만 힘을 주면 당장이라도 구멍을 뜯고 처박을 체위였다. 그러나 그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예민한 귀두 점막을 깨무는 질구의 씰룩임에도 허리를 돌덩이처럼 굳히고 버텼다. 바라는 것이다. 올가의 허락을.
“미겔…….”
그런 그를 눈물범벅이 된 올가가 등을 기대고 올려다보았다. 씻지 못할 배덕을 저지를 목소리가 주체 없이 떨리고 있었다. 실오라기처럼 머리카락 가닥가닥이 땀 진 뺨에 달라붙어, 벌써부터 잔뜩 못된 일을 당한 것만 같다.
저지를 죄가 뼛속까지 시려 추운 걸까.
그러나 이처럼 혹독한 두려움도 그녀의 불붙은 욕망을 식히지 못했음이다. 올가의 떨리는 손이 아래로 미끄러져 시퍼렇게 맥동하는 미겔의 페니스를 장님처럼 더듬었다. 귀두의 밑부분, 매듭처럼 촘촘한 표피 주름을 어루만져 딱딱한 기둥을 자신의 안쪽으로 인도했다.
“안을, 안을 긁어 주세요. 당신의 성기로. 나를 뜨겁게 태워 줘요. 아무 생각 못 하게, 미치게 만들어 줘요.”
“…분부하신 대로.”
체념과 동일한 허락이 마침내 떨어졌다.
격렬하게 사랑을 나누고픈 본능에 굴복한 눈물이 턱에 맺혀 떨어지던 순간. 거칠게 허리를 흔든 미겔이 올가의 살 속으로 푹 파고들었다.
너무나도 늦된, 고통받던 자들의 첫 정사였다.
***
…쾅!
사나운 발차기와 함께 밀폐된 서재의 공간이 찢어졌다.
“씹새끼.”
페로몬에 색이 있었나. 일순 착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조명이 어두운 방 안은 농밀한 향이 뒤섞여 자욱했다. 공기 밀도가 물속처럼 상승한 한가운데, 비딱하게 밀려난 소파 아래 바닥에서 벌여진 적나라한 정사 광경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 어느 도색 잡지나 선전 종이에서도 본 적 없을 정도로 음란하기 짝이 없다. 그들 알파 오메가의 붙어먹는 모습에, 휴고는 내장의 모든 장기가 갈가리 찢겨 나가는 고통을 맛보았다. 빠드득. 이를 간 그가 부순 문을 밟고 서슴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짝!
올가와 정신없이 키스하고 있는 금발을 머리 가죽이 벗겨지도록 뒤로 잡아당겼다. 주먹질과 다름없는 뺨 후려치기에, 여인의 비밀스러운 장소를 쉼 없이 쏘삭이던 허리 짓이 잠시 중단되었다.
“왔냐.”
“좆같은 새끼. 그래, 내 오메가를 먼저 가져서 어때. 낱낱이 말해 봐. 네 주둥이가 찢어지기 전 마지막 유언이 될 테니까.”
짝!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피가 튀었다. 휴고의 주먹에 나가떨어진 미겔이 킬킬거렸다. 퉤. 피거품을 뱉고는 다시 일어난다. 그 부산스러움에 얕았던 결합이 깨어졌다. 터진 입술을 손등으로 훔친 그가, 옆으로 누워 끙끙거리는 올가의 엉덩이를 어여쁘게 토닥이고는, 빳빳하게 곧추서서 꺼덕거리는 자신의 페니스를 가리켰다.
“진정하고 똑똑히 봐. 아무것도 묻지 않았잖아.”
올가의 처녀흔을 뜻했다. 즉슨, 아직 그녀의 안에 깊게 들어가지 않았다는 의미다.
“러트에도 이 정도 이성이 남아 있는 날 칭찬해야지. 안 그래? 네 좆이 좀 큰가. 원활히 삽입하라고 올가의 입구를 좀 풀어 놨을 뿐이야. 사과를 한입에 삼키기 전에 자두를 먼저 삼켜 봐야지.”
그는 적반하장으로 킬킬대기도 했다.
“첫 섹스의 감상?”
솟대처럼 서서 노려보는 동생을 향한 미겔의 흐린 청안에서 한 방울 눈물이 뚝, 떨어졌다.
“여자의 속살이 질척인다는 미사여구는 질리도록 들어 봤어. 하지만 이처럼 습기 먹어서… 녹녹하고… 쫀득한 길을 가진 여인은 올가가 유일할 거야. 하하하, 내가 병신이었어. 이 좋은 짓을 왜 질색했을까. 올가. 아, 올가. 내 말 들려요?”
“으, 흐읏.”
“자지 끝만 품어 줘도 숨넘어가게 좋았어요. 여태 해 왔던 상상 모두가 하찮아졌어. 사랑에 빠진 이들이 병신이 되는 데는 이런 환희가 한몫하는 걸까요. 응? 지금도 이다지도 끔찍하게 좋은데, 짝짓기한 후 섹스는 얼마나 황홀할는지. 올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숨을 몰아쉬는 올가의 젖무덤을 가볍게 애무한 장남이, 그녀의 종아리를 안아 길게 들어 올렸다. 자연스럽게 벌어진 음부에 올라붙은 페니스를 낮추어 푹, 꽂았다. 선단을 쑤시는 정도는 이제 퍽 익숙해졌나 보다. 꽉 들어찬 살이 귀두를 휘감는 감촉이 뒷골 저릿하도록 황홀했다. 그렇게 그녀의 복숭아뼈를 깨물고 허리를 흔들려는 순간.
퍽!
가차 없는 발길질이 날아와 미겔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누구… 휴고, 휴고 경……?”
“예, 당신의 휴고입니다.”
차례로 단추를 풀지 않고, 단숨에 정복을 뜯어 팔을 뒤로하여 벗어 던진 휴고가 대신 올가의 다리 사이에 섰다. 어깨선이 딱 맞는 셔츠도 마찬가지로 거칠게 벗었다. 철컥. 금속 버클을 단 혁대가 떨어졌다. 쿵. 군화 또한 어디론가 처박혔다.
“올가.”
근육이 꿈틀거리는 흉포한 알몸이 마침내 올가의 위로 엎디었다.
경계선이 선명한 복근의 숱 많은 음모 아래, 시커멓게 올라붙은 성기에서 연분홍 선액이 걸쭉하게 떨어져 그녀의 오목한 배꼽에 뚝 떨어졌다. 휴고는 고요하게 분노한 시선을 내리깔아 그녀의 음부를 응시했다. 미겔의 페로몬 향이 범벅된 축축한 덩잇살 말이다.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네……?”
“그토록 저를 밀어내시던 분이 어찌 다른 놈에게 먼저 다리를 벌리셨느냔 말입니다.”
그로서는 타당한 분노였다.
올가는 그가 먼저 발견하여 사랑한 오메가였다. 짝짓기에 실패하여 달아난 그녀를 애타게 수소문했고, 강산이 변할 만큼 긴 시간 기다려 왔던 것도 자신 아니었던가. 빌어먹을 협상 때문에 미겔과 그녀를 공유하기로 했으나, 막연하게 상상했던 그 과정에서 언제나 우선순위는 자신이었는데.
벗기는 것도, 벌리는 것도, 끝에 불과한 일부분이라도 먼저 몸을 겹치는 것도 그 자신이 먼저여야 했었다.
“저랑은 못 할 죄를 이 새끼랑은 기꺼이 저지를 수 있다는 건가요.”
당신이 홀린 알파를 밀쳐 내고 감히 어떻게. 배신감에 치를 떤 휴고가 음산하게 이를 갈았다.
그러나 그의 아래 누운 올가의 처지에서는 그 무엇보다 그의 매도가 따갑고 아플 수밖에 없었다. 한 박자 늦게 휴고의 힐난을 이해한 그녀의 눈두덩에 애통한 눈물이 차올랐다.
“나쁜 사람.”
“…….”
“나를, 이렇게, 만든 게 누군데. 흐윽……!”
연약하나 발끈하여 항변하는 발음이 어눌하기 짝이 없다.
“당신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이런 욕정 따윈 몰랐어.”
휴고의 시선을 피해 어깨를 비튼 올가가 스스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작은 손에 넘치도록 풍만한 살을 어설프게 주물렀다. 빳빳한 젖꼭지도 꼬집어 봤으나, 형제가 만져 줄 때처럼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읏. 서투른 자위가 이어졌다.
질꺽. 질꺽. 두 남자의 시선이 촛농처럼 뜨겁게 달라붙는 줄 모르고, 올가는 엇갈린 다리 사이에 자신의 손을 집어넣었다. 빠듯하게 벌려 입구를 들추던 미겔의 성기가 사라진 탓에 잦아드는가 싶었던 간지러움이 더욱 심해졌다. 흐으. 미겔의 손놀림을 미숙하게 흉내 내어 질구 언저리를 갉작거리며, 목덜미를 길게 뻗은 그녀가 안타깝게 신음했다.
아랫배 깊은 안쪽이 음란하게 떨리고 있다.
완고한 이성을 갖춘 평소의 자신이라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저속함이었다. 누구보다 그녀의 음탕한 타락에 침 뱉을 자는 올가 자신이었다. 서러운 눈물이 맺힌 입술을 짓이긴 여인이 간헐적으로 흐느꼈다.
“그때도, 지금도, 당신은 너무 무서워요. 나를 벼랑으로 내몰아. 왜죠?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죠?”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젖은 눈으로 첫사랑을 흘긴다. 그 유약한 눈동자에 찔린 남자가 침음했다.
“휴고, 당신을 좋아했어요. 날 잊지 못했다고 해 주었을 때 아닌 척했지만 기뻤어요. 솔직하지 못했던 건 어쩔 수 없었잖아요……! 우린 평행선을 달리는 서로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었잖아요…….”
아으, 응. 겁이 나 깊은 내벽은 차마 찌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올가는 치받는 열기를 어쩔 줄 몰라 몸을 비틀어 댔다. 휴고의 커다란 몸이 다리 사이에서 방해가 되었다.
아.
이성이 가라앉고 감성이 떠올라 전에 없이 솔직해진 그녀가 문득 깨달은 듯 짧게 탄식했다. 눈꼬리에서 떨어진 눈물방울이 콧잔등 너머로 궤적을 그렸다.
“그래요, 애초에 눈길을 던져서도 안 됐어. 마음에 두어서는 안 될 사람을 좋아해서 이렇게 된 거야.”
연무장의 소년에게 시선을 빼앗기지 말았어야 했다.
본명조차 알려 주지 못할 정도로 떳떳하지 못한 주제에, 친절을 베풀어 환심을 사려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 밤에, 마구간으로 달려가지 말았어야 했어.
그렇게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돌이킬 수 없는 현재를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흐릿한 미소가 올가의 입매에 스쳤다.
“좋아해서 미안해요, 휴고. 나 때문에 괴로웠죠. 미안… 읍!”
미완의 짝이 되어서 고통받았던 건 피차일반이었다. 그 잘못된 결합마저 어렸던 휴고의 폭주 때문이었으나, 무력했던 나날의 그 모든 잘못을 몸소 그러안고 웅크린 짝이 가엾고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 올가의 처연한 고백에 번견처럼 으르렁거린 기사가 사납게 달려들었다. 작은 입술을 한껏 벌려 영혼을 구흡하듯 지독하게 입 맞추었다.
“너무 가엾잖아.”
그때였다. 둘의 입맞춤을 바라보던 미겔이 올가의 흩어진 머리칼을 한 줌 주워 그 끝에 입술을 묻었다.
“하다 멈춰서 괴로운 그녀를 해방해 줘야지. 당신도 그걸 원하잖아요, 올가.”
“…후윽.”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이 녀석이 마저 좁은 길을 뚫어 줄 겁니다. 그다음 제가 들어갈게요.”
그 말대로였다.
체이스필드 형제는 약속대로 올가를 가질 준비를 이어 갔다. 어렵사리 입술을 떼어 낸 휴고가 다리를 길게 뒤로 빼 페니스를 올가의 음부에 조준했다. 본능적으로 다리를 활짝 벌린 그녀 덕분에 질구에 큼직한 선단을 맞추기는 어렵지 않았다. 발정한 물이 질질 흐르는 골짜기는 계곡과 진배없었다.
“앗!”
그가 좁은 잇몸처럼 빠듯한 구멍의 압력에 이를 악물고 전진하려던 때였다.
“정신 나간 놈, 그렇게 무자비했다간 찢어진다. 그녀를 다치게 할 셈이냐.”
짐승의 털을 고르듯 올가의 얼굴에 키스하던 미겔이, 막되게 아래가 벌어지는 아픔에 턱을 젖힌 그녀를 대신해 화를 냈다.
“좆 대가리를 넣고 잠시 멈춰. 그녀가 익숙해질 시간을 주라고. 여성이 가장 느끼는 부위 중 하나는 의외로 입구에서 가까우니, 살이 단단한 천장을 공들여 문질러. 널 받아들일 준비가 되면 자연스럽게 그녀가 널 당길 거다.”
“닥쳐, 입만 산 자식.”
끼어드는 미겔에게 이를 갈면서도, 휴고는 잠자코 그의 조언을 따랐다. 화살처럼 쏘아지려는 허리를 뒤로 당겨 올가의 입구 근처를 윤곽이 뚜렷한 귀두로 들락날락했다. 과연 문란한 궁정 생활을 완파한 미겔의 예측대로였다.
“아, 하… 아.”
날카롭게 튀었던 올가의 신음이 이내 누긋해졌다.
뒤섞인 체액 거품이 바글바글하게 진 구멍의 살점이 휴고의 선홍색 선단을 뱉어 낼 때마다 눌어붙어 늘어났다. 버거움이 가시고 그 자리에 불만족이 자리를 틀었다. ‘아… 좀 더.’ 두 남자만이 들을 수 있는 속삭임이 신호였다.
“크읏…….”
그 순간, 강하게 빨아들이는 질압에 휴고의 검붉은 페니스가 반 가까이 쑥 틀어박혔다. 그러나 탄성을 뱉은 그보다 더 놀란 것은, 먼저 그를 안으로 초대한 올가였다.
“읏, 너무, 아……!”
“저런, 벌써 닿았습니까.”
내내 흐렸던 올가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뜨였다.
몸속이 건드려지는 선연한 감각에 깜짝 놀란 것이다. 단숨에 처녀막이 뜯어진 아픔은 질벽을 잡아 뜯듯 단숨에 쑤셔 박힌 음경의 굵기에 씻겼다. 짧은 질벽이 모조리 짜부라져 요의와 비슷한 쾌감이 그녀의 전신을 강타했다. 그 사정을 기민하게 눈치챈 미겔이 입을 다물지 못하는 그녀의 뺨을 사랑스럽게 간질였다.
“허윽, 너무, 짧아.”
“질이?”
“끝이 닿았어.”
“경부겠지. 밀어 올려. 올가는 특별해. 우리를 충분히 받아 줄 몸이야.”
“큭…….”
“그래, 천천히. 끝까지.”
마침내 휴고의 수북한 거웃이 올가의 덩잇살을 할퀼 정도로 교합이 깊어졌다. 그동안 미겔은 닭살이 오소소 돋은 그녀의 젖을 빨았다. 젖멍울을 동그랗게 잡아 딱딱하게 솟구친 젖꼭지의 단면을 한없이 핥으며 다음 지시를 내렸다.
“움직여. 그녀의 표정을 잘 살피고. 아쉽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
오메가의 자궁이 특별한 까닭은, 알파의 남다른 성욕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발정기의 정신 나간 섹스를 견디지 못하고 그들 인종이 오래전에 멸종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아… 아!”
다시 말해, 어지간히 강하게 치대지 않으면 그녀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의미였다. 아쉽지 않게. 미겔의 암시를 이해한 휴고가 길게 허리를 빼내었다가 빠르게 올가의 속을 짓쳤다. 쩔뻑. 맞붙은 살갗이 진동했다.
“아, 앗, 으응!”
고개만 옆으로 해 미겔과 키스하던 올가가 휴고의 추삽질에 자지러졌다.
깊숙이 밀려난 경부에서 휴고의 선단이 떨어져 내벽 주름을 긁어 내려갈 때마다 껄떡껄떡 숨이 넘어갔다. 아, 좋아. 너무 좋아. 경박한 신음이 흐느낌처럼 터져 나왔다.
쩔뻑, 쩔뻑, 쩔뻑!
“하아, 하, 흐윽……!”
휴고의 거친 신음도 점차 가팔라졌다. 올가를 지분거리는 미겔의 뒤통수를 잡아뗀 그가 다급하게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혀와 혀가 얽힌 모습이 적나라한 원색적인 키스 와중에도 속도가 붙은 허리 짓은 끝도 없었다.
이 없는 잇몸에 물어뜯기는 것만 같다. 좁아터진 내벽을 잡아 늘이듯 강하게 틀어박을 때마다, 둥근 선단이 뭉툭한 자궁 경부를 비껴 그 뒤쪽 올가의 가장 깊은 내벽에 처박혔다.
목 뒤로 전율을 삼킨 휴고의 널따란 등이 쾌감으로 꿈틀거렸다. 귀두에 직격한 번개가 음경의 정관을 꿰뚫어 바깥의 음낭까지 뒤흔든다. 골수를 타고 뇌까지 다다른 성욕이 용오름처럼 휘몰아쳐, 거의 무아지경에 빠졌다. 원 없이 찌를수록 그녀가 좋아한다. 그 완벽한 궁합에 이르러 그는 색다른 쾌감을 익혔다.
더, 좀 더.
아예 몸 전체가 하나의 뿔이 되어 그녀를 찌르고 싶다는 가학심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올가, 날, 전부… 크… 으!”
퍼억!
골반이 덜그럭거릴 정도로 억세게 쑤셔 박은 휴고가 어느 순간 경직되었다. 허리 근육에 음영이 짙어지고 단단한 엉덩이가 우묵하게 팼다. 핏줄이 가느다랗게 퍼진 국부가 연신 꿈틀거렸다. 올가에게 첫 발정한 후, 십 년이 지나 최초의 질 내 사정이었다.
“아… 학!”
휴고의 허리를 무릎 사이에 끼운 올가의 종아리가 후들거렸다.
뜨거운 분수처럼 배 속에 퍼지는 음액에 머릿속까지 용해되었다. 한껏 벌어져 다물리지 않는 속이 와들와들 떨려 휴고의 페니스를 깨물고 있었다. 그녀는 믿을 수가 없어 떨리는 손으로 아래를 더듬었다.
축축한 음부가 쩍 갈라져 남자의 기둥이 한가득 박혔다. 가쁘게 숨 쉴 때마다 방광을 짓누르는 그의 굵직함을 몸서리치게 깨닫고야 마는 것이다. 저질렀다. 만행. 패륜. 불륜. 더러운, 짓. 아, 드디어 내 알파와 섹스했어. 급기야 울음이 터졌다.
비록 시체와 혼인했어도 그녀는 유부녀였다.
일평생 독수공방하여 정절을 지켜야 마땅한 후작 부인. 그러나 작금의 꼴이 어떠한가. 그렇게나 마다하던 호적상의 아들들의 욕망을 번갈아 몸속에 품고야 말았다. 자진해서. 목매달려 내장을 뜯겨 마땅한 근친상간을 범한 것이다. 더러워진 년. 역겨워. 자학한 올가의 몸뚱이가 떨렸다. 끔찍한 안도감과 사무치는 회한. 그 어느 사이의 감정이 범람하고 있었다.
“비켜.”
그때였다. 지켜보는 관람 역은 끝장났다. 과감하게 다가온 미겔이 올가와 하염없이 키스하는 휴고의 어깨를 힘으로 잡아 뜯었다.
그에 깊숙이 박혔던 검붉은 성기가 올가의 음부에서 빠듯하게 빠져나오다가 질구 안쪽에 걸렸다. 붉은 점막이 심하게 늘어나며 간신히 귀두를 뱉어 냈다. 직후, 밑이 빠진 듯한 공허함에 올가의 아랫배가 급하게 할딱였다.
“쉬……. 울지 마세요, 올가.”
“미, 겔.”
힘이 빠져 탈진한 올가의 푸짐한 엉덩이를 자신 쪽으로 당긴 미겔이, 그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화사하게 웃었다.
“드디어 제 차례군요.”
뻥 뚫려 다물리지 않는 질구에서 핏빛 섞인 정액이 연유처럼 흐르고 있었다. 미겔은 옆으로 밀려난 휴고의 심 빠진 페니스를 보았다. 발기가 다소 풀렸음에도 묵직한 좆은 올가의 처녀흔과 정액으로 표피가 온통 얼룩덜룩했다.
“제게도 묻혀 주셔야죠. 제 동정도 온전히 앗아가 주시고요.”
오르가슴의 여운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탐스러운 허벅지를 길게 가르고, 이번에는 그가 엎디어 올가의 질에 삽입했다. 애피타이저 같았던 직전의 갉작거리는 섹스와 전연 달랐다.
“아… 하윽!”
곧바로 다른 남자가 깊숙하게 구멍을 오갈 때마다, 예민해진 속살에 비늘이라도 일어선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육(肉)감각이었다. 그에 놀란 손톱이 남자의 단단한 팔뚝을 할퀴었다.
질구 밖으로 체액이 넘친다. 뾰족한 미겔의 귀두가 올가의 살 주름을 긁어 휴고의 정액을 샅샅이 청소한 것이다. 연거푸 터지는 올가의 신음에 이내 미겔의 저음이 반주처럼 깔렸다. 놀랍게도 여전히 좁아터진 길이었다.
“황홀, 후으, 합니다.”
굴곡이 선명한 속살은 퍽 녹녹했다.
한 차례 정사를 경험한 탓일까. 환형동물처럼 잔뜩 달라붙어 깨무는 내벽은 더는 침범한 좆에 놀라지 않았다. 신랄한 쾌감이 미겔의 등허리를 내달렸다. 그러나 이내 쿡, 물렁한 자궁구에 닿았다. 욕망이 똬리 튼 단전이 욱신거리고 불알까지 짜릿한 감촉이었다. 헐떡이며 아랫입술을 깨문 그가, 자신과 비등한 쾌락에 숨이 넘어가는 올가를 확인하고 야살스럽게 웃었다.
“다르지, 흣, 않습니까?”
“하으, 응, 읏…….”
“저 새끼보다는 제 좆이 길죠. 만족하실 만큼 깊게, 찔러 드리겠습니다. 후윽.”
과연 그러했다. 발기 후 체적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페니스가 관능적으로 올가의 질을 헤집기 시작했다. 그녀와의 키스가 고팠으나 이번에는 휴고가 한발 빨랐다.
올가의 머리를 감싸 허벅다리 베개를 내어 준 동생이 자신의 음낭을 작은 입술에 문지르고 있었다. 그러자 사타구니의 페로몬 냄새에 취한 여인이 발간 혀를 내밀어 묵직한 알을 할짝거린다. 사탕인 줄 아는 건가.
“변태 새끼.”
그러다 씹히면 어쩌려고. 불알을 올가의 입에 물리고 자위하는 형제를 욕한 미겔이 본격적으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아, 아, 아… 아!”
휴고보다 집요한 추삽이었다. 가차 없이 밀어붙이는 좆질에 배 속에서 불이 붙었다. 간지러움은 산화하고 강렬한 요의를 닮은 쾌감이 번개처럼 번뜩인다. 상하좌우가 반전되어 하늘로 굴러떨어지는 듯 추락하는 기분이 덜컥 무서워, 올가는 여념 없이 빨던 휴고의 고환을 켈룩 뱉어 냈다.
“아, 안 돼, 그만, 그만요, 미겔… 응!”
“후으, 갈 것 같나요. 마음껏, 가세요. 더, 질질 싸 줘요, 올가.”
유약하게 저항하는 손목을 낚아채, 토끼처럼 뛰는 맥박에 입 맞춘 미겔이 한층 더 거세게 좆질하기 시작했다. 들락날락하는 음경에 질 점막이 딸려 나왔다가 도로 안쪽으로 말린다. 허벅지와 허벅지가 부딪혀 살 찧는 소리가 요란한 어느 순간. 쾌감을 이기지 못한 올가의 물이 핏, 튀어 올랐다.
“야한 사람.”
그에 격한 추삽이 잠시 멈추었다. 그녀의 풍미를 맛본 미겔이 느릿하게 아랫입술을 핥았다.
“좀 더요. 내 사랑.”
감미로운 속삭임과 달리 재개된 움직임은 누린내가 났다. 부추긴 대로, 자제력을 잃은 올가가 줄줄 싸지를 때까지 미겔은 오래도록 관계를 지속했다. 마침내 둘의 사타구니가 실례라도 한 양 축축하게 젖고 나서야 그의 파정이 시작되었다.
고개를 젖히고 아뜩하여 정액을 쏟아 낸 그가, 휴고의 선단을 쯥쯥 소리 내며 빨고 있는 올가의 턱을 당겼다. 멍하니 흐려져 오르가즘에 전율하는 입술을 열고 형제의 체액을 윤활유 삼아 음탕하게 입 맞추었다. 구렁이처럼 밑으로 쏟아진 성기 껍질에 올가의 혈흔이 마저 묻었다.
마침내 한 여인의 처녀흔을 나눠 가진 그들의 기념비적인 정사가 막을 내렸다.
끝은 시작이라고 하였던가. 그리하였다. 이는 세 짐승이 탈피해 새롭게 태어난 순간이기도 했다.
“아…….”
눈앞이 자꾸만 잘려 나갔다.
눈물 젖은 눈동자가 눈꺼풀에 감추어졌다가 드러날 때마다, 그녀를 타고 오른 남자가 바뀌었다. 별수가 없었다. 온몸이 성기가 된 양 예민한 감각 세포만이 느껴져 한없이 흐느낄 밖에.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앞뒤로 체온이 느껴져 따뜻했다. 단내가 나는 입술로 앓은 올가의 헤이즐넛 눈동자가 다시금 드러났다.
“올가.”
깨어난 그녀의 젖무덤이 뭉개지도록 소파에 길게 누워 받치고 있는 자는 휴고였다. 수차례의 섹스 후였음에도 정욕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호된 낯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휴고, 열쇠를 가져와. 초커를 풀어.”
해답의 실마리는 그녀의 엉덩이에서 들렸다.
동시 노팅을 위해 올가의 오밀조밀한 분문을 한참 애무하던 미겔이 입을 훔치고 고개를 들었다. 까무룩 혼절한 사이 한 차례 삽입하여 사정한 입구는 퍽 부드럽게 이완되었다. 억세게 쑤시진 못해도 밤새 페니스를 담그는 정도는 가능해 보였다.
끼익. 등받이 없는 소파가 세 사람의 체중을 지탱하느라 비명을 질렀다. 체위를 조준한 미겔이 천천히 음경을 밀어 넣자, 주름 없이 팽팽하게 늘어난 올가의 뒷구멍이 꾸역꾸역 남성기를 삼키기 시작했다.
“으, 흐윽.”
마침내 뿌리까지 틀어박혔다.
매달릴 곳이 휴고의 가슴팍뿐이었다. 그의 어깨에 손톱을 세운 올가의 팔뚝이 파르르 떨렸다.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배 속이 꽉 찼다. 숨을 내쉴 때마다 똬리 튼 두 성기의 윤곽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꼼짝달싹하지 못하도록 두 남자에게 앞뒤로 꿰뚫렸다.
“하, 아. 준비됐어?”
“그래.”
“좋아, 동시에 깨무는 거야. 나는 뒷덜미에, 너는 겨드랑이에. 어느 쪽이었는지 기억해?”
“오른쪽.”
“이번엔 제대로 깨물어. 타액을 듬뿍 주입하는 게 관건이라고.”
미겔의 마지막 주의와 더불어 철컥. 올가의 목덜미에서 섬세한 금속 잠금장치가 회전하는 느낌이 났다. 얇은 피부에 생채기가 나지 않도록 부드러운 벨벳을 덧댄 초커가 수년 만에 처음으로 풀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최후의 방어선이 붕괴했다.
뒤늦게 체이스필드 형제의 목적을 알아차린 올가가 허우적거렸으나.
두 손으로 목덜미를 감추기엔 이미 너무나 늦었다.
“안… 제발… 아아아, 아아아……!”
형제라는 인두겁을 쓴 짐승들이 달려들어 동시에 올가의 피부를 짓씹었다. 평생 지워지지 않는 잇자국을 남기고, 흡혈하는 자처럼 피를 핥는 것이다. 페로몬과 체액을 섞는 짝짓기 의식이었다. 일생 최초이자 최후일 야만의 의례.
“아아아, 아, 아……!”
그와 함께 올가의 구멍에 틀어박힌 두 알파의 뿌리가 단단한 물풍선처럼 일순간에 부풀었다. 알파와 오메가, 서로가 모두 고통스러운 노팅의 시작이었다. 오메가는 좁다란 점막이 찢어지는 압박감을 견뎌야 했고, 알파는 페니스가 잘리는 듯한 압박을 견디며 모든 정력을 고갈하여 정액을 쏟아야 했다. 짝 된 여인의 배가 밀액으로 가득 차 볼록해질 때까지. 코르크 마개처럼 페니스 밑동 혹이 구멍을 틀어막아 단 한 방울의 정액도 새지 않았다.
짝짓기한 알파의 노팅은 일반적인 정사와 달랐다. 실패 없는 확률로 오메가는 임신하고 말 테니까. 이를 알기에 찢어지는 올가의 비명은 더욱 절망적이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타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