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8화 (68/120)

“도, 도진아. 그만…, 얼른 아침 먹고 학교 가야지.”

나는 살짝 뒤로 빼고 있던 허리를 앞으로 당겨 아줌마의 엉덩이에 밀착시켰다.

빳빳하게 선 자지로 엉덩이를 쿡쿡 찌르며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이런 상태로 밖으로 나가긴 힘들지 않을까요.”

심지어 이렇게 된 데에는 아줌마의 탓이 매우 크다.

조금만 늦게 올라왔어도 신유정과의 첫 섹스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을 텐데.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줌마에게 보상을 받아내는 수밖에.

조금 더 본격적으로 손을 움직이려 할 때, 별안간 아줌마의 손이 나를 막아섰다.

“그, 그래도 안 돼.”

급기야 몸을 감싸고 있는 내 팔을 풀어낸 아줌마가 뒤로 돌아서서 엄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아줌마 때문에 도진이 네가 늦거나 학교에 빠지는 거, 아줌만 죽어도 못 봐.”

“넵….”

지각이나 결석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단호한 표정.

아무래도 엄마 모드가 제대로 켜진 모양이다.

여기서 더 밀어붙였다간 역효과만 나겠지….

나는 짙은 아쉬움을 느끼며 식탁으로 돌아가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줌마가 따뜻한 밥과 콩나물국을 가져다주었다.

“자, 어서 먹으렴.”

“잘 먹겠습니다….”

얼른 먹고 학교나 가야겠다 싶어 숟가락을 들어 올리는데 아줌마가 내 옆자리에 앉는다.

그러다 아줌마가 손을 뻗어 내 자지를 덥석 붙잡았다.

놀란 눈으로 옆을 바라보자, 아줌마가 붉어진 얼굴로 말하길.

“시간 없으니 도진이 너는 계속 먹고 있어. 이, 이건 아줌마가 알아서 해결해줄 테니까….”

분 단위로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다니….

아줌마는 요물이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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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버스를 타고 학교를 오가는 게 생각보다 귀찮다.

“그냥 기숙사에 들어갈 걸 그랬나….”

특례 입학생에게 주어지는 특혜 중에는 기숙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도 지금 살고 있는 옥탑방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초호화 기숙사.

족히 20평은 넘는 듯한 기숙사 내부 사진을 보고 마음이 혹하긴 했으나, 끝내 거절했다.

내가 기숙사에 입주하는 순간 아줌마와의 거리가 한없이 멀어지게 되니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다.

일부러 찾아가는 것과 반드시 가야 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는 법.

한창 몸 맞대고 비벼야 할 시기에 몸이 멀어지면 안 되지.

오늘도 봐라.

내가 기숙사에 입주했으면 밥 먹으면서 핸드잡 받는 영광을 누릴 수나 있었겠냐고.

“음음, 난 최고의 선택을 한 거야.”

약간의 귀찮음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정 안 되겠으면 던전 몇 번 돌아서 차를 한 대 뽑아도 되고, 중급 마법까지 무리 없이 펼칠 수 있게 되면 하늘을 날아서 오갈 수도 있으니 조금만 참자.

“그런데 이놈의 학교는 진짜 쓸데없이 넓네.”

날씨가 좋아서 걸어가려다 그냥 캠퍼스 내를 오가는 교내 셔틀에 올라탔다.

아줌마의 손에 끈적하게 싸고 오느라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학교 잘 다니라고 아줌마가 그렇게까지 해줬는데 첫 수업부터 늦으면 안 되지.

버스를 타고 빠르게 지나쳐가는 광활한 캠퍼스의 전경을 보다가 혀를 내둘렀다.

“욕심 많은 영감탱이 같으니.”

한국 대학교가 여의도 전부를 부지로 사용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최강철, 그 노인네 탓이다.

기왕 지을 거 제대로 지어야 한다며 여의도 전체를 내어달라는 협박 같은 제안에 정부는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때 헌터들이 하도 많이 죽어서 당시 S급 헌터였던 영감탱이의 발언권 아주 살벌했거든.

뭐…, 부지가 넓은 덕분에 필요한 게 생기면 남는 땅에 이것저것 다 들여놓을 수 있다는 건 장점이기는 한데, 문제는 단점도 그에 못지않다는 것.

“이렇게 넓으니까 빌런들이 허구한 날 들이닥치지.”

넓으면 방어에 취약해지기 마련이다.

제아무리 감시 체계를 빡빡하게 가동한다고 해도 기상천외한 능력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 어느 한 곳 비게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니.

초창기에 이거 때문에 한국 대학교는 설립과 동시에 폐교될 뻔했다.

심심하면 빌런 놈들이 쳐들어와 깽판을 부려대는데, 그때는 감시체계가 지금보다 허술할 때라 학생들이 많이 죽고 다쳤다.

이에 대한 책임이 그 영감한테 쏟아졌는데, 이 영감은 또 골때리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헌터는 매 순간이 위기라고 했던가.”

평범하게 지나가다 테러 현장을 목격할 수도 있게 된 세상이다.

영감탱이는 전국민이 보는 기자회견장에서 빌런들에게 선전포고를 날렸다.

얼마든지 와보라고.

우리 학생들은 휠지언정 부러지지 않고 너희를 먹이 삼아 강해질 것이라고.

이후 어떻게 됐냐고?

당연히 난리가 났지.

그게 웬 미친 소리냐며 항의가 빗발쳤다.

심지어 ‘S급 헌터에게도 치매는 넘을 수 없는 벽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도 났었지.

그때 영감탱이는 자신을 비난하는 이들로부터 등 돌린 채 눈과 귀를 모조리 닫아버렸다.

다닐 놈만 다니고, 아니면 꺼지라는 식.

“근데 이게 먹혀버렸지.”

드넓은 땅에 학생이라곤 고작 백 명 남짓.

녀석들이 남은 이유는 영감탱이의 교육관에 공감해서가 아니다.

돌아갈 곳이 없거나,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몬스터와 빌런을 죽이고 싶은 복수귀들.

그런 놈들만 남았더랬다.

숱하게 빌런과 싸우며 S급 헌터의 밑에서 실전 위주의 교육을 받은 백 명의 헌터들은 세상 밖으로 나가기가 무섭게 헌터 랭킹 상단에 제 이름을 새겼다.

“…사실 그놈들은 뭘 해도 성공할 놈들이었던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세상은 발칵 뒤집혔다.

고집불통 치매 꼰대 최강철은 어느새 ‘위기를 겪지 않으면 헌터는 강해질 수 없다.’라는 명언을 남긴 이 시대 최고의 교육자가 되었다.

동시에 한국 대학교 또한 실적으로 존재 의의를 검증한 교육 기관이 되어버렸고.

캠퍼스로 잠입한 빌런을 처치하는 건 학생들에게 있어 돌발 이벤트 정도로 바뀌었다.

놈들 잡는 데에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장학금이나 장비 제공 등 다양한 보상을 미끼로 걸어서 고학년 학생들은 빌런들이 언제 오나 오매불망 기다리기까지 한다지.

옛날 생각으로 무료한 시간을 죽여가고 있을 때.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누구지?

천천히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기척이 지척에 다다랐을 즈음, 뒤로 고개를 휙 돌렸다.

“끼흡!”

웬 여자가 시원하게 비명을 내지르려다 황급히 입을 막고 숨을 헐떡이고 있다.

누군가 했더니, 임나은이네.

같은 버스에 타고 있던 나를 발견하고, 놀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냥 당해줄 걸 그랬나.

“노, 노, 놀랐잖아!”

심장을 부여잡고 나를 타박하는 임나은.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너도 어차피 나 놀래려 했던 거 아니었어?”

“아, 아니거든?”

이봐요, 임나은 씨.

그렇게 말을 더듬으며 눈을 피하면 신빙성이 전혀 없어요.

“치.”

작게 혀를 차며 내 옆자리에 앉는 그녀.

그러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 맞다! 나 너한테 물어볼 거 있어.”

“뭔데?”

“어제 나 집까지 데려다준 사람, 너야?”

“아니? 나도 너 뻗은 지 얼마 안 돼서 똑같이 쓰러져서 유정이가 나 집까지 데려다 줬는데.”

“헤에…, 유정이랑 엄청 친한가 봐?”

친하냐고?

흠.

그래, 친하지.

정확히 말하면 어제부로 조금 더 친해졌지.

프렌드라는 단어 앞에 섹스까지 붙게 됐으니까.

섹스 하는 친구 사이면 섹스 프렌드지, 뭐.

“엄청까지는 아니지만, 친하다곤 할 수 있지.”

엄청 친한 친구 사이가 되려면 지금보다 진도를 훨씬 더 빼야지.

서로 원하면 언제든 섹스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 나는 누가 데려다준 거지? 새벽에 깨니까 집이던데….”

“글쎄….”

그때 술자리에서 임나은을 집까지 데려다줄 사람은 차고 넘친다.

아마 거기에 모인 남자들은 전부 이 녀석을 집에 데려다주고 싶지 않았을까.

깨고 나서 별다른 이상함을 못 느낀 걸 보면 남자가 아니라는 건데.

“어쩌면 유정이가 너도 데려다 준 걸지도 모르지.”

“아, 그럴 수도 있겠다.”

“물어봐 줄까?”

“응!”

곧장 스마트폰을 열어 신유정에게 까톡을 보냈다.

《나: 유정아, 혹시 어제 네가 임나은 집에 데려다줬어?》

“카톡 보내뒀으니 답장이 오면 알려줄….”

까톡!

“…왔네.”

《신유정: ㅇㅇ 내가 데려다줌. 집 주소는 핸드폰 배달 어플로 알아냄.》

나는 녀석에게서 온 답장을 그대로 임나은에게 보여주었다.

“그렇대.”

“그랬구나. 유정이 엄청 똑똑하다. 어떻게 배달 어플로 주소 확인할 생각을 하지?”

“그러게.”

문명의 이기를 다루는 솜씨 하나만큼은 탁월한 녀석이구먼.

미처 스마트폰을 임나은의 얼굴에서 회수하지 못한 사이,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

“저, 저기…, 도진아, 그, 메시지를….”

별안간 녀석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무슨 메시지길래 갑자기 저러는 거지?

그 자식이 설마 임나은 욕이라도 쓴 건가.

《신유정: 야, 어제 딸치고 잠?》

“…….”

이 미친년이 진짜.

나는 황급히 임나은한테 변명 아닌 변명을 내뱉었다.

“엄, 그…, 우리가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칠 정도로 격식 없는 친구 사이라 그래. 그, 왜 있잖아? 이성이지만 서로를 이성으로 안 보는 불알 친…, 아니, 오래된 친구!”

“그, 그렇구나.”

표정이 어색해서 내 말을 믿는 건지, 안 믿는 건지 모르겠다.

시발, 이 분위기 어쩔 건데.

열받은 나머지 답장으로 ‘ㅗ’ 하나만 보내고 스마트폰을 다시 집어 넣으려는데, 이를 본 임나은이 내 팔을 붙잡는다.

“아…, 그, 스마트폰 꺼낸 김에 우리 번호…, 교환할래?”

“그래.”

그러고 보니, 아직 번호 교환도 안 했었구나.

녀석의 번호를 받아 스마트폰에 입력시켰다.

이로써 연락처에 등록된 번호는 총 네 개.

옆에서 내 화면을 들여다본 녀석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혀를 내둘렀다.

“와…, 너 연락처 너무 휑한 거 아니야…?”

“좀 그런 편이지.”

손시우일 때는 정반대였다.

그때는 연락처에 수백 명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었지.

근데 지금은 이게 더 좋게 느껴진다.

이때까지 살면서 느낀 건데,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그리 많은 사람을 알 필요가 없더라.

그래서 이번 생에는 이 연락처에 많은 사람의 번호를 담지 않을 생각이다.

“별 의미 없는 사람의 번호는 넣고 싶지 않아서.”

“어, 그럼 나는 너한테 의미 있는 사람인 거야? 꺄아~ 뭐야아!”

별안간 솜 주먹으로 내 팔과 어깨를 팍팍 때린다.

적절한 타이밍에 이루어진 번호 교환과 휑한 연락처 덕분에 어색한 분위기가 사라졌다.

그나마 다행이구먼.

속으로 안도하며 녀석에게 말했다.

“나름대로 의미가 깊지. 네 말마따나 우리는 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니까.”

“히히, 맞아. 우리 충분히 의미 있네, 응.”

캬.

이게 청춘들의 한 장면인가.

좀 오글거리긴 하지만, 내가 지금 스무 살이란 사실 하나만큼은 아주 잘 느껴진다.

[이번 정차 지역은 다 구역, 다 구역입니다.]

“아, 내리자.”

“응!”

마법 학과 건물이 모여 있는 다 구역은 캠퍼스 내에서도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

위명 높은 마법사들의 건물이 왜 이리 외진 곳에 있냐고 묻는다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답할 수 있겠다.

마법사는 기본적으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직업이다.

공들여 마법을 시전한 만큼 그에 따른 파괴력이나 효율을 얻을 수 있다는 뜻.

반대로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 또한 어마어마하다.

적게는 마나 역류로 인해 신체 손상, 크게는 폭주로 인한 폭발까지.

학생들의 실수 정도야 교수들 선에서 정리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이곳은 마법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연구동이 포함되어 있다.

그곳에서의 실수는 자칫 큰 사고로 벌어질 수도 있기에, 다른 곳으로 사고가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금 외진 곳에 건물을 설립한 거다.

“건물 너무 예쁘다, 그치?”

“그러게.”

마법 학과의 건물 외벽에는 형형색색의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

각종 피해 흡수 마법이나 보호 마법 등.

전부 마법 사고로부터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마법진들이었다.

임나은이 이를 보며 예쁘다고 말한 건 제각기 다른 마법진의 배열이 굉장히 미려하기 때문.

한 마법사가 인터뷰에 나와 떠들길, 마법사는 심미안 또한 뛰어나야 한다고 했었지.

하여튼 자기들이 세상에서 제일 고상한 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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