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6화 (66/120)

이번만큼은 정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른 방에 갇혀 있었던 녀석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당황한 내 표정을 본 신유정의 입가에 비뚜름한 미소가 그려진다.

“왜, 내가 알면 안 돼?”

솔직히 아는 건 상관이 없긴 하지.

다만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할 뿐.

그러다 문득, 두 개의 방에서 하나를 고를 때가 떠올랐다.

자신은 순애충이니 뭐니 하면서 오로지 하나만을 강요하던 자식이 방을 반대로 알려줘서 내 뒤통수를 거하게 때렸었지.

어쩌면 칼라슈 이 새끼가 남은 한쪽에게 다른 방의 상황을 볼 수 있도록 장치를 꾸며놨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진짜.

이미 죽었지만, 무덤에서 꺼내서 한 번 더 죽여버리고 싶게 만드네.

“어떻게 알게 됐는지 듣고 싶으면 내 질문에 먼저 답해. 윤지안 그년이랑 무슨 사이냐고.”

녀석이 의기양양한 태도로 내게 물어온다.

이번 질문 하나로 자기가 대화의 주도권을 꽉 틀어쥐게 됐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를 어쩌나.

추측은 어느 정도 끝났고 굳이 더 알고 싶지도 않은데.

“…됐어.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오늘은 너랑 더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만 가라.”

당황하긴 했지만 그뿐.

내가 궁금해하지 않으면 대화의 주도권은 자연스럽게 내게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축객령을 내리고 돌아서려 하자, 신유정이 쿵쿵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거리를 좁혀온다.

지척까지 다다른 녀석은 우악스럽게 내 어깨를 붙잡더니, 벽에다 내 몸을 밀어붙였다.

쿵!

오, 박력 있어.

비슷한 높이에서 나를 노려보는 녀석의 눈동자 속에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질투 또 질투.

오로지 질투를 연료 삼아 타오르는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짜릿한 쾌감이 인다.

난 저 모습이 왜 이렇게 재밌나 몰라.

“말해.”

단단하고 또박또박한 음성에서 오늘 끝을 보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말했잖아.”

“사실을 말하라고.”

“지금까지 말한 게 전부 사실이야.”

점점 더 일그러지는 얼굴.

느껴진다.

녀석의 인내심에 한계가 찾아오고 있음을.

지금도 이미 여러모로 선을 넘은 행동인데, 과연 한계에 다다른 녀석은 어떤 행동을 보일까.

여기가 분기점이다.

녀석이 어떤 행동을 보이냐에 따라 앞으로의 관계가 결정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라고 한다면…, 다짜고짜 주먹을 날리는 거겠지.

신유정은 제법 우수한 탱커지만,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만약 주먹이 날아온다면 따끔한 맛을 보여주고, 인연을 끊어버리는 게 맞겠지.

자아, 이제 어떻게 할래?

“후우….”

녀석이 한숨을 푹 내쉬며 구겨진 안면 근육을 편다.

“하나만 묻자. 이번엔 다른 질문으로.”

“…뭔데.”

“너 윤지안이 빨아줄 땐 좋아 죽었으면서 왜 내가 빼주니까 싫은 티 팍팍 냈냐?”

솔직히 말하면 싫지는 않지.

예쁜 여자가 핸드잡을 해주는데 싫어할 남자가 있기는 할까.

다만 안타까울 뿐이다.

극상의 쾌감을 느껴야 할 시간에 죽은 듯이 자고 있었다니!

자, 이때는 조금 솔직하게 답을 해볼까.

“지안 씨가 해준 건…, 솔직히 좋았지.”

“그럼 나는.”

“넌…, 좋고 말고 할 것도 없지.”

잠든 사이에 다 끝났는데 얼마나 좋았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냐고.

살짝 차분해졌던 녀석의 눈동자에 다시 불꽃이 튄다.

“왜, 그년은 테크닉이 좋았는데 나는 별로라서?”

“아니, 그건 아니고.”

“아~ 아니면 그 년은 입으로 빨아줬는데 나는 손으로 해줘서 그런 건가? 그럼 나도 입으로 빨아줄까?”

저 사납고 거친 신유정이 남자 앞에서 무릎 꿇고 앉아서 펠라를 해준다고?

잠깐 상상만 했을 뿐인데 발기할 뻔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니까.”

“그럼 뭔데!”

답답하다는 듯, 녀석이 소리를 빽 내지른다.

고막 터지겠다, 이년아.

“너는 내가 잠든 사이에 했으니까 어떤 느낌인지 나는 모르지…!”

내가 지금 그거 때문에 얼마나 원통한데.

대답을 들은 신유정의 얼굴에 맥이 탁 풀렸다.

“…못 느꼈다고?”

“당연하지. 자고 있는데 어떻게 느껴.”

시시각각 녀석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어 간다.

왜 저러지.

“부, 분명히 내가 자지 만져줄 때 좋아했었잖아! 네 얼굴 막 바뀌고 그랬다고!”

“그거야…, 잠결에 몸이 반응한 거겠지.”

다만 내 정신이 못 느꼈을 뿐.

“하, 하하.”

허탈하게 웃는 신유정.

질투로 활활 타오르던 눈동자엔 어느새 후회와 회한이 가득 차 있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웃던 녀석이 마음껏 풀어헤쳐진 제 안면 근육을 다시 조였다.

“그래서…, 결국은 그년이 해준 게 좋은지, 내가 해준 게 좋은지 모르겠다는 거네.”

“…그걸 굳이 비교해야 해?”

“어, 해.”

짤막한 대답과 함께 녀석이 아래로 손을 뻗어 순식간에 바지 후크를 풀어내 벌어진 틈 사이로 손을 쑥 밀어 넣었다.

단숨에 밀고 들어온 손이 축 늘어져 있는 내 자지를 붙잡았다.

안 그래도 겨우 참고 있었는데 이젠 진짜 못 참겠다.

녀석의 손이 닿기가 무섭게 내 자지가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녀석은 단숨에 커져버린 내 자지를 보더니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는다.

“허, 손대기가 무섭게 선다?”

“…남자라면 당연한 거야.”

나는 당당해.

여자가 자지를 손으로 쥐었는데 발기를 안 하면 그놈은 고자인 거지.

“따라와.”

갑자기 내 자지를 붙잡고 뒤로 걸어가는 신유정.

너한텐 이게 손잡이로 보이냐….

녀석이 나를 이끈 곳은 조금 전까지 누워 있던 매트리스 위였다.

“누워.”

녀석의 손이 지그시 나를 누른다.

나는 순순히 매트리스 위에 누웠다.

뭔가를 해주겠다고 저렇게 열심인데, 거절할 이유가 있나.

신유정은 가만히 서서 누워 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입술이 조금씩 달싹거리는 게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 같은데.

“그년한테 안 져…, 아니, 누구한테도….”

한껏 굳어진 얼굴로 어디론가 향하는 신유정.

방 한구석에 떨어져 있던 검은 비닐을 줍더니 내게로 다시 걸어왔다.

상표가 찍혀 있는 걸 보니 편의점 봉투 같은데…, 저기에 뭐가 든 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다.

녀석이 다짜고짜 검은 비닐을 거꾸로 뒤집어 안에 있던 내용물을 내 배 위로 쏟아부었다.

툭! 투툭!

배 위에 하나둘씩 떨어지는 작고 네모난 박스.

그걸 확인한 순간 내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이거…, 콘돔이잖아.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리자, 녀석이 한쪽 입꼬리를 비뚜름하게 말아 올리며 내게 말했다.

“골라봐. 어떤 게 좋은지.”

“…….”

얘가 작정을 해도 단단히 했구나.

기껏해야 윤지안 때처럼 펠라가 한계인 줄 알았는데.

콘돔을 미리 사 왔다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가기로 결심을 했다는 거잖아.

역시 신유정….

화끈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구나!

“여자 손만 닿으면 줏대 없이 그냥 서는 그 좆대가리, 오늘부로 나 아니면 안 서게 만들어 줄게.”

그러면서 몸에 딱 맞는 크롭티와 청바지를 훌러덩 벗어 던졌다.

매끈한 배와 브래지어에 감싸져 있는 탱탱하고 커다란 가슴이 보인다.

잘록한 허리와 도드라진 골반이 자아내는 유려한 곡선, 운동으로 단련된 탄탄한 허벅지에서 예쁘게 떨어져 내려가는 매끈한 다리.

그야말로 철저하게 운동으로 다져진 완벽한 몸매가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다.

녀석은 브래지어와 팬티만 걸친 상태로 쭈그리고 앉아 후크가 풀려 있는 내 바지를 붙잡고 그대로 벗겨버렸다.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서 있는 내 자지를 본 녀석이 이죽거리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아까 전까지 강간이니 뭐니 했던 새끼가…, 참나.”

그러다가 손으로 내 자지를 움켜쥐더니 위아래로 가볍게 흔들기 시작한다.

“윤지안 그 년이 해줄 때보다 지금이 더 꼴리지?”

이게 평가를 날로 먹으려고 하네.

고작 손으로 몇 번 문질러댄 주제에 펠라까지 해준 윤지안과 맞먹으려 들다니.

이런 건 솔직하게 대답을 해서 정신을 차리게 해야지.

“솔직히 말해?”

“어, 말해봐.”

발기한 자지 덕분에 자신감을 많이 되찾았는지, 녀석이 의기양양한 말투로 대답한다.

“아직까진…, 지안 씨가 더 나은데.”

잔잔한 여유가 흐르던 미소에 금이 갔다.

내가 이렇게까지 솔직할 줄은 몰랐던 모양.

“하, 그래?”

“솔직하게 말하라며.”

“그래, 새끼야. 존나게 솔직하게 답해줘서 고-맙다.”

화가 난 녀석이 자지를 흔들다 말고 곧장 제 가슴을 감싸고 있던 검정색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어 단숨에 벗어 던졌다.

아줌마의 딸임을 증명하듯 커다란 가슴이 거대한 봉우리처럼 솟아 있다.

아줌마보다 크기는 좀 작지만, 탄력이나 모양은 이쪽이 조금 더 예쁘다.

만지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가슴을 드러낸 신유정은 그대로 주저앉아 내 배 주변에 흩어져 있는 네모난 박스에서 콘돔을 꺼내 들었다.

비닐까지 찢어 콘돔을 꺼낸 녀석은 그것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나는 그 모습을 훔쳐보며 녀석 몰래 흐뭇하게 웃었다.

생긴 건 남자랑 여러 번 뒹굴었을 것 같이 생겼는데 처녀란 게 참 매력적이란 말이야.

“으음…!”

관찰을 끝마친 녀석이 곧장 콘돔을 내 귀두에 갖다 댄다.

“유정아, 그거 반댄데….”

방향이 뒤집혀 있는 걸 지적하자 녀석의 얼굴이 더욱 빨갛게 달아오른다.

왜 부끄러워하지?

처녀인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건데.

내 지적에 따라 방향을 뒤집은 콘돔을 내 귀두 위에 씌운다.

돌돌 말려 있던 콘돔이 뿌리까지 내려왔다.

전체적으로 꽉 끼는 듯한 느낌.

라지 사이즈인데도 이 정도라니, 조금만 더 있으면 말도 안 되는 물건이 될 것만 같다.

음, 뭔가 뿌듯해.

“휴.”

자지에 콘돔 하나 씌워놓고 큰 산 하나를 넘은 사람처럼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러다 이내 몸을 일으키더니 내 다리 위를 깔고 앉아 입고 있던 팬티의 아랫부분을 살짝 옆으로 젖힌다.

적당히 자란 털 아래로 딱 봐도 좁아 보이는 핑크빛 보지가 드러난다.

팬티를 벗는 게 민망해서 저렇게 했나 본데, 그래도 보이는 건 다 똑같다는 걸 왜 모를까.

녀석은 그 상태로 몇 번 심호흡을 하다가 내게 조심스레 말을 건네왔다.

“…그럼 넣는다.”

내 자지 밑동을 붙잡고 그 위로 곧장 주저앉으려는 녀석의 만행에 황급히 손을 들었다.

“자, 잠깐만.”

내가 막아서자 신유정이 날카롭게 치켜뜬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너…, 그대로 넣을 거야?”

“그런데, 왜.”

…얘는 진짜 섹스에 대해 1도 모르는 건가.

“아니…, 윤활제 같은 게 없으면 들어갔을 때 네가 많이 아플 텐데.”

내가 걱정하는 투로 말하자, 녀석이 인상을 찡그리더니 이내 기어들어 가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충분히 젖었으니까 닥쳐.”

나는 조용히 시선을 내려 내 귀두를 겨냥하고 있는 녀석의 보지를 힐끔 쳐다봤다.

녀석의 말대로 끈적끈적한 액체가 주변에 번들거리고 있다.

대체 언제 저렇게 젖은 거래?

“한 번만 더 방해하면 뒤진다.”

“그래.”

젖기까지 했다면 더 이상 나도 막아설 이유가 없지.

나는 차분한 마음으로 녀석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후우, 후우….”

거친 숨을 토해내며 천천히 주저앉기 시작하는 신유정.

마침내 녀석의 보지에 내 귀두가 닿았다.

“흣…!”

앙다문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옅은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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