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3화 (53/120)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섹스할 때의 쾌감이 가장 좋아서였다.

반대로 뒤로 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게 그 이유였는데.

지금은 왜 사람들이 이 자세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팔과 다리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 아줌마의 모습이 꼭 짐승 같다.

내가 자지를 박을 때마다 울부짖는 것도 그렇고.

인간의 탈을 벗어 던지고 짝짓기를 하는 한 쌍의 짐승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이에 따라 행동 또한 더 원초적이고, 본능적으로 변하는 느낌이 든다.

철썩, 철썩, 철썩, 철썩

자지를 깊게 밀어 넣을 때마다 아줌마의 커다란 엉덩이에 아랫배가 부딪혀 철썩거린다.

아, 또 알 것 같다.

이 자세가 왜 좋은지.

네 발로 땅을 디딘 채 짐승처럼 울부짖는 아줌마를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내가 아줌마를 온전히 정복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 정복감.

짐승 같은 섹스와 정복감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이 느낌이야말로 후배위를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뒤섞인 두 감각에 온몸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간다.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온몸을 이용해 자궁구에 귀두를 힘껏 때려 박는다.

“헤윽…, 흐극…?!”

그 강렬한 자극이 아줌마의 신음을 더 이상 사람의 것이 아니게 만들었다.

말로는 도저히 표현하기 힘든, 말 그대로 울부짖는 듯한 신음이 귀를 자극했다.

“자, 잠까안…! 히극…, 너무 겨, 격렬해…!”

“그래서 더 좋아하고 있잖아요?”

“그, 그치만… 이대로면, 또…, 아읏…!”

아줌마의 혀가 점차 밖으로 삐져나온다.

슬슬 두 번째 절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듯했다.

나도 슬슬 아슬아슬한데.

“그럼 같이 갈까요?”

“으, 응…, 히극…, 좋아…, 가, 같이….”

아줌마의 질이 더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나도 질 수 없다는 듯, 더욱 피스톤 속도를 올려 응수했다.

쯔걱, 쯔걱, 쯔걱, 쯔걱!

엉덩이에 힘을 빡 줘서 당장에라도 쏟아지려는 사정을 억지로 참아낸다.

이제는 몸이 아는 것이다.

한계까지 참은 상황에서 정액을 싸지를 때야말로 가장 높은 쾌락을 맛볼 수 있다는 걸.

“싸줘…, 흐응…, 아줌마 보지에 잔뜩 정액 싸줘…?”

그때 아줌마의 말이 나를 더없이 자극한다.

고개를 돌린 아줌마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맺힌 걸로 봐선 알아챈 게 틀림없다.

내가 야릇한 말투에 약하다는 것을.

“큭…!”

그리고 그건 아주 제대로 먹혔다.

안 그래도 한계까지 치달은 상황에서 결정타나 다름없는 역할을 해버렸다.

온몸에 힘이 탁 풀린다.

그와 동시에 자궁구에 맞닿은 귀두에서 정액이 요란하게 쏟아졌다.

뷰르르릇! 뷰르릇!

“하읏…!”

아줌마의 몸도 이에 맞춰 격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등이 둥글게 말리는 걸로 봐선 첫 번째보다 더 강렬한 오르가즘에 휩싸인 듯했다.

지탱할 힘도 없었는지, 아줌마의 몸이 매트리스 위로 그대로 쏟아졌다.

나도 그대로 아줌마의 등 위로 몸을 포개어 누웠다.

“하아….”

“으응….”

일순 새하얗게 됐던 머리가 차츰 돌아오기 시작한다.

“아줌마.”

“으응…?”

“마지막에 그런 말투는 너무 자극적인 거 아니에요?”

내가 묻자, 아줌마는 눈을 감은 채 살포시 웃으며 대답했다.

“도진이 네가 좋아하잖아…?”

“윽, 들켰네.”

“후후….”

아줌마와 나는 서로를 끌어안았다.

서로의 몸에 흐르는 땀이 뒤섞여 불쾌할 법도 하건만,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몸을 밀착시키며, 서로의 몸을 만끽했다.

그러다가 상체에서 전해지는 아줌마 가슴의 부드러운 감촉 때문에 자지가 또 서고 말았다.

“아줌마, 저 섰어요.”

“…잠깐만 쉬었다가…, 허윽!”

뷰르릇! 뷰르르르릇!

그 뒤로 세 번을 더 아줌마의 자궁에 정액을 붓고 나서야 성욕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다음화 보기

급격한 변화는 주변의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법이다.

성격적인 변화는 이런저런 이유를 둘러댈 수 있다고 쳐도, 신체적인 변화는 생각보다 둘러댈 만한 이유가 없다.

고작 하루아침에 통통한 사람이 날씬하게, 심지어 생김새까지 제법 잘생기게 변하는 데에 댈 수 있는 이유는 더더욱 없다.

그래서 나는.

“야! 빨리 문 안 열어?!”

캉캉캉!

잠수를 선택했다.

“너 내가 문 안 열면 못 열고 들어갈 것 같지? 이딴 문 따위 그냥 부수면 그만이야!”

사람의 변화에 있어 가장 합리적이고, 납득 가능한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왜, 흔히들 있잖은가.

몇 년 만에 보게 된 친구가 살을 빼서 몰라볼 정도가 됐다던가, 돈 없어서 매일 빌붙어 살던 친구가 갑자기 부자가 됐다던가.

그런 사람을 보면 자연스럽게 의문을 품게 된다.

대체 어떻게 저렇게 바뀌었을까?

그러나 이내 납득하게 된다.

아,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까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았나보다, 하고 말이다.

“너 내가 셋 셀 때까지 안 열면 진짜 부술 줄 알아. 하나, 두울…!”

그게 내가 잠수를 선택한 이유다.

아줌마는 어떻게든 만나야 하기도 하고, 워낙 이해심이나 배려심이 강한 사람이니까 그냥 밀고 들어가면 굳이 궁금해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막무가내식 돌진과 찐한 섹스로 잘 넘어가기도 했고.

근데, 쟤는 아니지.

“둘 반!”

지금 내 몸은 그야말로 환골탈태한 상태나 다름없다.

단순히 살이 빠진 걸 넘어 골격이나 근육의 형태 자체가 바뀌었으니까.

성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내 몸에 대해서 나 다음으로 잘 아는 사람은 단연 신유정이다.

내가 다이어트하는 동안 옆에서 꾸준히 지켜봐 왔으니까.

그런 녀석의 앞에 이 모습을 하고 짜잔, 하고 나타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안 그래도 날 옭아매려고 안달이 난 녀석은 좋다고 의심하며 내 약점을 잡으려고 집요하게 파고들지 않을까.

“둘 반의 반!”

이런 상황에서는 최대한 의심할 만한 거리 자체를 내어주지 않는 게 좋다.

그래서 나는 신유정과 윤지안에게 당분간 보기 힘들 거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잠수를 탔다.

이제부터 아예 안 본다는 선택지는 불가능하지만, 최소 입학하기 전까지 3주 동안은 어떻게든 악착같이 피해서 조금이나마 납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둘 반의 반의 반!”

그렇게 결심하고 벌써 2주가 지났다.

신유정은 하루가 멀다고 찾아와 저러고 있다.

매일 같이 찾아와 문을 부수겠다고 말하지만, 한 번도 부순 적은 없다.

왜냐고?

“자기네 건물 부수면 자기만 손해지, 뭐.”

이 건물은 아줌마 거니까.

남이 살고 있다고 해도 신유정에겐 자기 집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부숴봤자 손해 보는 건 자기 자신이라는 뜻.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쟤가 만에 하나 이 문을 부순다고 치자.

그럼 쟤 등짝도 부서질 거다.

아줌마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거든.

“아오!”

저거 봐라.

둘 반의 반의 반까지 갔던 타이머가 결국 멈췄다.

“진짜 없나? 아닌데…, 분명히 위에서 소리가 들렸었는데.”

이번엔 왜 찾아왔나 했더니, 아래에서 내가 낸 소리를 듣고 찾아왔나 보다.

소머즈 같은 년.

안 그래도 그것까지 감안해서 엄청 조심해서 움직였는데, 그걸 어떻게 들은 거지?

마침내 녀석의 실루엣이 멀어져 간다.

페이크일 수도 있기에 매트리스 위에서 숨 죽이고 있을 때였다.

우우웅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몸을 떨어댄다.

여러 번 울리는 걸로 봐선 전화가 온 모양.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다.

“윤지안이겠지.”

1분쯤 지나자 주머니가 잠잠해졌다.

스마트폰을 꺼내서 확인해 보니, 역시나 윤지안의 이름으로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지난 2주간 아줌마를 제외한 모두와 연락을 끊었다.

사실 모두라고 해봐야 중요도 높은 사람으로 따지면 신유정과 윤지안이 전부지만.

“정말 칼 같네.”

내가 메시지를 남긴 이후로 윤지안은 하루도 빠짐없이 내게 세 번씩 전화를 걸었다.

아침, 점심, 저녁.

내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까톡으로 메시지가 도착한다.

우웅

“아, 왔네.”

《윤지안: 도진 씨, 윤지안입니다. 점심은 맛있게 드셨나요? 안 드셨다면 꼭 챙겨드시길 바랍니다. 대체 무슨 일 때문에 이토록 연락이 안 되는지, 걱정이 앞섭니다. 몇 번이나 말씀드렸듯, 저와 협회는 도진 씨에게 무조건적인 도움을 약속드립니다. 그러니 언제든 연락을….》

그야말로 구구절절한 메시지.

딱히 의도치는 않았지만, 나에 대한 중요도가 더욱 상승한 느낌이다.

무조건적인 약속이라니, 내가 한 30억 빚졌다고 하면 그것도 전부 갚아줄 기세다.

아니, 실제로 갚아주겠지.

“그 대가로 노예가 되겠지만.”

협회 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절대 공짜로 무언가를 내어줄 놈들이 아니다.

“휴우!”

신유정도 이미 간 것 같고, 윤지안 전화도 끝났고.

“상태창.”

[상태창]

이름: 김도진

성별: 남

나이: 20세

키/몸무게: 174CM / 72.0KG

[근력: 25] [체력: 30] [민첩: 20] [마력: 15]

특성:

[특성 탐색까지 남은 시간: 153:47:18]

[상호불가침(2022.06.09.~2025.12.31)]

[발설금지(2022.06.09.~2025.12.31.)]

“음음!”

보기만 해도 흡족해지게 변한 상태창이 나를 반긴다.

두 사람을 피해 다니면서도 운동과 마력 훈련은 꾸준히 해왔다.

근골이 좋아진 덕분에 성장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빨라졌다.

심지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다.

비술을 사용할 때부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되고 있단 생각은 들었는데, 효과가 이렇게까지 좋을 줄이야.

“특성도 조만간이구나.”

텅 비어 있던 특성칸에 시간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앞으로 일주일.

착실하게 줄어든 시간을 볼 때마다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과연 어떤 특성이 생길까?

“이렇게까지 뜸 들여놓고 이상한 게 나오면….”

기분이 매우 더러울 것 같은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좋은 거, 좋은 거 하고 바랐는데 이제는 마음을 비우려 애쓴다.

이 몸뚱어리의 재능 하나만으로도 나는 능히 S급에 오르고도 남을 테니.

“마력 성장 속도도 훨씬 빨라졌네….”

옛말에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던가.

요즘에는 조금 다르게 쓰인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력이 깃든다고.

몸이 튼튼하지 않으면 마력의 성장 또한 더디다는 게 밝혀지면서 쓰이게 된 말이다.

튼튼한 몸일수록 마력의 성장이나 회복 속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다지.

그 덕분인지, TV나 학술지에 나오는 고위 마법사들의 몸을 보면 굉장히 탄탄하다.

한주희도 바쁜 와중에 운동만큼은 빼먹지 않고 했었지.

그 시간에 차라리 나랑 섹스를 했었다면 칼로리 소모가 더 높지 않았을까.

“스읍….”

씁쓸한 맛이 혀끝에 감돈다.

동시에 궁금하다.

이 몸뚱어리로 한주희와 만나게 될 때가.

지금이야 접점이라곤 1도 없는 상황이지만, 훗날은 다를 거다.

내가 재능 있는 마법사로서 꾸준히 이름을 날리면 그녀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겠지.

이 몸뚱어리가 마법사로서 최적의 재능을 지녔다는 것으로 이미 운명은 결정됐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