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5화 (45/120)

“김도진 씨 눈만 봐도 알겠습니다. 적어도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그녀는 예상보다 침착했다.

왜일까.

생긴 것과는 달리 남자 경험이 어마어마해서 그 정돈 아무것도 아니라는 건가.

비틀거리며 주저앉았던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향한 곳은 이곳에 난 두 개의 문.

그중 하나는 그녀가 들어온 곳이었고, 다른 하나는 내가 열고 들어온 곳이었다.

두 문에 차이점이 있다면, 그녀가 열고 들어온 문의 중간 즈음에, 내가 열고 들어온 문에는 없는 장치가 달려 있다는 것 정도.

장치라고 해봐야 별 거 없었다.

그냥 눈금이 군데군데 그려진 컵 하나가 덩그러니 붙어 있을 뿐.

“이게 그…, 김도진 씨가 말한 그거겠군요.”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마도요….”

너무나도 직관적이었다.

그래서 저기에 정액을 전부 채워 넣으면 열리는 구조라는 걸 그녀도, 나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그녀가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잠깐 뒤로 물러나 계십시오.”

“아, 네.”

내가 문 반대편에 있는 침대까지 물러나자, 그녀의 기세가 단숨에 부풀어 올랐다.

어라, 이건 예상 밖인데.

난동을 부릴 거란 생각은 했다.

아, 그렇습니까? 하고 곧장 남의 자지를 훑어댈 여자가 세상에 있을까.

내 예상을 벗어난 건, 다름 아닌 그녀의 힘이었다.

지금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B급에 준했다.

아무리 감찰부가 협회에서도 엘리트들만 모아둔 곳이라고 해도 그녀의 나이를 생각하면 C급 정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불안해졌다.

설마 저 문, 부서지는 건 아니겠지…?

“하아앗!”

그녀가 거센 기합과 함께 제법 긴 시간 동안 축적한 힘을 주먹을 통해 내질렀다.

콰아앙!

천둥이 코앞에서 떨어진 것만 같은 굉음이 귀를 때렸다.

주먹과 문이 부딪히며 불어닥친 후폭풍에 여전히 남들보다 무거운 몸이 휘청거릴 지경.

나는 양손을 모으며 기도했다.

언뜻 나무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저 문에 방어 마법이 떡칠되어 있기를.

믿습니다, 칼라슈 님!

“아….”

바람이 멎었다.

비로소 시야가 확보된 나는 곧장 문의 상태를 살폈다.

“아이고, 저런.”

문이 멀쩡하네.

“이를 어쩐담….”

윤지안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본다.

“…김도진 씨는 웬지 지금 상황이 심각하지 않으신 듯합니다?”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진다.

나는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그럴 리가요. 지금 저를 의심하시는 건가요?”

억울하다는 티를 팍팍 내려 쏘아붙이자, 윤지안의 기세가 누그러졌다.

이번 던전으로 그녀와 나 사이의 관계 정립은 완료된 거나 다름없다.

내가 갑, 그녀가 을.

윤지안이 열받아서 일을 때려치우지 않는 이상, 그것은 절대로 변치 않을 테지.

“좀 실망이네요. 지안 씨가 저를 그런 식으로 보고 계실 줄은….”

사실 정확하게 보고 있는 거다.

지금 나는 더없이 흥분한 상태니까.

그래도 일단은 아닌 척해야지.

시작도 전에 그녀에게 거부감을 심어줄 수는 없으니까.

당황한 그녀가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변명을 입에 담는다.

“아, 아닙니다. 저는 그런 식으로 말씀드린 게….”

“됐습니다.”

삐진 티를 팍팍 내며 문 앞으로 다가갔다.

이런 상태에서 그녀에게 곧장 핸드잡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녀의 능동적인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나도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것을, 나 또한 피해자임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

“뒤로 물러나 계세요.”

내가 그리 말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윤지안.

“지나온 길에 쓰인 글귀에는 여자가 직접 착취한 정액만이 눈금을 채울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고, 실험 정도는 해봐야죠.”

내 말의 뜻을 이해한 그녀의 얼굴이 한층 더 붉어졌다.

“그, 그 말씀은….”

“…부끄러워 죽겠으니까, 뒤로 가서 등 돌리고 계세요.”

“아, 아, 알겠, 알겠습니다.”

부끄러움 수준이 한계를 넘었는지, 녹이 슨 로봇처럼 삐걱거리는 걸음으로 멀어져가는 그녀.

“하아….”

더 이상 자위는 하지 않겠다 다짐했건만.

어쩔 수 없다.

이것은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니까.

가죽 방어구를 벗고, 딱 달라붙은 타이즈 하의를 훌러덩 벗어 던졌다.

갑자기 자괴감이 밀려온다.

설마 내가 던전에서 자위를 하게 될 줄이야.

오래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생기는구먼.

“진정하자….”

이건 빌드업을 위한 과정일 뿐이다.

아무런 자극도 없어 축 늘어진 자지를 손으로 붙잡고 천천히 흔들며, 아줌마를 생각한다.

비로소 껍데기를 벗어 던지고 나와의 섹스를 즐기던 아줌마의 헐떡이는 모습.

단숨에 자지에 힘이 불끈 솟아오른다.

“스으, 후우…!”

자위의 장점이자 단점은 상대방이 없다는 거다.

내가 흥분하면 흥분하는 대로 더욱 스퍼트를 올려 빠르게 사정감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건 어떤 면에서 장점이 되지만, 그 외에는 모든 부분이 단점이다.

뇌리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아줌마와의 정사를 떠올리며 그때와 똑같은 속도로 자지를 훑어대기 시작했다.

뇌내망상에 의해 한 번 더 변화를 거친 아줌마는 그때보다 더 외설적이고, 직설적인 말을 내게 내뱉었다.

그리고 마침내 사정감이 한계까지 치밀었다.

“윽…!”

나는 곧장 눈을 떠 문에 설치된 컵에다 귀두를 겨냥했다.

뷰릇! 뷰르릇!

섹스할 때와는 달리 힘없이 쏟아진 정액이 두 번에 걸쳐 컵의 바닥을 채운다.

나는 곧장 타이즈를 입고 등을 돌렸다.

어깨를 움찔거리고 있는 윤지안의 목덜미가 유난히 붉다.

설마 훔쳐봤나?

“끝났으니까 이리로 와보세요.”

“네? 아, 넷.”

고장 난 걸음으로 문 앞까지 걸어온 윤지안.

나는 문에 설치되어 있는 컵에 담긴 정액을 가리켰다.

“이, 일단 넣어보기는 했는데….”

“그, 그, 그렇군요, 예.”

정액을 본 윤지안의 얼굴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빨개졌다.

처음에는 애써 침착한 척했지만, 역시나.

그녀도 남자 경험이 별로 없거나 전무한 게 틀림없다.

“아앗…!”

내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컵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윤지안이 별안간 안타까운 소리를 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살펴보니, 그녀가 소리를 지를 정도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그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컵의 밑부분을 살짝 채웠던 정액이 그대로 사라지고 있다.

아무래도 칼라슈의 말은 사실인 듯했다.

“…글귀가 사실인 것 같네요.”

“그, 그런 것 같습니다.”

여기서 곧장 그녀에게 외설적인 행동을 강요하는 건 하수다.

더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해, 지금은 뜸을 들여야 할 때다.

“일단…, 다른 방법이 없나 고민을 좀 해보죠. 방에 단서가 될 만한 게 있는지도 살펴보고요.”

“예? 아, 예. 알겠습니다.”

의외라는 듯한 눈치로 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리는 윤지안.

아무래도 내 선택은 더없이 정답이었던 것 같다.

나는 주변을 설렁설렁 걸어 다니며 가구나 장식품들을 대충 살피는 시늉을 했다.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나는 물론이고 윤지안도 무언가를 찾지 못한 듯했다.

“후우…, 아무것도 없네요.”

“예….”

이제 슬슬 결정타를 날릴 시간이다.

나는 그녀를 향해 허리를 숙여 사죄의 인사를 건넸다.

“미안해요. 저 때문에 이런 데에 말려들게 해서.”

최대한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그녀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이런 함정이 있으리라곤 누구도 예상 못했을 겁니다.”

“고마워요.”

나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조금 쉬어요, 우리. 나갈 방법은…, 그 뒤에 다시 생각해 보고요.”

그리 말했지만, 그녀는 앉지 않았다.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하고 있을 뿐.

슬슬 때가 된 것 같은데.

“저어, 김도진 씨.”

“네?”

옳거니.

그녀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힘겹게 입을 연다.

“계속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다른 방법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한 번 더.

“아니에요. 조금 더 찾으면 다른 방법이….”

그녀가 고개를 저어 내 말을 끊어낸다.

“방을 전부 뒤졌지만, 그 어떤 것도 나오지 않았잖습니까.”

“그, 그거야….”

윤지안이 고개를 숙인다.

“김도진 씨도 저와 그…, 그런 짓을 하는 게 내키지 않으실 거라는 거, 압니다. 하지만 부디 탈출을 위해 어울려 주시겠습니까…?”

용기를 쥐어 짜내서 내뱉은 말이었다.

그것이 여실히 전해진다.

나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하죠, 우리.”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운 결정이었지만, 아주 힘겹게 결정했다는 듯이.

“그, 그럼 일단 침대에 앉아주시겠습니까…?”

“아, 네.”

침대에 살짝 걸터앉자, 윤지안이 내 다리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그러더니 생각보다 과감하게 손을 뻗어 바지 허리춤에 걸친 밴드 부분을 붙잡았다.

“바, 바지 벗기겠습니다.”

“제가 벗어도 되는데….”

“아닙니다, 도진 씨는 그냥 가만히 계셔도 됩니다.”

어색하게 어울리느니,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다 주도하겠다는 듯한 모양새다.

“그럼…, 벗기겠습니다.”

“…네.”

밴드 부분을 잡은 그녀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엉덩이를 살짝 들어 올리자, 바지와 팬티가 동시에 벗겨져 내려갔다.

이윽고 드러난 자지는 벌써부터 빳빳하게 서 있다.

“아….”

자지를 보자마자 거세게 흔들리는 동공을 보고 나는 확신했다.

윤지안은 아직 남자 경험이 없는 처녀라고.

그걸 생각하니 온몸에 전율이 인다.

참 신기하단 말이야.

남자는 왜 여자의 경험 유무에 따라 이리도 민감하게 반응할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자지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이 서서히 풀려간다.

마침내 결심이 섰는지, 그녀는 숨을 크게 내쉬며 무릎 위에 가지런히 모아두었던 손을 내게로 뻗었다.

“그,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꾸물거리며 다가온 기다란 손가락이 자지에 닿았다.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떨림.

아줌마의 손이 닿을 때와는 또 다른, 낯설지만 기분 좋은 느낌이 척추를 타고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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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손놀림은 어설프고, 어색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대로 좋았다.

처음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지는 그 풋풋함이 도리어 나를 흥분시키는 듯한 느낌.

자지 자체에서 느껴지는 자극보다, 등골을 스치는 오싹함이 주는 자극이 더 강했다.

“어, 어떠십니까…?”

윤지안이 고개를 올려다보며 조심스레 물어왔다.

나는 내가 느낀 그대로를 입에 담았다.

“조금 뻣뻣하긴 하지만…, 그래도 좋아요.”

“그, 그렇습니까.”

잔뜩 굳어 있던 그녀의 얼굴에 살짝 화색이 돈다.

원치 않는 일이라고 해도 일단 사내를 기쁘게 만들었다는 게 좋아서 그런 건지.

이따금 뚝뚝 끊기던 움직임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부드럽게 변했다.

잠깐 사이에 그녀의 실력이 는 건 아니고.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뿜어져 나온 쿠퍼액이 자지와 그녀의 손에 덕지덕지 묻어 윤활제 역할을 조금이나마 대신해줘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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