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120)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 촉감과 질감에 빠져 그녀는 서서히 손을 흔들었다.

동시에 우려했다.

‘기분 좋아할까…. 남편에게도 거의 해준 적이 없어서 서투를 텐데.’

기우는 단숨에 불식됐다.

“아…!”

숨을 토해내며 더없이 기뻐하는 김도진의 표정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묘한 욕심이 생겼다.

더, 더 많이 기뻐하는 모습을 자신에게 가감 없이 보여주었으면 하고.

그렇게 열중하고 있는 사이, 김도진의 열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제 얼굴 그리고 가슴.

애절하게 전하는 구애와도 같은 눈길에 그녀는 당초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허용하고 말았다.

환자복의 단추를 풀어 제 가슴을 남편이 아닌 젊은 사내에게 드러냈다.

병실에 이는 스산한 공기가 몸을 움츠러들게 만들다가도, 멀찍이 떨어진 그의 얼굴에서 뿜어져 나온 뜨거운 콧김이 이를 중화시켰다.

아니, 오히려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

이윽고 전해지는 김도진의 손길.

처음은 그저 제 욕망대로 주물러 대는 것이었기에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이따금 민감한 부위를 지나칠 때마다 옅은 비음이 새어 나올 정도.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손놀림이 섬세하고, 집요하게 바뀌었다.

제 가슴에 있는 민감한 부분을 모조리 찾아내려는 듯, 전체를 마구 훑어댔다.

‘머, 멈춰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정말 큰일이 나겠다 싶어 멈추려 했지만, 늦었다.

“흐윽…!”

김도진이 한발 앞서 가장 민감한 부위인 젖꼭지를 사정없이 괴롭혀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신음소리만은 참아내려고 남은 손으로 입까지 틀어막았지만, 전부 막을 수는 없었다.

만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김도진의 손놀림이 더욱 능숙해져서 참기란 불가능했다.

‘배우는 게 너무 빨랏…!’

잔잔한 파도 사이에 커다란 파도가 들이닥쳤다.

신음이 새어 나오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통해 들썩이게 만드는 쾌락의 파도.

그와 동시에 열심히 흔들어대고 있던 김도진의 자지가 일순간 팽창하더니, 거침없는 기세로 정액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뷰릇 뷰르릇!

그것들은 자지 앞에 있던 자신이 고스란히 덮어써야만 했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차게 식었다.

‘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3년이나 같이 알고 지낸 아이의 물건을 쥐고 흔들고, 가슴을 내놓고, 정액을 덮어쓰다니.

제 얼굴을 닦고 아래로 내려가는 김도진의 손길을 막아낸 뒤, 가슴에 묻은 정액을 대충 닦아내고 화장실로 향했다.

“아, 아아….”

온갖 감정이 휘몰아쳤다.

부정한 짓을 저질렀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

미처 닦아내지 못하고 남은 정액이 전해주는 진한 냄새와 가슴에 남은 짜릿한 쾌감.

그녀는 찬물을 틀어 가슴과 얼굴을 박박 문질렀다.

이성을 마비시킬 것만 같은 진한 냄새가 모두 사라졌을 즈음, 그녀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가장한 채 병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보았다.

자신을 부른 김도진으로부터, 오늘 겪은 그 어떤 일보다 깊게 각인될, 아름다운 광경을.

그의 손길에 하얀 알갱이들이 회오리 치듯 휘몰아치다가, 어느새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다.

맑고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낸 듯한 장미꽃 한 송이.

“도, 도진아.”

“이게 아줌마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꺼낸 일련의 말들은 지금껏 들은 그 어떤 말보다 달콤하고, 푸근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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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했던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줌마와 나는 퇴원했다.

아줌마는 애초에 크게 다친 곳이 없었고, 나도 병원에 머물며 더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없어서 의사가 집에서 푹 쉬라고 보내주더라.

집에 오자마자 아줌마와 나는 나란히 앉아 점심을 먹었다.

언제나 먹던 반찬이지만, 오늘은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왜냐면.

“자, 아.”

“아-”

아줌마가 직접 떠먹여 주고 있기 때문이지.

사실 나는 양손잡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손시우일 때는 오른손잡이였고, 이 몸뚱어리는 왼손잡이다.

그게 어떤 영향을 미치기라도 했는지 지금의 나는 양손을 모두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왼팔에 금이 가서 못 움직인다고 해도 밥 먹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근데 아줌마는 이 사실을 모른다.

내가 왼손잡이라고 기억하고 있을 뿐.

그래서 약간 아픈 척 좀 했더니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반찬 뭐 집어줄까?”

“콩나물이요.”

젓가락에 적당히 잡힌 콩나물이 입에 들어온다.

아삭아삭한 게 밥 비벼 먹으면 딱 좋겠는데.

집에도 있으니까 저녁에 고추장에 참기름 넣고 슥슥 비벼서 먹어야겠다.

“맛있니?”

열심히 반찬을 받아먹는 나를 향해 아줌마가 물었다.

입가에는 따뜻한 미소가 녹아 있다.

“아줌마가 먹여 주셔서 그런가, 평소보다 더 맛있네요.”

“얘도 참.”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살레살레 젓는 아줌마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머물러 있다.

느껴진다.

아줌마와 나 사이의 거리가 하룻밤 사이에 어마어마하게 좁혀졌다는 게.

평소와 비슷해 보이지만, 눈을 마주치는 횟수부터가 달라졌다.

그리고 이따금 얼굴을 붉히거나, 수줍은 아가씨처럼 눈을 피하곤 한다.

문득문득 나와 보냈던 어젯밤이 떠오르는 거겠지.

좋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어.

“한 그릇 더 먹을래?”

밥 한 공기를 말끔하게 비웠다.

이 시간이 더 길었음 하는 마음과 아직 덜 찬 배를 생각하면 더 먹고 싶었지만.

“아뇨, 참을래요. 다이어트 중이잖아요.”

“그랬지, 참.”

잊지 말자.

나는 지금 다이어트 중이다.

저 한 공기로 인해 며칠간의 운동이 말짱 도루묵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 과일 깎아줄게.”

“넵.”

이것만큼은 거절하지 않았다.

솔직한 심정으로, 과일보다 아줌마와 좀 더 같이 있고 싶다.

“휴.”

작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리자, 냉장고 아래쪽에 위치한 야채칸에서 과일들을 고르고 있는 아줌마의 뒷모습이 보인다.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킨다.

상체를 숙이고 있는 탓에 이쪽을 향해 내밀어진 엉덩이가 무척 탐스럽다.

“사과 좋아하니?”

“네? 아, 네!”

이상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조금만 더 보고 있었다간 그대로 또 발기할 뻔했다.

싱크대 앞에서 과도로 껍질을 깎아내고 있는 아줌마의 모습을 힐끔힐끔 훔쳐본다.

흥흥,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아줌마의 옆모습을 넋을 잃고 쳐다보게 된다.

어젯밤의 그 일 이후로, 내 마음은 이미 선을 넘었다.

아줌마와 이래선 안 된다는 마음은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더 농밀한 사이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자, 먹으렴.”

어느새 과일을 다 깎고 맞은편에 앉은 아줌마가 포크에 사과 한 조각을 꽂아 내게 건네주었다.

사과를 오물거리며 아줌마를 본다.

정확히는 식탁에 떡하니 올라가 있는 두 가슴.

내가 어젯밤 저 커다란 가슴을 떡 주무르듯이 만졌다.

“저…. 도진아?”

아줌마가 날 부르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붉어진 얼굴로 어색하게 웃고 있는 표정.

아, 실수다.

숨기려고 하지도 않고 너무 아줌마 가슴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내 시선을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겠지.

“죄, 죄송해요.”

다시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졌다.

아, 내가 왜 그랬을까.

지금까지 좋았는데.

20대의 육체는 40대의 육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활동적이다.

일말의 기회만 생기면 벌떡 일어나고, 야릇한 게 보이면 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다.

“그…, 어젯밤에 있었던 일 있잖니.”

새빨개진 아줌마의 얼굴.

이야기를 꺼내며 떠올린 어젯밤에 대한 회상이 무척이나 적나라했던 모양.

“어, 어젯밤에 도진이 너를 도와준 건…, 네게 도움을 받기도 했고, 아줌마도 그때 잠깐 제정신이 아니었어서 그런 거니까….”

떨리는 입술로 힘겹게 말을 이어가는 아줌마.

“이, 이제 다시는 그럴 일 없을 테니까. 아줌마도 그럴 테니, 도진이 너도 하룻밤의 추억으로만 남겨주겠니…?”

빨개진 얼굴 속에 다양한 감정이 엿보인다.

당황스러움, 단호함, 부끄러움, 설레임 등.

하룻밤 사이에 많은 고민을 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확신할 수 있다.

아줌마는 어젯밤 마음이 움직였다.

증거? 당연히 있다.

내가 얼음으로 만든 장미꽃을 손 위에 올려주었을 때, 아줌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연분홍빛 안개가 그 증거다.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안개를 보며, 오크의 사체에서 빠져 나오는 검은 연기를 보고 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때와 마찬가지로 손을 휘저어 흩어져가는 안개를 모두 빨아들였더니, 글쎄.

[서정희로부터 마력을 흡수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마력 수치가 1 상승합니다.]

[흡수한 마력은 정화 작업을 거친 후 사용 가능합니다.]

[정화까지 남은 시간: 23:59:42]

오크의 시체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연기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더라.

아줌마가 그날의 일을 떠올리며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며 밤을 지새울 때, 나는 연분홍빛 안개의 정체가 무엇인가 무던히도 고민했다.

이윽고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아줌마의 급격한 감정의 변화가 만들어낸 마력이라고.

각성을 하지 않은 일반인의 체내에도 마력은 존재한다.

다만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사용하지 못할 뿐.

인간은 감정에 따라 제 한계를 넘는 능력을 선보이는 경우가 더러 존재한다.

빌런에게 인질로 잡힌 아이를 각성자도 아닌 일반인 엄마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구해낸 유명한 일화도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건, 감정의 극적인 변화가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어제의 분홍빛 안개도, 검은 연기도 이해가 된다.

하나는 따뜻한 말, 또 하나는 죽음으로부터 비롯된 급격한 감정의 변화가 마력을 만들어낸 거고, 나는 이를 흡수한 거라고.

뭐, 아직까지는 가정에 불과하니까 앞으로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할 일이니까 이건 제쳐두고.

아무튼 이를 가정하면 어젯밤 아줌마는 분명 감정이 크게 움직였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나는 이 상황에서 아줌마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아, 그, 그렇죠. 네…, 아줌마가 그랬을 리가 없죠, 네….”

그녀의 말에 따르되, 마지못해 따른다는 느낌으로 여지를 남겨놓기로.

조금 더 급발진을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지금은 무리였다.

사실 어제 어떻게 핸드잡을 받았는지도 의문이다.

이 뚱뚱한 몸뚱어리를 보고도 그럴 기분이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아줌마가 인격자라는 증거.

보다 나를 가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이에 기묘한 감정은 계속해서 남아 있어야 하고.

나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 아줌마 말씀대로 할게요. 어젯밤 일은…, 그냥, 행복했던 순간으로…, 남기는 걸로….”

최대한 아쉽고, 그러고 싶지 않지만 아줌마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을 이어간다.

“도, 도진아….”

당황 섞인 아줌마의 음성이 들려온다.

좋아, 먹히고 있다.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면서 겉으로는 어색하게 웃고 있지만, 어깨는 축 늘어진 상태를 유지.

그 상태에서 허둥대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죄, 죄송해요.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나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도, 도진아!”

뒤에서 아줌마가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현관을 나선다.

그대로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오른다.

이쯤이면 됐겠다 싶어 걸음을 늦추고 몸을 돌렸는데, 예상치 못한 손님을 발견했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여인.

“누구세요?”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던 여인이 돌아섰다.

전체적으로 단단한 느낌을 주는 인상의 여자였다.

육체가 우락부락하다는 게 아니고, 오밀조밀한 입술을 굳게 닫고 있는 모습이라거나, 일말의 동요 없이 이쪽을 지그시 쳐다보고 있는 눈동자라거나.

딱 봐도 딱딱하고, 고지식할 것만 같은 느낌을 팍팍 준다.

“김도진 씨 되십니까?”

저거 봐라.

여성치고는 낮은 중저음에 말투까지 딱딱하다.

“예, 맞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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