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15/120)

여기에 야동이 들어있다는 것까지는 금세 떠오르는데,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누군가 꽉 걸어 잠근 것처럼 기억에 자물쇠가 걸려 있는 느낌.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보는 수밖에.

“일단 애니메이션은 내 취향이 아니고.”

고작 애니 따위가 꼴리면 얼마나 꼴리겠나.

“만화…, 보다는 역시 실사판이 좋겠지.”

동인지는 제법 끌리는 선택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시 나는 실사가 더 취향이라.

야동 폴더를 더블 클릭해 들어가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제목들이 보인다.

대부분 상황극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르는 남자의 거근에 타락해가는 유부녀…, 남편이 출장 간 사이 타락하는 아내…?”

모든 제목에 꼬박꼬박 들어가 있는 단어.

유부녀 아니면 아내.

“이 새끼 진짜….”

취향 한 번 확고한 새끼네.

아마도 이걸 볼 때마다 다른 생각을 하면서 자위를 했던 것 같은데.

“쯔쯧, 야동대로 하지 그랬어.”

차라리 내 몸을 빼앗을 게 아니라 그 몸 그대로 성장해서 불륜을 저지르는 게 더 가능성이 있었을 텐데.

내 마누라는 이미 손시우라는 인간에게 별 흥미가 없거든.

“불쌍한 놈…, 아니, 분.”

그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넨 뒤, 수많은 파일 앞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고민의 의미가 있나?”

출연하는 배우만 다르지, 내용은 대부분 똑같다.

유부녀가 남편이 아닌 다른 사내의 자지에 함락되어 타락하는 내용.

“에이, 아무거나 보자.”

대충 마우스 휠을 데룩데룩 굴리다 멈춰 선 곳에 있는 파일을 더블 클릭했다.

단란한 가정의 모습은 대충 휙휙 넘기고, 낯선 사내에게 꿰뚫리는 장면부터 재생시킨다.

책상에 놓인 헤드폰을 쓰고 잠시 감상 시간을 가진다.

“야…, 요즘 야동 대단하네.”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 어릴 때부터 성진국이라 불리던 일본다운 강렬하고, 현란한 무브먼트.

화질은 또 왜 이리 선명한지, 모공 하나하나 다 보일 기세.

일본에 몇 번인가 방문한 경험 덕분에 일본어가 대강대강 귀에 들린다.

이에 빠져들어 미리 풀어둔 휴지를 손에 쥐고 바지를 벗었다.

-아아, 야메떼…! 아흑!

입으로는 싫다고 하면서 얼굴은 쾌락에 풀어헤쳐진 얼굴이 일품이다.

이 배우 연기 잘하네.

한쪽에 휴지를 쥐고 딱딱하게 솟은 자지를 쥐고 흔든다.

“다음엔 이걸 키워야겠네….”

스무 살이라 단단하기는 한데, 생각보다 작다.

크기는 남자의 자존심.

이번에 모으는 마력으로는 자지의 성장력부터 키워야겠다.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서히 자지를 흔드는 속도를 높여간다.

밑바닥에서부터 서서히 차오른 사정감이 절정에 다다를 즈음.

땅바닥에 무언가가 떨어지는 듯한 진동이 전해진다.

“뭐야.”

잠시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돌리자.

아줌마가 서 있다.

붉어진 얼굴을 양손으로 가린 채로.

그 순간, 귀를 때리는 강렬한 음성.

-이끄, 이끄으읏!

아, 안 돼.

끝까지 치달은 사정감이 이륙을 마치고 발사를 준비한다.

황급히 휴지를 쥔 손으로 막아보려 했지만….

늦었다.

푸슛! 푸슈슛!

2주 동안 모아두고 있던 정액이 힘차게 날아올라 허공을 비행한다.

이윽고 시작되는 추락과 폭격.

투둑! 툭!

정액 일부가 아줌마의 시그니처인 회색 원피스를 더욱 짙은 색으로 물들인다.

“미, 미, 미안해!”

“아….”

황급히 돌아서서 달려 나가는 아줌마.

뒤늦게 손을 뻗어보지만 닿을 리가 없었다.

여기저기 정액이 흩뿌려진 처참한 현장에 반찬통 하나가 떨어져 있다.

아무래도 아줌마는 반찬을 채워주러 왔던 것 같다.

“아….”

아무래도 좆된 것 같다.

* * *

빠- 빠- 빠빠빠….

요란하게 울리는 기상나팔 알람을 끈다.

애초에 알람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날 샜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기 때문에.

어젯밤 아줌마가 내 자위하는 모습을 보고서 황급히 달려 나갔다.

“안 오시겠지.”

그런 꼴을 봤는데 아줌마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나와 함께 새벽 운동에 나갈 리가.

“잠이나 자자….”

하루를 전부 망칠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빨리 자고 일어나 오후부터는 헬스도 하고, 마력도 모아야지.

그렇게 억지로 잠을 청하기 위해 이불 안으로 깊숙이 몸을 밀어 넣고 있을 때.

캉캉캉!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뭐지.”

이 시간에 문을 두드릴 사람이라곤 아줌마뿐인데.

“도, 도진아. 아직 준비 안 됐니…?”

아줌마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자, 잠시만요!”

대답은 들려오지 않지만, 몸은 빠르게 움직인다.

지금 안 나가면 아줌마와의 사이는 완전히 박살 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내 몸을 더욱 빠르게 만들었다.

급하게 바지를 입고 발을 내리다가 무언가를 밟았다.

[속보입니다.]

리모컨이었나.

[양천구 목동 근처에 출현한 몬스터 중 한 마리가 아직까지 잡히지 않아 일대에 혼란을….]

아무래도 몬스터 한 마리가 헌터들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에 성공한 듯했다.

대체 요즘 애들은 뭐가 이리 허술한지, 원.

나 때는 저런 일이 없었는데 말이야.

앵커가 열심히 떠들어대고 있는 TV를 끄고 곧장 문을 열고 나섰다.

“자, 잘 잤니?”

어색하게 건네오는 인사.

운동을 시작하기 전인데도 아줌마의 얼굴은 이미 발갛게 달라올라 있다.

누가 봐도 전날의 영향임에 틀림없는 상황.

“그…, 예….”

죄인의 심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그러자 아줌마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휘젓는다.

“그, 그럼 갈까?”

“…넵.”

참담한 상황 속에서 아줌마와의 새벽 운동이 시작됐다.

다음화 보기

걸음이 빠른 아줌마는 앞서 걸어가고, 나는 그 뒤를 따른다.

여기까지는 기존과 다를 것 없는 상황이지만, 분위기가 다르다.

평소에는 한 번씩 뒤를 돌아보며 응원의 말을 건네주던 아줌마가 오늘은 조용하다.

“완전히 조졌네.”

처참하게 망가진 분위기가 어깨를 짓누른다.

사실 남의 집도 아니고 내 집에서 자위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

물론 내가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은 건 잘못이지만, 마음대로 들어온 건 아줌만데.

왜 내가 이렇게 죄스러운 기분이 들어야만 하는 거지.

“후우….”

산책길을 따라 중간지점에 도달하면 작은 공원이 나온다.

아침 운동을 즐기는 할배, 아재들이 잔뜩 모이는 곳.

먼저 올라선 아줌마가 두 팔을 하늘을 향해 뻗으며 기분 좋은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허리 밑까지 내려와 있던 얇은 점퍼가 팔을 따라 올라가 속살이 드러난다.

“아줌마,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아, 응. 그러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아줌마를 뒤로한 채 뒤뚱거리며 화장실로 뛰어간다.

곧장 비어 있는 칸막이 문을 열고 들어가 좌변기 위에 앉았다.

“하아.”

차오른 숨을 토해내며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그래.

내가 내 집에서 자위를 하고, 물을 빼는 일에 죄책감 같은 걸 가질 이유는 없다.

오히려 아줌마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게 맞는 거지.

그럼에도 내가 그런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는 하나다.

아랫도리에 힘이 불끈 들어가 바지를 불룩하게 만든 내 자지가 원인이다.

“정신 차려라, 도진아. 상대는 아줌마다, 아줌마!”

어제 보았던 야동이 문제다.

그놈은 그것을 보며 한주희를 떠올렸던 것 같지만, 나는 아니다.

처음에는 그저 작품으로써, 자위를 위한 수단으로써 보았을 뿐이었는데, 아줌마가 멋대로 방에 들어와 내게 모습을 보인 순간부터 그 모든 것이 망가졌다.

열연하는 야동 배우의 얼굴에 아줌마가 자꾸만 덧씌워지기 시작했다.

불룩하게 솟아오른 아랫도리는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처음에는 조금 자극적이긴 했지만, 서서히 적응되고 있던 아줌마의 신체를 보고 몸뚱어리가 재차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내가 본 야동 배우보다 더 이쁘냐.”

유부녀를 연기하는 야동 배우는 대부분 젊고, 어리다.

기껏해야 20대 중후반에서, 많아 봐야 30대 초반쯤 아닐까.

그에 반해 아줌마는 무려 40대 중반이다.

아름다운 꽃도 시들어갈 나이에, 아줌마는 여전히 예쁘다.

가능, 불가능이냐 물으면 고민 없이 가능을 외칠 정도.

아무리 내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고 싶다곤 했지만, 이건 아니다.

“유부녀를 건드릴 수는 없지….”

아줌마에겐 가정이 있고, 그 가정에 매우 충실한 사람이다.

내가 하고자 한다고 해서 응할 리도 없거니와, 남의 가정을 깨트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니 억눌러야만 한다.

아줌마는 내게 있어 더없이 감사한 존재.

그런 사람에게 한순간의 욕망에 사로잡혀 우를 범하고 싶지는 않으니.

“마하반야바라밀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불경을 읊으며 화가 난 자지를 서서히 가라앉히고 있을 즈음.

화장실 밖으로부터 요란한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끼야악!”

비명?

걸어 잠근 칸막이 문을 박차고 화장실 밖으로 나간다.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아수라장.

조금 전까지만 해도 느긋한 얼굴로 벤치에 앉아 있거나, 나무에 등을 퉁퉁 치고 있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벌어진 게 틀림없다.

그들을 보며 가만히 서 있을 때, 웬 아저씨가 달려오는 도중에 내 어깨를 붙잡는다.

“하, 학생! 얼른 도망쳐, 얼른!”

“무슨 일인데요?”

“모, 모, 몬스터! 몬스터가 나타났어! 그러니 얼른…!”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도망치는 와중에도 나를 걱정해 달려와준 아저씨의 손을 뿌리쳤다.

“아저씨 먼저 가십쇼.”

“하, 학생! 어디 가! 이, 이런…!”

모두를 달아나게 한 몬스터도, 아줌마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아줌마는 이미 도망쳤을 수도 있고, 몬스터는 달아나는 사람 중 누군가를 쫓아 마구 달려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분이 영 찝찝해.”

끈적끈적한 감각이 온몸을 엄습한다.

이런 느낌이 들 때면 꼭 안 좋은 일이 벌어지더라고.

그러니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없다.

적어도 이 더러운 기분이 단순한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다.

“침착하자, 침착….”

날뛰는 감각을 가라앉힌다.

차분한 시선으로 주변을 훑었다.

공원의 흙바닥을 수놓은 수많은 사람들의 족적.

그것들 중 유독 크고, 이질적인 것 하나를 발견했다.

발 길이 300mm 정도에 폭은 20cm 조금 안 되는 정도의 이족보행 몬스터.

“오크네.”

몬스터 난이도 A급부터 D급까지.

형태에 따라 A급도, D급도 될 수 있는 종족 내에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가진 몬스터.

실수로 리모컨을 밟아 켜진 TV에서 전해준 뉴스가 떠오른다.

목동 일대에서 출현한 몬스터 한 마리가 포위망을 빠져나갔다고 했던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