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화] 12장-술자리1
이런 상황에서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성격이 이상하다고 해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 중원에서 두 명 이상 찾기 어려운 수준의 미인이 이렇게 대놓고 유혹을 하는데 참을 수 있다면 그건 둘 중 하나였다.
작은 걸 좋아하는 위험한 남자거나 고자거나.
안타깝게도 나는 둘 모두 해당되지 않는 건강한 남성이었기에..
"아.."
-핥짝..
"응.."
알코올에 찌든 뇌에는 더 이상 나를 말려줄 이성도 남아있지 않았다.
여러 번 말했다시피 외모 만큼은 거의 내 이상형에 가까운 천마였다.
외모의 수준마저 스승님과 비빌 정도였으니 아무리 내가 스승님으로 내성이 쌓여 있다고 해도 적용이 거의 되지 않았고
평상시였어도 유혹을 뿌리칠 자신이 없는데 뇌가 술에 찌든 상태에서 이렇게 술로 유혹을 해대니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핥짝.. 핥짝..
나는 그녀의 다리 쪽에 고개를 쳐박고 허벅지에 묻어있는 술을 핥기 시작했다.
허벅지 사이에 고여있는 술보다는 바깥으로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위주로.
남의 다리를 핥는다는 게 비위생적인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무인은 경지가 높을수록 몸에서 노폐물이 아예 발생하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가니 그다지 찝찝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지금은 그걸 생각하는 것보다 그냥 욕망이 앞섰던 것 뿐이지만.
-쓰담쓰담..
"그렇게 작은 혀로 핥짝거리면 간지럽지 않느냐."
"...추읍."
"으응.."
천마는 그런 내가 귀엽게 보인 건지 손을 들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살짝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보자 취기 때문에 올라와 있던 짙은 홍조가 어쩐지 더 붉어진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이런 식으로 닦으면 술이 그대의 타액으로 대체될 뿐인데.. 닦는 의미가 있나?"
"...술보단 덜 끈적하지 않겠습니까"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말도 안되는 궤변이었지만 이미 지금 상황에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그녀의 허벅지를 핥을 명분이 필요했던 것 뿐.
-핥짝..
머리가 몽롱해지는 걸 느끼며 기계적으로 술을 핥아 먹자 어느새 허벅지 주위에 흐르던 물방울을 전부 핥은 뒤였다.
이제 그녀의 몸에 술이 남아있는 부위는 한 곳 뿐.
-꿀꺽
"..."
"아. 이제 이쪽인가? 다행이군. 흘러내리지 않게 모으고 있는 것도 꽤 고역이라 말이지."
나는 몸을 움직여 얼굴을 그녀의 무릎 사이로 옮겨갔다.
위쪽의 술이 고여있는 곳에서부터 조금씩 흘러 내려온 물줄기.
여기부턴 방울이 아니라 진짜 마셔야 했기에 그 틈으로 입술을 밀어 넣었고
-수릅
"푸흣.."
"...?"
"아, 아니.. 갑자기 간지러워서 그랬네."
이제부턴 정말로 마시는 느낌이 났다.
방울 단위라 알코올 맛도 느껴지지 않던 전과 달리 이젠 진짜 다시 술을 마시는 느낌이었다.
계곡주라고 하던가.
술집 기생들이나 해줄법한 서비스를 나는 지금 천마한테 받고 있었다.
아무리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박살난지 오래라지만 그것과 별개로 성취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자랑은 아니겠지만 여자 관련해서 나 만큼의 업적을 이뤄낸 사람은 중원 역사를 뒤져봐도 아무도 없을 거라 확신할 수 있었다.
다른 건 다 제쳐두더라도 천마한테 이런 서비스를 받았다는 것 만으로도 웬만한 영웅이나 색마도 압살할거다.
역사적으로 천마가 여성이었던 경우 자체가 거의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몇 명 마저도 이 정도 외모나 무력을 동시에 가진 사람은 없었을 거고.
-핥짝..
"으응.."
-쓰담쓰담
액체를 마신 뒤에 남아있는 물기를 혀로 닦으며 천천히 위쪽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제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손은 나와 완전히 동화되어 손이 올라갈 때 내가 따라가는 건지 내가 올라가자 손이 따라오는 건지 구분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작은 강아지를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이구나.. 기회가 된다면 한 마리 쯤 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
"아. 그러면 그대의 경쟁자가 생겨버리려나. 방금 말은 철회하는 게 좋을 것 같군."
나는 천마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마저 할 일을 이어갔다.
그리고 어느새 도착한 꼭대기.
-꿀꺽
마비된지 오래였던 이성에 살짝 불이 들어왔다.
허벅지와 허벅지 사이. 남성과는 다른 여성의 신체구조상 나오는 빈 공간.
그 공간에 제법 되는 양의 술이 모여있었다.
양으로 따지면 한 잔보다 많은 두세 모금 정도.
그 안쪽에 있을 중요 부위는 그녀의 옷이 가리고 있었지만 나는 저 옷이 얼마나 옷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형태인지 알고 있었다.
말이 옷이지 사실상 천으로 앞을 덮는 수준이라 몸을 조금만 기울여도 바로 살결이 드러나고
그 안에 있는 최후의 보루는 또 최소한의 면적만 가리고 있는 속옷이었다.
당장 술에 젖어 몸에 달라붙은 천으로부터 그녀의 배꼽을 포함한 몸의 라인이 전부 보이는 상황.
홀로 사람 수백 수천명을 갈아버린 여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얇은 허리였다.
힘을 세게 주면 부러질 것 같은 이미지인데 아무리 이 비현실적인 세상에서 오래 산다고 해도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근데 그렇게 따지면 허리는 내가 더 얇을지도.'
아니 난 그만큼 약하니까 당연한 건가.
난 진짜로 힘 잘못 주면 부러진다.
예전에 당아영이 힘 조절을 잘못해서 삐끗했던 적이 있는데 진짜 그때 얼마나 고생했는지.
그래도 섹스를 하도 많이 해서 허리가 단련된 건 있겠지만 몸 자체가 약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늙어서 고생하지 않으려면 젊을 때부터 관리를 잘 해야겠지.
"이제 와서 민망해진 건가?"
잠시 딴생각에 잠긴 나를 천마는 머뭇거린다고 생각했던 건지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대가 흘린 건 그대가 책임져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아니었나?"
"..."
머리에서 느껴지는 미칠 듯이 부드러운 손길에 다시 이성이 마비되기 시작한다.
아까 강아지 같다고 하더니 진짜 강아지라도 되어버린 걸까.
만약 꼬리가 있었다면 지금쯤 열렬하게 흔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책임..져 드려야죠.."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그녀의 고간 사이로 얼굴을 묻었고
턱과 입쪽에서 느껴지는 허벅지의 감촉과 눈 부근에서 느껴지는 얇은 천조각 너머의 여인의 감촉에 정신이 아늑해지기 전에 서둘러 술을 해치웠다.
여기서 쓰러지면 대참사였으니까.
그렇게 맛을 느낄 새도 없이 마지막으로 고여있는 술을 해치운 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내 머리에 올라가 있는 손은 그걸 쉽게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제대로 막을 생각은 아니었는지 힘을 줘가며 벗어나려 하자 손의 힘을 이기고 그 공간에서 탈출할 수 있었지만 얼굴엔 여전히 찝찝한 기운이 남아있었다.
술에 젖었던 그녀의 옷에 얼굴을 밀어 넣었으니 내 얼굴에서도 술 냄새가 날 수밖에.
"...그러면 이제 다 닦아드렸으니 제 자리로.."
여전히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나는 살짝 위기감을 느끼며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그 순간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쨍강
유리. 혹은 도자기가 깨지는 소리.
소리가 들린 탁자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나와 천마의 술잔이 어느새 두 동강 나 있었다.
"이런. 잔이 낡은 것이었는지 부서져 버렸군. 저대론 쓰지 못하겠어."
"...여분의 잔은 없습니까?"
"당장은 없을 것 같은 걸로 기억하네만."
...없으면 없는 거고 있으면 있는 거지 저건 또 무슨..
"그러면.. 잔이 없으니 따로 따라 마실 곳이 필요하겠군..."
-흠칫
어느새 천마는 또 가득 차있는 술병 하나를 한 손에 들고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홍조가 피어올라 붉어진 얼굴 사이로도 변하지 않는 그 특유의 미소는 분위기와 섞여 굉장히 색정적으로 느껴졌고
"이번엔.. 이쪽으로 해보겠나?"
-주륵
다른 한팔로 본인의 가슴을 받치며 술병을 그 위로 기울이는 모습에
-툭
간신히 복구됐던 이성의 끈이 다시 한번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
.
.
우리의 기행은 그 뒤로도 한참 동안 이어졌다.
제대로 된 술잔이 아니라 사람의 몸에 술을 따라 마신다는 보통 사람이라면 거부감이 들 짓거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하고 있었는데.
천마의 몸이 보통 사람과 달리 깨끗할 거라는 확신이 있던 것도 영향은 있었겠지만 만약 보통 사람이었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추릅 추릅
이미 천마는 온몸에서 술냄새와 내 침냄새가 섞인 이상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고 계속해서 액체에 젖은 옷은 이제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옷이 하얀색은 아니라 다 비쳐 보이진 않는다는 게 그나마 위안일까.
사실상 몸의 라인을 전부 드러내고 이따금 몸을 움직일 때마다 아예 흘러내려 살결을 대놓고 노출하는 모습은 사실상 속옷만 두 개 입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좋을 정도로 시야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차라리 알몸이었으면 가릴 것도 없이 전부 드러나는데 또 정말 중요한 부위는 어떻게든 가리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더 남심을 자극하는 게 이 여자가 일부러 이러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가슴이 좋은 건지 술이 좋은 건지.. 아래쪽보다 오히려 이쪽이 더 반응이 좋은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
"에..에.."
"가슴은 그저 보기 좋으라고 있는 실질적으론 의미가 없는 부위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대를 보면 또 그것도 아닌 것 같군. 음심이 대놓고 느껴지지 않나."
그 와중에 천마는 내 성적 기호까지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아니 내 상태를 보고 알아차리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할지도.
거울은 없지만 천마의 눈에 비치는 것과 내가 느끼는 내 상태를 조합해보면 이만한 꼴불견이 없을 수 없었다.
술이 비정상적으로 센 몸이 의미가 없게 만들 정도로 술을 퍼 마신 탓에 이미 얼굴은 새빨갛게 물든지 오래에 눈도 풀려있고 흥분된 탓인지 숨소리도 거칠었다.
당연히 하반신의 아들놈도 한참 전부터 꼿꼿하게 자기 주장을 하고 있었고.
발기를 하면 웬만해선 거의 바로 그 화를 풀어주기 시작하던 기존 생활에 익숙해진 탓인지 몇 시간 째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지금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열렬하게 성을 내며 오히려 평소보다 더 강도를 부풀린 상태였다.
이제 대체 이놈의 한계가 어디일까 나도 두려워질 지경이었다.
방 안에 날아다니는 벌레의 기척도 감지할 수 있을 천마가 이런 내 상태를 모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먼저 해달라고 애원하는 것은 본능이 필사적으로 막아 서고 있었다.
처음 그녀의 몸에 묻은 술을 핥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독이 든 성배를 마신지 오래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맑은 하늘을 보고 싶다는 것일까.
그래봤자 독이 몸에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한데.
그리고 머지않아 그 순간이 찾아왔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게속 그대만 내 몸을 이용해 마시고 나는 거의 마시질 못했구나.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나보다 먼저 그녀의 인내심이 떨어진 순간.
"그대도 그대의 몸을 빌려줘야 공평하겠지."
-스륵
천마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준 내 옷깃을 붙잡았다.
"...하지만 남성의 몸엔 여성 만큼의 굴곡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게 있지 않나."
"..."
천마의 시선이 옷 따위로는 막지도 못하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내 다리 사이의 녀석에게 향했고
"그 정도로 마셨으면.. 술 냄새 정도는 나지 않겠나?"
"..."
-스륵..
나는 말없이 몸을 꼬며 옷깃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