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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에서 점쟁이로 살아남기-226화 (226/250)

[226화] 11장-고백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한소연이라고 합니다.

화산파에서 수학중인 일개 제자이고요.

부담스러워서 함부로 말하고 다니진 않지만 사실 제 스승님은 대단하신 분입니다.

무려 정파의 영웅중 한 명인 검후. 신유월님이거든요.

전쟁터에서 부모님을 잃어버리고 혼자 방황하던 저를 구해주신 뒤 직접 거두어주신 고마운 은인이자 제 새로운 어머니 같은 분이십니다.

사실 친부모님은 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셨거든요.

그래서 전쟁터에서 홀로 남겨졌을 때도 두분을 기다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저까지 챙길 여유는 없으셨던 거겠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덕분에 스승님을 만났으니까요.

"흥~ 흥~"

오늘도 고된 수련을 마치고 몸을 씻습니다.

옛날엔 매일 씻는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이곳에선 다릅니다.

수련 만큼이나 수련을 마친 뒤 흘린 땀을 닦아내는 것 또한 중요하니까요.

덕분에 요즘은 하루를 마치고 자기 전 몸을 씻는 게 하루하루의 낙입니다.

차가운 개울물도 아니고 따뜻한 물로 매일 몸을 씻고 멱도 감을 수 있는데 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오늘도 기분 좋은 목욕을 마친 뒤 침대에 누워 내일 하루가 다가오길 기다립니다.

스승님을 만난 뒤로는 하루하루가 즐거운 날 뿐입니다.

내일 하루도 오늘보다 더 나은 날이 되길 바라며 눈을 감았고

-흥건

"...에?"

눈을 뜨자 눈에 보인 것은 익숙하지 않은 바닥과 그곳에 뿌려진 엄청난 양의 피였습니다.

여기서 사람이 죽기라도 한 것일까요.

그런 의문과 함께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손이 뒤쪽으로 묶여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에 우선 균형을 잡고 어떻게든 몸을 세우자 눈앞엔 처음 보는 사람이 저를 당황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 혹시 누구..세요...?"

시선의 주인은 나이는 저랑 비슷해 보이는 남자애였습니다.

보통 화산에서 보는 애들과는 달리 마른 체구에 귀여워 보이는 외모라 여자애인가도 싶었지만 우선은 남자쪽에 성별이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분명 처음 보는 아이였지만..

-두근

어째서인지 저절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 * *

"...하아."

나는 지끈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잠에서 깨어났다.

천마 때문에 멘탈이 한 80%쯤 나간 상태였어서 뭘 할 생각도 못하고 바로 침대에 누웠었고 덕분에 피로가 조금 풀리긴 했다.

갑자기 스트레스를 좀 심하게 받아서 머리가 지끈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아직도 머리가 아픈 것 같으냐?"

"그런..거 같네요."

"자. 좀 더 이대로 있어보거라. 머리를 맑게 해주는 주술이라도 써줄테니."

-물컹

자기 전 자연스럽게 다가와 베개를 제공해줬던 스승님은 다시 나를 베개로 이끌었고 스승님의 주술이 효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조금 멘탈이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이 가슴은 사기다.

10년을 넘게 이렇게 지냈는데도 매력이 전혀 줄어들질 않는 게 말이나 되는 걸까.

-스으응..

"이제 좀 괜찮을 거다.."

"...고맙습니다."

스승님의 주술 덕분에 머리가 맑아진 뒤에도 한 10분 정도 말없이 그대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고

"...음! 이제 일하러 가죠."

컨디션을 평상시까지 회복 시킨 뒤 침대에서 벗어나 방 밖으로 나왔다.

-벌컥!

"좋은 아침!"

"어, 일어났어요?"

"...좀 괜찮아 졌나 보네요?"

거실엔 여소천과 당아영만 있었고 검후님과 그 제자는 보이지 않았는데

"..두명은요?"

"검후님이 씻기고 계세요. 그동안 묶어둬서 씻지도 못했잖아요. 어차피 중간에 본색을 드러내도 검후님이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으니 검후님이 하시겠다네요."

"그렇긴 하겠네요."

확실히 며칠 동안 묶어 놨으니 찝찝하긴 할 거다.

그래도 무인이니까 쉽게 병에 걸리진 않겠지만 원래 사람이 자주 씻고 그래야 병에 잘 안 걸리는 것 아니겠는가.

냄새..는 예의가 아닐 테니까 말하지 않기로 하자.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다 죽어가던 양반이 이제 회복이 됐나 봐요? 뭘 물어보려고 하자마자 혼자 방에 들어가서 쓰러지더니."

"걱정했어요?"

"누, 누가 걱정했다고 그래요! 궁금한 건 산더미인데 쏙 사라져서 화난거거든요!"

이제 여소천을 다루는 것도 많이 익숙해졌다.

그냥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하면 좋을 것 같은데 영 그러질 못한단 말이지.

그렇다고 은근 멘탈이 약해서 강하게 나가면 울어버릴지도 모르니 참 다루기 어려운 애 같은 여자였다.

누가 생긴 게 꼬맹이 아니랄까봐.

나보다 겨우 1cm 더 큰 걸로 온갖 유세는 다 부리면서 성격은 나보다 더 애 같다.

나이도 나보다 몇 배는 더 먹은 주ㅈ..

-스릉

"자, 잠깐만! 이거 진짜 칼이에요!"

"그러면 진짜지 가짜겠어요?"

"아이고 이 사람이 남편 될 사람을 죽이려고 하네!"

"큿.."

무인의 감이랑 여자의 감이 동시에 작용해서 그런 건지 속으로만 생각해도 알아채는 게 무서웠다.

아니 무슨 성녀님도 아니고 독백까지 읽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부르셨어요?]

'나가.'

[오랜만에 보는데 너무하네요!]

항상 내 머릿속에서 살고 있으면서 너무하기는 무슨.

'천마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오시면 예뻐해 드릴게요.'

[누굴 강아지 다루듯이 말하시네요! 그리고 그게 결코 쉬운 게 아니거든요! 제가 강림해도 그 여자를 이길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어요!]

'누가 무력으로 해결하래요. 마도구 많잖아요. 좀 도움될만한것 좀 찾아봐요.'

[으으.. 그 경지면 저항력이 강해서 통하는 게 많지 않을텐데.. 우선 찾아는 볼게요..]

'혹시 아나요. 제가 예쁘다고 소원이라도 들어줄지.'

[빠른 시일 내에 찾아오겠습니다!]

"그나저나 밥 좀 주세요. 기왕이면 해장이 되는 걸로."

성녀님을 적당히 보낸 뒤 자연스럽게 현실에선 식사를 주문했다.

"웬일이래요? 당신이 해장도 하고."

"...지금 술을 밀어 넣었다간 정말 간에 구멍이 뚫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마신 양 자체가 많진 않지만 몸 상태가 빈말로도 좋다고는 못한다.

정신은 좀 회복됐지만 몸은 그렇게 빨리 좋아지는 게 아니라.

"잘 생각 했어요. 당신이 술에 엄청 강하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보는 입장에선 좀 걱정되더라고요. 무인도 아닌 양반이 저렇게 마셔도 되려나."

"제가 소저보다 술은 더 세거든요?"

"네, 뭐 그렇죠. 예전에 술 내기에서 이기셨었으니."

"그렇게 술이 좋으면 스승한테도 한잔 따라줘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러고 보니 스승님한테 술을 따라드린 적이 없었네요. 잔 가져오세요. 바로 따라드릴 테니까."

여자들이 계속 늘어나서 그런지 분위기가 참 왁자지껄했다.

검후님이랑 그 제자가 없는데도 이 정도 소란이라니.

'그 둘은 말이 적어서 그렇게 안 시끄러울지도.'

아무튼 어느새 이렇게 대가족이 됐다.

스승님의 합류 방식이 예상하지 못한 거긴 하지만 그래도 스승님까지는 예상했던 범위고..

검후님의 제자는.. 관심 없다고 못 박아 놨으니 그런 관계로 발전하진 않겠지.

'그리고 이미 검후님이랑 그런 관계인데 어떻게 제자까지 그렇게 돼.'

말하지 않았던가. 이 세계에서 스승이랑 제자는 거의 부모자식 관계라고.

그런 스승님이랑 몸을 섞은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저쪽도 가능성은 없는 일이었다.

검후님이랑 그 제자는 완전히 이쪽 세계 출신이라 그런 자각도 있을 테니 나만 조심하면 되겠지.

그리고..

'말 해야겠지.'

천마에 대한 이야기도 이참에 말해둘 생각이다.

자는 사이에 생각해 봤는데 지금 말해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미 혈교라는 큰 적이랑 싸우고 있는 마당에 더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기껏 혈교를 물리친 다음에 새로운 사실을 알리는 것도 가혹하지 않은가.

그리고 뭐 천마는 혈교랑 다르게 세계를 멸망 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혹시 아나. 잘 이야기해서 좋게 좋게 헤어질지.

'...부인들한테 이런 걸 이야기하는 게 좀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감추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미리 말해두고 같이 해결책을 강구하는 쪽이 좋을 거고..

...천마는 영 안되겠다 싶으면 그냥 나만 희생하면 되는 거니까.

"아, 그대도 일어났군. 식사중이었나?"

"아,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사이 검후님이 제자와 함께 머리에 물기를 머금은 상태로 나오셨다.

이걸로 들어야 할 사람들은 다 모인 상태.

"그러고 보니 검후님도 아직 식사 안하셨었죠. 식사하실래요?"

"나는 괜찮네. 소연이 몫만 부탁하네."

-짝짝!

"자, 주목!"

나는 박수를 치며 주변의 시선을 내게 집중 시켰고 다들 날 바라보고있는 걸 확인한 뒤 입을 열었다.

"아마 어제 있었던 일 때문에 궁금한 게 많을 거에요 다들."

"..."

"다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어제 찾아왔던 그 여자는 마교의 천마가 맞고요. 제가 저번에 마교에 갔다 온 건 다들 알고 있죠?"

"난 몰랐다만."

"지금 아셨으면 됐죠."

스승님의 반론은 무시하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땐 자세히 말 안했는데.. 제가 마교에 가서 만난 건 천마였어요. 애초에 천마가 절 부른 거였고요. 사실 초반엔 잔뜩 걱정했던거랑은 다르게 꽤 괜찮게 흘러갔어요. 이상한 점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성격도 꽤 괜찮았고 천마도 술을 상당히 좋아하는지 취미가 겹쳤거든요. 문제는 그 다음이었죠."

-꿀꺽

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어쩌면 내 소리일지도 몰랐다.

나도 굉장히 긴장한 상태였으니까.

"어쩌다 보니 천마의 운명의 상대에 대한 천기를 읽게 됐었는데... 거기에 제가 있었어요."

"...네?"

"뭐라?"

"응?"

예상했던 것과 비슷한 반응.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입을 열었고

"...제가 천마의 운명의 상대래요."

내 말이 끝난 뒤 다들 난리가 나는 건 예견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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