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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에서 점쟁이로 살아남기-216화 (216/250)

[216화] 11장-깨달음

"아니.. 그.. 무슨.."

내가 스승님에게 거두어지고 10일 만에 자는 사이에 그런 짓을 당했었다고..?

듣는 것 만으로도 어지러워지는 충격적인 사실에 나는 쉽게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때 내 나이가..?'

검후님의 제자보고 뭐라 할게 아니었다.

진짜가 여기 있었다.

"그, 그러면 처음부터 그럴 목적으로 저를 데려왔던.."

"아니.. 처음에 네 몸 상태를 보고 흥미가 생겨서 데려온 건 사실이었다. 데리고 와서 씻겨 놓기 전엔 네가 어떻게 생겼었는지 관심도 없었으니.. 어차피 당분간 산속에서 수련만 해야 하는 거 죽어가는 놈 하나 데려다가 돌봐주고 키워 놓으면 심심하진 않겠다 싶은 것도 있었고."

"그런데 왜 10일 만에..?"

"..."

스승님은 그 건에 대해선 본인도 할 말이 없었는지 쉽게 입을 열지 못하셨다.

그래도 처음부터 그런 목적(?)으로 거두었다는 건 아니었다는 점에서 배신감이 조금 옅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배신감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내가 옛날부터 스승님에게 자는 사이 몹쓸 짓을 당했다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차, 차라리 깨어있을 때 하던가.'

안 그래도 자는 사이에 동정을 뺏긴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그게 한두번이 아니었다니

스승님이라면 겨우 그 정도 몸 쯤이야 가볍게 내줄 수 있었

아니 이게 아니라.

"왜, 왜 그랬는데요?"

이 정도 일을 계속 겪으니 내 몸의 개연성이 미쳐 날뛰는 수준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설마 스승님까지 그랬을 줄은 몰랐다.

심지어 그 옛날부터.

평소에 나를 남자로 보지도 않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냥 내가 자는 사이에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깨어있을 땐 그런 티를 안 냈던 것 아닌가.

배신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 대상이 스승님이라 그런지 그렇게 까지 기분 나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애초에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고 애써 감추고 있을 뿐 첫사랑이기도 하다 보니..

키워준 값이라고 생각하면 납득 못할 것도 없지 않나..

그래도 스승님의 변명이라도 한번 들어보고자 스승님의 입이 열리기까지 기다렸고

"..하필 그때 발정기가 왔더구나."

"...?"

"평소에는 오더라도 그냥 조금 기분이 오묘해지는 정도였는데 하필 주변에 네가 있어서 그런지 눈에 보이는 게 없더구나. 마침 치료도 어느 정도 끝나가는 중이라 네 기운도 많이 복구된 상태였다 보니 거리낄 것도 없었고."

...이건 또 무슨 말일까.

발정기라는 개념 자체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게 사람한테도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다.

굳이 따지자면 배란기 때 성욕이 왕성해진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그걸 발정기라고 까지 하긴 그랬고..

"스승님이 무슨 동물도 아니고 발정기가 어디 있어요."

"...으음.."

"괜히 이상한 변명 안 해도 그렇게 까지 화난 건 아니.."

-포롱

"...어."

"딱히 속일 생각은 없었지만.."

스승님의 등 뒤로 보이는 털뭉치들에 내가 잘못 봤나 싶어 눈을 두어 번 깜빡거렸지만 그것들은 여전히 그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끝 부분은 하얗고 그 아래쪽은 스승님의 머리카락과 비슷하게 금빛을 띄고 있는 9개의 여우 꼬리.

"...구미호?"

"알고 있는 모양이구나."

무림에서는 듣기만 들었지 전설 속에서나 가끔 등장하고

지구에서는 무림계의 서큐버스로 그려졌던 존재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

.

.

"..."

무림에서도 전설 속에나 등장하던 존재가 등장한 것에 놀란 걸까.

나와 당아영은 스승님의 꼬리 쪽을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충분히 봤으면 그만 보거라."

-슉!

"아!"

스승님이 시선이 불편했는지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꼬리를 없애버리자 나와 당아영은 탄식을 질렀다.

왠지 복실복실하게 생긴 게 보는 맛이 있어서 한번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러나 그런 아쉬움도 잠시 스승님이 그런 전설 속의 요괴라는 사실을 깨닫자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고 나보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당아영이었다.

"그, 근데 구미호라면 나쁜 요괴 아닌가요? 사람을 홀려서 정기를 뽑아 먹고 끝내 잡아먹는다는.."

"사냥꾼들이 흘린 헛소문이다. 요괴라는 단어 자체는 부정하지 않겠다만 사람을 해치면 살기가 쌓여서 기껏 수백 년 동안 쌓아온 정순한 기운이 오염되고 수련이 헛수고가 되는데 굳이 그런 짓을 하겠느냐. 뭐, 정기 정도는 목숨이 위험하지 않는 선에서 받아올 수도 있겠지만 그건 서로 즐겼다고 봐야겠지."

"그, 그러면 당신도.."

"...괜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말하는 건데 나는 그런 이상한 수법으로 기를 쌓아온 적은 없다."

"그, 그렇겠죠! 하하.. 제가 괜한 무례한 생각을.."

스승님이 당아영을 향해 불쾌한 눈빛을 보내자 나도 뜨끔하며 조심히 고개를 숙였다.

스승님이 구미호라는 생각에 나도 잠깐 그런 무례한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처녀인 티가 난다고 해야 하나.

비록 내게 그런 짓을 한참 전부터 하긴 했지만 남자 자체를 모른다는 느낌은 살면서 자주 받았었다.

그래도 계속 같이 살다 보니 배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여전히 엉성한 부분은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교보재였던 것 같기도 하고.'

자는 사람을 상대로 실습하면서 배웠으니 엉성한 부분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게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한 부분이 많긴 했다.

저런 여자랑 같이 생활하면서 어쩐지 성욕이 별로 안생기더만 자는 사이에 다 빨려서 그랬구나.

키는 안 크는데 아들놈만 이상할 정도로 크던 것도 이 녀석만 계속 사용(?)하고있으니 당연히..

"...잠깐만요 스승님."

"...왜 그러느냐."

"혹시 제가 키가 안 큰 이유가.."

"크흠."

야 이 미친여자야.

"내, 내가 이 몸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어차피 네게 먹이는 것도 다 내가 구해오는 것 아니냐. 농사도 내가 지어, 사냥도 내가 해와, 약초도 내가 캐오고.. 네가 좀 큰 다음에야 농사를 도와주긴 했지만 대부분은 내가 하지 않았느냐."

"그걸 말이라고..!"

내가 이놈의 키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키가 작으니까 가끔 여자라고 오해 받고 여자한테 붙잡혀도 저항하나 못하고 여소천한테는 자기도 작으면서 내가 더 작다고 놀림이나 받고..

"도, 돌려내요! 내 키! 돌려내란 말이에요!"

-콩콩!

나는 매달린 상태로 울분을 담아 스승님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떻게 돌려낸단 말이냐! 이미 네 성장판은 옛날에 닫힌지 오랜데!"

"그걸 누가 닫히게 만들었는데!!!"

"내가 거두지 않았으면 그 만큼도 못 컸을 거다! 길바닥에서 남이 적선해준 음식 쪼가리나 주워 먹던 녀석을 데려다가 쌀밥에 고기까지 먹여줬는데 그 정도까지 큰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거라!"

"으읏.."

확실히 스승님이 없었으면 내 인생은 더 암울했을 거다.

어쩌면 그대로 길바닥에서 차가운 시체로 변했을지도 모르고 어떻게 먹고 살게 된다고 한다면 질 나쁜 놈들한테 끌려가서 물장사나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제일 높았다.

정말 질 나쁜 놈들은 고아 중에 이쁘장한 애들을 데려다가 적당히 꾸며 놓고 어릴 때부터 부려 먹는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 있었으니까.

이 시대에 지구 수준의 치안을 기대하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런 세상에서 스승님에게 거두어진 건 확실히 행운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이것 하나는 용서가 안됐다.

"왜.. 몰래 했어요.."

"..."

"스승님이면 저항 안했을텐데.. 왜.."

사실 상황을 이렇게 까지 꼬아버린 원인이라고 볼 수 있었다.

10년 넘게 스승과 제자. 부모 자식처럼 지내 놓고 이제 와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문제가 생기는 거지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된 관계였다면 애초에 내가 스승님을 혼자 두고 산 밖으로 나갈 일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안 나갔을 거다.

10년 넘게 그런 관계로 지내 놓고 2~3년 정도를 못 기다릴까.

그리고 스승님이면 저항 안했을거라는 말도 진심이었다.

스승님에게 거두어진 뒤부터 10일 정도면 이미 마음의 벽은 허물어진 상태였다.

치료 과정에서 아파서 스승님을 껴안고 울었던 적도 있었으니 이미 경계심은 없었다고 봐야 했고

그 상태에서 스승님이 발정기가 왔으니 도와 달라고 했으면 조금 부끄럽긴 했어도 순순히 도와줬으리라.

사실 거부할 이유도 없었다.

시작부터 억지로 덮친 강간이라면 모를까 동의를 구한 화간인데다 그땐 저 압도적인 외모에 대한 내성도 없던 시절인데 그런 사람이 하자고 한다?

바로 옷부터 벗었다.

오히려 내가 감사하다고 하면서 받아들였지.

몸 상태가 좀 안 좋긴 했지만 남자란 게 어떤 생물인가.

죽기 직전에도 자지는 세우는 슬픈 생물이었다.

그런데 왜 굳이 몰래 해가지고 상황을 이렇게 만든단 말인가.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꼭 이유를 좀 들어봐야.

"...그때는 이렇게 정이 들 줄 몰랐으니까."

"...네?"

"처음엔 내가 수련이 끝날 때 까지만 길러주고 끝난 다음엔 떠나보낼 생각이었다. 내 수련이 끝날 때 쯤이면 충분히 성인으로 자라 있을 거라는 계산도 있었고. 그래서 네가 자는 사이에 한번만 몸을 빌릴 생각이었는데.. 첫 단추를 그렇게 끼웠다 보니 제대로 고칠 용기가 안 나더구나."

"..."

"...이번 일로 네가 내게 정이 떨어졌다면 그렇게 하마. 어찌 됐든 내가 네게 몹쓸 짓을 한 것은 맞으니.. 만약 네가 속세에서 새로 만난 인연이 마음에 든다면.. 너도 충분히 독립할 나이가 됐으니 이만 스승의 곁을 떠나도.."

"...진짜 이 바보 같은 여자가.."

나는 스승님에게 매달려있는 상태에서 몸을 움직였고

"읍."

간신히 스승님에게 입을 맞출 수 있었다.

이미 실컷 더럽혀 놓고 이제 와서 뭐?

싫어졌으면 독립해?

진짜 끝까지 이기적인 여자였다.

-파하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에요?"

"제자야..?"

"자기만 즐길 거 다 즐겨 놓고 들키고 나니까 도망치게요? 내가 억울해서라도 당한 만큼은 받아야겠어요."

"...그렇구나.."

비록 이미 여자관계가 포화상태이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과한데 더 과해진다고 뭐 달라지는 것도 없을 거다.

120%나 140%나 이미 100%를 넘은 건 똑같지 않은가.

그냥 조금 더 고생한다고 하면..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다행이구나."

-털썩

"어."

시야가 순식간에 뒤집히는 익숙한 감각이 느껴졌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바닥의 감촉과 시야에 보이는 천장의 무늬.

"네가 잠들어있는 동안에만 당한 게 아쉽다니 사과의 의미로 오늘은 깨어있을 때 제대로 느끼게 해주마."

"...어."

"네년도 여유가 있다면 지켜봐두도록 해라. 이번 기회에 이 녀석이 어딜 어떻게 자극해줘야 좋아하는지 알려줄 테니."

"네, 네에.."

아니 잠깐만 소저.

그걸 말려줘야지 왜 수락을 하고 있어요.

-꿀꺽

몸이 이미 기억하는 건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저릿거리는 느낌이 올라오는 걸 받으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선택지를 잘못 진입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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