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림에서 점쟁이로 살아남기-215화 (215/250)

[215화] 11장-폭로

"?????!!!!!"

당아영과 검후님의 표정을 저것보다 더 잘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은 없었다.

계속 말했다시피 이 세계에서 스승이라는 존재는 부모와도 같은 존재고 감히 그런 스승님과 불건전한 관계를 맺는다는 건 윤리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이해되지 않고 일어나서도 안되는 일이었다.

오죽하면 소설에도 스승님을 히로인으로 쓰면 욕먹는다.

아예 대놓고 나오는 여자란 여자들은 다 따먹어 버리는 야설이라면 모를까 근친이나 다름없는 짓을 그 누가 저지르겠냔 말이다.

"어버버버.."

그런 세상이었기에 당황스럽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이틀 동안 스승님이랑 그런 사고를 치긴 했지만 그건 자고 있을 때고 지금은 정신이 멀쩡한 상태 아닌가.

그것도 주변에 여자를 몇 명이나 두고 있는 상황에서.

스승님한테 그런 감정을 품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그건 옛날이었고 나도 그게 절대 일어날 일이 없는 관계라는 것 정도는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근데 이게 대체 무슨..

"지, 지, 지, 지, 지금 무슨.."

"무슨 일이 일어났냐고 묻는 거라면 방금 네가 본 그대로다만?"

"아, 아, 아니.. 부, 분명 스승님이시라고.."

"..."

-털썩

당아영은 정말 충격적인 거라도 본 듯 말까지 더듬으며 뭐라도 말하려고 시도했지만 검후님은 그것마저 불가능했는지 그대로 쓰러지셨다.

다행히 바닥에 추락하기 전 여소천이 붙잡긴 했지만 아마 정신을 차리기까지는 시간이 꽤 필요해 보였다.

"스승과 제자가 이런 짓을 하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구,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잖아요! 부모 자식과도 같은 관계에 어떻게 그런 짓을.."

"같은 거지 진짜 혈육도 아니지 않느냐. 이 녀석과 내 피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거늘."

"그,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너무 당당하게 말하셔서 나는 여전히 스승님에게 매달린 상태에서 벗어날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스승님이랑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죄책감이나 배덕감, 근데 그걸 스승님이 먼저 강제로 저질렀다는 곳에서 오는 당혹감과 배신감

그리고 고작 키스 만으로 절정했다는 자괴감.

이 온갖 게 섞여 아까부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스승님과 당아영을 바라 보고만 있던 그때

"다, 당신도 무슨 말이라도 해봐요! 워, 원래 스승님이랑 그런 관계였어요?"

당아영이 나를 지목하자 정신이 들면서 간신히 현실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당장 나도 가만히 있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아, 아니에요! 저는 모르는 일이에요!"

"그, 그러면 방금 그건 뭔데요! 혀, 혀를 섞는 것 만으로 사정까지.."

"그, 그건.."

그건 진짜 나도 모르겠다.

내가 아무리 허접이라고 해도 키스 만으로 사정하는 건 좀 너무한 것 아닌가.

허접한 거에도 정도가 있지 그건 명백히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

마치 몸이 이미 조교라도 된 것처럼 쾌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더니 내가 제지할 틈도 없이 정액이 튀어나갔단 말이다.

"슬프구나. 이제 다른 여자들도 많아졌겠다 이 스승은 필요 없어졌다는거냐? 나만 이상한 여자로 만드는구나."

"다, 당신..?"

"오해할만한 소리 하지 마요?! 제가 스승님이랑 뭘 했다고?!"

내 뇌가 주변 상황을 도저히 따라가질 못하고 있었다.

대체 뭐가 뭐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스승님은 왜 갑자기 나한테 딥키스를 박아버리시고 이제 와서 애인 관계라도 됐던 것처럼 말하는 건지

"아, 아니에요! 스승님이 지금 연기하시는 거에요! 소저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전혀 없었어요!"

"여, 연기라도 방금 그 입맞춤은 진짜였잖아요! 저, 저도 그것 만으로 사정까지 이끌진 못하는데 그게 어떻게 하루아침에 가능해요! 못해도 수십 수백번은 해본 솜씬데..!"

당아영은 이제 거의 울기 직전인 표정이었다.

표정에서 느껴지는 당혹감과 나를 향한 배신감.

그걸 보는 나도 절로 가슴이 아파왔지만 나도 뭘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도저히 머리가 굴러가질 않았다.

결국 이대로 다 포기하고 나도 정신줄을 놓아버리려던 그때

"장난은 그쯤 해요. 기선제압은 그 정도면 충분하잖아요?"

아까부터 조용히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여소천이 난입했다.

"장난처럼 보이나?"

"방금 한 짓은 장난은 아니겠지만 그 전에 했던 말은 위협용이 맞죠. 당신 제자가 싫어할걸 뻔히 알면서 산속에 끌고 들어가서 늙어 죽을 때까지 데리고 살 거라니. 정말 그렇게 할 생각은 없잖아요?"

"왜 내 제자가 싫어할 거라 생각하지. 너희들과 나중 고르라면 당연히 나를 고를텐데."

"뭐, 겨우 1~2년 알고 지낸 정도로 당신이랑 그의 사이를 앞지르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겠죠. 그도 만약 그렇게 선택을 강요한다면 높은 확률로 당신을 고를 거고요. 근데 그렇게 선택을 강요 당하는 것 자체가 마음이 꽤 상하지 않겠어요?"

"흠.."

...누굴 완전히 파악한 듯이 말하는데 그게 맞다는 것에서 조금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만약 스승님이 여기 남을 건지 아니면 스승님과 산으로 돌아갈 지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높은 확률로 후자를 고르긴 할 거다.

아무리 세 명이랑 정이 쌓였다지만 스승님과 쌓인 정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니까.

근데 기선제압..?

"그녀의 지상 활동용 신체인가. 내 제자에 대해 아는 게 꽤 많아 보이는구나."

"저 남자 때문에 그분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서요. 그가 속세로 나와서 당신이 없는 동안 무사히 지낼 수 있었던 것에 대한 지분은 인정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그리고 그분을 부를 땐 존칭을 붙여주시길."

"글쎄, 내가 업어 키운 녀석을 다른 년들과 공유하고 싶지 않은 건 당연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만."

"...그래서 기선제압부터 한 거잖아요. 누가 모를 줄 알고요."

...일단 기선제압이 대충 무슨 의미인지는 알 것 같았다.

방금 키스가 앞에 있는 여자들한테 '나는 너희보다 얘를 이만큼 더 잘 알고 있다'의 의미가 담긴 과시용이었다는 것.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조금 놓였다.

스승과 제자 관계에서 그 사이가 좋다는 걸 과시하기엔 좀 좋지 않은 방법이긴 했지만 그래도 애인 관계로서 애정이 담긴 키스는 아니라는 것 아닌가.

"우선권은 그쪽에 있는 걸로 할 테니 적당히 하고 끝내는 걸로 해요. 당장 검후는 이미 기절했고 여기 이 독봉도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니까."

"그, 그러니까 차마 스승으로서 처음 보는 여자들한테 제자를 순순히 넘겨줄 순 없어서 제자를 아끼는 마음에 어쩔 수 없이 남들 앞에서 그런 짓을 했던 거죠? 전부터 그런 관계였던 게 아니라?"

당아영이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상황을 정리해내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나도 저렇게 이해했고.

'...그래도 언제 한 번 날 잡아서 이런 관계는 이상하다고 말 해 놔야.."

"그건 아니다만."

"...네?"

"응?"

나와 당아영은 비슷한 표정으로 스승님을 쳐다봤다.

뭐가 아니라고?

순간 당황해서 당아영이 무슨 질문을 했었는지 다시 되짚었고 정말 그 질문에 부정을 표한 것이 맞나 다시 한번 고민해야 했다.

"전부터 그런 관계였던 게 맞다는 말이다."

그리고 스승님의 입에서 다시 한번 확답이 나온 순간 나와 당아영은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다, 다, 다, 당신 대체 언제부터.. 저희를 속이고.."

"아, 아니야! 전 진짜 억울해요!! 진짜 그런 적 없어요!!!"

"당신 스승님이 있다고 하시잖아요..!"

"여, 여소천! 좀 설명 좀 해 줘봐요! 당신은 그런 일 없었다는 거 알고 있잖아요!"

나는 실시간으로 멘탈이 깨져가는 게 보이는 당아영을 보며 다급하게 여소천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의 스승님의 말이 맞아요."

"당신..!!"

"당신까지 왜 그래요?!"

방금 전까진 도와주다가 왜 갑자기 또 이렇게 몰아간단 말인가.

스승님한테 그런 마음을 품었던 건 정말 옛날이었단 말이다.

그 뒤에도 마음이 아예 없었냐고 한다면 거짓말이긴 하겠지만 스승님에게 그런 마음을 전한 적도, 육체적으로 손을 댄 적도 없었다.

전부 혼자 속으로 썩이고 해결했었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몰아가면 난 정말 억울하다.

차라리 진짜 하기라도 했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하지도 않은 이 세계 기준으로 근친상간이나 다름없는 짓을 저질렀다고 말하는 상황에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제가 언제 그런 짓을 했다고 그래요?! 전 정말 그런 짓 한 적 없.."

"...네. 정확히 말하면 당신은 한 적이 없긴 하죠."

"봐, 봐봐요! 저는 한 적 없.."

"한다면 그의 스승님이 다했지."

-멈칫.

여소천의 말에 나와 당아영은 동시에 움직임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스승님을 바라봤다.

"...스승님?"

"...남에게 까발려진다는 것도 꽤 유쾌한 기분은 아니구나."

"아, 아니죠?"

여소천이 지금까지 말한 단서를 종합해보면 나와 스승님은 옛날부터 그렇고 그런 짓을 해왔지만 나는 그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으며

실제로 나는 정말 한 적이 없지만 스승님은 했다고 한다.

이게 뭘 의미하겠는가.

"제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죠..?"

"..."

스승님의 침묵은 보통 긍정을 의미했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일 때 저런 태도를 취하시니까.

"아, 아니.. 화 안낼 테니까 말이라도 해보세요 그러면. 어, 얼마나 했었는데요?"

"...10일.."

"10번이요?"

"...이후로."

"...?"

"널 거둔 날로부터 10일 이후.."

"....."

이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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