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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에서 점쟁이로 살아남기-214화 (214/250)

[214화] 11장-관계

...아니 그래. 생각해보면 당연한 걸 수도 있다.

세상에 성욕 없는 사람은 없고.. 여성의 경우 나이를 먹으면 오히려 남성보다 성욕이 많아진다는 말도 있는데 그 긴 세월 동안 오욕칠정을 억누르고 수련만 하면서 살아왔으니..

늦게 배운 불장난이 무섭다고 이제 와서 남자의 맛을 알게 됐으니 저런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일 거다.

'그냥 그런 걸로 할래.'

내 마음의 오아시스가 망가졌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나마 지금 부인 3명중에 제일 얌전하고 안심되는 게 검후님이었는데 그걸 방금 내가 내 손으로 망가트렸다는 사실을.

'...'

그냥 내가 너무 몰아붙여서 말이 헛나온거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다시 현실로 고개를 돌렸다.

"어.. 그러니까.. 스승님이랑.. 유성님이.. 애인관계셨다는거죠..?"

"소, 소연아 그게 말이다.."

"근데 전에는 당아영이라는 분이랑.. 뭐, 뭐가 뭔지 모르겠.."

그 와중에 검후님의 제자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내가 검후님이랑 당아영이랑 동시에 애인 관계라는 게 그녀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모양.

...그래도 애가 성적 지식은 없어서 다행이었다.

애가 지금 자기 스승님이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했다면 저 정도 반응으로 끝나지 않았을..

"그, 근데 교접은 뭐에요? 뭐를 맞닿아서 접촉한다는.."

"..."

그녀의 말에 우리 3명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리고 그 상황에서 나와 검후님은 신기하게도 같은 행동을 했다.

-스윽

"뭐, 뭐에요! 왜 절 떠밀어요!"

"제 3자가 설명해주는 게 좋지 않겠나."

"당사자가 설명해주기는 좀 그렇잖아요."

"뭐가 그래요?! 당신들이랑 관련된 일이면서?!"

"아무래도 저희보단 생긴 게 어려 보이는 그쪽이 설명해주는 게 더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당신이 할 말이에요?!"

"저는 남자잖아요."

"이익.."

그렇게 보다 친근해 보일 거라는 핑계로 여소천에게 설명을 떠넘기고 나와 검후님은 시선을 돌렸다.

여소천은 결국 자신이 설명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는지 한숨을 쉬며 심호흡을 한 뒤 그녀에게 설명해주기 위해 입을 열었고.

"남성의 성기를 여성의 성기에 넣.."

"잠깐만!!"

"왜요! 뭐요! 당신들이 설명하라면서요!"

"그래도 좀 돌려서 설명하던가 순화해서 설명해야지 그걸 그냥 대놓고 말하면 어떡해요!"

"원래 이런 건 처음부터 제대로 교육을 해 놔야 괜한 오해가 안 생겨요! 뭐 손잡고 자는 거라고 설명할까요? 그러면 학이 아기를 물어다 준다고?"

"아니.. 그.. 하.."

여소천의 말이 맞는 말일 수도 있긴 한데..!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건 좋은 일이긴 한데..!

"성교육은 좀 순차적으로 해야지 시작부터 10단계를 알려주면 애가 얼마나 충격 받겠어요!"

"그러면 아예 애 앞에서 얘기 자체를 꺼내질 말던가! 제가 말했어요?! 당신이랑 검후가 말해 놓고?!"

"..."

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여소천의 반격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졌다.

결국 나와 검후님의 폭주가 사건의 발단인 건 완전히 사실이었으니까.

"ㅈ, 자.. 자세한 건 나중에 어른이 되면 알려줄 테니까 일단은 이 정도만 알고 넘어가는 걸로 해요. 알았죠?"

"저, 저도 이미 몸은 어른.."

"대답?"

"아, 알았어요!"

차마 이 상황에서 성교육을 마저 해줄 자신이 없었던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호기심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나쁜 어른이라 미안해.'

아니 나도 설마 거기서 그런 대답이 나올 줄은 몰랐지.

설마 그 검후님의 이미지에서 섹스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거라고 내가 상상이라도 했겠냐고.

검후님도 자신이 저질러버린 짓을 깨닫고 얼굴이 새빨개져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검후님의 제자에 대한 처분은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까.

"...일단 이야기는 조금 쉰 다음에 다시 나누는 걸로 하죠. 전에 있던 일 때문에 집이 조금 망가져서 방은 아마 두 분이 같이 쓰셔야 할 것 같아요."

"아, 알겠..네.."

"남은 방이 그렇게 없어요?"

"얼마 전에 제 스승님도 내려오시고 지금 같이 사시는 중이라.."

당장 비어있는 방은 하나밖에 없었다.

스승님이랑 내가 같은 방에서 잔다면 검후님과 여소천이 같은 방을 써도 되긴 하지만..

'...'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안된다.

둘한텐 미안하지만 조금만 불편함을 참아 달라고 해야 한다.

진짜 여기서 스승님까지 합세하면 더 이상 감당이 안된다.

'...아 잠깐만.'

그러고 보니 이제 스승님한테 검후님이랑 여소천까지 설명해야 하구나.

시간을 좀 벌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대체 어떻게 변명해야 밖에 나간 사이에 부인을 3명이나 만들었다는 걸 스승님한테 설득력 있게 전달..

-벌컥!

"저희 왔어요! 당신 먹으라고 만두도 사왔어요!"

"안에 인기척이 좀 많구나."

...어.

그런 내 고민이 무색하게도 당아영과 스승님은 별다른 주저 없이 편안하게 집 안으로 들어왔고 덕분에 거실은 여자들로 포화 상태를 이루게 되었다.

"어, 검후님이랑 청뢰검님도 돌아오셨네요? 아직 돌아오려면 한참 더 있어야 할 줄 알았는데."

"그, 그렇게 됐네.. 그, 근데 저분은.."

"어.. 그이의 스승님인데.. 어렸을 때부터 그를 길러주신 은인이라고 하시네요.."

"아.."

사실 내 스승님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스승님이라는 이미지랑 잘 안 맞게 생기긴 했다.

보통 스승이라고 하면 그 이미지 상 최소 30~40대 정도는 되는 어른을 생각하지 누가 이런 젊고 핫한(?) 스승을 생각하겠는가.

물론 나도 스승님 나이는 잘 모른다.

말하는 걸 보면 반로환동 했겠거니 추측하고 있을 뿐 적어도 외모로 보이는 나이는 아니라는 것 만은 알겠더라.

"...저 여자가 왜 여기 와있어요?"

"어 청뢰검님이랑 아는 사이셨어요?"

"아니 아는 사이라기보단.. 으.. 이건 또 예상이랑 다른데.."

"아, 안녕하십니까.. 신유월이라고 합니다.. 세간에선 부끄럽지만 검후라고 불리고 있고.. 귀, 귀하의 제자분과는.."

"..."

온갖 대화가 섞여 순식간에 집안 분위기가 난잡해지고 귀가 시끌시끌해지며 내 머릿속은 점점 하얘져만가던 그때 분위기를 순식간에 싸늘하게 만들어버린 스승님의 한마디가 있었으니

"뭐냐 이 잡년들은."

"푸큽?!"

"...예?"

"..."

"..."

처음 보는 여자들을 향해 노빠꾸로 대뜸 욕부터 박아버린 스승님이었다.

"네놈 몸에서 여자 냄새가 좀 많이 난다 싶었더니만 이건 예상한 것과 꽤 다르구나. 이 여자 저 여자 갈아타는 제비 노릇이라도 하면서 살아왔나 했더니 설마 3명을 다 떠안았을 줄이야. 얼굴을 드러내면 화를 입을 거라는 스승의 경고는 귓등으로 쳐먹었느냐."

"스, 스승님.. 화, 화나신 건 알겠는데 그, 그래도 사람들을 앞에 두고 그렇게 비속어를 쓰시면.."

"네놈은 닥치고 있거라. 스승을 내팽겨쳐두고 혼자 속세로 나왔으면 사고라도 안치고 있어야 할 것 아니냐. 그런데 하나도 아니고 사고를 삼중으로 쳐놨구나. 혹시 여기서 더 있는 건 아닐 거라 믿으마."

"이, 이 3명이 끝.."

"닥치라고 말하였다."

"..."

아. 화났다.

당연한 일이었다.

제자가 혼자 멋대로 속세로 나온 것도 화나는데 그 와중에 살림까지 차려 놓고 그게 심지어 1명도 아니고 3명이다?

내가 스승님이었어도 당장 날 붙잡고 볼기짝을 두드렸을 정도로 화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지금은 그럴 여유도 없었던 것 같지만.

"화, 화나신 건 알겠지만 일단 진정하시고.. 제가 소개부터 해드릴 테니 조금 여유롭게 대화를 나눠 보.."

"필요 없다."

"그, 그래도.. 일단 앞으로 한 집 아래에서 살아야 하는 사이인데.. 벌써부터 사이가 틀어지면.."

"내가 왜 네년들이랑 같이 살 거라고 생각하느냐."

"네..?"

"그 중원을 멸망시키겠다는 혈교가 문제라면 그냥 제자놈을 데리고 산에 틀어박혀 살면 그만이다. 결계만 제대로 쳐 놓으면 그깟 요수들이 백날 천날 온다고 해봤자 막아낼 수 있고. 적어도 이 녀석이 제 수명대로 늙어 죽기 전까지는 충분히 데리고 살 자신이 있다. 당장 네년들도 기습을 예상 못했다는 얄팍한 이유로 이 녀석을 위험에 노출 시키지 않았더냐."

"그, 그건.."

스승님은 이미 제대로 화가 머리 끝까지 나신 건지 전혀 봐주는 기세 없이 당아영과 검후님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여소천은 애초에 스승님이랑 말싸움 할 생각조차 없는지 눈을 돌려 딴 곳을 보고 있었고.

"...스승으로서 제자의 미래를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저도 공감하는 바이지만 조금 간섭이 과하신 것 같습니다."

"과한 것 같나?"

"제자가 잘못된 길을 걷는 것이라면 바로잡아주는 것이 스승으로서의 도리겠지만.. 제자의 의견은 완전히 묵살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스승이라면 제자가 충분히 제 앞길을 헤쳐나갈 수 있을 때까지 지도하고 보호해주어야 하지만 그 이상의 간섭은 제자에게도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방금 하신 말 대로라면 그이를 평생 옆에 속박해두시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 말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 만으로 내가 너무 많은 걸 강요한다는 의미렸다."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요."

보기 드문 검후님의 존댓말.

스승님이랑 둘 중 누가 더 나이가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지금 관계를 따지자면 거의 시어머니 같은 느낌이니 존댓말을 쓰는 것 같은데 의외로 꽤 말을 잘하고 계셨다.

'검후님 잘한다! 그대로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그러면 이러면 되겠구나."

그 순간 옆에 있던 스승님이 팔로 나를 감싸 안으며 들어 올렸고 깜짝 놀라는 사이 이미 시야가 완전히 변한 지 오래였다.

바로 앞에 보이는 스승님의 얼굴.

-츄릅

그리고 입술에서 느껴지는 맞닿은 입술의 감촉과 어느새 입안을 침투한 낯선 살덩이의 감촉.

"????!!!!"

나는 지금 스승님과 키스 중이었다.

입맞춤도 아니고 키스.

그것도 잠결에도 아니고 맨정신으로.

-츄릅 츄웁 츕

"응긋.. 읍.."

당연히 그걸 깨닫자마자 바로 상황을 벗어나 보려고 시도했지만 이미 내 몸은 완전히 스승님에게 잡힌지 오래였다.

한쪽 팔은 내 어깨 아래로 나를 감싸 안아 지탱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 팔은 내 뒷통수를 붙잡고 내가 벗어나지 못하게 억누르고 있었다.

떨리는 눈동자로 스승님을 애처롭게 쳐다봐도 보이는 건 저항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스승님의 단호한 눈빛 뿐.

-츄르르릅

"으으응.."

보통 사람보다 기다란 혀로 입안 곳곳을 지배하듯이 핥아 대는 그 혀를 막아낼 수단도 마땅치 않았다.

스승님의 혀를 밀어내려고 시도해봤자 순식간에 사로잡혀 얽히며 쾌락을 가져다주는 기관으로 변모할 뿐.

키스가 이어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쾌락은 내 발버둥을 더 강하게 만듦과 동시에 힘을 앗아가고 있었다.

도저히 처음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엄청난 테크닉, 나도 모르는 내 성감대를 알고 있는 듯이 집요하게 특정 구간을 자극하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쾌락, 스승님과 키스 중이라는 배덕감이 합쳐져 뇌와 시야가 점점 하얗게 물들어갔고

이미 내 몸은 떨어지지 않으려는 본능이라는 핑계로 스승님의 몸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머릿속에 번개가 치듯이 스러져 가던 의식에 불이 들어왔고 내 몸은 미친 듯이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츄르르릅 츄르릅 츄릅

'아, 안돼..! 안돼앳..!'

고작 몸부림으로 벗어날 수 있었으면 지금까지 괜히 붙들려 있었을까.

결국 나는 밀려오는 쾌락에 굴복하며 눈을 감았고

-울컥! 울컥!

"으그으읏..!!"

스승님은 내 신음을 일부러 밖에 흘리려는 듯이 절정의 순간에 살짝 입술 사이에 틈을 만들었다.

그래도 이걸로 끝났는지 스승님은 그대로 내 혀를 놓아주며 입술을 뗐고 나는 여전히 스승님에게 매달린 상태로 여운에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승과 제자가 이런 일을 벌일 거라고 생각조차 못했던 건지. 고작 키스 만으로 절정한 내 허접함이 놀라운 건지 검후님과 당아영은 경악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고.

"이런 관계라면 문제없겠지?"

스승님은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이

마치 당연한 일을 했다는 것처럼 눈 한번 깜짝이지 않고 소매로 입술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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