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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에서 점쟁이로 살아남기-181화 (181/250)

[181화] 10장-숙면

'...여긴..'

가슴에 구슬을 올려놓고 스승님을 생각하면서 잠에 든 뒤 내가 눈을 뜬 곳은 굉장히 익숙한 곳이었다.

가출하긴 했지만 이 세계에 와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내왔던 나의 집.

스승님과 함께 산에서 지내던 시절의 집이었다.

'...진짜 왔네.'

스승님을 생각하면서 잠들긴 했지만 정말 그 시절의 꿈을 꿀 줄이야.

예상치 못한 향수에 나도 모르게 잠깐 울컥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솔직히 중원에서 고생할 때마다 내가 왜 밖으로 나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을까 라고 생각했던 적도 몇 번씩은 있었으니까.

-힐끔

고개를 내려 내 모습을 보자 복장도 그 시절에 입던 옷이었다.

피부가 지금에 비해서 좀 더 하얗고 몸도 비교적 말라 보이는 게 아무래도 그 시절로 돌아온 게 맞는 모양이었다.

성장이 중간에 멈춰버려서 정확히 몇 살때쯤 시점인지는 추측하는 게 불가능했지만.

'하..'

비록 꿈이지만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탓에 생각보다 향수가 세게 들어왔다.

꿈속에서라도 스승님한테서 위로를 받고 싶다는 생각으로 꾸게 된 꿈이기 때문일까.

주변을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조금씩 울컥한 감정이 올라오고 있었다.

지금 스승님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게 아쉬울 따름...

"제자야~"

그 순간 집 어디선가 스승님의 목소리가 들어왔다.

"스, 스승님?"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눈물이 살짝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 시절엔 하도 시달려서 그만 좀 듣고 싶은 목소리였는데 지금 들어보니 엄청난 미성처럼 느껴졌다.

그래 스승님은 이런 목소리였구나.

이게 대체 얼마 만에 들어보는 목소리란 말인가.

"스승님..!"

요즘 시달린 정신적인 피로 때문에 그리움이 증폭되며 절로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뛰어가..

"사과 좀 가지고 오라고 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소식이 없단 말이냐. 네 키로도 충분히 닫는 곳에 있거늘."

"..."

...이 양반이 그러면 그렇지.

기대했던 감동적인 재회는 식었지만 그래도 지금 그리움이 워낙 큰 탓에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다.

찔끔 흘러나왔던 눈물을 닦고 툴툴 거리며 부엌으로 가 사과를 3개정도 집고 스승님의 목소리가 들렸던 곳으로 향했다.

오랜만이라서 기억을 더듬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는데 생각해보니 이쪽 방향이면..

'..욕실이네.'

예상했던 대로였다.

본인이 직접 안 나오고 나한테 시킨 걸 보면 이미 탕 안에 들어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건데..

'...눈 딱 감고 건네주고 나오자.'

아무리 서로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라지만 그래도 대놓고 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정 대화가 하고 싶으면 그냥 문 밖에서 대화하면 될 거고.

-질끈!

-덜컥!

"여기..!"

빠르게 사과를 전해주고 나오기 위해 눈을 감고 문을 열어 안쪽으로 들어갔지만

-미끌

"엣."

욕실 바닥이 미끄러울 거란 당연한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기 젖은 나무 바닥에 미끄러져 몸의 균형 감각이 무너지며 순식간에 바닥과 몸이 충돌..

-텁!

"하여간 하루도 얌전할 날이 없구나. 귀찮은 녀석 같으니."

"휴.."

하기 전에 다행히 스승님이 잡아주셨다.

비록 내 몸까지 물에 젖긴 했지만 다치지 않은 게 어딘가.

이 허약한 몸을 생각하면 잘못해서 멍이라도 들면 한참 동안 고생해야 할 게 뻔했다.

"가, 감사합니.."

정말 오랜만에 스승님의 손길을 느끼며 감았던 눈을 뜨고 스승님을 쳐다봤..

"와아아아악!!"

"갑자기 웬 비명이냐."

"오, 옷! 옷은요!"

"옷을 입고 목욕하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이냐. 네가 다칠 까봐 술법까지 써가며 탕에서 나온 것이거늘."

"그, 그건 그렇지만..!"

나는 황급히 손으로 눈을 가렸지만 눈을 가린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아니 진짜 이 사람은 부끄러움이라는 게 없나?

아무리 스승과 제자 관계라지만 남자 앞에서 맨몸을 그냥 노출하고도 아무런 부끄러운 기색도 없다.

너무 당당해서 오히려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내가 이상한 게 아닐까 하게 만들 정도.

'아니 오랜만에 만난 건데 왜 이런..!'

물론 꿈속 스승님 입장에선 그런 입장 따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거의 3년만의 재회란 말이다.

좀 더 감동적이고 얌전한 그런 재회를 기대했는데 그게 이런..

-힐끔

"꺄아아악!"

"가릴 거면 제대로 가리고 볼 거면 똑바로 보던가 하지 어느 쪽도 아닌 어중간하게 가리는 건 또 뭐란 말이냐."

"그, 그치만!"

"뭐 이렇게 된 김에 오랜만에 같이 목욕이나 하자꾸나. 네 옷도 젖었으니 어차피 씻어야 할 거고."

...잠깐만 방금 뭐라..

-번쩍!

"히익!"

스승님은 그렇게 말하며 정말 나를 들쳐매고 탕 쪽으로 향했다.

"자, 잠깐만 스승님! 이건 아니에요! 적어도 지금은!"

-아둥바둥

"괜히 움직이다 또 떨어지면 그땐 안잡아줄테니 알아서 하거라."

"..."

...결국 그렇게 이 상태가 된 거다.

-찰박..

물론 스승님 말마따나 스승님과 내가 같이 목욕을 했던 건 처음이 아니었다.

내가 졸라서 처음으로 집에 욕실을 만들었을 때부터 이후에도 가끔씩 억지로 스승님의 손에 이끌려 같이 씻었던 적이 있으니 이제 와서 뭘 그렇게 부끄러워 하냐고 할 수도 있다.

근데 그것도 보통일 때나 성립되는 말이지

-힐끔

'와와와와..'

이 정도 외모 앞에선 익숙해진다고 한들 내성이 생길 수가 없었다.

무려 10년이다.

그 10년 동안 거의 매일 보는 얼굴이고 매번 숨소리가 닫는 곳에서 잤는데도 볼 때마다 절로 감탄이 나오는 외모의 위력을 무시하지 말란 말이다.

중원 밖으로 나가서 어쩌다 보니 좋은 여자들을 많이 만났고 계속 지내다 보니 어쩌면 스승님이랑 비슷한 수준이지 아닐까 라는 생각도 종종 했었다.

근데 이제 보니까 아니었다.

하도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탓에 내 기억 속에서 조금 희미해져서 그렇게 느껴졌던 거지 이렇게 생생하게 앞에서 보면 정말 말이 안 나오는 수준이었다.

거의 내 머리 만한 가슴이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그대로 노출되는 것도 자극적이어서 미칠 것 같은데 더 큰 문제는

저 정도 크기면 물에 뜬다.

그리고 그 말이 뭘 의미하느냐.

-아삭

"다 큰 사내놈이 뭐가 그렇게 부끄럽다고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친단 말이냐. 얼굴은 완전 새빨개져가지곤."

다 보인단 말이다.

응.

내가 아까부터 입 밖으로 제대로 된 말도 못 내뱉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한참 산에서 지내던 시절에도 그렇게 자극적으로 느껴지던 장면이었는데 스승님을 거의 3년 동안 못 만나다가 이런 걸 보면..

솔직히 말해서 지금 조금만 잘못해도 코피 뿜으면서 기절할 거 같다.

중원에서 지내면서 성적으로 구를 대로 굴렀는데도 그 내성이 전혀 적용이 안된다.

오히려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면 느껴졌지.

'진짜 그땐 이걸 어떻게 버텼지?'

산속에서 살다가 나도 모르게 도사 수행이라도 했던 게 아닌 이상 그때의 나는 대체 이런 걸 매일 보면서 어떻게 살았나 신기할 지경이다.

심지어 한창 기운 넘칠 사춘기때였는데 정말 누군가가 성욕이라는 감정 자체를 쏙 빼가기라도 한 게 아닌 이상 그걸 버텼다는 게 이해가 안됐다.

'아, 아냐 진정해. 스승님이야 미친놈아.'

딸한테 강간 당했다고 불면증까지 걸릴뻔 했던 놈이 정작 스승님한테는 욕정하는 꼴이라니.

어디 가서 개그로도 못 써먹을 질 나쁜 농담이었다.

참고로 지금 나는 손으로 눈을 가리진 않고 있는 중이었다.

그야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까 진정 좀 하라고 이 미친놈아!'

물 아래쪽에서 열심히 성을 내고 있는 내 자지는 한 손으로 도저히 가릴 수 없는 위용을 자랑했으니까.

자랑스럽다면 자랑스러운 녀석이지만 지금은 제발 고개를 좀 숙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200%였다.

다리를 모으고 손으로도 모자라서 팔까지 동원해야 겨우 가릴 수 있는 녀석이다.

문제는 이러면 자세가 목욕하는 것 치고 굉장히 부자연스러워진다는거고 스승님이 바보가 아닌 이상 내 상태를 모를 리가 없다는 거다.

-피식

"이제 와서 가릴게 뭐 있단 말이냐. 내가 너를 언제부터 키웠는데 고작 그게 궁금할 거 같더냐."

"그거 성희롱이거든요?!"

"그게 기분 나쁘다면 너도 하면 될 것 아니냐."

"정말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 여자는 매번 이랬다.

나도 이래 보여도 남자인데 매번 저렇게 성희롱이나 하고 하지 말라고 해도 더하면 더했지 정말 멈춘 적은 없다.

내가 이러니까 마음을 접었지.

나를 남자로 보지도 않는 상대한테 그런 종류의 감정을 품는 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다.

...분명 그렇게 생각 했는데.

'이걸 어떻게 여자로 안보냐고..'

부끄럽기도 하고 자존심도 있어서 계속 외면해오고 있었지만 이렇게 꿈속에서 만나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네. 여자로 보고 있습니다.

이 세계의 사회적 통념 상 스승과 제자의 로맨스 같은 건 천인공노할 짓이라 대놓고 표현은 못하지만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첫사랑의 감정은 쉽게 잊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지구에서 살던 시절이 있긴 했지만 사실상 기억이 없는 상태라 적어도 내 기억 안에선 스승님이 첫사랑이었다.

갑자기 영문도 모르고 이런 세상에 던져졌을 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준 사람이고 외모도 이상형 그 자체였으니

솔직히 완전 극 초기에 아직 완전히 믿기 전에나 경계했지 경계심이 풀린 뒤엔 순식간에 함락됐다.

...뭐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큰 의미는 없다.

어차피 내가 이렇게 마음을 정리했다고 해도 스승님한테 이 마음을 전할 일도 없다.

괜히 전했다가 유일한 가족을 잃고 싶은 마음은 꿈에도 없고

난 지금 스승님과의 관계에도 만족하고 있으니까.

전하지 않아도 이미 좋은 가족인데 굳이 위험 부담을 감수해가며 욕심을 부릴 필요는 없겠지.

"...스승님."

"무어냐."

"잠시 안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부인은 이미 현실에도 많다.

혹시라도 괜히 부린 욕심이 성공이라도 하면 곤란하다.

제자가 스승님에게 말도 없이 가출한 사이에 부인이 3명이나 생겼지만 사실 예전부터 스승님을 좋아했습니다. 제 마음을 받아주시겠..

'와.'

뭐지 이 쓰레기는.

아무리 내가 원해서 생겼던 부인은 아니긴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가. 결국 현재 상태가 이런데.

그리고 내가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내가 딱 잘라서 거절하려면 할 수 있던 일이었다.

쓰레기가 되는 걸 감수하고 우유부단함을 버렸으면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겠지.

"뭐 그걸 질문까지 한단 말이냐. 그냥 오면 될 것을."

스승님은 그렇게 말하며 내게 이쪽으로 오라는 듯 팔을 벌렸다.

정면으로 안으면 대참사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몸을 돌려 스승님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그쪽으로 몸을 옮겼고

-물컹

'와 씨.'

황급히 손을 올려 코를 막았다.

다행히 피가 나오진 않았지만 그 정도로 강렬한 자극이었다.

거대한 살덩이가 짓눌리는 감각에 서로 완전히 알몸이라 등을 간지럽히는 돌기의 감각까지 선명하게 느껴졌는데 오히려 그동안 내가 단련돼서 이 정도지 만약 여전히 동정이었다면 여기서 기절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아아.."

그래도 그리운 스승님의 품 안이라 그런 걸까.

나는 간만에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끼며 스승님에게 기대 따뜻한 물에 몸을 맡겼다.

당아영에겐 미안했지만 역시 더 편안한 건 스승님 쪽이었다.

뭐 따지고 보면 당아영은 애인이고 스승님은 부모님 같은 느낌이니 어쩔 수 없지만.

당장 같이 지낸 시간의 차이만 4배쯤이고.

-쓰담쓰담

"이제 좀 편안하느냐?"

"예.."

"이제 악몽은 그만 꿀 것 같고?"

"예.."

"그래.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구나."

...근데 내가 요즘 악몽을 꾼다고 말 했었나.

"...스승님?"

"그러면 슬슬 일어나거라. 이 정도면 해가 중천에 뜨고도 남았을 시간이니."

-딱콩!

"악!"

이마를 때리는 따끔한 충격과 함께 주변 풍경이 깨져 나갔다.

"아야야야야.."

이마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며 그곳을 문지르다가 문득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 방?"

내가 잠들었던 내 방의 침대 위.

나는 서둘러 창밖을 보며 시간을 확인했고 이미 정오도 훌쩍 넘긴 오후라는 걸 깨달았다.

최근 불면증에 시달리던 사람이라곤 믿을 수 없는 깔끔한 숙면이었다.

'...뭐였지?'

별 희한한 꿈을 다 꿨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내가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까지는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스승님이 지어주신 항상 입고 다니던 옷의 구석에 새겨져 있던 무늬가 사라져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제 혈교와의 전면전을 시작하기까지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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