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10장-마의 하늘3
"읏, 읏, 응!"
그 이후로도 시간이 얼마나 많이 지났을까.
현실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에 빠진 내 표정을 본 그녀는 다시 아까처럼 요분질을 시작했다.
-울컥! 울컥! 울컥!
"으그으읏..!!"
차라리 발기라도 풀렸다면 나았을텐데.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설명할 수도 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양을 사정했음에도 발기가 풀릴 기미는 커녕 몇 주는 쌓인 것처럼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체 이 망할 몸뚱아리는 어떻게 되어 먹었길래 당연한 물리법칙조차 무시한단 말인가.
지금까지 싸지른 정액의 양만 재봐도 고환의 크기보다 몇 배는 많을 거다.
사정할 때마다 정소에서 그만큼 새로 정액을 만드는 게 아닌 이상 설명이 불가능한 상황.
-울컥!
"흣.."
그것도 한번 사정할 때마다 억지로 보지를 조여 치약이라도 짜듯이 다음 몫의 정액까지 억지로 갈취해버리니 내 자지는 역대급으로 혹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다음에 또 사정 시킬 거면서..!'
이렇게 다음 몫의 정액까지 억지로 가져가 버리면 결국 다음엔 그만큼 정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 거지만 그런 당연한 것조차 이 상황에선 그렇지 않았다.
이 몸뚱이가 정력 하나 만큼은 비현실적으로 강한 것도 물론 그 이유였지만
-퓻..
-덜컥!
혹시라도 그 핑계 때문에 사정량이 전보다 시원찮아지기라도 한다면..
"..적어졌구나."
"자, 잠깐만요. 지금 건 사정 한 게 그냥 정액이 흘러나오온...?!"
-팡! 팡! 팡!
"히끅?!"
바로 이렇게 응징이 돌아온다.
골반을 부숴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강해진 요분질. 허리 왕복 한번 한번에 섞이는 더 화려해진 질의 움직임.
마치 지금까진 일부러 힘 조절이라도 해줬다는 듯이 아까보다 족히 2배는 더 강해진 쾌락이 몸을 강타한다.
"아, 으.. 아아.."
안 그래도 머리를 이상하게 만들 정도의 쾌락이 순식간에 불규칙적으로. 그리고 더 강하게 바뀌었다.
쾌락을 견디느라 제대로 된 명령도 내리지 못하는 뇌 대신 이미 몇 번이고 학습한 몸이 대신 움직인다.
요도구를 꽉 조여 정액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고 사정에 이를 정도의 쾌감을 최대한 축적한다.
안 그래도 허접한 몸뚱이로 힘을 줘봤자 버틸 수 있는 건 기껏해야 30~40초 정도가 끝이겠지만 그 정도 만으로도 충분했다.
한계의 한계까지 기다렸다가 그녀가 허리를 내려 찍어 쾌감을 주는 타이밍에 맞춰서 요도구를 막고 있던 힘을 풀고
-뷰루루룻!! 뷰루룻!! 뷰룻!!
'...!! !! ..!'
참았던 만큼 기세가 평소보다 더 강해진 사정을 내뱉는다.
이러면 다시 천마가 만족하며 아까처럼 지금보다는 여유로운. 그러나 결코 쉴 틈은 주지 않는 템포의 요분질로 돌아온다.
쉴 틈도 전혀 주지 않고 계속해서 정액을 갈취하는 주제에 사정량이 줄어드는 것은 용납 못하는 가혹함.
아무리 정력이 좋다고 해도 버튼 누르면 정액이 나오는 기계가 아니다.
결국 그 과정에서 생기는 피로감과 쾌락은 내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데..
"ㅅ, 시게 해저요.. 10분이라도 좋으니꺄아악..!"
-팡! 팡!
좀만 쉬자고 말해도 들어줄 생각도 없다는 듯이 다시 자세를 고쳐 잡는다.
"그렇게 싫다면 그대가 발기를 가라앉히면 되는 일 아닌가. 이렇게 기세 좋게 세우고 있으면서 좋지 않다고 주장하지는 않을 테고."
"좋은데. 좋긴 좋은데엣..!"
그것도 좀 쉬엄쉬엄일때나 통하는 말이지!
이러다 죽는다고!
"시, 시러.. 시러.."
"방금 전까진 좋다고 하지 않았나? 절조 없는 사내로고."
"무슨 말 하는지 알면서..!"
눈물이 흘러나와 앞이 뿌옇게 보이는 눈을 치켜 뜨며 천마를 쳐다본다.
이제 꿈에도 나올 것 같은 저 특유의 표정.
저 여자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리가 없다.
"뭐, 벌써 망가지면 곤란하니 슬슬 쉴 기회 정도는 주도록 하지. 쓰러진 상태로 범하는 건 영 재미가 없기도 하고."
'미친.'
쉬게 해준다는 것도 아니고 기회를 줘?
그리고 그 이유도 평범하게 흘려들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저게 부인이라는 사람이 할 말인가?
'진짜 어쩌다가 저런 여자랑 결혼한 건데?!'
결혼한 다음에 본색을 드러낸 건지 아니면 결혼을 억지로 당한 건지 모르겠지만 돌아가는 데만 성공하면 다시는 마교 쪽은 쳐다도 안 볼 거다.
혹시 침대가 그쪽 방향이면 반대로 돌려버려야지.
...일단 살아서 돌아가야지 가능한 말이었지만.
"...뭔데요."
일단 기회라도 준다는 게 어딘가.
또 뭐 이상한 걸 시킬게 눈에 뻔하긴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봐야지 뭐 어쩔..
"사랑한다고 말해보겠나?"
"..네?"
너무 예상 외의 말이 튀어나와서 잠깐 놀랐다.
...지금 뭐라고 한 거지?
"...뭐라고 하셨었죠?"
"방금 그 간단한 말도 못 들었다면 쉬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걸로 이해하겠다만?"
"아, 아뇨! 들었어요! 듣긴 들었는데.."
...이 여자가 징그럽게 갑자기 왜 이러지.
의심스럽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기에 순순히 입을 열었다.
"...사랑해요?"
"다시."
"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
"..."
그러면 그렇지 미친년.
자기한테나 남편이지 내 입장에선 마주치자마자 이렇게 심하게 겁탈당하고있는 상황인데 뭐?
'하아..'
정말 싫지만 별 수 있나.
살려면 뭐라도 해봐야지.
'저 여자를 당아영이나 스승님이라고 생각해보자..'
둘한테는 미안하지만 잠깐 그렇게 자기세뇌를 하고 일부러 쾌락을 상기하며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그 상태에서 어떻게든 입을 열어보면..
"..사랑해요옷♥"
이렇게 어느 정도 끈적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이 정도면 저 여자도 만족..
-파앙! 팡!
"히끅!"
아까보다 더 격렬한 요분질이 시작됐다.
"말했는뎃..! 말했는데엣..!"
"사랑한다면 좀 더 버틸 수 있지 않겠나?"
"거짓말쟁이..!!"
"그렇게 속고도 또 속는다면 속는 쪽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만?"
눈물로 차올라 흐릿하게 물든 시야 속에서도 요사스럽게 빛나는 눈빛은 똑똑히 보였다.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다.
이 여자는 내가 믿고 있었다가 배신 당할 때의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고 자기 입으로 직접 말했던 여자라는 걸.
"으극.. 긋.. 앗.."
"'믿었는데~' 라고는 말해주지 않는 건가? 개인적으로 꽤 좋아하는 대사다만."
"누가 해줄 줄 알고..!"
"그래. 그렇게 반항 기를 보여야지. 포기하고 추락하면 다시 건져 올리는 것도 일이거든."
"미친.."
이 무슨 가불기란 말인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당연히 좋아하고 반항해도 좋아한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엿 먹이는 게 불가능한 상대.
이해할 수 없는 생물체를 본 것처럼 두려움이 피어오른다.
-뷰루룻!! 뷰룻! 븃!
"끅!"
"한번 더 사랑한다고 말해보겠나? 이번에는 진짜 일수도 있지 않나."
"시끄러엇..! 사랑하지도 않는 주제엣..!"
"음?"
"사랑하지도 않는 주제에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하지 마앗..!"
"그건 또 재밌는 말이로구나."
그녀는 이미 힘이 빠질 대로 빠져 제대로 반항도 하지 못하는 내 손을 잡더니 침대에 찍어 눌렀다.
아까처럼 상체를 봉인시켜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자세.
"내가 왜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않는다고 생각하나?"
내가 고개도 돌리지 못하게 만든 상태로 그녀가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본녀가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몸을 섞을 정도로 헤픈 여자로 보였다면 곤란한데."
"사, 사랑하는 사람을 이렇게 무자비하게 겁탈할 리가.."
"그러면 안되나?"
"...에?"
"결국 그대도 즐기고 있지 않나. 입으로만 싫다고 하지 사실 마음 속 깊은 곳에선 좋아하고 있을텐데.
"그, 그게 무슨.."
"여인에게 반항하다 짓밟히고 무력하게 지배 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나?"
"읏..."
십 수년 동안 나를 감금하고 심심할 때마다 겁탈했던 여자다.
나에 대해 나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
"그, 그래도 정도가 있지 힘들 땐 쉬고 싶거든요! 쾌락 때문에 기절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아요?!"
"그리고 만일 그대가 정말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그만둘 것 같지는 않아."
"...네?"
"그대는 웃고 기뻐하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잠자리에서의 표정이 더 다채롭거든."
"..."
"그거 아나? 본녀의 눈에는 다른 이들의 색이 잿빛으로 보인다네. 나이, 성별, 능력, 무공의 고하. 그런 것들에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하나같이 색 없는 잿빛으로 보여. 그대를 제외하면 말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본녀에겐 오직 그대만 특별하다는 말이네."
갑작스러운 프로포즈에 가까운 고백.
상황이 상황만 아니었다면 가슴이 두근거렸을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다른 의미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간혹 제법 괜찮은 재미를 안겨주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봐야 잠깐의 숨 돌리기에 불과한 유흥 거리일 뿐. 그대만큼 내게 삶에 재미를 가져다준 이가 세상에 없단 말이네."
"제, 제가 뭘 했다고.."
"한 거라면 많지. 이 세상에 존재했고. 본녀를 만나지 않았나."
숨이 턱 막힌다.
정정해야겠다. 이 여자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다만 그 사랑의 방식과 종류가 보편적인. 내가 생각하는 것과 훨씬 동떨어져 있을 뿐.
"사랑하는 이의 모든 색을 보고 싶어하는 게 잘못됐나?"
이 여자의 사랑은 내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겁고 견고했다.
당아영과 같은 일반적인 사랑이 달달한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느낌이라면
이 여자의 사랑은 쇳덩이다.
먹을 수도 없고 맛을 느낄 수도 없지만 부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고 그 자리를 짓누르는 무거운 쇳덩이.
전생은 물론이고 이 세계에 온 뒤로도 느껴본 적 없는 종류의 사랑에 공포에 질려 아무것도 못하고 있던 그 사이.
"...뭐 이렇게 말해봤자 이것도 슬슬 끝이지만."
당장이라도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요사스럽게 눈을 빛내던 천마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서 물러났다.
-찌걱..
-퐁!
한참 동안 삽입되어 바깥 공기를 마셔보지도 못하고 있던 자지가 해방되고 아까 그 구속은 뭐였냐는 듯이 내 팔도 순순히 풀어줬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조금 늦게 깨울걸 그랬어. 간만에 신혼 시절의 기분이나 느껴보려고 했는데 말이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수건 같은 걸로 자신의 몸을 닦기 시작했고 이 시간대의 내가 쓰러져있는 침대로 향하더니 그의 몸도 닦아주기 시작했다.
"...저기. 이게 무슨.."
도저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직접 물어봤지만
"아까 이 공간을 문에 비유했었지. 내가 나가는 문은 열어주지 않겠다고."
"그랬었..죠?"
"그러면 밖에서 억지로 문을 열면 되는 거지. 그대의 힘으론 못 열겠지만 그걸 열 수 있는 사람이 있거든."
"????"
"뭐 곧 있으면 알게 될 거야."
물어보고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막으려면 막을 수 없는 것도 아니지만 지켜야 할 자식들만 넷에 남편도 한 명 있으니 쉽게 이길 자신은 없거든. 지금은 독기가 많이 빠지기도 했고."
"...그러면 이제 뭐하실 거에요?"
뭔진 모르겠지만 나는 놓아준다는 것 같으니 그러면 이제 그녀가 뭘 하려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자
"조식을 차리러 가야지."
"...네?"
"자식이 넷이라 아침마다 아주 고역이야. 누굴 닮았는지 하루도 가만히 있는 날이 없어서 원. 특히 막내가 아직 어린 것이 영악하긴 제일이라.."
"..."
뭔가 생각보다 주부같은 답변이 나와서 잠깐 머리가 멍해졌다.
진짜 머리를 해머로 세게 강타한 느낌이랄까.
"내가 갔다 올 때까지 그대가 남아 있다면 그대 것도 가져올 테니 맛은 보고 가게나. 기껏 왔는데 미래의 부인의 요리 솜씨 정도는 보고 가야 하지 않겠나?"
"어.. 알겠..어요?"
-쩌적
"이런. 그럴 시간은 없겠군."
멍 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사이 어딘가 익숙한 공간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동안 몇 번 느껴봤던 귀환의 전조.
천기와 구슬의 힘으로 구현되었던 가상 공간이 깨지며 다른 세계에 속한 존재를 튕겨내기 시작했고
"그러면.. 무운을 빌도록 하지."
-파캉!
"어디 한번 잘 도망쳐 보게나?"
들어올 때와 반대로 의식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시야가 반전했고
새롭게 들어온 시야엔 방금 전까지 있던 곳이 아니라 들어가기 전까지 있었던 현실의 천마의 방의 풍경과
"정신이 좀 드는가?"
-싱긋
방금 전까지 봤던 미래의 천마가 아닌 현재의 천마.
머리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허벅지의 감촉이..
"...어?"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그녀에게 무릎베개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