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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에서 점쟁이로 살아남기-169화 (169/250)

[169화] 10장-마의 하늘

일어나선 안될 일이 일어난 상황.

그 상황에서 내 몸을 움직인 것은 사고에 시간이 필요한 뇌가 아니라 그것보다 앞선 본능이었다.

'시발 당장 여기서 벗어나야 해.'

내가 앞으로 무슨 짓을 당할지는 몰라도 원래 이 시간선의 내 몰골을 보면 절대 좋은 꼴을 보지는 못할 거다.

나는 바로 몸을 돌려 벽 안쪽으로 들어갔..

-콱

"케헥!"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바로 떠나려 하는 건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한 발자국 내딛기도 전에 모자 뒷덜미가 잡혔다.

-바둥바둥

"이, 이거 놔요!"

"이미 이 방에 들어온 이상 그냥 보내줄 생각은 없다만? 도망갈 거라면 문 안으로 들어오지 말았어야지. 그 전이라면 흔쾌히 보내줄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히, 히익.."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그 자리에서 뒤도 돌아보지 말고 튀었어야 했는데

설마 과거에서 온 나를 인식하는 것도 모자라 붙잡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지금까지 구슬을 이용해 점괘를 보면서 이런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아무리 천마라고 해도 예외는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대체 얼마나 괴물인 거야?!'

이제 단순히 무섭다 경계된다 정도가 아니라 두려움을 느낄 지경이다.

단순히 무공 실력이 뛰어나다 정도로 나를 인식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아니 애초에 과거에서 점을 읽는 사람을 미래의 사람이 어떻게 인지하는데?!

서로 딛고 있는 시간선이 다른데?!

"부인을 그렇게 괴물이라도 보는 듯한 눈으로 보면 쓰나. 여인들은 낭군에게만은 현모양처로 보이고 싶은 법이거늘."

'...현모양처?'

내가 잘못 들었나.

사람을 저기 저 꼴로 만들어 놓고 뭐?

'...'

할 말이 많았지만 꾹 참고 어느새 공중에 떠올라 바닥에 닿지도 않는 발을 뻗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저는 신교의 하늘님과 백년가약을 맺은 적이 없습니다."

"있다."

"무, 물론 원래 이 시간대의 저는 그랬겠지만 저는 한참 전의 인물이니 그런 적."

"내가 있다고 말했을텐데?"

-오싹

순간적으로 온몸의 털이 곤두설 정도로 뿜어져 나온 살기.

-덜덜덜덜

아주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그 여파로 몸에 떨림이 남을 정도였다.

나는 이 다음에 내가 해야 할 말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어, 어떻게 해드리면 될까요 부인?"

그제서야 그녀의 표정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올라왔다.

영문도 모르고 다른 세계로 끌려와서 여자한테 둘려싸여 살아온 인생.

이제 현실도 아닌 가상공간에서 졸지에 부인이 생겨버렸다.

* * *

-덜덜덜덜

"뭐가 무섭다고 그렇게 떠는 건가. 누가 보면 잡아먹기라도 하는 줄 알겠어."

'..맞잖아요.'

야생의 동물들처럼 정말 잡아먹는 건 아니지만 은어로 생각하면 맞았다.

동정도 아니고 이미 닳을 대로 닳았으면서 섹스가 뭐가 그렇게 무섭냐고 떠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것도 저쪽에 쓰러져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나 통하는 말이지

자식을 4명이나 낳을 정도로 질펀하게 섹스를 해댔으면서 그동안 쌓인 경험치로도 끝내 못 버티고 기절하는 거면 내가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쯤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술 좀 같이 마셨을 뿐이지 오늘 만난 사이에 아는 게 뭐가 있다고 이런..

"후우.."

"히약?!"

"귀여운 반응이구나. 못 본 지 10년은 된 반응이야."

그녀가 내가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내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자 절로 몸에 소름이 돋으며 이상한 비명이 튀어나왔다.

"뭐, 뭐에요?!"

"너무 긴장하지 말라는 의미라네. 낭군님이 그렇게 딱딱하게 굳어있으면 재미가 없거든."

'무슨 그렇다고 귀에 바람을 불어 넣..'

"아니면.. 그쪽을 원하나?"

-텁

그녀는 한 손으로 가볍게 나를 안은 상태로 숨과 숨이 맞닿을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이끌었다.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어도 전혀 바래지지 않고 오히려 더 농밀하고 끈적해진 외모.

"본녀는 저항하는 쪽을 억지로 겁탈하는 것도 싫어하지 않는다만..?"

-덜덜덜덜

"부, 부드럽게 해주세요."

"그래야지. 미래에 낭군이 될 사람을 벌써부터 망가트릴 수는 없지 않나."

듣는 입장에서 절로 살벌해지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그녀는 나를 안은 상태로 침대에 앉았다.

참고로 이방에 있는 침대만 3개였다.

"음.. 그 시점의 그대라면 이건 못해봤겠군."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머리를 눌러 자신의 가슴쪽으로 이끌었다.

-텁

"웁."

애를 4번이나 낳아서 그런지 안 그래도 상당한 크기를 자랑하던 가슴은 더욱 커진 상태였다.

가슴 커진걸 자랑이라도 하려고 이러나 하던 순간 가슴에서 묘한 향기가 느껴졌다.

"...?"

"눈치챘나?"

냄새에서 뭔가 부드러우면서도 포근한 느낌과 함께 우유 같은 냄새가 나는 게..

'..설마.'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조심스럽게 손으로 가슴을 눌렀고 덕분에 볼 수 있었다.

유두 밖으로 흘러나온 하얀 액체를.

"...이건.."

"모유를 먹을 정도로 어린 아이는 없으니 모유가 나올 시기는 아니다만 어느새 요령이 생기더구나. 그대도 아마 처음 보겠지?"

"어.. 네.."

당연히 처음이었다.

당아영과 그렇게 오래 뒹굴었지만 당아영이 적절히 피임한 덕분에 아직 임신은 하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가까이서 모유를 볼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다른 시간대의 나라곤 해도 어찌 됐든 나 때문에 나온 거기도 하니까..

-꿀꺽

목 너머로 침을 삼키며 유두에 맺혀있는 하얀 방울을 보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걸까

-텁

"읍?!"

아예 유두를 입에 물려줬다.

"그 와중에도 허락을 기다리는 건 참 그대답구나. 원하는 대로 해도 좋다."

"..."

아까까지만 해도 무섭네 뭐네 했지만 이러면 사양은 못하는 게 어쩔 수 없는 남자라는 생물이었다.

3명한테는 돌아가서 미안하다고 하자.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내가 거부한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쭙..

기왕 이렇게 된 거 나도 좀 즐기다가 무사히 돌아가자.

-꿀꺽..

보니까 격렬하긴 해도 얌전히 말만 잘 들으면 성격도 괜찮..

"푸크흡?!"

모유가 식도로 넘어가자 마자 뱉을 수밖에 없었다.

"케헥.. 에켁.."

몸이 뜨겁다.

머리가 몽롱해져서 시야가 흐릿해지고 몸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방금 마신 게 원인인 걸 알고 서둘러 뱉으려고 해도 이미 늦은 상황.

"이, 이게 무슨 짓.."

나는 힘이 빠지고 있는 손을 움직여 간신히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고개를 올리자..

-방긋

"여인을 너무 쉽게 믿는 거 아닌가?"

특유의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짓고 있는 천마의 모습이 보였다.

"그럴 시기의 아이가 없는데도 여인에게서 모유가 나온다면 의심했어야지."

-부들부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다.

근데 그냥 그런 체질이겠거니 하고 넘겼지 설마 이런 이상한 성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누가 한단 말인가.

"ㅇ, 왜 이런 짓을.."

"왜 이런 짓을 하냐니. 당연한 걸 묻는 거 아닌가?"

이상한 약의 효과로 덜덜 떨리고 있는 시야 속.

그녀는 정말 아무런 잘못된 것도.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는 듯이 평소와 같이 웃고 있었다.

"이편이 재미있지 않나."

"...재미?"

"그대는 표정을 재밌게 짓는 재주가 있거든. 순진한 덕분에 그런 배신 당한 표정은 몇 번씩이고 지어줬었는데.. 아무리 순진해도 세월이 세월이다 보니 점점 표정이 메말라가더군. 그런데 마침 십수년 전의 순진한 그대가 왔으니 어찌 감상하지 않을 수 있겠나."

"겨, 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 이런 짓을.."

"물론 그것 말고도 이유가 더 있지."

"에?"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양팔을 손으로 잡았다.

"아까 본녀는 저항하는 걸 억지로 겁탈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었지."

...설마.

-꽈아아악

"그런데 사실 본녀는 그쪽이 더 마음에 들거든."

팔이 들린다.

들어가지 않는 힘을 억지로 쥐어 짜서 반항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약을 먹지 않았어도 저항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먹은 후면 어떨까.

말할 것도 없었다.

-부들부들

"이..이익.."

"그래. 그 표정. 그 목소리. 그 분위기. 그게 보고 싶었네. 그걸 듣고 싶었네. 그걸 느끼고 싶었네."

"이게 얼마 만에 느껴보는 감정인지."

술을 마셨을 때도. 아까 미래의 나를 겁탈할 때도 홍조 하나 찾기 힘들었던 창백한 그녀의 얼굴에 붉게 홍조가 올라왔다.

"처음에 그대가 아무 표정도 짓지 않게 되었을 때. 무언가 다른 수가 없을까 해서 첫째를 낳았었지. 그래도 자신의 아이라고 다행히 회복이 되더군. 그렇게 넷째까지 낳았을때.. 그때부턴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 덕분에 막내는 자기 아버지의 얼굴도 모를 거야."

"미, 미친.."

"목적이 있어서 낳은 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홀대하진 않았네? 제 아비를 볼일이 없는 만큼 어미로서 부족한 만큼 채워줬다고 자부할 수 있지."

미쳤다.

이 여잔 완전히 미쳤다.

이게 뭐가 부인이냐. 이게 뭐가 사랑이냐.

나를 사람으로도 안보는 주제에 부부는 무슨 부부란 말이냐.

-부들부들

"이이익.."

"그렇지. 이래야 그대 답지. 어차피 이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존심은 남아 있다고 말하는 그 눈빛이 그리웠네."

"두, 두고 봐.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나는 튕겨져 나가게 되어 있어."

어차피 내가 지금 있는 공간은 구슬로 만들어진 일종의 가상 공간이다.

당연히 공간을 무한히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천기를 붙들어 놓는 것에도 한계가 있어 짧으면 몇 시간. 길어봐야 며칠 정도면 자동으로 나는 원래 세계로 튕겨져 나가게 되어있다.

그녀가 아무리 법칙을 깨고 지금 나를 인식하고 있다고 해서 공간 자체가 붕괴되는 걸 막을 수는 없..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에?"

어느새 그녀는 내 팔을 완전히 머리 너머로 넘겨 침대에 붙인 상태였다.

저항할 수 있는 손이 이미 봉인된 상태.

"뭐.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알게 되겠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내 골반 위에서 허리를 들어 올렸다.

이미 아까부터 꼿꼿하게 서있던 자지는 곧 다가올 자신의 운명도 모르고 위용 넘치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러면.. 슬슬 다섯째를 만들어보지 않겠나 서방님?"

그녀는 붉게 피어오른 홍조와 함께 요사스러운 눈빛을 내며 그대로 허리를 내려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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