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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에서 점쟁이로 살아남기-168화 (168/250)

[168화] 10장-운명의 상대

'...이건 또 뭐야.'

비밀의방이 있을거란 예상은 했지만 이런 누가 봐도 불길한 기운이 팍팍 드는 지하실 같은 건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아무리 숨어사는 처지라고 해도 햇빛은 쬐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공기는 통하나 이거..?'

이래서야 숨어 사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감금 수준이다.

운명의 상대를 찾아서 왔는데 이런 지하실이 나왔다는 건..

'...아니겠지.'

애써 머릿속에 떠오르는 불길한 상상을 외면하며 문 안쪽으로 발을 들였다.

지하 특유의 텁텁한 공기가 폐를 찌르고 계단을 한칸씩 내려갈 때마다 불길한 기운이 발에서부터 올라와 점점 몸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처음 들었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뀐 것은 계단을 다 내려온 뒤였다.

"...뭐야 이게."

계단을 내려오자 사람 한 명 정도가 살 수 있는 방이 보였다.

그냥 방만 있다면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겠지만 방과 함께 눈에 띈 것은 내게 이런 반응을 보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나는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벽에 달려있는 사슬이었다.

내가 아무리 눈치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로 대놓고 있는데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없진 않았다.

"우욱.."

바닥 곳곳에 보이는 머리카락과 먼지의 형태를 보면 평상시에 저 사슬에 사람이 묶여있을 거라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천마의 운명의 상대를 찾아서 이 공간에 들어왔고

그 괴물 같은 여자가 구속되어있을 리가 없으니 평상시에 이 방에 갇혀있는 사람의 정체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안보였는데..'

그냥 좀 특이한 성격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 그런 성격이었을 줄이야.

부부간의 관계는 다른 사람이 신경 쓸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건 정도가 좀 심했다.

아니 이걸 부부라고 불러도 될지 의문이었다.

아무리 이 시대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면 불법..

-끼익..

-움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절로 몸을 떨며 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까 이 방에 들어왔을 때 보였던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던 문.

어느새 그 문이 살짝 열려있었다.

그리고 그 작은 문틈 사이로 보인 것은

-아둥바둥

'손..?'

바닥을 기면서 나온 손이었다.

거리가 제법 있긴 하지만 햇빛을 못 받은 듯이 하얗고 크기가 작은 편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손의 주인이 방 안을 빠져나오려는 듯이 문 바깥으로 낸 손으로 열심히 바닥을 짚으며 몸을 빼내고 있었다.

그렇게 내 눈에 팔꿈치 정도까지 보일 때쯤

-텁!

"...! ...!!"

-아둥바둥

앞서 나왔던 손보단 크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크지는 않은.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손이 그의 팔목을 잡고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먼저 나왔던 손의 주인은 안쪽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팔목을 잡은 손은 그런 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천천히 그를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손톱까지 세워서 바닥을 긁는 모습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쩌다가.'

안에서 무슨 짓을 당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필사적으로 탈출하려는 모습을 보면 적어도 좋은 일은 아닐거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나도 마음 같아선 도와주고 싶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나는 지금 이 세계에서 철저한 외부인이니까.

'..도와줄 수 있어도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상대가 무려 그 천마다.

어떻게든 이 안에서 탈출시켜 준다고 해도 어차피 다시 이 안으로 끌려올 터.

그일 때문에 오히려 더 혼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두근두근

벌렁거리는 심장 부위를 손으로 덮으며 모습이라도 확인하고자 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래도 모습이라도 확인해야 과거에서 뭐라도 해주지 않겠는가.

'가급적이면 그쪽에 안 가게 해드릴 테니까 잠깐 얼굴만..'

-끼익!

그가 발버둥치는 사이에 팔이 문에 부딪히며 살짝만 열려있던 문이 더 벌려졌고 그 틈을 통해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성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앳된 얼굴에 햇빛을 못 받은 특유의 창백한 피부.

쾌락과 피로에 동시에 찌들어 눈가에 다크서클이 핀 상태로 입가에서 침이 흘러나오고 있는 표정.

내가 그 모습을 봄과 동시에 그와 내 눈이 서로 마주쳤다.

"..."

-쿵!

"흐읍..!"

나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 심장이 내려앉으며 다리에 힘이 풀릴 수밖에 없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거울이 귀한 세계라고 하지만 이 세계에 온 뒤로도 신기해서 몇 번이고 강물에 비쳐봤었던

원래 남의 몸이라고 한들 이제 내 몸처럼 느껴지는

나와 똑같은 모습의 사람이 그곳에 있었으니까.

-부들부들

'뭐, 뭐야 저게?!'

순간 머릿속으로 도플갱어라는 단어가 스쳐 지나갔지만 이곳이 미래의 공간이라는 걸 생각하면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저게 이 미래의 나라는 것.

당장이라도 비명이 튀어나올 것 같은 입을 간신히 손으로 틀어 막으며 그 문으로부터 점점 멀어졌다.

거의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누가 미래의 자신이 저런 꼴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

나와 눈이 마주친 또 다른 나는 마치 내가 보이기라도 하듯 나를 보면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공간에 있는 일반적인 사람들에겐 내가 보이지 않아서 내가 눈앞에 손을 대고 흔들어도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또 다른 나의 눈이 완전히 내 쪽을 향하고 있었다.

'내, 내가 보여?'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짓을 통해 나를 가리키면서 그렇게 입 모양을 지었고

그는 그제서야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몸을 떨더니 이쪽을 향해 입을 뭐라고 뻐끔거렸다.

'..아?'

입모양만 보면 '아'라고 하는 거 같은데 그게 무슨 말일까 생각하던 도중 그게 '가' 를 의미한다는 걸 깨달았고

'..가라고?'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제서야 입을 닫으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가라는 게 뭘 의미하는 걸까.

도와 달라는 말이라면 또 모를까 가라고?

어차피 이 공간 안에서 내가 위해를 입을 일은 없는데?

잠깐 그 의미를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미래의 나는 저항을 멈추고 그대로 방 안으로 끌려갔으며

-쿵!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다시 방 안에 나 혼자만 남게 되었다.

'...'

상황을 정리해보자.

나는 천마의 운명의 상대를 찾기 위해 이 공간에 들어왔고

이 공간 안에서의 나는 천마에 의해 지하에 감금된 상태였다.

위에서 만난 4남매도 지금 생각해보니 천마의 모습을 닮은 것도 닮은 거였지만 내 모습도 닮아있는 구석이 있었다.

이 정도 정황으로 보면 내가 생각하는 그 상황이 아닌 걸 부정하는 게 더 힘들 거다.

'...나라고?'

천마의 운명의 상대가?

-멍

절로 머리가 하얘진다.

아니 그래. 백 번 양보해서 그럴 수 있다 치자.

이미 현실에 부인이 3명이나 예정되어있는 상황이지만 미래에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어서 내가 천마랑 이어졌다고 치더라도

'...이건 뭔데.'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이 설명되진 않는다.

왜 이런 깊숙한 지하실에 감금된 상태란 말인가.

자식도 1명도 아니고 무려 4명에 애들이 어느 정도 자라있던 걸 생각하면 못해도 현실 시점보다 10년은 훨씬 지났을 텐데 감금..?

-꿀꺽

이대론 안된다.

어차피 운명의 상대의 정체도 알아냈고 이대로 밖으로 나가도 되는 상황이지만 이대로 나가면 안된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됐는지 알아야 현실로 돌아가서 대비를 하지 않겠는가.

이대로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나갔다가 이 미래가 현실로 닥쳐올 때 대비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예쁘고 취미가 맞는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그리고 이미 현실에 책임 당할(?) 부인이 3명이나 있다.

이대로 순순히 이런 미래가 되게 당해줄 수는 없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머릿속에서 울리는 경종을 애써 무시하며 아까 미래의 내가 사라진 문 앞에 섰다.

"...후우."

진정하자.

어차피 이 공간 안에서 내가 위해를 입을 일은 없다.

예전에 전쟁터에 떨어졌을 때 칼이랑 화살도 다 몸을 통과해 지나가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알아낼 것만 알아내고 현실로 돌아가면 위험할 것도 없을 거다.

-꽈악

주먹을 꽉 쥐고 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방 안의 광경을 본 순간

나는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으읍!! 으으으읍!!!!"

방 안을 가득 채운 비릿한 정액 냄새와 특유의 열락의 향기.

대체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 짐작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방 곳곳에 흩어져 눌러붙은 하얀 정액과 곳곳에 보이는 성인용품으로 추정되는 각종 물건들.

안대, 입마개, 수갑, 채찍 등등..

보는 것 만으로도 벌써 정신이 아찔해지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아까 사라진 나의 모습을 찾는 건 굳이 노력도 필요하지 않았다.

-철썩! 철썩!

뒷모습만 봐도 천마인게 보이는 나신의 여인 밑에 깔려서 입막힌 신음을 여지없이 질러대고 있었으니까.

아까 말했든 현실 시점보다 최소 10년. 아마 15년 정도는 지난 상태인 걸로 추측되는데 전혀 늙은 기색이 안보였다.

그 사이에 애를 4명이나 낳았으니 몸이 상할 만도 한데..

"으으읍!!! 으읍!!!!"

피부는 상하긴 커녕 윤이 나는 상태였고 몸매도 상한 기색이 없었다.

임신을 하긴 했었나 의심될 정도로 얇은 허리와 그와 대비되게 넓은 골반. 그리고 뒷모습에서도 보이는 가슴은..

'저건 더 커졌는데?'

아니 뭐래.

내가 이걸 알아보러 온 게 아니잖아.

-철썩!

"...! ...!!!"

-움찔! 움찔!

미래의 천마의 외모 감상을 하는 사이 그녀의 밑에서 요분질을 당하던 내가 눈을 떨면서 몸을 움찔 거리기 시작했다.

사정의 전조로 보이는 그 모습에 천마도 그걸 알았는지 내 입을 막은 마개를 빼더니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입을 맞췄고

-추르르르릅 추릅 츄르르릅

-움찔! 움찔!

나는 추한 모습으로 몸을 떨면서 천마의 질내로 정액을 내뱉었다.

'..저거 자극 엄청 심한데.'

당아영한테 몇 번 당해봤을 때 거의 기절하기 직전까지 몰렸던 기술이었다.

사정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키스하면서 허리 내려찍기.

미래의 나라고 내성이 생긴 건 아니었는지 몸을 벌벌 떨면서 한참 동안 정액을 내뱉고 있었다.

자극에 의해 멋대로 튀어오르는 골반이 그 위에 있는 천마의 골반에 의해 눌려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보기 추한 지경이었다.

아무튼 이제 끝난 거 같으니 좀 잠잠해 지려나 생각하던 그때

-쩌억!

"?!"

다시 강한 소리와 함께 요분질이 시작됐다.

-츄르르르릅

-아둥바둥

미래의 나의 머리를 끌어안은 상태로 키스는 계속하며 무자비하게 허리를 내려 찍는 모습은 이미 섹스의 정도를 넘어선 것이었다.

최소한의 휴식 시간도 주지 않는 강제적인 착취.

상대를 향한 배려는 일절 없는 본인의 욕망을 채우기만을 위한 허리놀림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고

미래의 내가 한계에 도달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뷰루룻!! 뷰룻!! 뷰루룻!!

마지막 사정과 함께 천마의 등에 올라가 있던 내 팔이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순간 설마 죽은 건가 했는데 다행히 호흡은 느껴지는 게 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어우.'

두려움을 넘어서 공포까지 느껴지는 모습에 떨면서 벽에 기대어있던 그때.

"...기절했구나."

한참을 말없이 요분질만 하던 천마가 입을 열었다.

"슬슬 저번에 달여먹인 영약의 효과가 떨어지는 모양이야. 역시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건가."

'..그걸 아는 인간이 저렇게 심하게 취급을 해?'

시간을 생각하면 내 나이도 30대 중후반일 거다.

이상하게 외모는 지금이랑 거의 똑같지만 건강이 꺾여도 한참을 꺾였을 나이란 말이다.

나는 누구들처럼 무공 덕분에 안 늙는 초인이 아니니까.

'...아무튼 혼잣말에서라도 뭐라도 단서를..'

"어떻게.. 이 다음은 그대가 채우겠는가?"

'?'

누구한테 하는 말이지.

순간 이 안에 다른 사람이 있나 싶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내가 있는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본녀는 아직 부족한 것 같아서 말이야."

-싱긋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변하지 않은 특유의 미소.

그제서야 아까 미래의 내가 나에게 빨리 가라고 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부부 단 둘만의 시간을 방해한 값은 치루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나를 볼 수 있는 건 미래의 나 뿐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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