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화] 9장-꿈
'...그러면 지금 속옷이 아무것도..'
-화끈
지금 내 몸과 맞닿아있는 검후님의 몸으로부터 전해지는 감촉과 함께 머릿속에 천옷 바로 안에 맨몸을 드러내고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경지가 높은 무인이라 그런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예술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의 몸매였다.
쓸데없는 군살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고 나올 곳은 충분하다 못해 넘칠 수준으로 나와있는 몸매로
'골반 만큼은 어쩌면 스승님보다..'
일부분이지만 어쩌면 스승님보다 뛰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슴이 워낙 흉악한 수준의 무기라서 그렇지 다른 부위도 부족한 부분을 찾아볼래야 볼 수 없을 정도의 몸매인 건 다른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스승님보다 더 그 몸의 파괴력을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입장인데 내가 이렇게 평가한다는 건..
"아니 그래서 저는 언제쯤 도와줄 건데요?!"
위험했다.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다.
물론 검후님이 싫은 건 아니지만 상황이란 게 있지 않은가.
"저 이러다 진짜 당해요?! 아무나 좀 도와달라니까요?!"
그 와중에 또 슬금슬금 벗겨지고 있는 옷가지를 부여잡으며 언성을 높였다.
이러다가 진짜 일이 난 뒤에서야 눈치챌 거 같았다.
그러나 다행이 그때 이 공간에 있는 유일한 정상인이 정신을 차렸다.
"...핫!"
우리를 검후님에게 안내해줬던 안내인.
그 여자가 빠르게 내 쪽으로 다가왔다.
"죄, 죄송합니다. 갑자기 주화입마가 오는 바람에.."
"갑자기 주화입마가 왜 와요?!"
"오랜 시간 동안 모셔온 검후님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모자라서 그 사내를 가지고 다른 여인 둘이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당신이라도 올 겁니다."
음. 그렇게 생각해보니 이해가 됐다.
아마 이 여자 입장에선 그동안 알고 있던 상식이 붕괴가 되는 현장 아니었을까.
아까 말했던 걸 생각하면 도사답게 꽤 고지식해 보이는 사람 같기도 했고.
"..검후님. 다른 여인들이 앞에 있습니다. 무슨 상황인진 잘 모르겠지만 우선 대화부터 나눠보신 뒤에 하심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검후님의 몸을 잡아당겼고
-포옥
"으붑?!"
내 시야가 순식간에 어둠으로 뒤덮였다.
얼굴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부드러운 감촉.
얼굴을 완전히 뒤덮다 못해 호흡까지 곤란하게 할 정도의 행복한 압박감.
"읍..으븝.."
"거, 검후님?!"
"건들지 말게.. 뺏어가게 둘 수 없네.."
나는 감각을 통해 검후님이 내 몸을 완전히 뒤덮은 상태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차피 꿈속.. 아무리 그대라도 내게서 그를 뺏어갈 순 없네.."
"검후님 정신 차리십쇼! 지금 여긴 현실.."
"스읍.. 하아아.. 어떻게 사람 몸에서 이렇게 달콤한 향기가 나는.."
"프흡.. 여소천.. 처, 청뢰검님 불러오세요. 당신만으로는 힘이 부족.."
"아, 알겠습니다!"
나는 간신히 말할 공간을 확보해 여소천을 불러오라는 말을 전했고
"어, 어머! 언제 이렇게 옷을 다 벗겼.."
"..하아. 일단 비켜보세요. 제가 해볼 테니까."
내 애원은 그렇게 무시하더니 다른 사람이 부르자 금방 정신을 차린 당아영과 여소천의 목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불만을 삼켰다.
그래도 일단 이 구속을 벗어나는게 우선이었으니 조용히 입을 다물고 도움을 요청했다.
"..숨 막히니까 빨리 좀 도와줘요."
"뭐 상태는 이래 보여도 정파에서 제일 강한 고수 중 한명이니까요. 제대로 자세를 잡고 끌어안은 상태라면 독봉 정도로는 어림도 없겠죠. 저라면 모를까."
여소천은 그렇게 말하면서 검후님과 내 쪽으로 다가와 나를 끌어안고 있는 검후님의 허리를 잡았다.
"오랜만에 만나서 좀 폭주한 건 이해하겠는데 일단 정신부터 차린 다음에 얘기하자고요."
그 상태로 여소천이 검후님의 허리를 들어 올렸다.
...그렇게 생각했다.
"...으극."
"...?"
검후님의 허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그것도 잠시.
나는 여전히 검후님에게 구속된 상태였고
여소천이 힘들어 보이는 소리를 내뱉으며 상황이 아까와 변하는 게 없었다.
"...소천님?"
"오,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힘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이 여자가 단단히 묶고 있어서 그런 거니까!"
"...이길 수 있는 것처럼 말하더니."
"어, 어쩔 수 없다고요! 이런 단순한 근력 싸움은 내공이 비슷하면 기본적인 신체 조건에 따라 갈리는데 체형상 저는 근육이 많을 수가 없다고요?!"
여소천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따지고 보면 둘 다 딱히 근육이 있을 것 같은 몸매는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여소천의 체구가 작은 만큼 단순히 근력만 비교한다면 검후님이 앞설 것처럼 보이긴 했다.
"싸, 싸우면 제가 이겨요! 기본적으로 화산의 검은 쾌와 환의 묘리가 기본이라 파괴력 자체가 강하진 않으니까 제 벼락 한번이면.."
"아니 그게 궁금하진 않았어요."
"호, 혹시 오해 할까 봐 말한 거에요! 당신이 제가 검후보다 약하다고 착각할까봐!"
"네,네."
둘이 싸워서 누가 이기는지는 내 알 바 아니었다.
그냥 빨리 이 답답한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을 뿐.
"..저기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크흠, 흠."
그때 걱정하는 표정의 당아영과 여소천을 향해 헛기침을 하는 안내인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아마 안내인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방금 여소천의 발언 때문 아닐까.
아무튼.
"...세명이서 당기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모양새가 꽤 우스울 것 같은데요."
"그러면 어떡해요. 계속 이대로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렇긴 하죠."
내 제안에 세명 모두 이쪽으로 다가와 검후님의 허리를 잡고 힘을 주기 시작했다.
설마 세명인데 안될까 하는 생각으로 이제 해방이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으극.. 으그극.."
"세명으로도 안돼요?!"
"흠흠. 평소에 외공 수련을 좀 등한시한 나머지.."
"으으으음.."
-꽈아아아아악
해방은 커녕 날 껴안은 검후님의 팔과 다리에 담긴 힘이 더욱 강해지는 역효과만 낼 뿐이었다.
지구에 있을 때 강간하는 사람은 평소보다 몇배의 힘을 낸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정말 그렇기라도 하는 건지 평상시 검후님의 이미지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괴력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우리는 생각을 달리 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힘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우리 힘으로 떼어 놓는 거 말고 일단 대화부터 시도해보죠."
"...대화를 나누기엔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시지 않나요?"
"여기서 괜히 더 힘으로 덤볐다가 잘못하면 제 몸이 부러질 것 같아서요."
지금이야 꽉 끌어안는 정도지만 검후님이 힘을 주기에 따라 반으로 접힐 수도 있는 게 내 몸이었다.
괜히 힘으로 떼어 놓으려고 했다가 정말 내가 부러지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흥. 남자 몸이 그렇게 약해서 어디 써먹으려고 그래요."
"그러게요. 저는 어쩌다 이런 몸으로 태어났을까요."
"...근데 제가 알기론 그거 당신이 고른 ㅁ.."
"소저. 소저가 한번 대화 좀 시도해보세요. 저 성격 나쁜 파란 머리 도사 말고."
뭐라고 말하려고 하던 여소천의 말을 무시하고 당아영에게 말을 걸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제3자인 안내인에게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괜히 여소천에게 설득을 맡겼다가 더 큰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믿을 수 있는 건 당아영밖에 없었다.
"제, 제가요?"
"여소천한테 맡길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요."
"..제가 열심히 해볼게요."
"제가 뭐 어때서 그래요?!"
아마 본인만 모를 거다.
당아영은 양손을 꽉 쥐고 심호흡을 하더니 눈빛을 다잡고 검후님의 얼굴을 마주봤다.
"안녕하세요 검후님. 아마 초면이죠?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사천당문의 당아영이라고 합니다."
"..."
"그이를 구해주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와 장래를 약속한 사이로서 이 은혜는 평생 동안 갚을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장래를 약속해?"
-꽈악
"악."
당아영의 말에 심기가 불편해졌는지 내 몸에 가해지는 힘이 더욱 강해졌다.
"...꿈 치고는 꽤 생생하고 기분 나쁜 꿈이군."
"..아까부터 계속 말씀드렸지만 꿈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하. 내가 지금까지 이런 꿈을 몇번이나 꿨다고 생각하는 건가?"
-스륵
검후님이 내 몸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그가 나오는 꿈은 못해도 수십번은 꾸었네. 이제 어떻게 해야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는 방법도 깨달았을 지경이야."
"...그런 게 있습니까?"
"간단하지. 현실에서도 경험해본 적 없는 일을 하려고 하면 꿈은 자연스럽게 꺠기 마련이니까."
"그러면 그걸 어떻게.."
"쯧. 보여줄 테니 잘 보게나. 어차피 내가 꿈에서 깨면 사라질 존재겠지만."
검후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움직여 얼굴을 내 하체 쪽으로 향했다.
'...어. 잠깐만.'
"그때 했던 건 단순한 교접 뿐. 이런 행위는 하지 않았으니 하려고 하면 깨는 게 당연하겠지."
나나 당아영이 막을 틈도 없이 검후님은 그대로 내 바지를 벗겨 반쯤 발기한 상태의 내 자지를 드러내더니
-합
"?!"
그대로 입 안으로 넣었다.
펠라티오라기보다는 그냥 단순히 입에 넣었다는 느낌이 강한 행위였다.
굳이 따지자면 '자지를 입에 문다' 정도의 지식만 있는 사람이 따라해 보려고 한 수준이랄까
"어.. 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우리 모두 당황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사자인 나는 말할 것도 없고 그걸 옆에서 그대로 지켜본 당아영.
아까 한 말에 살짝 상처 받았는지 조금 떨어져 있던 여소천.
당황한 수준을 넘어 동공이 떨리고 있는 안내인까지.
-풀썩
아. 쓰러졌다.
아무래도 그녀에겐 너무 강한 충격의 연속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자 드디어 꿈이 아닌 걸 깨달았는지 몸이 덜덜 떨리고 있는 검후님.
"으? 으으으? 읍?"
...뭔가 말을 하셨던 것 같았지만 자지를 입에 물고 있던 탓에 전혀 해석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