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의혹으로 저런 말을 꺼내진 않았을 터.
분명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니까 저런 말을 꺼낸 걸 테다.
'아닌데? 진짜 꼼꼼하게 씻었는데? 냄새가 남아있을 리가 없는데? 진짜 어디 손톱 자국이라도 남았나?'
머리를 굴리는 한편 일단 모르는 척 해보려고 입을 열었다
"자, 잤냐뇨. 자, 자기야 물론 잤죠! 사람이 잠은 자야죠! 방도 따로따로 잡고 야영 할 때도 침낭은 따로.."
"아니 그 자는 거 말고 교접 했냐고요."
-쿵!
대놓고 교접이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말하는 모습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나오면 모르는 척을 할 수가 없지 않은가.
"아.. 그.. 그게.."
머리를 한대 쾅 얻어맞은 느낌이라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어버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는 것이 오히려 그녀의 의심을 증폭 시킬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도저히 머리가 돌아가질 않았다.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시간이 점점 흘러갔고
"...후훗."
-빠직
당아영의 웃음 너머로 그녀의 빡쳤다는 감정이 느껴졌다.
"왜 대답을 못할까요? 당연히 '아니'라는 대답이 나와야 하는 질문이었는데."
"..."
열기가 느껴지는 당아영의 눈을 피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이미 등은 벽에 닿아있는 상태였기에 더 물러날 수가 없었다.
"...하아. 그냥 솔직하게 편하게 말해보세요. 잤죠?"
"...........네."
"하아아..."
나는 죄인처럼 고개를 떨궜다.
실제로 죄인이 맞았다.
사정이 어찌 됐건 그녀의 입장에선 약혼자가 웬 여자랑 오래 여행을 갔다 온 상황 아닌가.
그냥 여행이어도 충분히 화날만한 상황인데 가서 결국 잤다?
변명이고 뭐고 필요 없이 바람을 핀 것이었다.
심지어 지구보다 성적으로 더 보수적인 세상이니 당아영이 느꼈을 배신감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 이리라.
"...뭐 할 말 없어요?"
"............죄송합니다."
"그거 말고는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후우."
당아영이 눈을 감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여전히 아까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모양이 안 살기는 했지만
나는 지금 내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손이 곧 치워질지도 모른다는 각오도 하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나를 바닥에 내팽겨 쳐도 내가 할 말은 없었으니까.
-스륵
실제로 내 몸을 받치고 있는 손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고
나는 곧 느껴질 충격을 대비하며 눈을 감았..
"왁!"
-덜컥!
"꺅!"
"뭘 그렇게 놀라요? 진짜 떨어트린 것도 아닌데."
당아영이 손을 뺐다가 바로 다시 나를 받쳐 들었다.
당연히 바닥에 떨어질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
"ㅎ, 화 안내요?"
나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입을 열었다.
"...뭐 솔직히 화는 나고. 분하기도 엄청 분하긴 한데.. 어쩔 수 없죠 뭐. 반쯤 예상하기도 했고."
"...네?"
"당신 성격에 대놓고 바람을 피진 않았을 거고.. 뭔가 사고가 있었거나 아니면 그쪽에서 먼저 덮쳤겠죠. 나이가 좀 있으신 분인가요? 남자에 목 말라 있을 텐데 당신같이 매력적인 남자랑 같이 여행을 가면.. 못 참겠죠. 그쪽도."
"어어.."
"뭘 그렇게 놀라요? 이제 저랑 안 만날 거에요? 필요 없어요? 정파의 최고 고수 중 한분을 꼬셨으니 이제 고작해야 후기지수 중에서 최고인 저는 필요 없다 이거에요?"
"아, 아니요?! 그런 뜻은 아닌데요?!"
"뭐 그쪽이 이제 안 만난다고 했어도 제가 그렇게 안 둘 거였지만."
"...네?"
"농담이에요."
장난스럽게 웃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포기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당아영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나중에 설명이나 제대로 해줘요. 어쩌다가 사고를 쳤고, 몇 번이나 했고,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도 다요."
"...방식까지요?"
앞에 2개는 그렇다 쳐도 굳이 나와 여소천이 한 플레이까지 알 필요는 있을까 싶어 그렇게 물었지만 당아영의 태도는 확고했다.
"네. 자세히. 상세하게."
"그. 그건 왜요?"
"왜긴요. 하나밖에 더 있겠어요?"
-달칵
당아영이 한 손으로 어디서 꺼냈을지 모를 미약을 들어 올렸다.
"힘으로도, 명성으로도, 권력으로도 밀리면 이거로는 이겨야 하지 않겠어요?"
"...어.."
"아. 이건 지금 물어볼게요. 혹시 미약도 썼나요?"
싱긋 웃고 있는 당아영의 표정을 보면서 그날 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미약에 당한 여소천이 나도 당해보라면서 미약을 나에게 흩뿌렸고 나도 미약에 당해서..
"없었어요."
"정말요?"
"네. 정말. 절대 없었어요."
"쳇."
다시 어디론가 사라진 미약이 있던 그녀의 손을 보면서
어쩌면 방금 목숨을 구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음화 보기
현관에서의 부끄러운 정사를 일단 끝내고 침대에 누워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당아영은 자연스럽게 내 옆에 따라서 누웠다.
그녀도 오늘은 이 정도면 만족한 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요?"
그 원인을 제공한 쪽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생각 이상으로 당아영이 여소천과의 일을 수월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영웅은 삼처사첩이니 그런 말이 있는 세상이라곤 하지만 일반적으론 일부일처제인 세상이고 성적으로도 보수적인 세상이다.
그렇다고 내가 여자를 여러 명 둘 정도로 잘난 남자인 것도 아니고..
여소천과 당아영의 사회적 위치를 비교하면 거의 나를 뺏기다시피 하는 상황으로 받아들여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데 그런 것 치고는 반응이 굉장히 평온한 편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최소 뺨 몇 대 맞을 각오는 물론이고 심하면 칼부림까지 날 각오 정도는 하고 있었으니까.
"왜요. 당장 무기 싸들고 곤륜으로 쳐들어가기라도 할 것 같았어요?"
"...조금은요."
"어휴. 아무리 제가 아버지 딸이라지만 그 정도는 못해요. 안 그래도 알게 모르게 정파에서 배척 당하는 사천당문인데 겨우 남자 문제로 곤륜이랑 전쟁을 일으키려 들면 어르신들이 난리 나실걸요?"
당아영의 말을 듣자 잠시 잊고 있었던 중원의 세력 구도가 생각났다.
똑같은 구파일방 소속이라곤 하지만 산속에 틀어박혀 정말 신선이 되기 위한 수련 중인 곤륜의 도사들과 독과 암기를 주로 다루는 사천당문에 대한 이미지 상 만약 둘 사이에 문제가 일어난다고 하면 여론이 어느 쪽의 편을 들지는 쉽게 예상 가능한 문제였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곤륜이랑 남자 문제가 난다는 것 부터가 전례 없는 일이긴 한데요."
"..."
"아니.. 생각해보니까 이상한데요. 그분 도사 아니에요? 수련을 쌓은 세월이 있을텐데 그런 사람이 남자를 덮쳐요..? 우화등선은 포기하셨나..? 아니 그래도 세월이 수십 년인데.."
"....음..."
그 도사라는 사람이 천지신명님이랑 좀 많이 친밀한 관계라서요.
문득 몸을 빌린 형태이긴 했지만 신과도 몸을 섞었다는 얘기까지 하면 당아영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졌다.
한 명 뿐인 줄 알았던 경쟁자가 1+1 당하는 셈이니 평범한 반응은 아닐 거라는 건 확실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냥 조용히 있자.'
애초에 왜 신이라는 양반이 그 타이밍에 몸을 빌려서 내려와서 몸을 섞었는지도 아직 미스테리인데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어차피 몸은 여소천의 것이니 그냥 여소천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냥 성격 나쁜 여신의 변덕이었겠지.
"그분이 평범한 도사는 아니라서 그런 걸 거에요. 생긴 것 부터가 범상치 않잖아요? 머리도 푸른색이고."
"..하긴 뭐. 알아서 생각이 있으시겠죠. 한참 젊은 후배의 약혼자랑 불륜을 저지르는 분이지만."
"아하하.."
"그리고.. 아무리 그분이라고 해도 결국 저랑 같은 처지 아니겠어요?"
"...네?"
"어차피 지금 당신 결혼 못하잖아요."
그 말을 듣자 내가 당아영과 혼인을 미루고 약혼이라는 어정쩡한 관계로 남아있을 수 있던 변명이 다시 생각났다.
"스승님이 폐관수련에서 나오기 전에는 절대 결혼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
깜빡 잊고 있었다.
당아영과 사고를 치고 무림맹에 불려가서 당아영의 아버지와 만나면서 본의 아니게 상견례(?)까지 치뤄버린 다음 바로 혼인부터 올리려는 당아영을 상대로 시간을 벌기 위해 꺼냈던 변명.
"그러고 보니 수련은 언제쯤 끝나신대요? 슬슬 시간이 많이 지난 거 같은데."
-삐질삐질삐질삐질
"그, 그게 말이죠.."
생각해보니 그 말 이후로도 시간이 제법 흘렀다.
'어, 얼마나 남았지? 지금이 몇 월이더라?'
이제 정말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만 끌다간 정말 스승님이 수련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버리실지도 모른다.
내가 그 전에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던 척 하고 있지 않은 이상 수련을 마치고 나온 스승님이 수년 동안 방치된 집안의 상태와 내가 남겨두고 온 편지를 보고 내가 튀었다는 걸 금방 파악한 뒤 나를 잡아가러 나오실 거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그냥 밖으로 튄 것도 모자라서 만나자마자 하는 말이 결혼할 거니까 허락해 달라?
[..내가 제자를 잘못 키웠구나.]
-오싹
바로 그날이 내 제삿날이다.
"워, 원래 폐관수련이라는 게 기간을 딱 맞춰서 나오고 그러진 않잖아요? 대략 어느 정도 걸릴 것 같다 정도로만 하지. 정확히 언제 나오실지는 저도 잘 모, 몰라요."
"으음.. 그렇긴 한데.."
"때, 때가 되면 나오시겠죠. 너무 조급해 하지 마세요."
원래 처음에 저 변명을 내뱉을 때는 빨리 강호에서의 일을 끝마치고 몰래 산 속으로 튈 생각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삐질삐질
카드 돌려막기로 미뤄뒀던 빚이 점점 숨을 조여오는 상황에 나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물론 나도 사람이고 그동안 당아영에게 받은 게 있는 만큼 이제 와서 나몰라라 하고 산속으로 튈 생각은 없다.
실제로 나도 당아영에게 어느 정도 애정을 느끼고 있고 가능하다면 혼인 정도야 당연히 올릴 생각이 있다.
매번 내가 당하는 모양새지만 처녀였던 여자랑 그렇게 몸을 섞었는데 이제 와서 헤어지자는 것도 몹쓸 짓이고 당아영도 신붓감으로 부족한 것 없는 일등 신붓감인데 거부할 이유가 없다.
다른 사정들이 얽히고 얽혀서 함부로 무언가를 할 수가 없어서 문제지.
당장 어느 순간 쫓아온 스승님한테 그날 부로 이승을 하직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혼인이 무슨 말이란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든 스승님을 설득하고 결혼을 한다고 해도 이 세상이 언제 멸망할지 모르는 상황인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지구로 돌아가겠다는 목표도 그때에 가면 발목을 잡게 된다.
...잠깐만.
'꼭 돌아가야 하나?'
생각해보니 내가 지구로 돌아가려고 했던 이유는 10년 동안 산속에 틀어박혀서 느낀 극한의 심심함과 유희의 부재, 세상에 나와서 느낀 신변의 위협, 그리고 멸망이라는 공포 아니었던가.
즐길 거리야 알고 보면 이 세상에도 충분히 많고
신변의 위협은 만약 당아영이랑 결혼을 하게 된다면 거의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고
멸망도 여소천이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고군분투 하고 있으니까..
'..안 돌아가도 괜찮을지도?'
그때가 되면 오히려 이쪽이 지구보다 살기 좋을지도 모르겠다.
1만 포인트를 모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언제 그걸 모아서 지구로 돌아간단 말인가.
솔직히 지구에서도 엄청 잘 사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지구에서...
'...어떻게 살았었더라.'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일까
머릿속에 안개라도 낀 것처럼 기억이 나질 않았다.
중원보다 훨씬 안전하고 즐길 거리도 많은 세상이었다는 건 확실히 기억하는데..
직업이 뭐였는지 취미가 뭐였는지 친구는 있었는지 애인은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걸 보면 지구에서도 그렇게 좋은 삶을 살지는 않은 모양이다.
'안전만 보장되면 진짜 이쪽 세계가 나을지도..'
애초에 세상에 나와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 전에는 귀환 따위 반쯤 포기하고 있었으니 이제 와서 다시 마음이 바뀌어도 크게 이상할 건 아니었다.
그도 그럴게 무려 1만 포인트다 1만 포인트.
여소천을 이용해서 대량의 포인트를 수급 할 수 있다는 걸 알기 전의 유일한 수급 방법은 하루에 1포인트. 금화 1냥에 1포인트였단 말이다.
시간으로만 따지면 무려 24년이라는 세월인데 그 정도면 내 나이도 이미 성인을 넘어서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
그 정도로 포인트를 모으는데 성공했다는 것부터 이미 이 세계에서 꽤 성공하고 만족스러울 정도의 삶을 살고 있을 텐데 그때가서 과연 지구로 돌아가고 싶을까 라는 생각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
실제로 여소천이라는 변수를 만나기 전에는 한참 전부터 귀환이라는 목표를 이미 오를 수 없는 나무 정도로 보고 있었으니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사람을 앞에 두고."
"...아뇨. 그냥.. 잠깐 다른 생각 좀 했어요."
이렇게 보니 새삼스럽지만 참 대단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 예쁘지, 몸매 좋지, 무력 강하지, 집안도 좋지, 요리도 잘하지
어디가서 전혀 꿀릴 게 없는 일등 신붓감인데 여자를 여럿 두는 것도 허락해 준단다.
밤일..도 잘한다. 아니 이건 오히려 좀 못했으면 싶을 정도로 잘해서 문제다.
그렇다고 성욕이 적당하면 또 몰라
내가 밑에 깔려서 앙앙대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애써서 당아영을 절정시켜봐야 한참 부족하다는 듯 다시 달려드는데
솔직히 나니까 버티는 거지 만약 다른 남자들이었으면 진작에 복상사했으리라.
-피식
그래, 뭐.
이렇게 조건 좋은 여자를 만나는데 밤에 고생 좀 하는게 뭐 대수인가.
능력 차이를 생각하면 사실상 기둥서방인데 침대에서라도 일을 잘 해야지.
"그런데 괜찮겠어요?"
"뭐가요?"
"여소천이 끼어들면 저랑 몸을 섞을 기회가 줄어들텐데."
아직 여소천이랑 이야기가 되진 않았지만 당아영은 이미 여소천을 곧 언니 될 사람 정도로 보는 것 같아서 반쯤 농담 삼아 해본 말이었다.
강간이긴 했지만 아직 여소천이랑 몸을 섞어본 경험은 한번 뿐이다.
충분히 몸을 섞어본 당아영과 다르게 아직 침대 위에서의 여소천은 데이터가 부족했지만 만약 정말 그녀와도 그런 사이가 된다면 남녀 사이의 일을 가끔씩 하긴 해야 할 터.
그래도 나이(?)도 있고 도사인 몸이니 당아영처럼 매일까진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당아영이 조금 양보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를 담은 질문이었는데..
"그걸 왜 저를 걱정하세요? 당신을 걱정해야지."
"...네?"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되려 내게 되묻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제가요?"
"부인을 늘리는 건 상관 없지만 그 때문에 개개인을 향한 사랑이 줄어들면 안될 일이죠?"
"...네?"
"그분이랑 상관없이 저는 당신에게 최소 지금 만큼의 사랑을 요구할 거에요. 미리 알아두세요."
"..."
불길한 걸 넘어서 오싹한 기운이 등골을 훑었다.
"그.. 정말 만약에 여소천이 저랑 매일 동침하겠다고 하면요?"
"전 아침도 괜찮아요."
".............제 몸은요?"
"식사는 삼시세끼 몸에 좋은 걸로 챙겨드릴게요."
"제가 체력이 안 좋아서 손가락 하나 못 움직.."
"천장의 무늬만 세고 계셔도 돼요. 다른 건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삐질삐질삐질삐질
웃고 있는 당아영의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나도 필사적으로 웃는 표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머리엔 이미 오만가지 생각이 가득했다.
"그.."
"뭐 정 아침엔 휴식을 취하고 싶으시다면 전 3명이서 해도 상관 없고요."
"..."
"그러니까 앞으로 어디 돌아다닐 때는 잘 생각하고 계세요?"
아까 좋은 여자라고 했던 건 취소였다.
어떻게 보면 당아영이야말로 내가 중원에서 본 여자 중에서 제일 무서운 여자였다.
"체력은 무한하지 않으니까."
사천당문의 여자를 조심해라.
언젠가 술자리에서 들었던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