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8화 (138/250)

양쪽 여깨를 잡힌 채 당아영과 눈을 마주쳤다.

어쩐지 익숙한 감각.

나는 본능적으로 다음에 그녀가 할 말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오, 오랜만에 만나자마자 이래서 죄송한데.. 딱 한번만.."

"...하아."

어쩐지 아까 포옹 해줬을 때부터 숨소리가 조금 거칠더니.

나는 한숨을 쉬면서 망토를 벗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 아직 안 씻었는데."

"그 편이 오히려 좋아요."

"오랜만에 만나자마자 못하는 소리가 없네요.."

"그, 그건.."

한창때의 젊은 나이에 몇 달 동안 당아영을 혼자 둔 내게도 책임은 있으니까 따로 싫은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뭐..

나도 남자인 만큼 강간이나 그에 가까울 정도로 쾌락이 과하지만 않으면 섹스를 싫어할 이유도 없고

...나도 그리운 감정이 없는 건 아니니까.

"다 벗을까요? 아니면 바지만?"

상의를 손가락으로 집아 흔들면서 당아영을 올려봤다.

그리고 내가 올려다본 당아영의 모습은

"...하아. 하아."

...이젠 대놓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는 모습이었다.

코피가 나올 것 같은지 양손으로 코를 잡고 있는 걸 보면 그녀가 지금 잠깐 성욕이 올라온 수준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발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먼저 침대에 가 있을 테니까 조금 진정한 다음에.."

-쿵!

...도주로가 당아영의 팔에 가로 막혔다.

그 전에도 몇 번 당해봤던 벽쿵자세.

벽을 등지고 양쪽이 당아영의 팔에 가로막힌 상태로 앞은 당아영이 발정난 모습을 숨기지도 않고 막고 있었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올라왔다.

"...혹시 여기서 할 건 아니죠?"

"..."

"에이.. 아무리 올 사람이 없다고 해도 현관인데 그런.."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고 했던가.

-꽈악

"자, 잠깐만.. 제 허리는 왜.."

-번쩍!

"꺄악?!"

당아영이 내 허리를 잡고 그대로 나를 들어 올렸다.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부유감에 나도 모르게 여자 같은 비명이 튀어나왔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 아니죠?! 여, 여기 현관이에요?! 하다못해 집 안도 아니고 현관인데 여기서 하려는 거 아니죠?!"

-버둥버둥

본능적으로 매미처럼 당아영의 목과 허리에 팔과 다리를 휘감은 상태로 최대한 몸을 비틀었지만 이미 내 허리를 잡고 있는 당아영의 손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머, 멀쩡한 침대가 있는데 왜 굳이 현관에서.."

-츄읍

"읍! 으읍!!"

이어진 내 비명 소리는 내 입을 틀어 막은 당아영의 입 속으로 사라졌다.

내 몸부림이 멈춘 것은 당아영의 손길에 의해 내 바지까지 벗겨지는 걸 느끼고 난 뒤였다.

이유는 더 이상 반항해도 의미가 없다는 것.

그것 하나였다.

"으극! 읍! 흐읍!"

-들썩! 들썩!

등을 벽에 기대고 당아영에게 매달린 상태로 마치 그 사이에 끼인 것처럼 보이는 상태로 나는 절로 튀어나오는 거센 신음 소리를 참고 있었다.

지구에선 소위 들박이라고 부르던 자세인데 당아영과 나의 키 차이를 생각하면 당연히 내가 당아영을 들 수 있을 리가 없고

내가 당아영에게 들려서 당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니 애초에 들박이 들어서 박는 것의 줄임말이라는것을 생각하면 이건 들려서 잡아먹히고 있는 건데 이걸 들박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

이런 시덥잖은 의문은 머리를 더럽히는 쾌락에 금방 흩어져 사라졌다.

"으읍! 흐극"

평범한 체위에 비해 격렬한 움직임은 불가능하다는 특징이자 단점도 당아영의 앞에서는 소용 없었다.

내가 없는 사이에 방중술을 배웠다더니 그쪽에 이런 것도 있었는지 평소보다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쾌락을 선사하고 있었다.

대체 이딴 걸 어디서 배운 건지.

평소 은근슬쩍 내 몸을 보면서 불온한 시선을 보낸 게 이런 걸 상상하고 있던 건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

-울컥! 울컥!

-꼬옥

온몸의 근육을 수축시키는 절정의 여파에 절로 당아영의 몸을 거세게 끌어안았다.

팔이 당아영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았고 다리는 당아영의 골반을 휘감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지가 더욱 깊숙이 박히게 된 것은 의도하진 않았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하아.. 하아.."

"후으.. 갔네요?"

한 차례 절정을 맞이한 후 나는 힘이 빠지기 시작하는 팔다리에 필사적으로 힘을 줬다.

그런 내 상태를 알아차린 건지 다행히 당아영은 내 몸에 감은 손을 움직여 자세를 고쳐 안았다.

"힘 좀 더 줘봐요. 방금 잘못하면 떨어질뻔 했잖아요."

"모, 몸에 힘이 풀리는 걸 어떡해요.."

나는 후들 거리는 한쪽 팔을 들어서 그녀의 눈앞으로 흔들었다.

아무리 당아영이 대부분의 무게를 받히고 있다지만 내 몸이 어디 평범한 몸인가.

팔굽혀펴기 몇 개도 제대로 못하는 몸인데 들박 당하는 내내 그녀의 몸에 매달려 있는 것은 나에게는 무리인 일이었다.

"...음.. 그러면 잠시만요.."

-들썩!

내 후들거리는 팔을 본 그녀는 다시 한번 자세를 고치더니 나를 좀 더 벽에 밀어붙였다.

전에는 벽에 기대는 수준이었다면 이제 거의 끼어있는 수준.

"이러면 힘 별로 안 들죠?"

"...그렇긴 한데.."

시야를 가릴 정도로 얼굴을 압박해오는 가슴에 숨을 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머리를 움직이자 확실히 아까보다 내게 오는 힘의 부담은 훨씬 줄어있었다.

그러나 이 자세의 다른 문제점이 있다면

"...꼼짝도 못하겠는데요."

"후후.."

바로 그녀에게 완전히 구속된 자세라는 것.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팔 다리는 이미 위치가 고정되서 그녀를 끌어안는 힘을 더 주거나 빼는 것만 가능한 상태였다.

완전히 당아영에게 붙들린 자세.

당아영의 불길한 표정을 보자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팍 들었다.

"잠깐만요 아무래도 이 자세도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닌.."

-찌걱

"으읍!"

나는 결국 그 굴욕적인 자세로 한참 동안 당아영이 주는 쾌락에 갇혀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이곳이 현관이라는 사실은 머릿속에서 잊은지 오래였다.

그것까지 생각했다간 내 수치심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들썩! 들썩!

"으극.. 흑.."

여자한테 붙들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는 굉장히 굴욕적인 상황이었지만

'왜, 왜 이런 걸로 느끼는 거야앗..'

그런 굴욕마저 쾌락으로 받아들이는 듯 내 자지는 꼿꼿이 서있었다.

아무리 몸이 민감하다고 해도 최소한의 자존심이 있으면 쾌감이 덜하거나 그런 거라도 있어야할텐데..

"으흑..!"

-꼬옥..

내 몸은 그런 의사를 무시하고 당아영의 몸을 더욱 격하게 끌어안았다.

지금 이대로도 부족하다는 듯.

만족을 모르고 더욱 당아영에게 달라붙는 모습은 나 자신도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그 순간

-울컥! 울컥!

"끄읍.."

"아핫..!"

-꽈악!

온몸을 떨리게 만드는 강렬한 절정에 나는 완벽히 당아영의 품속으로 파고들었고

-울컥! 울컥!

"...! ...!!!!"

온몸에서 느껴지는 당아영의 따뜻함과 부드러움에 포근한 감정을 느끼며 평소보다 더 많은 정액을 내뱉었다.

-추욱

"흐으.. 흐으으으.."

오랜만에 느낀 강렬한 절정의 여운에 절로 당아영을 잡고 있는 팔과 다리에 손이 풀렸지만 이미 단단히 붙들린 내 몸은 그 정도로 떨어지지 않았다.

당아영이 내 골반을 받치고 있기도 했고.

그때였다.

"...하아아아아."

당아영이 상기된 것처럼도 보이고 뭔가 시원해 보이기도 하는 표정으로 깊게 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방금 절정에 오른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생각한 것보다 기분이 좋네요.."

개운한 감정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에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저는 힘들어 죽겠는데요."

"제가 잘 받치고 있잖아요?"

"그래도 다리가 땅에 안 닿아있으니까 부유감도 들고.. 무섭기도 하고.."

"남자가 그렇게 겁이 많으면 어떡해요."

"보통 남자였으면 이렇게 들리지도 않아요?!"

키나 덩치에 콤플렉스가 있긴 했지만 지금만큼 간절한 순간이 없었다.

당아영이 스타일이 좋은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랑 비교해도 키가 월등히 크고 그런 건 아니다.

정상적으로 성장한 보통 성인 남성이라면 충분히 당아영보다 키가 클 그런 정도.

도저히 성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외모의 나라서 이렇게 당아영한테 들린 거지 키가 정상. 아니 당아영 만큼만 됐어도 이런 꼴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당아영의 무인으로서의 경지를 생각하면 웬만한 성인 남자쯤은 웃으면서 들어 올릴 수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이랑 느낌은 다를 거 아니야..'

지금처럼 어린애처럼 들리는 건 굉장히 굴욕적인 기분이었다.

"..저도 엄연히 다 큰 성인인데 이런 건 싫어요."

얼굴을 붉히면서 당아영의 눈을 피했다.

행동하고 나서도 아차 싶었던 게

그동안 당아영과 지낸 경험 상 이러면 오히려 흥분했었다.

"아 아니 잠깐만요 제가 지금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황급히 다시 눈을 마주치며 변명을 내뱉으려 했지만 당아영의 반응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흐응."

"...왜 그러세요?"

무언가 할말이 있는 것 같은.

뭔가를 의심하는 것 같은 눈빛.

나는 본능적으로 불길함을 감지해 내는데 성공했다.

"...당신 여행 간 동안 그분이랑 잤어요?"

너무 빨라서 피하는 게 불가능했지만.

"그, 그, 그,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신 답지 않게 말을 엄청 더듬네요?"

"아.하하.. 잠깐 사레가 들려서.."

겉으로는 멋쩍게 웃는 표정을 지으면서 속으로는 머리를 굉장히 빠른 속도로 회전 시키기 시작했다.

'어떻게 안 거지? 내가 덜 씻었나? 냄새가 남았나? 여소천이 화장품을 쓰던가? 전에 쓰긴 했지만 바로 지웠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디 손톱 자국이라도 남았나? 뭐지?'

그동안 같이 지내온 당아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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