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3화 (133/250)

순식간에 불길한 기운이 올라왔지만 아직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왜, 왜 그러세요?"

"뭐가요? 내일 보자니까요?"

"지, 지금 손을.."

"손이 뭐가 어때서 그래요."

-꽈아악

내 손을 잡은 여소천의 손에 힘이 더 세게 들어왔다.

그제서야 확신할 수 있었다.

아직 미약 효과가 남아있다.

"소, 소천..님? 지금 제가 보기에 아직 미약 효과가 남아있는 거 같은데.. 혹시 확인 좀 해주실 수 있어요?"

"네? 미약이요?"

"ㄴ, 네.."

"무슨 소리에요. 제가 고작 그런 미약에 당할 리가 없잖아요. 완벽하게 해독 했다니까요?"

말과 달리 여소천은 그대로 손을 잡은 채 나를 침대 쪽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이, 이거 놔요! 어제 그렇게 해 놓고 오늘 또 하겠다고요?!"

"나 참. 제가 그렇게 색에 미친 여자로 보이세요? 저도 양심이 있지 어제 그렇게 고생 시켜 놓고 오늘 또 하려고 하진 않아요."

"지금 하려고 끌어당기고 있잖아?!"

"에이 그냥 방 값도 아낄 겸 같이 자자는 거죠. 사람이 절약하면서 살아야지. 그렇게 펑펑 쓰면 언젠가 길가에 나앉아요?"

언제는 내일 보자더니 하는 말이 이상하다.

지금 나랑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이상했다.

분명 이상한 게 맞는데.

그러는 와중에도 평소와 똑같이 신비한 빛을 간직하고 있는 눈빛이 더욱 무섭게 느껴졌다.

본인이 이상하다는 자각도 전혀 없는 것 같아서.

-털썩

"자, 자죠. 밤도 늦었고 취하기도 했을텐데 내일도 일찍 나가려면 늦기 전에 자야 해요?"

"이미 지금도 늦어도 한참은 늦었어요?! 그리고 왜 같이 자는 건데요! 침대는 2개잖아요!"

"날씨가 추우니까 서로의 체온으로 따뜻하게 하려고?"

"지금 여름이에요?!"

안된다.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가 않는다.

반항하려고 발도 바닥에 대고 질질 끌어봤지만 결국 점점 여소천의 힘에 이끌려 나 또한 침대 위로 올라왔다.

그렇게 넓은 침대는 아니었다.

고급 여관도 아니라 그냥 평범한 객잔이고. 한 명이 쓸 수 있는 정도의 침대가 2개 있는 거지 2명이 쓸 수 있는 침대가 하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혹시 이럴 까봐 일부러 2개인 방으로 골랐는데!'

틀렸다.

내 예상을 훨씬 벗어나 있었다.

"자, 자. 이제 잘 거니까 옷도 벗죠."

"그러니까 자는데 옷을 왜 벗는데요!!!"

"날씨가 더우니까요."

"아까는 춥다더니?!"

"당신이 방금 여름이라면서요. 그러면 더운 거겠죠."

정말 논리가 전혀 없는 말인데 묘하게 반박을 하기가 힘들었다.

나 또한 술에 취해 정신이 그렇게 멀쩡하지 만은 않은 상황이라 그런 걸까.

어차피 벗어나지 못할 상황이라는 걸 몸이 이미 깨달았는지 알아서 힘을 빼고 있었다.

-터덥

어느새 그녀가 나를 침대에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타 내 얼굴 양옆을 손으로 짚고 있었다.

"벗기 힘드시면 제가 벗겨드릴게요."

"...이러다가 제 자지 보고 보지에 넣기 좋게 생겼다면서 넣으려고 할 기세네요."

머리 옆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는 표정의 여소천을 보면서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거 벗어날 수도 없을 것 같은데

"...해도 좋으니까 하나 부탁할게 있어요."

몸의 안전이라도 보장 받는 방향으로 노선을 틀었다.

눈은 가늘게 뜨고 몸은 요염하게 꼬면서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 시선을 옆에서 바라보는 방향으로 바꿨다.

나는 무슨 차이인지 잘 모르겠지만 당아영은 굉장히 좋아했던 자세였다.

"..상냥하게 해주세요."

이렇게 말한 다음에 부끄럽다는 듯이 눈을 피하면서 얼굴을 붉히는 것 까지가 중요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결과적으로 결과가 어떻게 됐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났다.

그런데 말하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그때 나 엄청 따먹혔던 것 같은..'

-화악!

여소천이 순식간에 내 망토를 벗겨냈다.

망토는 허공을 하늘하늘 날아다니며 의자에 안착했고

망토가 나와 여소천 사이의 시야를 가로막은 그 잠깐 사이에

어쩐지 여소천의 눈빛이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소천의 달라진 눈빛을 보자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무의식적으로 했던 말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예전에 당아영에게 했을 때 결과가 그렇게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우, 우연히 당아영의 취향을 저격했던 걸 수도 있어. 응.'

애써 가슴속에 피어오른 불안감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냥 그게 당시 당아영의 취향을 저격했을지 모르는 일 아닌가.

여소천에게는 그 정도로 제대로 먹히지 않았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

"...당신이 잘못한 거에요."

"..에?"

"기껏 참으려고 했는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억누르고 또 억눌렀는데.. 자꾸 그렇게 유혹하면.. 강간해달라고 유혹하는 거죠? 그렇죠?"

-하악하악

잔뜩 붉어진 볼과 언뜻 보면 하트 문양까지 보일 정도로 끈적한 감정이 느껴지는 눈.

나는 내 바램이 제대로 틀려먹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 상냥하게 해 달라는 게 뭐가 유혹하는 거에요!"

"시끄러워요! 당신은 항상 그랬어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르면서 여성을 유혹하고! 가슴에 불을 지피고! 실컷 그래 놓고 마지막에 와서 자기는 이럴 줄 몰랐다고 하면 다에요?! 부싯돌을 두드려 놓고 몰랐다고 하면 다냐고요!"

"그, 그건.."

"이제 됐어요. 저도 이제 참는 건 지쳤으니까. 당신이 잘못한 거에요.. 이런 야한 몸으로 유혹하기나 하고.."

-스륵

여소천이 내 옷의 줄을 잡아당겨 순식간에 옷을 풀어냈다.

벌써 몇 번이나 본 광경인데 통 익숙해지질 않는다.

입을 때는 상당히 귀찮게 입어야 하는데 왜 벗을 때는 이렇게 줄 하나 잡아당긴다고 순식간에 풀어진단 말인가.

눈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니라면 벗겨지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벗겨지는 모습에 옷을 만들어주신 스승님을 향한 원망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만들어줄 거면 좀 제대로 만들어주지 이게 뭐란 말인가.

그래도 아끼는 옷이니 버릴 수도 없고..

"...다른 여자 생각하지 마요."

-찰싹

"읏.."

여소천이 가늘게 뜬 눈으로 내 허벅지를 살짝 두드렸다.

아프다기보단 살짝 따끔한 정도의 느낌.

-벌떡

"...?"

"아..?"

그러나 내 자지는 그 와중에 눈치도 없이 꼿꼿하게 몸을 세웠다.

"..."

"아, 아니에요! 사타구니에 자극이 오니까 애가 저절로.."

지조도 없이 그 잠깐 사이에 벌써 여성을 맞이할 준비를 끝낸 내 자지를 말없이 바라보는 여소천을 보자 변명이 자동으로 나왔다.

어쩐지 그녀의 표정에서 어두운 빛이 한층 더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천..님?"

평소에 잘 부르지 않는 그녀의 이름까지 부른 그 순간

"..잘 들으세요."

여소천이 내 가슴팍으로 손을 올리자 주변에서 낯선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늘 저와 당신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던 거에요. 저와 당신은 다른 방에서 별 특별한 일 없이 각자 잠을 청했고 내일 아침 몸에서 이상한 감각이 느껴진다면 그건 신투의 비고를 찾는 동안 몸에 쌓인 피로 때문이에요."

-사각

어디선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여소천의 주변으로 푸른 기운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기운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천기?'

"오늘 실제로 무슨 일이 있든지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에요. 당신이 무사히 방에서 잠을 청한 것도, 앞으로 일어날 일도. 모두 실제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을 일이니까요."

"저, 저기..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

"굳이 차이점이 있다면.."

-따악!

여소천의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와 함께 주변에 모여들었던 푸른 천기가 순식간에 주변으로 흩어졌고

"저는 기억하고, 당신은 기억하지 못할 거라는 것 정도?"

-사각

잠깐 동안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 * *

"...으윽."

천기가 일렁이는 것과 함께 시야가 검게 물든 뒤 간신히 정신을 차린 나를 반긴 것은

-철썩! 철썩!

'...?'

규칙적으로 하체에서 느껴지는 강한 진동과

"아, 일어났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정신 차리셨네요."

내 사타구니 위에서 몸을 세우고 있는 여소천이었다.

"에..?"

상황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잠깐 가라앉았던 의식이 회복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어마어마한 쾌락이 뇌를 더럽혔으니까.

"흐그윽..?!"

-울컥! 울컥!

순식간에 몰려들어온 쾌락에 절로 멍청한 신음소리와 함께 정액이 자지에서 튀어나왔다.

일반적인 섹스로 인한 사정과는 다른 갑작스럽게 일어난 강제사정.

"허억..! 허억..!"

단순한 사정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몸에서 엄청난 피로감이 느껴졌다.

사정과 함께 내 정신에는 순식간에 불이 들어왔고 자지로부터 튀어나온 정액이 전부 여소천의 질 내로 들어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아아.. 역시 의식이 있을 때는 느낌이 조금 다르네요.. 좀 더 신선한 것 같은 느낌이.."

"지, 지금 이게 무슨 일이에요?"

"응? 기억 못하세요? 지금 제가.. 아아.."

내가 갑작스럽게 변화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왕자왕하고 있는 사이

여소천이 말을 하다 말고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몇 번째까지 기억하세요?"

"몇 번째요..?"

".. 아하."

내가 여소천의 미소를 보면서 순간 고개를 기울인 순간

-철썩!

"히그윽!"

그녀가 다시 한번 허리를 움직여서 내 입을 다물어지게 만들었다.

단순한 한번의 요분질임에도 불과하고 이상하리만치 강하게 느껴지는 쾌락.

그리고 그 순간 앞선 몇 번째까지 기억하냐는 질문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아..?"

"이제 눈치 챘어요?"

"뭐, 뭐가 이렇게 많.."

이미 여소천의 질 내를 가득 채워 애액이 의미 없을 정도로 윤활류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정액.

이미 못해도 5-6번은 사정 했을 것이 분명할 정도의 정액이 질을 채우다 못해 그녀와 나의 결합부 사이로 흘러나와 이불을 더럽히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방금 전까지 의식을 잃고 있었고 아무 기억도 없는 상황.

지금 생각해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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