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2화 (122/250)

"어.. 누구한테서요?"

-꽈아아아악

내 손을 옥죄어오는 여소천의 힘을 느끼면서 그녀의 눈을 바라보자 어딘가 몽롱해져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위기감이 느껴지는 모습.

"저한테서요."

지금 그녀 주위로 흩날리는 하얀 가루가 척봐도 평범한 가루가 아니라는 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

조심히. 자연스럽게 다른 손으로 내 손을 옥죄고 있는 여소천의 힘을 부드러운 손길로 풀어내고 여소천의 손을 떨어트린 뒤 내 손을 회수했다.

그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나 여소천이 있던 구덩이를 바라보며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고

-타다닷

'시발시발시발시발.'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지자 마자 등을 돌려 있는 힘껏 달렸다.

정확히 어떤 상태인진 모르겠지만 지금의 여소천은 정상이 아니다.

본인 입으로 자기한테서 도망치라고 할 정도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장난을 치는 걸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느낀 감정은 절대 장난이 아니었다.

'어, 어디로 도망가야 하지?'

바쁘게 발을 놀리면서도 주변을 계속 둘러봤다.

지금은 여소천이 구덩이에 빠져있지만 그걸로 벌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을게 뻔했다.

구덩이에서 나오는 순간 나와는 비교도 안될 속도로 쫓아올게 뻔했으니 계속 도망치는 것은 당연히 결과가 예정된 길이었고

한참 동안 일직선으로 가야 겨우 갈림길이 나오는 유적 안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 상황에서 최악의 수였다.

애초에 내 체력으로 그렇게 길게 달릴 수도 없다.

그러니까 지금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에이씨..'

물건들이 쌓여있는 틈을 잘 뒤져서 적당히 공간을 찾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만큼 이 작은 몸이 고맙게 느껴질 때가 없었다.

뭔지도 모를 책이나 물건들을 비집고 들어가서 혹여나 다리라도 보일까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최대한 숨소리를 죽였다.

사실 이렇게 숨으면서도 확신이 없었다.

상대가 인간을 벗어난 고수였기에 내가 겨우 이렇게 숨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서있을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최대한 발버둥칠 수 있는 만큼 쳐봐야지.

'천지신명님. 그쪽 성녀잖아요. 지금 이상한 거 같은데 정신 차리게 번개 한방만 쏴보시는 건..'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도움 요청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씹었구나 씹년.

진짜 만약에 이대로 죽으면 죽어서도 저주할 거야. 지옥 가서도 깽판칠거야. 하루 종일 험담만 할 거야.

그러니까 제발 좀 도와주..

-파슷

"아. 찾았다."

"?!"

순식간에 주변이 밝아지면서 물건들의 틈 사이로 여소천의 모습이 보였다.

아까도 이상한 낌새를 느끼긴 했지만 지금 그녀의 표정은 확연히 평소와 달라져 있었다.

얼굴이 빨갛게 물들고 눈은 몽롱하게 된 채로 거칠게 숨을 내뱉고 있는 모습은

내가 당아영에게서 자주 보았던 표정과 상당히 흡사했다.

그 모습을 보자 본능적으로 팔을 내 가슴에 모으면서 몸을 웅크렸다.

-덜덜덜

"아, 아니죠..?"

부디 여소천의 지금 상태가 내가 생각하는 상황이 아니길 바랬지만..

-스륵..

"자, 잠깐만! 잡아당기지 마요!"

내 망토를 잡아서 벗기려는 모습에 나도 망토를 잡고 벗겨지지 않도록 반대 방향으로 힘을 줬다.

강간 당하는 사람은 평소보다 몇 배에 달하는 힘을 낼 수 있다는 말을 전생에 들어본 거 같았는데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었는지 여소천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바, 반항하지 말아봐요. 벗기기만 하면 되니까."

"그 벗기는 걸 지금 못하게 막고 있는 거잖아요?!"

"자, 잠깐만 빌려줘요. 지금 제가 참으려고 해봤는데 잘 안돼서 한번만 해소하면 될 거 같거든요? 그러니까 누워서 천장의 무늬를 세고 있으면 제가 알아서 다 해줄.."

"아, 안돼! 절대 안돼!!"

더욱 필사적으로 몸을 끌어안으면서 망토가 벗겨지지 않도록 힘을 줬다.

물론 여소천 정도면 외모, 무력, 재력 하나 뒤쳐지지 않는. 오히려 내가 부족한 수준의 여자였지만

"거, 검후님한테 어떻게 말하려고 그래요! 당아영한테는요!"

지금 내 여자 관계는 이미 포화 상태였다.

여소천을 받아들이고 말고 결정할 처지가 아니란 말이다.

"그, 그런 거 비밀로 하면 되잖아요! 어차피 여기에 당신이랑 저밖에 없어요!"

"그걸 말이라고 하는 소리에요?!"

"어, 어차피 쓴다고 닳는 것도 아니잖아요! 흔적이 남는 것도 아닌데 그냥 좀 빌려주면 안돼요?!"

"그런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게 한참 동안 여소천과 옥신각신 다투던 도중

"이, 이익!"

-팍!

"악!"

여소천이 내 코와 입을 향해 하얀 가루를 뿌렸다.

다문다고 다물었지만 가루는 순식간에 코와 입을 통해 몸속으로 스며들었고 어딘가 익숙한 뜨거운 느낌이 몸에서 올라왔다.

몸 안에 들어온 약을 통해 온몸에 열기가 퍼지다가 순식간에 열기가 한 곳으로 모여들면서 정신이 몽롱해지고 손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하, 하! 어때요! 당신도 정신 못 차리겠죠!"

"이.. 익.."

"그러니까 그냥 처음부터 좋게 좋게 갔으면 좋았잖아요. 그러면 강간이 아니라 화간으로 시작할 수 있었을텐데."

마음속으로 이미 강간이라고 소리쳤지만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간신히 입을 뻐끔거리는 게 고작이었다.

-꼬옥

아직도 망토를 잡은 손에 힘은 남아있었지만 그건 겨우 망토를 잡고 있는 수준에 불과할 뿐

여소천의 손에 무력하게 움직이면서 망토가 벗겨지는 걸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 아.."

"말만 그렇게 하면서 결국 시작하면 당신도 즐길 거잖아요 이 색마. 대체 여자를 몇 명이나 안은 건지."

"내가 하고 싶어서.."

"시끄러워요. 결국 원인은 당신한테 있으니까."

어느새 망토가 벗겨져서 내의만 남은 내 모습이 드러났다.

스승님이 만들어주셨던 내 몸에 딱 맞는 옷은 산에서 나온 뒤에도 내 몸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으으.. 당신만 아니었어도.. 당신이 평소에 그러지만 않았었어도.."

"자, 잠깐만요.."

내 내의까지 벗기려고 손을 뻗어오는 여소천을 향해 마지막 남은 힘으로 양손을 내밀었다.

"처, 처음일 거 아니에요. 첫 경험은 좀 더 소중히 해야 하지 않겠어요? 이런 컴컴한 지하 유적에서 약에 당한 상태로 강간이라니. 그런 방식으로 처음을 날리고 싶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네?"

간신히 쥐어 짜낸 문장.

여소천에게 여성으로서의 자존심이라거나 로망 같은 게 남아있기를 바라면서 꺼낸 말이었다.

지금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 그곳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처음."

내 말에 여소천이 잠깐 멈춰섰다.

그녀의 눈에 다시 평소 같은 반짝임이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그리고 저도 그렇게 좋은 남자는 아니에요? 펴, 평소에 그랬잖아요. 색마라고. 다른 여자들 손을 거친 남자인데 귀한 첫 경험을 낭비하기에는 아깝지 않겠어요?"

"색마.."

"네, 네에.. 저 여자 밝히고.. 사실 숨겨둔 여자도 있고.. 아, 아무튼 좋은 남자 아니에요. 쓰레기에요. 이 여자 저 여자 다 후려치고 다니는 그런 남자니까.. 우선 그 운기행공? 그거라도 하셔서 약부터 진정을 시키시는 게.."

그때였다.

"..검증된 맛집이라는 거네요."

"에?"

-포옥

여소천이 몸을 움직여 내 몸에 밀착했다.

그녀의 얼굴이 내 복부에 닿으며 그녀의 가슴이 내 배에 닿아 뭉개지면서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스읍.. 하아.. 스읍.."

"저, 저기요?"

"..이렇게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별로 일리가 없잖아요."

여소천이 내 몸에 대고 냄새를 맡은 뒤 다시 고개를 올렸을 때는 다시 눈에서 반짝임이 없어져 있었다.

평소의 여소천에게서는 보지 못했던 욕정에 물든 표정.

귀여우면서도 신비해 보이던 그 얼굴이 욕정에 물들자 나 또한 순간적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 또한 여소천이 억지로 약을 뿌린 까닭에 이미 버티는 게 한계였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여기까지 오자 나도 그냥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스륵

여소천이 내 옷에 손을 가져다 대고 어떤 줄을 잡아당기자

-스륵

"?!"

내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릴 정도로 옷이 순식간에 벗겨졌다.

분명 입을 때는 꽤 복잡하게 입는 옷이었는데 줄 하나 당겨서 이렇게 손쉽게 벗겨지는 옷이라니.

순식간에 전라가 되버리자 본능적으로 중요한 부위를 가리려고 손을 뻗었지만 작은 손에 비해 거대한 자지는 내 두 손으로 감추지 못하는 크기를 자랑했다.

내 몸 중 유일하게 나이 값을 하는.. 아니 오히려 뛰어넘는 녀석이었다.

정말 키를 비롯한 다른 신체 부위는 자라는 게 멈췄는데 지 혼자만 무럭무럭 자라는 걸 봤을 때는 얘가 내 몸의 영양분을 전부 흡수해가고 있는 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봤자 산 속에서는 쓸모도 없는 계륵과도 같은 녀석이었지만.

"..."

정작 벗긴 건 자신이면서 이제 와서 부끄러운 건지 여소천이 내 자지를 앞에 두고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꿀꺽

"이, 일단 다른 여자한테 넣었던 물건을 그대로 넣을 수는 없으니까 청소부터 할게요."

여소천이 침을 삼키면서 한 손으로 내 자지를 잡더니 그대로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서

내가 뭐라고 할 틈도 없이 귀두를 자신의 입 안으로 감췄다.

"에읍.. 읍.."

-추릅

여소천의 입 속으로 사라진 귀두에서 부드럽고 말랑한 감촉이 느껴졌다.

당아영에 비해 몸집이 작은 탓에 입도 좁은 건지 억지로 벌려서 넣는다는 느낌이 강한 펠라치오.

"큿.."

하지만 느껴지는 쾌락은 당아영 이상이었다.

하반신 쪽에서 들리는 액체 소리와 간헐적으로 들리는 여소천의 신음이 귀를 더럽히면서 묘한 배덕감을 선사했다.

"으읍.. 엡.."

내 자지를 한번에 삼키기는 역시 내성이 없는 여소천에게는 무리였던 것일까

귀두와 그 아래 기둥 정도를 핥는 정도에 그치더니

-파하

"이, 이거 왜 이렇게 커요? 다 삼킬 수 있는 거 맞아요?"

결국 여소천이 자지를 뱉은 다음 침을 켁켁 거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완전히 눈이 돌아가서 호기롭게 자지를 삼켜버리더니 이렇게 바로 항복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풉.."

"우, 웃어요?!"

"결국 당신은 당신이네요. 처녀일텐데 호기롭게 삼킬 때부터 알아봤어요."

"이익.."

여소천을 놀리고 있는 입장이었지만 속으로 조금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라고 여소천을 놀릴 처지가 아니었던 게

방금 그 잠깐 사이에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쾌락이 올라왔었다.

여소천의 입술, 혀, 입천장에 자지가 스칠 때마다 그곳에서부터 이상할 정도의 쾌락이 올라와서 몸을 자극했다.

-삐질삐질

'분명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물론 아무리 허접이라도 정도가 있지 사정 직전까지 몰린 건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으니까.

하지만 만약 방금 그 애무가 계속 이어졌다면 어쩌면 신기록을 갱신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스도 그렇고 저번에 공주님안기를 당했을 때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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