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7화 (117/250)

"하으.."

어느새 살짝 솟아버린 유두를 그가 혀로 살살 문질렀다.

옷이 점점 그의 침에 젖어가며 방어력을 잃고 그의 혀의 감각이 더 선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으응.."

-츄읍.. 츕..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유두를 빨았다.

유방에 피해가 끼치지 않도록 옷만 살짝 깨물어 잘근잘근 거리고 있는 걸 보면 그가 옷을 방해물로 느끼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 그건 안돼요.. 그 이상 가면 정말 위험하니까.."

"우웅.."

"아, 알았어요.. 이번 만이에요.."

-스륵

눈에 크게 실망하는 모습에 마지못해 손을 움직여 옷을 내렸다.

"가, 가슴만이에요? 그 아래는 안돼요? 알았죠?"

-할짝..

"버, 벗고 있으니까 잠깐만 기다려요.."

이미 이걸로도 충분히 일선은 넘은 거 아닐까 싶었지만 저건 그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어쩌면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이 이상 넘어갔다가는 정말 돌이킬 수 없다고.

-스륵..

-출렁

한쪽의 옷을 내리자 아무 천으로도 가려지지 않은 유방이 반동으로 살짝 흔들렸다.

아직 내렸다고 말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본능적으로 진동을 느낀 것일까

"으응.."

-할짝.. 할짝..

그가 이미 가슴에 달라붙어 아기처럼 유두를 빨고 있었다.

"흐으으.."

그렇게 큰 쾌락은 아니었지만 전혀 내성이 없는 감각이었기에 가슴에서부터 올라오는 오묘한 쾌락에 눈을 질끈 감으면서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아직 한쪽 가슴밖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에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스읍..

그의 머리를 끌어안자 자연스럽게 그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향기가 내 코로 스며들었다.

대체 씻을 때 뭘 쓰길래 이렇게 좋은 향기가 나는 걸까.

부드럽고, 풋풋하면서도 야한 그런 냄새가 코로 스며들었다.

진짜 어떻게 되어 먹은 몸이길래 남자인 주제에 이렇게 야한 걸까.

외형도 뛰어난데 행동도 여성의 본능을 자극하는 것도 모자라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면 꽃이라도 되는 양 냄새로 사람을 유혹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향수를 가져와도 그의 몸에서 나는 체취를 따라오진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저기 근데 진짜 자고 있는 거 맞죠..?"

-할짝..

"대체 그 여자 무슨 짓을 해 놨길래 잠꼬대로 이런 짓을.."

따로 가르치기라도 한 것 아닐까 싶은 수준이었다.

만약 평소 그의 행동이 그녀의 영향을 받은 거라면 그녀는 중원에 아주 위험한 물건을 풀어놓은 셈이었다.

그리고 그때 하반신에서 낯선 감각이 느껴졌다.

다리 사이로 느껴지는 딱딱한 미지의 물체.

-화끈

당연히 아무리 도사라고 해도 최소한의 성지식은 있었던 만큼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아, 안돼요.. 그건 안돼요.."

이제 내가 하는 말이 누구에게 하는 건지 구분도 가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잠들어 있는 상황인데 내가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이 말을 들을 수 있는 건 나 뿐이었다.

-꿀꺽

옷 너머로 느껴지는 단단하고 뜨거운 물건의 감각을 생각하자 얼굴이 새빨개졌다.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면서 지금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껴안고 있는 그의 몸에서 나오는 향기를 비롯한 감각은 내 욕망을 점점 자극하고 있었다.

'안돼.. 이건 진짜 아니야.. 여기서 욕망에 몸을 맡겼다간..'

-츄릅.. 츕..

"아아.. 좀!"

간신히 참고 있는 사람 마음도 몰라주고 계속 내 가슴을 가지고 놀고 있는 그의 모습이 야속하기만 할 따름이었다.

그 때문일까

어느새 속옷이 젖은 걸 깨닫고 나자 여기서 욕망에 몸을 맡겨도 어차피 그는 눈치채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냄새가 조금 나긴 하겠지만 그건 얼버무리면 그만이다.

눈치가 없어도 심각할 정도로 없는 남자니까.

"하아.. 하아.."

숨을 거칠게 쉬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먼저 유혹한 사람이 잘못한 거야.

어차피 이미 더럽혀질 대로 더럽혀진 몸. 내가 조금 더 쓴다고 해서 변하는 것도 없으니까.

눈 딱 감고 한번만..

"은 무슨 한번만이야!"

끊어지려던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붙잡고 빠르게 침낭에서 빠져나왔다.

저곳에 더 있어선 안됐다.

지금 저 침낭은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이나 다름 없었다.

"하아.."

뜨겁게 달아올랐던 체온이 바깥의 서늘한 공기에 식혀지면서 온몸에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유독 찝찝한 감각이 느껴지는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보자

"..으으."

끈적한 액체가 손가락으로 느껴졌다.

손을 털면서 그가 있는 침낭을 바라보자

"으으응.."

-휘적휘적

방금 전까지 나를 안고 있던 팔이 갈 곳을 잃고 허공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다시 저 안으로 몸을 밀어 넣어줄 생각은 없었다.

나를 위해서든, 그를 위해서든.

내가 욕망을 이겨내고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별 게 아니었다.

'..첫 경험은 좀 더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

나이에 비해 주책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원래 여성은 나이를 먹어도 소녀 다운 감성이 남아있는 법이다.

다 양보해도 이런 어두컴컴한 지하 유적 속에서는 절대 싫었다.

그것도 그 망할 자식이 만든 유적 안에서는.

"하아.."

'..근데 왜 안 가라앉지..?'

침낭에서 나오고 몸이 식으면서 야릇한 감정이 식어가는 게 느껴졌는데 정작 어느 순간부터 기다려도 변하는 게 없었다.

오히려 방금 전보다 조금 더 강해진 것 같은 느낌도 들 정도였다.

'...으으.'

만약 이 감정이 식지 않은 상태로 시간이 지나 그가 일어날 때까지 된다면 다시 탐사를 이어나가야 하는데 그건 곤란했다.

아무래도 욕망을 한번 해소하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수음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순간

허우적 대다가 힘을 잃고 침울하게 침낭 밖으로 나와있는 그의 팔과 그 끝에 있는 가느다란 손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

나는 홀린 듯이 기어서 그 옆으로 다가갔고

날이 밝기 전에 짐에서 여분의 옷을 꺼내 갈아입고 주변을 더럽힌 액체를 닦아야만 했다.

"으음.."

여느 때와 같이 눈을 찌르는 햇살과 귓가로 들리는 새의 지저귐..이 들리진 않았고 그냥 하품을 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우드득

"아으으.."

침낭을 깔긴 했지만 침대가 아니라 딱딱한 돌바닥에서 잔만큼 뼈마디에서 올라오는 고통을 잠시 스트레칭으로 해소한 뒤에야 벽에 몸을 기대고 앉아있는 여소천의 모습이 보였다.

"..먼저 일어나셨어요?"

"...기억 못하죠?"

"네?"

"하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네. 먼저 일어났어요."

어딘가 눈이 퀭해 보였지만 그녀가 잠 좀 잘 못 잤다고 피로를 느낄 수준의 사람은 아니었기에 그냥 기분탓이겠거니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먼저 일어나셨으면 깨우시지 그랬어요. 갈 길도 먼데 괜히 저 자는 거나 지켜보시고."

-쭙

왠지 혓바닥이랑 왼쪽 검지, 중지 손가락에서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서 입 안에 넣고 빨았다.

그냥 별 생각 없이 한 행동이었는데 예상 외로 여소천의 반응이 격렬했다.

"미, 미쳤어요?! 그걸 왜 빨아요?!"

"...네?"

"아, 아니 그게.. 소, 손이 얼마나 더러운데요! 어제 함정 해체하느라 이것저것 만졌잖아요! 곰팡이라도 묻었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아."

생각해보니 지하 유적이라는 특성상 주변이 깨끗하지 않을게 분명했는데 내가 조금 조심성이 없었던 것 같긴 했다.

왜, 사람의 몸 중에서 제일 더러운 곳이 손이라고 하지 않는가.

중원에까지 그게 상식 수준으로 널리 퍼져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실이 다른 세상이라고 다를 것 같지는 않았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ㅈ, 자. 여기 물이니까. 이걸로 손도 씻고 세안도 해요. 먹을 건 제가 준비해둘 테니까."

왠지 오늘 따라 여소천의 분위기가 친절한 탓에 장난스럽게 되물었다.

"혹시 저 자는 사이에 뭐 잘못이라도 한 거 아니죠? 오늘 따라 평소보다 많이 친절한데."

정말 별 생각 없이 한 말이었지만

-멈칫

물을 건네주던 여소천의 몸짓이 그대로 멈춰버렸다.

"..."

"..."

"..뭐 했어요?"

"아, 아무 짓도 안 했어요! 하늘에 맹세코!"

"당신이 하늘을 그렇게 쉽게 걸어도 돼요?!"

"그, 그, 그만큼 결백하다는 뜻이에요!"

여소천이 얼굴울 붉히면서 손을 좌우로 저었다.

'저 여자가 하늘에 대고 맹세할 정도면 분명 결백한걸 텐데..'

여소천의 성격 상 천지신명을 모시는 입장에서 그 모시는 분을 함부로 걸 리가 없었으니 분명 결백하다고 보는 게 맞지만 왜인지 계속 의심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눈살을 찌푸려가면서 여소천과 눈을 마주치자 여소천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나와 시선을 마주치길 거부했다.

거기서 촉이 왔다.

'무슨 일 있었네.'

아마 내게 말하지 못할 정도로 큰 잘못을 한 게 분명했다.

하늘까지 팔아먹어야 할 정도로.

-성큼성큼

"표정이 누가 봐도 잘못한 사람 표정인데 뭐가 아니에요."

그런 결론을 얻고 나니까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그 여소천이 이렇게 까지 감출 정도란 말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 몰랐을 때라면 모를까 안 뒤에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여소천이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

"지, 진짜 아무 일도 없었.."

그리고 당황하는 여소천의 옆으로

-쿵!

양 손을 벽에 대서 여소천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소위 벽쿵이라고 불리던

저번에 여소천에게 내가 당한 짓이었다.

어차피 여소천과 나의 눈높이 차이는 굉장히 미미한 정도.

이 정도 차이로는 충분히 가능했다.

"제 눈 똑바로 보고 말해봐요."

눈이 더 제대로 보이도록 반쯤 머리에 올라가 있던 모자를 완전히 내렸다.

최대한 눈에 힘을 주고 부릅 뜨면서 여소천의 눈을 마주봤다.

"지, 진짜 없었다니까 자꾸 왜 그래요!"

"정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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