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호흡이 내 얼굴에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후우
"굳이 이런 약 같은 거 쓰지 않아도 먼저 해 달라고 하셨으면 얼마든지 해드렸을텐데.."
"?!"
그녀의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자 그녀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자.. 말해 보실래요?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텐데."
"아.. 그, 그게.."
"근데 오늘은 이런 짓을 벌이셨으니까 괘씸해서 하나만 들어드릴게요."
"네?"
-스륵
다리를 더 움직여 그녀의 허벅지 위에 올라탔다.
내가 올라탄 상태였지만 신장 차이 때문에 그녀와 눈이 마주칠 수 있었다.
"자. 하고 싶은 말 있잖아요? 하나만 말해보세요. 뭐든 들어줄 테니까."
"뭐, 뭐든지요?"
"네에. 뭐든지."
-꼬옥
그녀를 껴안아 상체를 밀착 시켰다.
"자,자,자, 잠깐만. 지금 닿는.."
"네? 뭐가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
당아영의 시야를 볼 수는 없지만 그녀가 나를 보는 시선에는 내 뒤에 꼬리가 달려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 조금만 고민한 다음에 말씀드려도 될까요?"
"..고민이 필요해요?"
"네?"
-후우
"흐읏?!"
"저는 당연히 하나를 선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에게 미약을 넘기면서 나도 불가피하게 조금 마셔버린 상황이라 내 자지도 이미 꼿꼿이 선 상태였다.
아무리 내성이 있다지만 그런 나보다 몇 배는 되는 양을 먹었으니 그녀의 상황도 상상할 만 했다.
"간지럽지 않아요..?"
"아.. 아아.."
"지금까지 많이 쌓였잖아요..? 오늘이라면 다 받아줄 테니까.."
그게 마지막이었다.
-툭
내 요염한 목소리를 들은 당아영의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내 시야가 급격하게 변했다.
-푹신
"하아.. 하아..!"
순식간에 얼굴을 잔뜩 붉힌 상태로 내 위에 올라탄 당아영의 얼굴이 시야를 잔뜩 매워버렸다.
언뜻 보면 눈동자에 미약한 하트 문양이 보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로 굉장한 표정이었다.
"정했어요. 뭐든지 해준다고 했죠?"
"..네에. 오늘 하루 동안은."
"저랑 교접해주세요. 오늘 하루 종일."
...하루 종일이라.
-힐끔
살짝 고개를 틀어 창밖을 바라봤다.
아직 해가 지려면 한참은 멀었다는 듯 쨍쨍한 오후의 햇빛이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조금 힘들겠지만 노력하는 수밖에.
* * *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었다.
평소 몸을 보면서 정말 야한 몸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얼굴과 행동까지 요염할 수 있을까.
살면서 본 남성 중 가장 아름답고 귀여우며 사랑스러운 남자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중원 전체를 뒤져도 이 남자를 뛰어넘는 남자를 찾을 수는 없을 거다.
"하아.. 하아.."
그리고 그 남자가 지금 침대에서 내 밑에 깔려있었다.
이성의 끈을 간신히 잡은 상태로 그의 옷을 벗기기 위해 손을 뻗자
"잠깐만요 소저. 이렇게 하려고요?"
그가 손을 뻗어 나를 제지했다.
-움찔 움찔
그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이미 보지가 화난 뒤라서 인내심이 시시각각 깎여나가고 있었다.
그가 입맞춤을 통해 넘겨준 미약도 모자라 그의 요염한 언행을 본 덕분에 지금 내 몸은 완전히 발정 난 상태였다.
그동안은 발정이 나더라도 그의 옷을 입힌 인형을 끌어안고 수음으로 해소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아니었다.
실제 그가 눈앞에 있었으니까.
"네. 혹시 무슨 문제 있.."
그 잠깐을 제지 당한 것도 급했는지 내 목소리에는 약간의 날이 서있었다.
"그게 아니라.. 제가 위에서 하는 게 낫지 않나 싶어서요."
"..왜요?"
"그.. 그게.."
그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다.
"남자랑 다르게 여자는 처음에는 아프다잖아요. 소저가 아파하면서 까지 움직이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서요."
-두근두근
"아.."
어떻게 이렇게 배려심이 넘칠까.
예쁘고, 귀엽고, 야한 것도 모자라서 배려심까지 넘치다니 그야말로 일등 신랑감이었다.
오늘이 가임기가 아닌 게 그렇게 아쉽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만약 가임기였다면 절대 벗어나지 못하게 기정사실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
그를 기특하게 생각하는 사이 그의 이어진 말이 들려왔다.
"그리고.. 저도 이래 보여도 남자라.. 나름의 자존심이 있어서..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건.."
"..당하는 건?"
"...부끄러워요."
그가 얼굴을 붉히며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게 결정타였다.
-쿵!
심장에 무언가가 크게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으.. 아으으으.."
대련 중에 명치를 얻어맞았을 때도 이 정도 고통은 아니었는데.
심장 부위를 부여잡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기분 나쁜 고통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분 좋은 고통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더 자주 맛보고 싶은 종류의 고통.
-삐걱
고통에 몸부림치다 눈을 떠보니
"어?"
그와 나의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원래 내가 그를 덮쳐 넘어 트리는 자세였는데 이제 반대였다.
신장 차이 때문에 덮쳐 넘어 트린다기 보다는 재롱처럼 보였지만.
-찌걱
"?!"
그러나 그의 손이 향한 곳을 생각하면 전혀 재롱이 아니었다.
그의 손가락이 옷 속을 파고들어 내 음부로 향했고 도착한 뒤에는 손가락 하나로 입구를 살살 쓰다듬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그의 자지를 원하는 입장에서는 엄청난 고문이나 다름없는 짓이었다.
"자, 잠깐만.. 거기는.."
"네? 뭐가요?"
그는 다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
저 표정을 볼 때마다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정말 몰라서 저러는 건지 아니면 다 알면서 일부러 저런 순진한 표정을 짓는 건지
하는 말과 행동만 보면 다 아는 것 같은데 표정은 너무 순진무구 그 자체라서 판단이 어려웠다.
의문에 찬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자
-베에
그가 요염하게 혀를 내밀었다.
다시 한번 심장에 크게 무언가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 상태로 그가 내 다리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었고
"츄릅"
"힛?!"
내 음부를 혀로 핥았다.
방중술을 공부하면서 별에 별 교접 자세들을 보긴 봤었지만 이건 공부한 적이 없는 종류였다.
내가 공부한 것들은 주로 내가 움직이는 자세였으니까.
"자, 잠깐만. 이건 무슨.."
"헤읍.. 츄읍.."
"흐읏?!"
내 당황 섞인 신음도 무시하고 그는 내 음부를 빠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대담해지기 시작했다.
핥는 것을 넘어 아예 혀로 틈을 비집고 들어와 속살을 자극했고 혀 끝으로 음핵을 살살 자극하다가 꾹 누를 때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하으.. 하으으.."
조금씩 누적되는 쾌락에 점점 무언가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더니 어느 순간에 몸의 근육이 수축되며 부들부들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내 음부에서 애액이 튀어나가는 게 느껴졌다.
절정의 여운도 여운이었지만 애액이 튀는 건 생각하지 못해 다급하게 그를 바라봤다.
"아으.. 다 못 삼켰다.."
-주륵
그의 말을 증명하듯 그의 입가에 미처 채 삼키기 못한 애액이 흐르고 있었고 눈에도 튀었는지 한쪽 눈을 감고 있는 그의 모습은
정말 야하다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야할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한참 동안 넋을 놓고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정신이 확 들었다.
"그, 그걸 삼켰어요?"
"왜요? 더러울 것 같아요?"
"그, 그렇잖아요! 신체 일부에서 나오는 물인데.. 따지고 보면 침이나 땀이랑 비슷한 건데..!"
뭔가 여인으로서의 만족감? 그런 건 있었지만 그를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다.
혹시 괜히 저런 걸 먹었다가 연약한 그가 탈이 날까 걱정됐다.
-생긋
"안 더러워요.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러나 이후에 보여준 그의 미소에
나는 정말 내가 걱정해야 할 것은 그가 아니라 내 심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주 질 나쁜 심장병에 걸린 것 같았다.
-짹짹
"..."
눈을 찌르는 아침의 햇살과 창 밖으로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부스럭
몸에서 느껴지는 피로감과 머리에서 느껴지는 지끈거리는 고통 때문에 정신을 차리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고
조금씩 머리가 맑아지자 어제 있던 일이 떠올랐다.
"...하아."
한숨을 쉬면서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내가 진짜 미쳤지.'
저번에 사고를 쳐 놓고 간신히 없던 일로 해 놓고 그새 못 참고 또 사고를 치다니
정말 미치지 않고 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름의 변명을 해보자면 당아영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 하냐고 한 다음에 갑자기 정신이 멍해져서 몸이 평소랑 다르게 움직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게 없던 일이 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검후님이랑 있던 일도 검후님이 마음씨가 좋으셔서 어떻게든 넘어간 거지 사실 정말 큰 실례였다.
기껏 나를 치료해 주시려고 한 몸 희생하신 분한테 그런 말을 했던 거니까.
근데 그걸 간신히 없던 일로 한 뒤에 지금..
"아아아아.. 진짜 미친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