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차이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오히려 쾌락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결과만 낳고 말았다.
-뷰루룻!! 뷰루루룻! 뷰룻! 뷰룻! 뷰루룻!!
두 번째 분출이었지만 오히려 전번보다 더 많은 정액이 튀어나왔다.
아직도 낼 정액이 많이 남았다는 증거였다.
-움찔! 움찔!
몸을 움직여서라도 쾌락을 분산 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당아영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들썩! 들썩!
절정의 여파로 경련하는 몸을 위에서 찍어 누르며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녀보다도 가벼운 내 몸은 그녀가 단순히 위에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그녀를 치우지 못할 정도로 연약했다.
벽과 당아영 사이에 끼어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이 절정을 넘어선 무언가를 견뎌내는 수밖에 없었다.
-뷰룻! 뷰루룻! 뷰루루룻!!
"아.. 아아.."
간신히 여유를 찾은 건지 아니면 완전히 통제를 벗어나 버린 건지 입 밖으로 신음 소리가 튀어나왔다.
입이 크게 벌려지며 입 밖으로 침이 흘러나왔다.
눈물은 아까부터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 당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여기 약속했던 상~"
-퐁
당아영이 익숙한 약 병의 뚜껑을 열었다.
내가 계속해서 기다리고 원했던 그 약이었지만
"으읍!! 으으으읍!!!"
입을 꽉 다물고 최대한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사정이 멈추지도 않았다.
아무리 약을 원한다고 해도 이 상태에서 먹었다간..
"자~ 아~"
-뽁
단 두 손가락 만으로 벌려진 내 입을 병의 입구가 틀어 막았다.
-꿀꺽 꿀꺽
약이 입 안을 가득 매우면서 내 목 너머로 넘어갔다.
"---------!!!!!!!!!!!!!"
-뷰루루루룻!!!
정액이 폭발하듯이 튀어나갔다.
머리가 태워지는 듯한 감각을 받으며 시야가 점점 어두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내 몸을 침범한 약은 나를 정신조차 잃지 못하고 이 쾌락의 지옥 속에 계속 있게 만들었다.
.
.
.
-삐이이이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말을 하고는 있는 건지, 그냥 정신이 나가서 입만 뻐끔거리고 있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움찔! 움찔!
아직도 여운이 남아 몸이 간헐적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 끝났다는 거다.
-추욱..
자지는 혹사한 이후 죽은 듯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고 나는 주변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당아영도 그걸 아는지 나를 구속하던 체위에서 벗어나 나를 침대에 누워 내버려두고 있었다.
이 덕분에 내가 이제 끝났다고 안심할 수 있는 거였다.
'이제.. 끝났겠지..'
갑자기 이런 일을 당했다는 분노, 울분 이런 건 지금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없었다.
일단 지금은 더 이상 섹스를 빙자한 고문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중요한 사실이었다.
-펄럭펄럭
"수고했어요. 덕분에 쌓인 게 좀 풀렸네요. 오늘은 그냥 자고 가요. 돌려보내 줄지는 아직 고민 중이긴 하지만."
당아영이 아까 벗어던진 내 망토를 펄럭이며 정리하고 있었다.
항상 몸에 걸치고 다니던 거였지만 지금은 알 바 아니었다.
이제 와서 저 망토는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잊고 있었던 것 같았다.
-툭
오늘 받고 품속에 넣어뒀던 한 물건을.
-툭
"응? 뭐가 떨어졌네요?"
망토 안에 넣어 놨던 목패가 떨어지는 걸 보자 내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내가 오늘 망토 안에 넣어 놨던 목패는 하나밖에 없었다.
검후님이 준 증표.
'안돼.'
위기감이 경종을 울렸다.
당아영이 저 물건을 보게 둬선 안된다.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어도 적어도 좋은 꼴은 못 볼게 뻔했다.
-부들부들
힘이 전부 빠진 팔과 다리에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목패를 향해 몸을 날렸지만
-홱
"왜 그래요? 중요한 물건이에요?"
당아영의 반응은 그보다 빨랐다.
내가 목패에 도달하기도 전에 이미 목패는 당아영의 손에 들어간 이후였고 내가 바닥과 충돌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이 당아영의 눈길이 목패를 훑었다.
그녀가 목패를 살펴보는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흘러갔다.
아까의 만족한 표정에서부터 시시각각 차가워져 가는 그녀의 표정은 지금 머릿속에서 울리고 있는 경종을 더욱 자극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의 입이 열렸다.
"..이게 뭐죠?"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이었지만 그게 말 그대로 이게 뭐냐는 순수한 질문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아마 설명하라는 걸 거다.
내가 어쩌다가 저 물건을 손에 얻었는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변명 거리를 생각하고 입을 열려던 순간 당아영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신유월이라는 이름과 매화가 그려진 증표라.. 적어도 제가 아는 한 중원에 이걸 쓸 사람은 한 명 밖에 없는 걸로 아는데요."
그녀의 말에 다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미 그녀가 저게 검후님의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애매한 변명은 오히려 악수만 될 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변명해야 당아영을 납득 시킬 수 있지?
어떻게 변명해야 이 상황을 무마할 수 있지?
머리가 끊임없이 돌아갔지만 평상시라면 모를까 방금 전까지 약에 절여져 쾌락에 몸부림치던 상황.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간신히 나온 한마디는
"소, 소저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었어요."
오히려 그녀의 의문을 확신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어버렸다.
"...하."
당아영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누군가 했더니 그게 검후님이었어요? 정말 재주도 좋네요. 그런 대단한 분은 또 어떻게 꼬신 건지."
"그, 그러니까 오해.."
"그놈의 오해. 오해. 정말 오해면 제대로 말을 해 보라고요. 지금 상황이 전부 제가 생각하는 상황이 맞다는 걸 가리키고 있는데 계속 말로만 오해라고 하면 어떻게 하라고요. 네?"
보기 드문 당아영이 언성을 높이는 장면이었다.
나는 그녀의 말에 아무 박박도,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 어떤 말을 꺼내더라도 그녀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으니까.
"..."
내가 아무 말도 없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자 당아영이 내 머리카락을 잡아 나와 눈을 마주쳤다.
머리에서 올라오는 고통에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당아영의 눈을 보자 눈이 떨리기 시작했다.
"..사랑한다고 해보세요."
당아영이 얼음처럼 차가운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랑해요."
최대한의 감정을 쥐어 짜내서 말했다.
그녀를 만족 시키기 위해.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약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 감정들까지 전부 긁어모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사랑해요..♥"
떨리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껴안고 등을 두드렸다.
"헤헤.."
애교라도 부려서 넘겨보려는 속셈이었지만
-쿵!
"에윽!"
"..여전히 마음에 안 드네요."
다시 침대에 넘어트려졌다.
손목이 당아영의 손에 잡혀 머리 위로 올라갔고 내 다리를 당아영의 다리가 짓눌렀다.
"저는 사랑한다는 말 한번 들으려면, 교접 한번 하려면 이렇게 약까지 써가면서 억지로 겁탈해야 하는데 그 여자는 그런 거 없이 그냥 했을 거 아니에요."
당아영의 손길이 내 입술을 훑었다.
"그 여자는 이 입으로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겠죠. 아무런 약에도 물들지 않은 순수한 당신의 목소리를."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정말 아니라서 억울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
"그, 그건 정말 아니.."
"제가 아까 말하지 않았던가요?"
살짝 내 입을 꼬집은 손가락과 다르게 그녀의 표정은 비틀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는 이제 당신을 믿지 않아요."
아까 내 말을 믿어준 것이 그녀가 내게 준 마지막 신뢰.
그 신뢰를 마지막으로
당아영은 나를 더 이상 믿지 않는다.
"생각하면 할수록 저 자신이 한심해지네요. 저는 왜 이렇게 까지 하려고 했던 걸까요. 결국 이렇게 해서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봤자 약에 의해 만들어진 감정일 뿐인데."
차갑게 식은 그녀의 눈을 보자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괜한 말을 했다가 오히려 더 악수가 될 것 같았으니까.
"제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당신을 믿지 않고 묘약을 믿으려고 했었는데 이것도 믿을 건 못되네요."
-콰직
"그래서 이제 아무것도 믿지 않으려고요."
아까까지 나를 유혹하던 약병이 그녀의 손에서 깨졌다.
깨진 유리 조각이 중력에 의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짤그락
깨진 유리 조각이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당아영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당신의 마음까지 탐하진 않을게요. 대신 몸은 가질 거예요."
-오싹
-버둥버둥
무슨 말인지 몰라도 절대 좋은 말로 들리지 않는 말에 그녀에게 깔린 상태로 최대한 몸부림쳤다.
그녀를 자극하면 안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극하던 말던 지금 상황에서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란 게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마음을 탐하지 않는다. 대신 몸은 가지겠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간단했다.
나를 완전히 망가트려버린 다음에 쾌락을 즐기기 위한 인형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미.
"놔.. 놔아..!!"
절대 그것 만은 피하고 싶었기에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
내 다리를 깔아 뭉개고 있는 당아영의 무릎을 들어 올리려고 했고 내 손목을 묶고 있는 그녀의 손아귀에 틈이 생기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잔혹했다.
일반인 여자도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는 내 연약한 몸으로 그녀의 구속을 벗어나겠다는 몸부림은 헛수고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미련한 짓이었으니까.
"왜 그래요? 아직 무슨 짓을 한다고 제대로 말도 안 했는데."
당아영은 대놓고 말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의사를 밝힌 주제에 뻔뻔하게 발뺌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