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팔이 그녀의 어깨에 감기고 다리가 그녀의 허리에 걸리자
-츄르르릅
그녀가 내 허리에 감은 손을 더욱 끌어안으며 얼굴을 더욱 밀착 시켰다.
숨이 느껴지다 못해 그녀의 코가 이미 내 얼굴에 닿을 정도로 밀착한 상황.
"으읍.. 으응.."
저번처럼 머리에 강제적으로 새겨지는 수준의 쾌락은 아니었지만 단순히 키스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쾌락이 올라왔다.
내 타액과 그녀의 타액이 교환 될 때마다 몸이 더욱 뜨거워졌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쾌락에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고개를 살살 저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꿀꺽
'어..?'
그녀의 타액과 함께 무언가 내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으읍! 읍!"
-툭! 툭!
순간적으로 위협을 느끼며 힘이 잘 들어가지도 않는 팔로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내 노력이 결실을 맺은 걸까
-파하
"헤엑.. 헤엑..!"
키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사이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시원한 공기에 식혀지는 동안 나는 당아영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어땠어요? 괜찮았어요?"
태연하게 묻는 표정.
"이, 이게 무슨 짓이에요?!"
그때처럼 강렬한 쾌락이 아니었던 만큼 아직 반항할 여력은 남아있었다.
"가, 갑자기 이게 무슨.."
"슬슬 약효가 돌 때가 됐는데.."
"...네?"
그때였다.
"흐읏?!"
몸 안에서부터 어떤 기운이 몸 전체로 퍼지면서 몸이 굉장히 민감해졌다.
-부들부들
저절로 손발이 떨리기 시작하고 키스 때부터 건강하게 일어섰던 자지는 더 이상 단단해질 수 없을 정도로 꼿꼿이 서있었다.
그녀와 잔뜩 밀착한 상태라 옷 너머로 자지와 그녀의 배가 닿으며 간지러운 쾌락을 불러왔다.
"어때요? 아직 하고 싶은 대화가 많아서 약한 약으로 준비했는데. 괜찮아요?"
"무, 무슨 짓을 한거야앗.."
-부들부들
손과 발에서 힘이 빠지고 있는 지경이었지만 지금 나는 그녀에게 매달려 있는 상황이라 손과 발에 힘을 풀 수 없었다.
손을 풀었다간 그대로 추락할게 뻔했으니까.
"그래도 마지막까지 고민하긴 했었어요. 내 오해 아닐까. 내가 괜히 과하게 생각해서 그러는 거 아닐까."
-꽈악
"흐익.."
내 허리를 감고 있던 그녀의 손이 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손톱 때문에 약간 따끔한 고통과 함께 오묘한 쾌감이 올라왔다.
"그런데 입을 맞춰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뭐, 뭐가요.."
"당신 몸에서 다른 여자 냄새가 나요."
"...!"
나는 당황하면서 본능적으로 변명을 내뱉었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네?"
"소, 소저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전혀 없었어요!"
명백한 거짓말이었지만 거의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기만 바랄 뿐.
"...지금 그 말을 믿으라고요?"
그녀가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엄청난 열기가 읽어졌다.
성욕이라는 이름의 열기가.
-꿀꺽
왜 이제야 눈치챈 걸까.
왜 진작에 눈치채지 못한 걸까.
이 정도로 엄청난 열기를 왜 이제 서야 깨달았냔 말이다.
'지, 진작에 눈치 챘어야 했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이 상황에서도 모를 수는 없었다.
이 상태는 하루 이틀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분명 상당한 시간 동안 쌓이고 쌓여서 이렇게 된 걸 거다.
그러니까 진작에 눈치 챘으면..
'..챘으면?'
그러면 어떻게 하지?
그녀의 성욕을 풀어주나?
내가?
이 허접한 몸으로?
-움찔움찔
아무리 약을 먹었다지만 겨우 키스 한번에 이렇게 모든 준비를 끝마치는 이런 몸으로 그녀를 상대할 수 있을까?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는 생각할 가치도 없는 가정이었으니까.
"지, 진짜에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
"네, 네? 이렇게 빌 테니까.."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는 그녀를 진정 시키는 게 최우선이었다.
-훌러덩
"자. 여, 여기 약속했던 얼굴도 보여줄게요."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손을 움직여 얼굴을 가리고 있던 모자까지 벗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내 얼굴이 비치기 시작했다.
"...아아."
차가운 듯 뜨거운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림과 동시에
-콰당
"에..?"
등에 푹신한 감촉이 느껴지며 시야가 반전했다.
내 시야엔 내 위에 있는 당아영과 천장만 보이고 있었다.
"믿어야죠. 믿죠.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의 말인데. 헤어지기 전에도 저를 믿어준 당신인데."
"그, 그렇죠?"
그녀의 입에서 나온 긍정적인 대답에 유일한 동앗줄처럼 매달렸다.
그러나 이어진 그녀의 말은 이 동앗줄이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인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저는 이제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당신을 믿지 않을 거에요."
"에, 에?"
"당신도 저를 믿어줬으니까. 그 대가로 마지막으로 한번만 믿어드리는 거죠."
"그, 그러면.."
"그리고 이제 제가 믿는 건 이것 뿐이에요."
어느새 당아영의 손에 들린 병의 입구가 내 입을 틀어 막았다.
"으읍?!"
당연히 몸부림 치면서 저항했지만
"한 방울이라도 흘려봐요. 이것보다 더한 약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오싹
정말 살기까지 느껴지는 그녀의 말에 필사적으로 병에 담긴 액체를 빨아들였다.
-꿀꺽꿀꺽
'하아아..'
목울대가 움직이며 약을 한 모금씩 넘길 때마다 황홀한 감각이 느껴졌다.
술의 중독성과는 또 다른 중독적인 쾌감.
-두근두근
어느새 내 혀는 병의 안쪽까지 싹싹 핥고 있었다.
그것이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보자는 당아영의 말 때문인지 아니면 나 자신의 의지인지 알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먹고 싶고 만약 없다면 미칠 것 같은 감각.
이 감각은 마치...
'...마약?'
그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한 병이 전부 내 목 너머로 사라진 뒤였다.
"하악.. 하악.."
"이야 잘했네요. 시킨 대로 한 방울도 안 흘리고."
-두근두근
벌써부터 심장이 뛰고 동공이 떨리고 있었다.
입은 통제를 잃고 벌려져서 바깥으로 조금씩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마지막 남은 정신력으로 당아영을 노려봤다.
하다 하다 마약까지 쓰는 그녀의 모습에 분노를 넘어선 경멸의 감정을 느끼..
"아..?"
"후훗. 그 약에 마약만 넣었을 것 같아요?"
-두근두근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원래 예쁜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예쁘게,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녀의 모습을 시선에 계속 담고 싶었고 탐스러운 입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실내라 그런지 붕대조차 감지 않아 겉으로 전부 드러나는 그녀의 몸매에서 시선이 떼어지지 않았다.
"아.. 으.."
아니다. 이건 진짜 내 감정이 아니다.
나한테는 스승님이 있다.
그러니까 이런 약으로 만들어진 가짜 감정 따위.. 금방..
"여기 좀 보실래요?"
"아..?"
약의 기운에 저항하기도 잠시 당아영의 말에 그녀 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흔들흔들
"아까랑 같은 약이에요."
그녀가 아까와 같은 병을 들고 살짝 흔들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의 저항의지가 무색하게 내 시선은 병에 고정되어 떠나지 않았다.
"자, 잘 보세요.."
당아영이 병의 뚜껑을 열더니 그대로 기울였다.
병의 입구에서 생성된 물줄기가 중력에 이끌려 내려가더니 어느새 드러난 그녀의 새하얀 가슴에 떨어졌다.
한 손으로 잡기도 어려운 가슴이 한 손으로 받혀진 채로 약에 물들고 있었다.
가슴의 위쪽은 물론 분홍빛의 유두까지 약이 흘러내려 마치 그곳에서 약이 나오는 것 같은 착각을 일게 했다.
-흔들흔들
"자~ 당신이 좋아하는 약이에요~ 여기 많이 있답니다~"
그녀가 약에 물든 그녀의 가슴을 좌우로 흔들었다.
약 때문인지, 결국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라는 생물인 건지 그 끝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런데 괜찮겠어요? 이 약에는 당신이 생각한 것처럼 마약도 있지만.. 마실수록 저를 좋아하게 되는 묘약도 포함되어 있어요?"
"...!"
"예상 외로 내성이 있는 것 같지만.. 계속 먹어도 버틸 수는 없겠죠? 이래 봬도 그 묘약은 자신작이라서요."
"비, 비겁.."
"아, 그딴 약은 필요 없다고요? 역시 대단하네요. 보기엔 유약해 보여도 역시 미래를 괜히 볼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이에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과장된 몸짓을 하며 주변에서 휴지를 주워들었다.
"아쉽네요~ 재료가 상당히 귀해서 만들기 어려운 건데~"
당아영이 아주 천천히 휴지를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