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의 화는 꽃을 의미하는 게 아닐텐데."
그 아이의 외모에 관한 것이었다.
확실히 첫 인상부터 범상치 않은 외모긴 했다.
나도 그의 외모를 보고 그에게 관심을 가진 입장이었기에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어떡하지어떡하지어떡하지'
스승님의 이어질 말을 걱정하며 속을 계속 졸였다.
혹시 앞으로 더 만나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라는 마음이 마음속에 계속 피어올랐다.
그리고 이어진 스승님의 말은
"무엇 하느냐. 가서 바로잡아 주지 않고."
"네, 넷?!"
의외로 가서 도와주라는 것이었다.
"같은 화산의 이름 아래에서 수학하는 아이이지 않느냐. 잘못된 것이 있다면 네가 선배로서 알려주어야지 방관하고 있으면 안된다."
"...!"
그가 수련하는 모습을 보신 것 같았다.
애써 바위를 들어보려고 시도하는 것 같은 모습.
다른 아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그 아이에게는 좋지 않은 수련법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스승님의 허락이 떨어지자 마자 경공을 펼치며 그에게 달려갔다.
.
.
.
-힐끔
평소에는 멀리서만 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외모가 더욱 더 빛을 발했다.
'어,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지?'
-두근두근
두근거리는 심장을 두드리며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그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옷이라도 갈아입고 와야 했는데..'
지금 옷도 나쁘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예쁜 옷이랑은 거리가 멀었다.
'일단 같은 제자인 척 다가가는 건 힘들어.'
다른 제자들이 입는 옷과는 전혀 다른 옷이었다.
'그냥 돌파해야 하나?'
처음부터 본산에서 왔다고 해야 할까?
근데 그러면 뭐라고 말해야 하지?
오래 전부터 수련하는 모습을 멀리서 훔쳐보고 있었다고?
'..도망갈 것 같은데.'
모르긴 몰라도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후우..'
평소에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하지 않은 단점이 여기서 나타났다.
어떻게 대화의 서두를 떼야 할지 모르겠다.
속으로 계속 고민한 끝에 결정했다.
'그냥 돌진하자.'
훔쳐보고 있었다는 말은 빼고 조금 순화해서 말하기로.
"아, 안녕?"
조심스럽게 그의 뒤쪽으로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돌아봤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고된 수련을 하고 있던 아이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내 이름은 한소연이라고 해. 저기 본산 안에서 수련하고 있는 제자인데.. 지나가다가 우연히 니가 수련하는 모습을 봐서.. 혹시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와봤어."
"앗?! 저, 정말요?!"
"응.. 혼자서는 힘들어 보이고.. 수련법도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활짝
이 세상에 순수라는 단어를 표현한다면 지금 이 표정으로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순수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 아이를 보자 어딘가 고장나기라도 한 것처럼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일단.. 이 바위는 저리 치워두자. 한참 더 성장한 뒤라면 모를까 지금은 오히려 독이야."
"채, 책에서는 이렇게 수련하던데.."
"그거 다 거짓말이야. 그리고 화산의 무공은 힘으로 제압하는 종류도 아니고."
-두근두근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그 아이에게 다가가 그를 바위에서 떼어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아이에게서 나오는 빛이 더 환해지는 것 같았다.
땀에 젖어 강해진 체향이 코로 들어오자 이성이 순간적으로 튀어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였었다.
황급히 내공을 순환시켜 정신을 맑게 만들어 충동을 막은 뒤에 그의 맨들거리고 있는 목을 보며 생각했다.
과연 저기에 코를 직접 가져다 대면 얼마나 달콤한 향기가 느껴질까.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도 모르네. 이름이 뭐니?"
"아, 단유성 이라고 합니다!"
"그렇구나.. 유성이구나.. 혹시 나이는 어떻게 되니?"
"..고아로 지내다가 할아버지께 거두어진 것이라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대략.."
그의 나이를 들은 뒤에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왠지 방금 참지 못했다면 굉장히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딱 5년만 참자고.
"그, 그러면 우선 몸을 좀 볼 테니까 가만히 있어."
"몸이요..?"
"근골은 어떤지, 혹시 어디 문제되는 곳은 있는지. 제대로 수련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건 알아둬야 하는 법이야."
"앗. 넵!"
합법적(?)으로 마음껏 몸을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나름 변명이라고 내뱉기는 했지만 설마 이렇게 쉽게 기회를 얻을 줄이야.
방심했다간 코에서 피가 흐를 것 같은 상황이었다.
아직 유성이에게 손을 뻗지도 않았는데 손이 나도 모르게 꿈틀대고 있었다.
황급히 손을 등 뒤로 가려서 망정이지 만약 봤으면 아무리 순진한 아이라도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금방 도망칠 것 같은 장면이었다.
물론 그런다고 해도 순순히 도망치게 두진 않았겠지만.
"...읏."
"왜, 왜 그래?!"
"아뇨.. 갑자기 몸에 한기가.."
"날씨가 쌀쌀한가 보다. 자, 가까이 와봐. 금방 봐줄게."
한기를 느꼈음에도 기특하게 도망가지 않고 몸을 맡기는 유성이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이 정도 접촉은 위험하진 않겠지..'
5년만.. 5년만 참으면 된다.
그 정도만 되면 주변에서 손가락질 정도는 할 수 있어도 법적으로는 괜찮을 거다.
"하아.. 하아.."
"...왜 그렇게 숨을 몰아쉬세요?"
"아, 아니.. 이건.. 그.. 호흡법이야."
"아.."
그걸 또 믿는다.
어쨌든 이대로 계속 시간을 끌었다간 변명 거리도 떨어질 테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륵
"앗.."
"가만히 있어.."
온 몸의 감각을 그에게 집중하면서도 기감을 둘러서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는지 확인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있다면 정말 순수하게 봐주고 끝나겠지만..
'없다.'
아니라면..
-스릅
약간의 '장난'정도는 칠 수도 있었다.
"히잇.."
그의 옷 안으로 들어간 손이 그의 배를 훑었다.
직접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손 끝으로 느껴지는 감촉 만으로도 그 외형이 그려지는 경지.
예상한 것 답게 부드럽고 뽀얀 배였다.
배꼽을 건드리자 놀라면서 움츠러드는 모습이 귀여웠다.
"왜 그래? 혹시 손이 차가웠어?"
"아, 아니요.."
과연 정말 모르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걸까.
차라리 눈치채는 기미라도 보인다면 적당히 멈출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렇게 반응하면 어디까지 받아줄지 헷갈리지 않은가.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소리람.'
나는 지금 그저 같은 화산의 이름 아래에서 수학중인 동료를 도와주기 위해 근골을 봐주고 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신체 접촉이 있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나에게 전혀 다른 불순한 의도는 없었다.
생각하고 난 뒤에도 내가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싶었지만
'사랑하니까.'
원래 사랑은 고결하고 아름다운 것.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에는 그 어떤 죄도 용서 되는 법이다.
그리고 아직 딱히 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다.
그냥 장난만 조금 쳤을 뿐이다.
"저, 저기.. 아직 멀었나요..?"
"몸 전체를 한번씩 훑어봐야 하는 일이라.."
"조, 조금 간지러운 것 같은데요."
내 한쪽 손은 그의 허벅지에, 한쪽 손은 그의 심장 부위에 향해 있었다.
만약 성별이 반대였다면 큰일 날 그림이지만 지금은 반대가 아니었다.
누가 봐도 선배가 후배의 근골을 봐주는 장면 아니던가?
"흐읏.."
간지러운지 조금씩 신음을 흘리며 어느새 붉어진 그의 목덜미를 바라보자 핥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같이 빨개진 귓볼도 빨아보고 싶었고 손도 좀 더 깊숙한 곳까지 넣어보고 싶었..
'...진정하자.'
지금 정도가 어떻게든 변명할 수 있는 정도의 선인 거지 방금 생각한 것들은 그 선을 넘었었다.
아무리 이 아이가 지금 반항하지 않는 다지만 거기까지 가면 분명 이상한 것을 느낄터.
아직 만난 지 겨우 하루 된 아이다.
조금씩 조금씩 친해져서 종국에는 나 없이 살 수 없는 몸으로 만들면 그를 독차지할 수..
"하아.. 하아.."
그가 목을 돌려 나를 바라봤다.
거친 숨을 쉬며 얼굴을 붉히고 눈가에 약간의 눈물이 붙어있는 모습은 정말..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본 사람의 표정 중 가장 아름다웠다.
"아직.. 멀었어요..?"
"으, 응?"
"저 기분이 이상해서.. 혹시 아직 멀었으면 조금만 쉬게.."
"아, 아니야! 다 끝났어! 괜찮아!"
황급히 그의 몸에서 손을 떼며 물러섰다.
그의 몸에서 물러난 뒤에는 서둘러 코부터 막았다.
방금 전까지 그를 나 없이 살 수 없는 몸으로 만들겠다고 했던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방금 내가 그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버릴뻔 했다.
'후우.. 진정하자 한소연..'
건드리면 범죄다.
-툭 툭
간신히 심장을 진정 시키며 고개를 돌리자 유성이가 땅에 두 팔을 짚고 엎드려 헥헥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 죄송해요.. 제가 옛날부터 체력이 안 좋아서.. 뭘 했다고 몸이 말을 잘 안 듣네요.."
"아니야.. 괜찮아."
"그..래서.. 결과는 나왔나요?"
붉게 물든 그의 표정에서 기대감이 섞여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