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을 받아서 몸이 괜찮아 졌지만.. 그가 입은 상처가 사라질까?
사과만 한다고 상처가 치료될 수 있을까?
-콰득
그렇게 10년을 보낸 주제에.
-콰득
하루하루 쌓여가는 빚을 걱정하면서도 사과할 생각밖에 없었던 주제에.
-콰득
그가 그동안 입은 상처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은 외면한 주제에.
이제 와서 걱정할 자격이 있을까?
이제 와서 사과할 자격이 있을까?
"..."
그동안 쌓아온 가치관이 무너지고 '나'라는 인간을 지탱하던 기둥들이 기반을 잃었다.
이대로면 주화입마가 찾아올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
그럴.. 수.. 없다.
이대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끝낼 수는 없다.
사과할 자격이 없다고 해도 사과는 해야..
-콰득
..뭐를 사과해야 하지?
그의 동의도 없이 정을 나눈 것?
아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다.
그를 위험으로부터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것?
아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다.
제자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의 인생을 망쳐버린 것..?
...소연이가 어쩌다가 그런 짓을 저질렀었지?
뒤틀린 사랑? 광기어린 집착?
그것에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다.
생각해라.
소연이가 어쩌다가 그런 짓을 저질렀었는지 떠올려라.
[..먼저 유혹한 건 그 아이입니다.]
...아.
그랬었구나.
그런데.. 그러면..
먼저 잘못한 것은 그 아닌가?
10년의 세월 동안 이어졌던 실의 첫 단추가 바뀌자 모든 게 바뀌기 시작했다.
내가 그에게 빚을 진 것이 아니었으니까.
소연이가 그랬다. 단유성이 먼저 자신을 유혹했다고.
당시에는 말도 안되는 뒤틀린 무언가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겪어보니 알 수 있었다.
먼저 유혹한 것은 그다.
잘못한 것은 소연이가 아니라 그였으며
나는 그에게 갚을 빚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자의 복수를 해야 했다.
그녀를 직접 벤 것은 자신이었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그였다.
그러니 그에게도 책임이 있다.
나는 그 대가를 받아야 하고.
"히, 히익.."
달라진 내 분위기를 느낀 것일까
그가 양 팔이 잡힌 상태에서 최대한 몸을 뒤쪽으로 빼려고 시도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내 가슴을 난도질하던 눈물과 혐오의 감정도 이젠 아무런 상처도 줄 수 없었다.
오히려 달콤하게 느껴졌다.
내 제자를 유혹하고 타락의 길에 빠트려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만든 색마(色魔)에게 원수를 갚는 과정이었으니.
생각해보니 나 또한 그에게 마음을 품지 않았던가.
소연이의 일을 생각하면 나 또한 그의 유혹에 빠진 것이 분명했다.
10년 전에도, 지금도 그랬다면 그 사이에도 수많은 여인을 유혹했을 터
지금 나를 향한 배신감도 전부 기만일 가능성이 컸다.
대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여인들을 유혹하고 그들의 마음을 가지고 놀았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하는 짓은 소연이를 포함한 그녀들의 복수를 하는 것이다.
원래 악인은 교화를 해야 하는 법이었으니
색마를 교정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시는 다른 여인을 유혹하지 못하도록 제대로 몸에 새겨줄 필요가 있었다.
* * *
"꺼윽.. 끄윽.."
목을 조르고 있는 두 팔에게서 벗어나려고 온 힘을 다했다.
손톱으로 긁어도 보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 팔을 때려도 보고 그녀 밑에 깔려있는 몸을 뒤틀어보기도 했지만 목에 감겨있는 두 얇은 팔은 도저히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케헥.."
산소가 부족하다.
중간 중간 혼절할 것 같으면 절묘하게 힘을 풀어 뇌에 산소를 공급하고 그 때가 아니면 뇌가 계속해서 산소의 부족을 호소한다.
그 와중에 정말 미칠 것 같은 건 대체 이게 뭐라고 계속 자지가 선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운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단단하구나. 혹시 그대도 즐기는 것은 아닌가?"
"끄으읍..!"
정신이 몽롱해지고 뇌에서 쾌락 물질을 만들면서 몸은 진정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나는 정말 죽을 노릇인데 이 망할 몸뚱아리는 뭐가 좋은지 계속 좋다고 세우니까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그렇게 정조를 빼앗긴 여인같이 억울한 표정을 지을 이유가 있나. 정작 정말 처음을 빼앗긴 것은 이쪽인데."
'나도 처음인데..!!'
대체 뭐 때문에 저런 오해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쪽도 처음이었다.
남자의 순결에 뭐 그렇게 가치가 있겠냐만 그래도 평생 한번 뿐인 것인데 좀 더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최소한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고 싶었단 말이다.
'근데 이게 뭐야..!!!'
"케헥.."
강간인 것도 모자라서 목까지 졸리다니 이런 건 들어보지도 못했다.
지구에서도 보기 껄끄러워서 직접 못 봤던 짓을 직접 당하니 더 서럽고 괴로웠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강하고 상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친해져서 같이 다니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이용해 안전한 여행을 즐기겠다는 마음이 있긴 했지만 그게 이런 짓을 당할 정도로 나쁜 짓은 아니지 않은가.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냥 같이 다니면서 기분 좀 맞춰준 것 밖에 없다.
애초에 난 지금 내가 강간 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화악
"커헉! 쿠훅! 크흡!"
기절하려던 순간에 다시 맑은 공기가 들어왔다.
염원하던 맑은 공기를 마시자 뇌가 환호하며 쾌락을 느끼기 시작했다.
-울컥! 울컥!
"크흡.. 큽.."
목과 마음은 괴로워하지만 뇌와 하반신은 기뻐한다.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었다.
산소가 부족하면 부족하다고, 들어오면 들어온다고 느끼면 뭐 어떻게 하란 말인가.
'애초에 대체 내가 어쩌다가 강간당한거야..?'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눈이 돌아갈 정도의 절세 미녀였다면 쓰러진 사이 괴한에게 겁탈당하는게 이해라도 가겠지만 나는 남자고 애초에 얼굴도 가리고 다니고 있었다.
어떻게 자는 사이에 모자를 벗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을 보였다고 해서 이렇게 까지 험하게 당할 정도는..
-꽈악
"커흑.."
다시 목이 잡혔다.
어쨌든 나는 아직도 내가 어쩌다 이런 짓을 당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먼저 유혹한 거라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
.
.
"콜록.. 콜록.."
나는 엎드려서 내 목을 쓰다듬고 있었다.
직접 볼 순 없어도 손자국이 빨갛게 새겨졌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고통스러웠긴 했지만 간신히 버텼다.
머리가 하얘지는 쾌락이었지만 고통과 상쇄된 덕분에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혹시 약물 같은 거라도 곁들였다면 모를까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
"커헉.. 컥.."
간신히 벗어났지만 도망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도망치려 해봤자 신체적 차이를 생각하면 금방 잡힐게 뻔하다.
아까 도망치려다가 다시 잡힌 걸 생각하면 오히려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게 상책일지도 몰랐다.
'일단 이대로 수긍하는 척 있다가 기회를 봐서 튄다.'
복수는 꿈도 꾸지 않았다.
저 나이에 최소 절정 고수인 화산파 무인한테 복수?
생각도 하지 않고 스승님이 계신 산으로 튀는 게 맞았다.
얼마나 기다려야 기회를 볼 수 있을지는 몰랐다.
어쩌면 살인멸구를 하겠다며 이 자리에서 나를 죽이려 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이 굳어있자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끝내려고 하는 것인가."
"..."
무슨 말일까.
혹시 여기서 더 하자는 말일까.
제발 그것 만은 아니라고 속으로 빌고 또 빌었지만
"충분히 쉰 것 같으니 일어나라. 아직 끝내기엔 이르니."
"하..하.."
내가 기억하는 사정 횟수만 6번이다. 워낙 정신이 오락가락 해서 못 센 횟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근데 여기서 더 하자고?
"..이제 더는 안 서는."
"이번엔 그대가 주도할 수 있게 하지. 한번만 더 사정하면 마무리 하는 걸로 하겠네."
"..."
달콤한 유혹이었다.
이러면 목도 안 졸릴 수 있고 내가 한번만 더 힘내면 되는 일이다.
"...할게요."
후들거리는 몸을 움직여 기어서 그녀에게 향했다.
-부들부들
"어디로 사정해야 한다고는 말 안 했죠..?"
"...뭐, 알아서 하게."
저쪽도 그것까진 생각 못한 모양이었다.
능숙한 척 해봐야 결국 인터넷도 없는 세상의 처녀다.
성행위는 보지에 삽입하는 것만 알고 있겠지.
그러니까, 여기서 내가 그녀에게 삽입하지 않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사정만 한다면 된다는 소리였다.
-추욱
우선 그러기 위해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이 녀석부터 세울 필요가 있었기에 손으로 잡고 천천히 흔들었다.
그렇게 5분이 지났다.
'..시발.'
아무래도 자위로는 서지 못할 정도로 많이 짜인 모양이었다.
그녀가 나를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다. 앞으로 한번만 사정하면 끝낼 수 있는데 괜히 못했다가 무슨 트집을 잡힐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