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8화 (48/250)

"그런 말도 안되는 변명을 믿을 거 같아..?"

그의 표정이 한층 더욱 더 경멸로 물들었다.

그의 그런 표정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었다.

"이 쓰레기..! 도사라는 사람이 쓰러진 사람을 덮쳐?! 당신이 그러고도 인간이야?!"

[네가 그러고도 감히 도사더냐!! 네가 그러고도 감히 사람의 탈을 쓴 인간이더냐!!!!!!]

"크흡..!"

심장에 비수가 꽂히는 느낌이었다.

그가 한 말과 내가 과거 소연이에게 했던 말이 겹쳐 들렸다.

"이럴거면 당신이랑 같이 다니는 게 아니었는데..!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 으.."

어서 변명을 해야 하는데 입이 굳어서 열리지 않았다.

머릿속은 점점 더 하얗게 물들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이네..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대를 살리기 위해.."

"그러니까 그런 말도 안되는 치료법이 어딨냐고!!"

그의 감정이 내게 전해지고 있었다.

배신 당했다는 분노, 쓰러진 자신을 멋대로 겁탈한다는 경멸.

분명 형체가 없는 감정이지만 그의 감정이 칼날이 되어 내 목을 옥죄여오고 있었다.

"그리고 있다고 해도 최소한 내 동의는 구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쓰러졌다고 해도 입도 못 열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그냥 이때다 싶어서 겁탈한거잖아!!"

-쿵

머리를 강하게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내가...?'

아니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가 쓰러진 것을 기회로 삼아 그를 겁탈하다니.

그럴 리가 없다.

그래서는 안된다.

아무리 그에게 마음을 품었다지만 그에게 저지른 죄가 있는 내가 그래서는 절대 안된다.

그런데.. 그래야 하는데..

-덜덜덜

"아.. 아아.."

그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입이 도저히 떨어지지 않았다.

아닌데. 그래서는 안되는데.

-쩌적

정신 속의 무언가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왜 일을 저지르기 전에 그를 깨우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지?

왜 자기가 나서겠다는 의원을 만류하고 직접 나섰지?

정말 그녀를 대신 희생 시키기 싫다는 이유인가?

내 개인적인 욕망이 아니라?

"가만히 있지 말고 빨리 나오라고..!"

만약.. 만약 내가 내 개인적인 욕망으로 일을 저지른 것이라면..

내가 소연이와 다른 게 뭐지?

-쩌저적

뒤틀린 사랑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새긴 그녀와 내가 다른 게 뭐지?

그에게 빚을 갚겠다고 하고서 하는 일이 제자가 못다 한 일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아니야..'

절대 아니다.

나는 그에게.. 빚을 갚기 위해서..

그를.. 겁탈해..?

"우욱..!"

간신히 막아두던 댐이 뚫리고 역겨움과 혐오감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덜덜덜덜

손과 발이 떨리고 입은 의미 모를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

간신히 의식하지 않고자 하며 꼭꼭 막아두던 감정이 터져 파도처럼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나 자신이 역겨웠다. 나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이러는 와중에도 내게 들어온 그의 일부에서 쾌락을 느끼고 있는 육체가 더욱 더 원망스러웠다.

'이러려고 10년을..?'

제자가 하지 못했던 일을 마저 끝내기 위해 그를 10년 동안 찾아다니던 것이었나?

'아니야..'

그에게 빚을 갚기 위해서. 그가 힘들게 살아온 삶을 보상하기 위해서. 그의 삶을 더 좋게 해주기 위해서. 그래서 그를 찾아다닌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익.. 왜 이렇게 강한 거야..!"

그가 내게 혐오의 감정을 보내며 나를 밀어내고 있었다.

그가 나에게서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나에게서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이러려고 그랬던 게 아니었다.

'..맞아.'

내가 지금 그와 교접하고 있는 이유는 그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가 아팠기에 기운을 넘겨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어서 마무리 지어야 했다.

기운을 넘겨주기 위해서 한번의 사정은 필요했으니까.

"딱 한번만 사정하면 되네.. 딱 한번이면.."

"미친 소리 하지 마!!"

그가 내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어서였을까 그의 양물이 강도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래선 안됐다.

한번. 딱 한번만 사정하면 된다.

-스윽

"뭐, 뭐야.. 왜 손을.."

내 손이 그의 얼굴로 향했다.

그리고

-꽈악

"케헥.."

그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원래 생물이란 죽을 위기에 처하면 자손을 남기겠다는 번식 본능이 발동하기 때문에 목을 졸라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들면..

"꺽.. 커헉.."

"조금만 참게.. 결코 죽일 의도는 없으니.."

-탁 탁

그가 힘겹게 내 손을 두드리는 사이 몸 안에 들어와있는 양물이 다시 강도를 되찾았다.

오히려 아까보다 더욱 더 크고 단단해진 느낌이었다.

잘 된 일이었다.

그가 쾌락을 더 많이 받아야 빨리 마칠 수 있으니까.

"후유증이라면 걱정하지 말게.. 힘 조절을 잘 하고 있으니 잠깐 괴롭기만 할 뿐이네.."

"꺼어억.."

"한번만.. 딱 한번이면 되니까.."

그의 목에 올린 손에 힘을 주며 허리를 들었다.

내부를 꽉 채우던 양물이 빠져나가자 몸이 아쉬움을 표했다.

-철썩

"끄으윽..!"

다시 그의 골반과 내 골반이 맞닿으며 양물이 내 안을 가득 채웠다.

그가 내려던 신음이 내 손에 막혀 제대로 나오지 못한 것 같았다.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혹시 그가 질식의 고통에 제대로 된 쾌락을 느끼지 못할 까 두려웠다.

지금 내 목표는 한시라도 빨리 그가 사정하게 만드는 것.

-철썩! 철썩!

"케헥..! 케헥..!"

단시간에 빠르게 쾌락을 느낄 수 있도록 쉬지 않고 허리를 움직였다.

원래 남성이 쾌락을 느끼게 하는데 단순히 허리만 흔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요령과 기술이 필요하다고 듣기는 했지만 그것에 관심도 없었고 익힐 일도 없었기에 아쉬운 대로 속도를 높이는 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꽈아악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음부를 조이는 힘을 강하게 해봤다.

"꺼어.."

여전히 신음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그였기에 그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없었다.

아. 방법이 있었다.

"방금 그게 기분이 좋으면 한번 두드리고 별로였다면 두 번 두드리게."

나름 묘수라고 생각했지만 돌아온 그의 반응은 어느 것도 아니었다.

내 손등에 손톱 자국이 남아있었다.

'..좋은 건지 싫은 건지 모르겠군.'

어쩔 수 없이 적당히 섞어가면서 하기로 결정하고 마저 허리를 흔들었다.

내 체력은 문제가 없었지만 그의 체력이 걱정되었다.

혹시라도 격한 요분질에 골반이 상하면 어떻게 할까.

골반과 골반이 맞닿기 직전에 멈춰야 하나 고민될때쯤 그의 양물이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정확히 알진 못하지만 좋은 징조라고 생각하고 잠깐 사이에 생긴 요령을 최대한 섞어가며 그를 자극했다.

-울컥! 울컥!

"끄흐으읍..!!"

몸 안에 들어온 양기를 느끼며 본분을 잊지 않고 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그가 절정을 맞이함과 동시에 그의 목을 잡고 있던 손은 푼 상태였다.

"커헉..! 케헥..!"

내가 그에게 기운을 넘겨주며 그 기운이 몸 전체에 퍼지도록 보조하고 있는 동안 그는 공기를 마시느라 정신이 없었다.

비록 과정이 힘들긴 했지만 다행이었다.

단전이 망가졌어도 다행히 기운이 몸 전체로 퍼졌고 이대로면 흔한 감기 정도는 가볍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었다.

몸을 돌리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 사과의 말을 꺼냈다.

"미안하네. 워낙 두서가 없어서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했네. 그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있는 치료법이네. 그대도 지금 몸의 상태가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

내가 말하는 사이 그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몸을 움직여 도망치려는 모습을 보였다.

-텁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그의 양 팔을 각각 붙잡고 내 쪽으로 당겼다.

"내가 백번 잘못했네. 일각 정도만 변명할 시간을 준다면 내가 최대한 설명을.."

그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그의 몸을 돌리자

"..."

그의 흑요석같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여전히 경멸과 혐오의 감정을 보내며 눈물을 흘리는 그의 표정을 본 순간

-콰직

마지막 남은 무언가가 망가지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버둥버둥

"이익..!"

내게서 도망가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몸을 비틀수록 눈 밖으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콰득

그의 눈물과 함께 내 안의 무언가도 함께 흘러내렸다.

견고했던 무언가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아온 소중한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에게 품은 감정은 제쳐 두더라도 그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그를 살려야 했었다.

그래서.. 지금 잘 된 건가?

-콰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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