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7화 (47/250)

나중에 사과하겠다고 다짐하면서 그의 모자를 내렸다.

신비하게 가려져 있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으읏.."

나는 아직 저 얼굴을 직시하기 힘들었다.

볼 때마다 죄악감이 올라오는 기분이었으니까.

"..호오.. 이거 꽤.."

"응..?"

"아, 아닙니다. 혼잣말이었습니다."

의원이 무언가 말한 것 같았지만 혼잣말이라길래 그러려니 했다.

"콜록.."

"그러면 일단 진료를 해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녀가 그의 얼굴 곳곳을 만지기 시작했다.

콧구멍 사이로 막대기를 넣어보기도 하고 목을 벌려 그 안쪽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심장 소리를 듣기도 하는 등 겉으로 보기엔 제법 제대로 된 의원처럼 보였다.

순조롭게 진료가 되어가는 것 같았지만 나는 점점 더 짙어지는 그녀의 근심어린 표정을 볼 수 있었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

"음.. 실례가 안된다면 옷도 벗겨볼 수 있을까요?"

"무, 무슨.."

"오해하지 마십시오. 이것도 의료 차원의 문제입니다. 확인해 봐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요. 상의만 벗기면 됩니다."

"...알겠네."

사실 내가 그의 맨몸을 다른 이에게 보여줄지 말지 왈가왈부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었었지만 나는 반드시 그를 살려야 했기에 뭐라 할 수 없었다.

의원이 진료를 보면서 환자의 옷을 벗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였고.

"흐음.. 이 옷은 어떻게 벗기는.."

피풍의를 걷어낸 뒤 안에 입은 옷을 보며 그녀가 잠깐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스륵

"..쉽게 벗겨지네요?"

줄 하나를 당기는 것 만으로 쉽게 옷이 벗겨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제법 복잡해 보이지만 생각 외로 벗기기 간단한 옷이었다.

"으음.."

그녀가 그의 배에 손을 올리고 무언가 곤란하다는 소리를 내었다.

"혹시 이분이 예전에 사고를 입으신 적 있나요?"

"..큭.."

그녀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이 갔기에 그녀의 말은 비수가 되어 내 심장을 찌르고 있었다.

"사고를 입어.. 단전이 망가졌네.."

"어쩐지.."

"..상태가 많이 안 좋나?"

"네.. 아무래도.. 일단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 드릴게요."

그녀가 단유성에게 이불을 덮이고 그의 상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증상 자체는 흔히 아시는 감기예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틈만 나면 찾아오는 가벼운 질병인 그 감기를 말하는 것 맞고요. 하지만 본래 감기란 그 이름 그대로 기가 상한다는 의미. 사람에 따라서 단순한 감기도 치명적인 질병이 될 수 있어요. 가령 노인이나 첫 생일도 맞지 않은 아기들 같은 경우에는 가벼운 감기 하나로 목숨까지 위험하죠."

"그건 알고 있네."

"그리고.. 이 환자분 같은 경우에도 앞서 말한 것 같이 몸이 굉장히 약해요. 질병에 한번 걸리면 그것을 스스로 몰아내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요.. 평소에 최대한 안 걸리게 사는 것이 최선이지만 사람 인생이 어떻게 사람 마음대로 되겠어요. 이미 걸려버렸네요. 물론.."

"물론..?"

"세상에는 이 환자분 말고도 기운이 약한 분들은 많죠. 그런 분들이 병에 저항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의원이고 약이고요. 하지만 이게 문제예요."

의원이 한숨을 쉬었다.

"단전이 망가진 상태라 함부로 약을 쓰기가 힘들어요."

"...!"

"도사님도 무공을 익히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단전은 무공을 익힐 때만 필요한 게 아니에요. 무공을 익힐 때 단전에 내공이라는 기운을 담는 것은 맞지만 무공을 익히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몸의 기운이 뭉쳐있는 중심부니까요. 무인들 만큼은 아니겠지만 평범한 민초들에게도 단전은 소중한 것이죠."

"..."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녀의 말에 틀린 것이 하나 없었기 때문에.

"그런데.. 지금 이분 같은 경우에는.. 단전이 망가지면서 온몸의 기운도 크게 상했고.. 이 상태로 함부로 약을 먹였다간 망가진 몸 안에서 기운이 엉켜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커요.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도 있고요. 사실 단전이 망가진 사람을 진료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

"그러면.. 정말 방법이 없나..?"

또다.

또 나 때문이다.

내가 그를 지키지 못한 탓에 그가 병에 걸렸는데

내가 과거 그에게 저지른 죄 때문에 그 병을 치료하지 못하고 있다.

"무슨 방법이라도 좋으니까.. 무슨 대가든 지불할 테니.. 어떻게 방법이 없겠나?"

말하면서도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 정도 경지에 올라와 놓고 이렇게 나약함을 느끼게 될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방법이 하나 있긴 있어요."

다행히 희망의 빛은 꺼지지 않았다.

"뭐, 뭔가?!"

"..부디 노여워 마시고 들어주세요. 지금 약을 함부로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단전이 망가졌기 때문이잖아요?"

"그렇지."

"그.. 여성이라면 모를까.. 남성에게는 단전 외에도 강한 기운이 뭉쳐있는 곳이 한 곳 더 있어요."

...잠깐만.

"호, 호, 혹시 내가 생각하는.."

"..아마 양기가 뭉쳐있는 곳이라고 하면 어딘지 아시겠죠?"

"..."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으.. 보통 음양합일이라고 하죠? 이 방법을 통해 기운을 넘겨주면 비록 단전은 망가졌더라도 무사히 몸에 기운을 퍼트려줄 수 있을 거예요."

"아니.. 그.. 말 자체는 된다만.."

있어 보이는 말로 포장해야 음양합일이지 결국 교접이다.

실제로 남녀 한 쌍으로 그것을 해가면서 수련하는 사공이 있다고 듣기는 했지만 그건 그것의 일이고 나는 맹세코 그런 무공을 익힌 적이 없다.

"..."

"..."

의원과 내가 모두 얼굴을 붉히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의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지, 지금 뭐라.."

"결국 이것도 치료의 일종! 의원이라고 한다면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법입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것까진.."

"어차피 의원으로 살며 환자와 신체적 접촉을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 의원으로 살겠다고 스승님께 다짐한 이상 이 정도 쯤은.."

얼굴을 붉히고 숨을 몰아쉬며 그의 위로 올라타려는 의원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

"...내가 하겠네."

"...예?"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니.. 한다면 내가 해야 하지 않겠나."

"하, 하지만 도사님인데.."

"색을 탐하는 것은 천벌을 받을 일이지만 본래 교접은 남녀가 사랑을 나누고 새로운 생명을 세상에 탄생시키는 행위로 나쁜 것이 아니라네."

"그런데 도사님 얼굴이 많이 붉으신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나는 괜찮네. 아무튼 내가 할 테니.. 잠깐만 자리를 비워줄 것을 부탁해도 되겠나?"

"..."

-두근두근두근두근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는 심장을 진정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자 그녀가 방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도사님.. 기본적인 지식은 있으시겠죠..?"

"..최소한의 지식은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

"원래 몸에 기운이 없으면 잘 서지 않겠지만.. 생물은 원래 목숨이 위험해지면 마지막 힘을 다해 번식 욕구가 샘솟기 때문에 아마 한번쯤은 할 수 있을 겁니다."

"...알려줘서 고맙네."

젊은 시절이었다면 모를까 20년 전 혈교와 전쟁을 치루던 당시에 볼 꼴 못 볼 꼴을 다 봤기에 최소한의 지식은 있는 상태였다.

"......"

쓰러져있는 그를 내려다 보았다.

제자에게 겁탈당할뻔한 사내를 쓰러져있는 사이에 스승이 범한다라.

정말 시장에서 흔히 파는 소설에도 안 나올 내용이었다.

-덜덜덜덜

지금 이 순간에도 올라오고있는 역겨움과 혐오감을 억누르느라 정신이 아찔해질 지경이었다.

이렇게 힘들어할 것이었다면 의원에게 넘겼으면 되는 것 아니었냐고 말하고 있는 내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찌 내 일에 다른 사람을 희생시킨단 말이냐.'

의원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건 그 범주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해야 했다.

-펄럭

아까 의원이 그에게 덮어뒀던 이불을 치우자 상체를 훤히 드러내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최대한 빨리 끝내자..'

그의 바지까지 내린 다음 훤히 드러난 그의 양물을 바라보았다.

작은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크기.

다른 곳으로 가야 할 성장이 전부 이곳으로 온 것이 아닐까 의심되는 크기였다.

-툭 툭

우선 그의 양물을 세워야 치료를 할 수 있었기에 아직 물렁한 그의 양물을 손으로 건드려 보았지만

'흣..'

자극을 받았기 때문일까 순식간에 그 모습을 부풀려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의원이 말한 것처럼 생명의 위협 속에서 번식 욕구가 작용한 것이리라.

평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진하고 달콤한 체향을 뿜어내고 있는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입이 벌려졌지만

'내, 내가 무슨 짓을.'

지금은 그런 짓을 할 때가 아니었다.

아무리 생명의 본능이 작용했다고 하지만 지금 그는 환자의 몸. 언제 기운이 다시 상할지 몰랐다.

그러니 서둘러야 했다.

'하지만 남녀가 제대로 된 교접을 하기 위해선 여성 쪽에 분비액이 있어야..'

20년 전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걱정하는 마음을 가지고 내 비부로 손을 뻗어보자

-질척

'...?'

어느새 흥건하게 젖어있는 비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그쪽에 가져다 댔던 손을 눈 앞에 가져다 대자 투명한 실선이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로 이어져 있었다.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사히 준비가 끝난 것 같기에 그가 아직 기운이 있는 사이 빠르게 옷을 치우고 그의 양물을 몸 안으로 들였다.

-찌걱

"흐윽..!"

짜릿한 고통이 올라왔지만 그가 과거 느꼈을 고통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 터였다.

"흐으.."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손으로 입을 틀어 막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깐 동안 여유를 찾은 뒤 다시 고개를 숙여 아래를 바라보자 어느새 감겨있던 그의 눈동자가 반쯤 열려있었다.

눈과 눈이 마주치고, 지금 상황을 파악한 그가 한 행동은..

-사각사각

"지, 지금 뭐 하는 거야!"

그가 눈을 크게 뜨며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아직 정확히 그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 인식하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필요한 것 같았다.

혼란스러운 그의 시선이 벗겨진 그의 옷과 내 안으로 들어와 보이지 않는 그의 양물 쪽으로 향했을 때

"이, 이게 대체.."

그의 표정이 다채로운 감정으로 물들었다.

분노, 당황, 혐오, 경멸.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는 지금 상황을 그의 나름대로 파악한 것 같았다.

"나와!! 나오라고!!"

내가 그를 겁탈한 것이라고.

그의 가느다란 팔이 내 팔을 두드렸고 팔을 뻗어 내 몸을 밀치려고도 시도했다.

"지, 진정하게. 금방 설명해줄 테니."

그와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머리가 하얗게 물들어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서둘러 그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그에게 기운을 건너주기 위해서 적어도 한번의 사정이 필요했다.

"이게 설명할게 뭐가 있어!! 당장 나오.. 콜록! 콜록!"

자기 나름대로 필사의 반항을 하는 그였지만 결국 환자의 몸인데다 원래 몸도 연약한 탓에 효과가 없었다.

떨리는 입술을 최대한 진정 시키며 입을 열었다.

"지금 그대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어쩔 수 없이 음양합일을 통해 기운을 넘겨주고 있었던 것이네. 결코 그대가 생각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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