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5/250)

이미 눈물 때문에 앞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당연히 내게 좋은 것일리가 없었다.

입을 꾹 닫고 저항했지만 당아영은 한 손 만으로 내 입을 억지로 벌리고 약을 밀어 넣었다.

약이 입 안에 들어오자마자 녹아내리며 목 안쪽으로 흘러 내려갔다.

-화악!

"!!!!"

약효는 순식간에 돌았다.

안 그래도 민감해져 있던 오감이 더욱 강화됐고 주변에서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쾌락으로 느껴졌다.

-툭

그제서야 내 노력이 허무로 돌아갔다.

-븃! 뷰루룻! 뷰룻! 븃! 뷰룻!

"으으윽...!!"

계속해서 무리한 싸움을 이어가던 자지였다.

브레이크가 망가진 이상 더 이상 막을 힘이 존재하지 않았다.

-뷰루룻! 븃!

사정은 한참 동안 이어졌다.

내가 패배를 선언하자 마자 당아영은 그 사이에 능숙해진 솜씨로 질을 조여 사정을 돕고 있었고 이제 내 자지는 내 통제를 완전히 벗어난 상황이었다.

그저 주인에게 머리가 이상해질 정도의 쾌락을 전달하는 통로의 역할을 할 뿐.

.

.

.

-삐이이

"아학.. 아하악.."

사정이 끝난 뒤 내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약효가 두 번이나 중첩된 상태에서 오른 절정이다.

당연히 멀쩡할 리가 없었다.

머릿속에 이명이 들려왔고 눈꺼풀이 떨리며 혀는 제대로 된 말을 내뱉기도 힘들 정도로 힘이 빠져있었다.

한창 사정 할 때는 당연히 자지도 망가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지금 내 몸에서 제일 멀쩡히 있는 게 그 녀석이었다.

"이 정도면 임신은 확정이겠는데요?"

"..에헤엑.."

직접 보진 못했지만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된 사정이었다.

그동안 단 한번도 빼지 않고 계속 삽입되어 있었으니 전부 그녀의 질이 삼켜버렸을 게 분명했다.

'이제 어떡해..'

앞으로 평생을 당아영에게 속박된 채로 살아가야 한다는 불안감이 머릿속을 지배하던 중 한 줄기의 희망의 빛이 내려왔다.

"당신도 이대로 애 아빠가 되긴 싫죠?"    

나를 이 상황으로 만든 장본인이었지만 유일하게 상황을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아직 늦진 않았어요. 늦지 않게 당가에서 만든 임신을 막는 약을 먹으면 아마 당신이 우려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아아.."

그러나 나는 마냥 순수하게 기뻐할 수 없었다.

그녀가 순순히 약을 먹어줄 리가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당신에게 마지막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말도 안되는 제안을 했다.

"당신이 오늘 해가 뜰 때까지 정신을 잃지 않으면 순순히 먹어 드릴게요."

정확한 시계가 없는 만큼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었지만 아직 해가 뜨려면 못해도 6시간은 남았을 게 분명한 상황에서 저런 조건은 희망 고문에 불과했다.

-삐이이

이미 한번 만으로도 이렇게 머리가 이상한데 해가 뜰 때 까지?

무리다.

100% 무리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었다.

"하, 할게여.."

이대로면 내 인생은 정말 끝이었으니까.

.

.

.

"자, 이건 선물이에요."

당아영이 또 억지로 내 입 안에 약을 밀어 넣었다.

이번에도 당연히 미약이겠거니 싶었지만 약효가 돌자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고 눈앞이 개이며 정신이 또렷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각성제예요. 쉽게 의식을 잃지 않게 도와줄 거예요."

"아.."

인간이 참 어리석은 생물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이 순간 나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나를 이 꼴로 만든 게 그녀였음에도, 그녀가 내밀어준 한 줄기의 빛에 좋다고 꼬리를 흔들었다.

그래도 속으로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역시 당아영은 당아영이다.

아무리 그녀라도 이대로 임신을 할 생각은 없을..

-후두둑

"기대되네요."

당아영이 풀어헤친 주머니 안에서 수많은 약이 굴러 나왔다.

아까 내 몸을 민감하게 만들었던 약과 흡사한 향을 내뱉고 있는 약 수십 개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언제쯤 제발 기절 시켜 달라고 애원할지."

또 다시 내 입 쪽으로 약을 내밀고 있는 그녀의 손에는 3개의 약이 들려 있었다.

.

.

.

"잘모태써여.. 잘모태써여.. 제발 그만.."

기절하고싶다.

그게 지금 내 유일한 소망이었다.

약에 의해 수십 배로 강화된 쾌락이 몸을 헤집었다.

평소였으면 기절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쾌락이었지만 약에 의해서 도저히 기절할 수 없었다.

"으헤에엑.."

-뷰룻..

아까까지만 해도 용맹하던 자지도 이제야 자신의 주제를 깨달았는지 고개를 숙이고 싶어 했지만 그것마저 허락되지 않았다.

정액의 양이 적어진다 싶으면, 자지의 강도가 약해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새로운 약이 찾아왔다.

"시러.. 시러어.."

임신이고 뭐고 상관 없다.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인생이 추락하던 말던 알 바 아니었다.

이 무한한 쾌락의 지옥 속에서 지내는 것이 훨씬 두려운 일이었다.

"에이, 또 이러신다. 자, 여기 약이요. 아~"

"으으읍! 으으으읍!!"

당아영이 웃는 표정으로 내 입에 약을 밀어 넣었다.

어떻게든 저항하기 위해 입을 꾹 다물어도 매번 내 노력은 짓밟힐 뿐이었다.

.

.

.

"헤헤.. 에헤헤.."

수 시간이 흐르고 주변은 열락의 향기로 물들어 있었다.

내 정액, 당아영의 애액, 침, 땀, 등등 온갖 액체가 섞여 음란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움찔.. 움찔..

나는 바닥에 쓰러져 몸을 떨고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내 눈을 찌르고 있었다.

버티는데 성공했다.

"에헤.."

비록 머리가 아프고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버티는데 성공했다.

근데 내가 뭐 때문에 버티던 거였더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래도 뭔가 있으니 버텼겠지.

버텼으면 된 거다.

"수고했어요. 이제 쉬어도 돼요."

당아영이 쓰러져 있는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 부드러운 손길에 눈꺼풀이 서서히 감기고 있었다.

분명 해야 할 일이 많았던 것 같지만 일단 한 숨 자고 일어나서 하기로 했다.

자고 일어나면 분명 괴로운 일은 전부 끝나고 다시 행복한 날만 있을 거다.

"약은 먹을 거에요. 임신하면 제대로 즐기기 힘드니까. 그러니까.. 오늘 밤에도 잘 부탁해요?"

비록 귓가로 들리는 당아영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우선은 쉬고 싶었다.

간신히 몸의 피로를 풀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날이 저문 뒤였다.

-

.

-

사각사각

"..."

모자에 올렸던 손을 내려놨다.

아무래도 불안했다.

"..미안해요. 역시 지금은 안되겠어요."

정확히 무슨 연유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여기서 얼굴을 드러내면 큰일 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점을 치지도 않았고 스스로의 미래를 알지도 못하는 점쟁이지만

왠지 이 순간 만큼은 이 감정을 따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난해요?"

당아영의 표정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이해한다.

보여주기로 약속해 놓고 여기까지 와서 이제 와서 안되겠다니.

나였어도 충분히 화날만한 상황이었다.

대체 왜 그렇게 내 얼굴에 집착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 충분히 달아오르게 해놓고 이제 와서 도망친다고요?"

당아영이 내 쪽으로 성큼 성큼 다가왔다.

그녀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그녀가 지금 화났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부들부들

당아영의 주변으로 퍼져나온 기운에 다리가 약간 떨렸다.

어떻게 해야 그녀의 화를 잠재울 수 있을까 머리를 굴렸다.

-스륵

그리고 이 이후에 일어난 일은 내가 하려고 생각하고 한 일이 아니었다.

내 손이 당아영의 양 볼을 잡은 뒤에

-쪽

내 입술과 당아영의 입술이 맞닿았다.

키스가 아니라 잠깐 입술과 입술이 맞닿은 입맞춤.

"저한테는 소저밖에 없는 거 알죠?"

"무, 무, 무, 무슨.."

내 손에 닿아있는 당아영의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었다.

"이래도 못 믿으세요?"

-쪽

다시 입술과 입술이 맞닿았다.

이번에는 내 혀 끝이 당아영의 이빨을 핥고 돌아왔다.

"..좀 더?"

소매로 입가를 닦았다.

그제서야 멍하니 넋이 나가있던 당아영이 정신을 되찾았는지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아, 아니. 그게.. 제가 당신을 못 믿는다는 게 아니라..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여행 간다니까.. 아쉬워서.. 그러니까.."

잔뜩 당황한게 보이는 말과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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