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4/250)

분명 거짓말이다.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새빨간 거짓말이다.

분명 그럴텐데.

그래야만 할텐데.

"지, 진짜예요.."

왜 당신의 표정에서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읽히는 거죠?

누구를 그리워하는 건데요.

누구를 기다리는 건데요.

제가 앞에 있는데.

당신을 이렇게나 생각하는 제가 있는데 왜.

왜!!

"...하핫.."

괜찮아요.

당신은 잘못한 거 없어요.

그냥 당신은 지금 조금 아플 뿐이에요.

제가 고쳐드릴게요.

-달칵

한숨 자고 일어나면 다 고쳐져 있을 거예요.

다시는 그 여자가 기억나지 않도록 해드릴게요.

아, 고치는 게 아니라 '치료'가 맞다고요?

아뇨, 고치는 게 맞아요.

* * *

"아윽.. 으으윽.."

'당아영 이 미친년아악..!'

미칠 것 같다.

당아영이 억지로 내게 이상한 약을 먹인 뒤로 몸이 이상하다.

"믿었는데..! 믿었는데....!!"

정파의 봉황이라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남자를 이런 꼴로 만들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조용히 있는 거였는데..!

"얼굴 가리지 마세요."

당아영이 내 눈을 가리고 있던 팔을 잡고 위쪽으로 올렸다.

"왜 그렇게 배신 당했다는 표정을 지으세요. 먼저 당한 건 저잖아요."

'내가 너를 언제 배신했는데..!'

눈가에 맺힌 눈물 사이로 입만 웃고 있는 당아영의 얼굴이 보였다.

분명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전혀 웃지 않고 있는 데다 아까의 그 열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 살면서 본 표정 중 가장 무서운 표정이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약의 기운에 저항하려 했지만

그래봤자 단전 하나 없는 일반인이 약의 기운에 저항한다 해봤자 어느 정도겠나.

"흐으윽.."

금방 약의 기운이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순식간에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그와 반대로 자지는 꼿꼿이 서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싫어..!"

강간은 싫다.

아무리 당아영이 예쁘고 돈도 많은 일등 신붓감이라지만 이런 건 싫다.

내가 원하던 섹스는 좀 더 사람과 사람과의 마음이 통하고 사랑을 나누는 그런 것이었지 이런 일방적인 욕망의 배출구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내겐 더 이상 막을 힘이 없었다.

몸에선 힘이 빠져나간 것도 모자라 팔은 당아영에게 잡혀있다.

다리도 당아영이 깔아 뭉개서 꼼짝도 할 수 없다.

그야말로 완전히 제압된 상태.

그 상태로 당아영이 내 옷을 찢기 시작했다.

'스승님이 만들어준 옷인데..!'

아끼는 옷이 찢어지는 장면을 차마 두 눈으로 볼 수 없었기에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릿속에 스승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만약 스승님이 이 장면을 봤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어리석은 놈. 그렇게 얼굴을 보이지 말라고 말했거늘.]

이렇게 호통을 치실까 아니면 가끔씩 보여주는 상냥한 모습대로 나를 구해주러 오실까.

어느 쪽이든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스승님은 폐관수련에 들어갔고 그 틈을 타 바깥 구경을 하겠다고 나온 건 나였으니까.

'죄송해요.. 죄송해요..'

스승님의 말을 잘 듣는 거였는데.

강호가 위험하다는 말을 새겨듣는 거였는데.

얼굴을 보이지 말라는 말을 새겨듣는 거였는데.

'보고 싶어요..'

평소엔 그렇게 지겹던 스승님의 얼굴이 지금은 그 누구보다 보고 싶었다.

"아.."

결국 때가 왔다.

옷이 찢어져 약의 기운에 꼿꼿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내 양물을 보며 당아영이 침을 삼키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작고 여린 내 몸에서 유일하게 그렇지 않은 나의 분신이 앞으로 어떤 꼴을 당할지는 금방 예상할 수 있었다.

이미 쿠퍼액을 질질 흘리면서 질에 삽입될 준비를 하고 있는 녀석이 야속할 뿐이었다.

"하아.. 하아.."

당아영이 거친 숨을 내뱉으며 내 몸 위에 올라탔다.

이제 더 이상 내가 알던 상냥한 당아영은 없었다.

성욕과 집착에 물든 짐승이 있을 뿐, 내가 알던 당아영은 없었다.

-찌걱

당아영의 허리가 움직이며 내 자지가 그녀의 음부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이제 막 귀두가 들어가는 중인데도 약에 의해 민감해진 탓인지 벌써부터 엄청난 쾌락이 몰려왔다.

-툭

그런 내 귀두 끝에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말로만 듣던 그것이리라.

당아영이 이대로 겁먹고 물러나길 바라는 마음이 조금 있었지만

-콰직!

"꺄읏..!"

"으읏.."

그녀는 고통이 두렵지 않은 건지 그대로 허리를 내려버렸다.

귀두가 얇은 막을 가르고 질내에 제대로 침투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 상황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이 감각이 처음이 아니라고 느꼈다.

잠깐 이런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더 이상 그쪽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하윽.. 흑.. 히익.."

자지로부터 어마어마한 쾌락이 올라왔다.

이 몸이 된 후에 자기위로를 한 적 없는 건 아니었지만 분명 이 정도로 민감하지는 않았다.

"내, 내 몸에 무슨 짓을 한거야..!"

분명 여인의 질 속에 들어가는 게 처음일 터인 내 양물이 익숙하다는 듯이 여인의 속살을 힘차게 파고들었다.

그 뿐이랴, 이미 삽입하기 전부터 쿠퍼액을 질질 흘리면서 언제 들여보내 줄 거냐고 아우성을 치더니 이제는 주인의 의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스스로 더 강한 쾌락을 갈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흐윽.."

그게 주인을 더 힘들게 한다는 것도 모르고.

-움찔움찔

"아윽.. 으으윽.."

"아직도 먹을 약이 많은데 벌써부터 그렇게 민감하면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아직 당아영은 허리를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다.

눈물로 시야가 흐릿했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는데 이 정도로 몰려드는 쾌락에 두려움을 느꼈다.

이 상태로 일을 치르기만 해도 큰일 날 것 같은데 아직도 약이 더 남아있다니

"싫어.."

그게 더 무서웠다.

이것보다 더한 약이 얼마든지 있다는 소리로 들려서.

그리고 이렇게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시간도 이제 끝이었다.

-찌걱

당아영의 허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명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중인데 매 순간 순간마다 정액이 내보내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흑.."

그나마 신음소리라도 참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이미 팔다리가 전부 붙들린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개를 돌려 옷자락이라도 입에 무는 것 뿐이었다.

이마저도 완벽히 물 수 없어서 신음소리가 미약하게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철썩!

"끅!"

최고 위치까지 올라갔던 당아영의 허리가 단숨에 내려오며 골반을 내리쳤다.

기습에 당한 자지가 주인의 명령을 무시하고 정액을 내보내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그냥 포기할까..?'

타협하고 싶었다.

어차피 이대로 계속 당아영의 밑에 깔려서 그녀가 주는 쾌락에서 벗어날 수 없을텐데

그냥 포기하고 편해지고 싶었다.

오늘 하루만 어떻게든 잘 견디면.. 내일은 다시 평소의 그녀로 돌아와 있지 않을까.

잠깐 그동안 참고 참았던 게 폭발한 나머지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었던 것 아닐까.

내가.. 내가 말만 잘 하면 다시 평소의 관계로 돌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러면 기회를 보다가 도망칠 수 있..

"그러고 보니 제가 말 안 한 게 있네요."

이후에 당아영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기대를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저 오늘 위험한 날이에요."

-오싹

그녀가 말하는 위험한 날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아, 아, 아니죠..? 농담이죠..?"

"아닌데요?"

표정이 완전 진심이었다.

"미, 미친.."

진짜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필 일을 저질러도 그런 날에 저지르다니

인생을 망치려고 작정하지 않고서야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게 적당히 유혹하셨었어야죠. 제가 얼마나 참았는데. 하필 이런 날에 그렇게 유혹해 대면 저보고 어떻게 버티라는 건데요. 가임기의 여성한테."

"그러니까 저는 유혹한 적.."

-철썩!

"아윽!"

이 순간부터 더이상 쾌락을 쾌락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금 당장의 쾌락에 몸을 맡겼다간 미래를 잃는다.

'언제까지..?'

남자의 신체 구조상 내가 아무리 마음을 독하게 먹어도 무한정 사정을 참을 수는 없다.

그러나 사정하면 미래를 잃는다.

모순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몸에 들어닥치는 쾌락의 파도를 막아내는 일이었다.

-철썩! 철썩!

"그, 그만.. 그만..!"

내가 아무리 애원해도 당아영은 전혀 반응해주지 않았다.

내가 버티면 버틸수록 당아영은 더 세게 허리를 흔들었다.

정액은 이미 귀두 끝까지 차올라 꽉 닫힌 틈 사이로 한 방울 한 방울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미 내가 버틸 수 있는 쾌락의 한계는 넘어섰고 자지는 내 통제를 잃기 직전이었다.

그래도 이 패배하기 직전인 줄다리기에서 마지막까지 줄을 붇들고 있을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스승님.. 스승님..'

나도 알 수 없었다.

입가에 또 다른 약이 다가온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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