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447화 (447/450)

EP.447

설거지

스테이크.

그 네 글자는 사람의 가슴을 울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로망이기 때문이다.

큼지막한 고기를 통째로 먹는 것은 사치의 극의다.

「스테이크 정말 좋아해요. 매일 먹고 싶어요.」− 고이즈미 신지로

하지만 가격이 발목을 잡는다.

유명 정치인조차 매일 먹지 못할 정도다.

일반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한 점의 행복을 여유롭게 만끽하기 힘든데.

치이익……!

예외인 가게가 생긴 것이다.

철판에 큼지막한 스테이크가 올려져 있다.

웨이터가 식탁 위에 내려놓는다.

보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광경이다.

"와, 엄청 크다!"

"인스타각."

"한국대 스테이크 2인분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3cm가 넘는 넉넉한 두께.

크기도 성인 남성의 손바닥을 쫙 펼친 크기다.

써걱! 써걱!

질긴 것도 아니다.

나이프가 아주 간단하게 살덩이를 조각조각 분리한다.

"이런 맛이었구나?"

"우리 먹어보지 않았어?"

"아니……, 집에서 해먹을 때는 솔직히 그냥 그랬거든."

한국대 스테이크.

한국대 대동제를 계기로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SNS를 타고 이슈가 됐다.

유명 유튜버가 리뷰를 하며 무섭게 퍼졌다.

이후 둘마트의 PB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입고되기 무섭게 품절이 되지만.

「김악성」

1년 전。

#한국대스테이크

[스테이크 구운 사진.jpg]

이게 그 한국대 스테이크?

소문에 비하면 별로……

「유희왕」

3달 전。

#한국대스테이크#바이럴

바이럴 음식이 그럼 그렇지

그냥 소고기 구워 먹는 거랑 별 차이도 없네

「홍지성」

1달 전。

#한국대스테이크#봄펀치

봄이가 맛있다고 했다고? ㅋㅋ

걔는 아무거나 주워 처먹는 애잖아

그 말이 모든 사람들에게 호평을 듣는다는 건 아니다.

음식은 입맛을 탄다.

스테이크는 손맛까지 탄다.

어떻게 굽느냐에 따라 천지 차이로 갈린다.

「발꼬락」

1달 전。

#한국대스테이크#그냥그래

[불판에 구기 구워 먹은 사진.jpg]

한국대 스테이크 정말 맛있는 게 맞음?

엄마가 사온 한우가 백 배 맛있는데

└당연히 맛은 한우가 좋지 ㅋㅋㅋㅋㅋㅋㅋ

└백수라서 가격 차이를 모르나 봐

└니가 잘못 구운 듯

└와 ㅅㅂ 스테이크를 구이용처럼 잘라 놨네

소문을 듣고 사먹은 사람들.

개중에는 실망스러운 경험을 한 사람도 있다.

생각보다 맛이 없는 것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자신은 그렇게 느낀다.

「발꼬락」

1달 전。

#한국대스테이크#그냥그래

아니 나는 맛없다니까?

마블링도 적고 고기도 질겨

가격 싼 건 알겠는데 난 돈 더 주고 한우 먹겠다고요

└바이럴 마케팅 같아요

└악성 봄이단들이 이 악물고 쉴드 침 ㅋㅋㅋㅋㅋㅋㅋ

└명예 직원들 참 많아~

└그거 님이 레스팅도 안 하고 구워서 그런 건데……

빠가 까를 만든다.

반발 심리가 들면서 안티들이 생겨나는데 일조한다.

그러한 현 상황.

180도 뒤집어 놓을 만한 대사건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진짜 맛있다……."

"고기에서 치즈맛 나는 것 같지 않아?"

"그게 고기에서 숙성을 하면 생기는 향이래. 라고 적혀있네 에헷!"

프랜차이즈가 들어섰다.

한국대 스테이크를 전문적으로 요리해서 판매한다.

원조의 맛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몰려들 만하다.

"저기요. 이거 숙성해서 맛있는 거 맞죠?"

"네, 맞습니다! 기존의 한국대 스테이크를 손님들이 더욱 만족하며 드실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해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오오~!""

그 이상.

똑같은 맛이라면 '호기심 해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럴 듯한 스테이크를 팔고 있다.

두께도 키우고 숙성 기간도 늘려서.

"저기……."

"주문 도와드릴까요?"

"제가 그……, 스테이크를 많이 안 먹어봐서요."

"야 진짜 말하려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내놓은 스테이크.

그것이 꼭 최상의 결과를 내놓진 않는다.

한국인의 식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개인의 기호와도 연관이 있다.

"얘가 핏기 있는 건 죽어도 안 먹는다고 해서……."

"야, 이런데 오면 피 뚝뚝 흐르는 거 먹는 거야."

"내가 싫다고."

덜 익힌 고기.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시각적으로 좋은 고기가 아니라고 받아들인다.

식욕이 뚝 떨어진다.

아무리 맛있는 고기라도 머릿속에서 전력으로 거부하고 있다면.

"괜찮습니다. 저희 가게는 굽기 정도를 손님의 기호에 맞춰드리고 있으니까요."

"그러면 맛이 좀 떨어지지 않나요?"

"오히려 추천 드리고 있습니다."

""?!""

스테이크 하우스까지 오는 보람이 없다.

괜히 생돈만 썼다고 후회할 수 있는 것이다.

한정될 수밖에 없는 고객층.

그것을 노리기라도 한 듯한 사전 교육이었다.

'메뉴얼에 아마 이렇게 응대하라고 했었지.'

웨이터이자 점장인 정유철은 기억을 더듬는다.

프랜차이즈 개점 전에 교육을 받았다.

가게 컨셉이 어떤지.

무슨 음식을 파는지.

손님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방식 등.

"보통 외국에 가면 스테이크를 레어로 많이 먹잖아요?"

"예."

"외국 사람들은 다 그렇게 먹지 않아요?"

"그런 문화가 생긴 게 외국소들이 질겨서 그렇습니다."

그중 하나가 신메뉴다.

프랜차이즈 창업 설명회에 가기 전에는 이게 돈이 되나 싶었다.

둘마트에서 사먹을 수 있잖아?

꾸준하게 장사가 될 사업 아이템인가 의심이 들었는데.

"그래요?"

"하긴 수입산 소고기는 마블링이 적더라."

"조금 TMI가 되긴 하겠지만 남미에서는 웰던으로도 먹습니다. 남미에서 자주 먹는 어린 암소는 살이 야들야들해서 푹 익혀도 부드럽거든요."

신메뉴가 있었다.

시그니처 스테이크.

굽기의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그 이유까지 조미료가 된다.

설명을 들은 손님들이 침을 꼴깍 삼킨다.

치이익……!

심정이 이해가 간다.

서빙을 하면서 몰래 하나 집어먹고 싶을 지경이다.

'진짜 맛있긴 해.'

음식의 스토리.

그럴 듯한 홍보 문구라고 생각했다.

원래 비싸게 팔려면 포장해야 한다.

"와 엄청 부드럽다!"

"진짜?"

"어디……."

"아 내 거야~ 먹지 마."

실제로 맛이 있다.

웰던으로 구워도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게 씹힌다.

평범하게 레어로 먹어도 맛있다.

고기의 질 자체가 정말 훌륭하다.

"어때, 주방은 문제 없어?"

"저희는 구워서 내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래?"

"네, 진짜 굽기만 하면 돼서."

무엇보다 좋은 것은 주방이다.

유철은 장사를 처음 해보는 게 아니다.

'정말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

실전.

QC(Quality Control)부터가 일이다.

음식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 말이다.

사람인 이상 실수를 한다.

요리사가 바뀌면 음식맛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손님들의 항의를 받는다.

단골들이 떨어져 나가기라도 하면 밥도 안 넘어간다.

찌익~!

타악!

그럴 걱정이 없다.

비닐팩에 담겨있는 스테이크를 굽기만 하면 된다.

내부에는 향신료도 동봉돼있다.

아르바이트생도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다.

'이대로만 장사해도 중반은 보장될 것 같은데.'

깔끔하기 그지없는 프랜차이즈 시스템.

가격과 맛까지 기대한 바 이상이다.

─족발도둑봄이님께서 10,000원 후원!

봄이는 아무거나 주워 처먹는 애라는데?

"헝!"

−헝!

−hungry?

−속보) 봄이 헝그리하다고 밝혀져 ㄷㄷ

−나도 커뮤니티에서 봤는데

홍보책도 존재한다.

'봄볶이'의 모델 봄이는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이전에 했던 맛평가 때문이다.

인터넷상의 여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제가 주는 대로 먹긴 하는 거에요. 그치만, 그치만 맛있는 건 맛있는 거에요."

유튜버로서 말이다.

한국대생으로서의 자존심도 걸려있는 문제다.

한국대 축제 음식.

분명히 맛이 있었다.

그것을 다시 한 번 검증한다.

『한국대 스테이크 하우스』

유천구에 세워진 본점에 들린다.

유명 유튜버가 방문한다는 건 큰 의미를 가진다.

가게가 훨씬 빠른 속도로 번창한다.

터가 이미 잡혀있는 지역이라면 더더욱이다.

'…….'

유천구 꼴데몰의 영업본부장 김진태는 사면초가에 처한다.

유동 인구를 계속 빼앗긴다.

그러한 통계.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자신이 살 길은 하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각 지역 꼴데몰 근처의 B급 상가에는 헤일즈푸드의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섰거나, 들어서고 있습니다. 마치 노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죠."

바로 꼰지르는 것이다.

꼴데 본사.

김진태는 준비해온 PPL을 침이 마르도록 읊는다.

친척들 앞에서 말이다.

이사직을 맡고 있는 숙부, 삼촌들이 납득해준다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제발!'

근거는 충분하다.

피해를 보는 것은 유천구 꼴데몰만이 아니다.

다른 지역도 이루어진다.

"사업 실패에 대한 변명이 그게 다야?"

"진태 이 자식……."

"자, 자기 변호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한 명의 실무자로서 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우연?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기묘하다.

아니, 반드시 노림수가 맞아야 한다.

그래야만 심각하게 생각할 수 있다.

개인의 실수가 아닌, 타회사의 영업 방해로 판단이 된다면.

"진태 녀석의 바보짓과는 별개로……, 보통 사안이 아닌 것은 확실해 보이네. 저렇게 다수의 점포를 꼴데몰 근처에서만 운영한다는 건 목적이 있다고밖에 생각이 되지 않아."

"동의합니다."

"고려해볼 여지는 있는 것 같군요."

꼴데 본사의 이사이자 숙부인 김지우 이사가 쉴드를 쳐준다.

김진태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 내린다.

'조카 녀석 똥 한 번 못 치워줄 건 없지.'

김진우도 혈연이라고 감싸준 것만은 아니다.

보고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 맞다.

땅값이 내려가니까.

꼴데의 가장 큰 사업에 영향이 간다면 본사 차원에서도 좌시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게?"

"그, 그건 제 선에서는 좀……."

"에휴."

"진태 말은 맞아. 확실히 능력을 벗어난 일이긴 하지."

"……."

진태에 대한 처벌은 그 다음이다.

일단은 눈엣가시 같은 경쟁사는 치워버리는 것이 옳다.

'경쟁사라고 하기에는 너무.'

체급이 후달린다.

저런 작은 프랜차이즈 회사와 꼴데가 싸우는 것은 폼이 살지 않는다.

무엇보다 시간이 부족하다.

곧있으면 꼴데건설의 아파트들을 분양할 시기다.

"진태."

"네, 숙부!"

"인수 의사 타진해봐. 조건은 상식선에서 맞춰보고. 만약 안될 것 같으면 밀어버릴 거니까."

"이, 인수요?"

자본주의의 세계에서 대기업은 공룡.

타협하지 않는 자는 짓밟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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