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444화 (444/450)

EP.444

통곡의 벽

티후아나.

듣도 보도 못한 도시다.

한국인들에게 낯설 만한 곳이지만.

─작품명: 천국과 지옥

[미국↔멕시코 국경 사진.jpg]

미국 넘어가고 싶은 예비 불체자들 들끓는 곳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국경을 경계로 정확하게 부촌과 황야로 나뉘네

└좆같겠다 왜 하필 저쪽에 태어나서……

└1m 차이로 국적 달라진 놈들 억울하겠누

└팩트) 오른쪽이 멕시코다

의외로 본 적이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커뮤니티 같은 곳에 종종 비교짤이 올라온다.

"지금 저희가 있는 쪽이 멕시코죠?"

"치매야?"

"아니, 시발아."

그것을 실제로 보자 많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측은지심이 일어날 수도 있다.

'사실 그 반대지.'

소라의 의문.

충분히 생길 만도 하다.

선입견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부우웅~!

고속도로에 차들이 돌아다닌다.

주변에 세워진 주택도 으리으리하다.

올림픽 경기장 같은 문화 시설도 보인다.

그곳이 미국이 아니어서 문제다.

"멕시코쪽이 더 잘 살잖아!"

"아니지."

"?"

"미국 근처라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거지."

이곳 티후아나는 잘 사는 도시다.

이유는 딱 하나.

미국과 국경을 마주하는 덕분이다.

'멕시코 사람들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살고 싶다!

하지만 미국 이민이라는 것이 쉽사리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니가 미국에 정말 살고 싶은데 미국에 살 수 없으면 어떡하겠어?"

"글쎄요……."

"고민해본 적도 없지?"

"고민할 일이 뭐가 있어요."

차선책으로 국경 근처에 산다.

선진국와 인접한 후진국에서는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은 사실상 섬나라라서.'

이민.

이 두 글자가 굉장히 무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육로로 연결된 나라들은 다르다는 이야기다.

저 빌어먹을 국경을 넘어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저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꿀 수 있다.

끼익−!

멕시코만이 아니다.

남미 전역에서 몰려든다.

그래서 치안이 좋지 않다는 게 단점이다.

"차량 수속 문제로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별일 없었으니 괜찮아요."

"별일?"

운전수와 보디가드가 도착한다.

아르헨티나와 달리 육로로 올 수가 없다.

같이 비행기를 타고 왔다.

현지 차량을 조달하다 보니 다소 시간이 걸렸다.

'보는 눈을 줄이기 위함도 있었고.'

불법적인 거래.

아는 사람은 적은 편이 좋다.

만에 하나의 일이라는 게 있으니 말이다.

멕시코에서는 그런 별일이 없다.

관광객 기분으로 현지 시내를 돌아다닌다.

"관광객이 많은데요? 여기 뭐 유명한 거라도 있어요?"

"미국인들이 놀러 와서 그래. 물가가 싸니까."

"어, 미국인들은 올 수 있어요?"

"여권 차이가 나니까."

멕시코인들에게 미국은 천국 같은 곳이다.

그 천국에서 내려온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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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 1인당 GDP』

65,120.39$(2019년)

[정말 끝없이 우상향하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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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계.

유희를 즐기는 보람이 있다.

멕시코의 1인당 GDP는 1만 달러에 불과하다.

미국과 무려 6배가 넘게 차이가 난다.

그만큼 물가도 싸서 여행하기가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동남아 여행 가서 돈 펑펑 쓰고 오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겠네요?"

"그것의 엄청난 버전이지."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자금이 흘러 들어온다.

그래서 땅값도 높은 지역이다.

'우리나라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처럼.'

본래는 낙후되었던 동네.

관광지화 되며 지역의 가치가 올라가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현상이다.

미국과 인접해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변화가 일어난다는 게.

"땅값이 높을 만하네요. 병원이나 약국 같은 의료 시설도 많고."

"그것도 미국 때문이지."

"왜요?"

사실은 당연하다.

한국에만 사는 한국인과 달리 세계의 국경은 이어져 있으니 말이다.

'미국 의료비가 워낙 살인적이라서.'

멕시코로 의료 관광을 온다.

그 외에도 가격 차이가 많은 시설들이 발달한다.

벽 하나 넘어서 가격이 달라진다면?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부우웅~!

모든 것이 미국을 위해 존재한다.

이곳에 있는 시설들은 물론 사람들의 생각까지.

"기왕 멕시코에 왔으니 타코 하나 먹을까?"

"타코요? 타코 맛있던데."

"맛있지."

다운타운을 지나 시외로 나온다.

멕시코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만드는 광경이 펼쳐진다.

시장통.

한국의 전통 시장이 생각나게 하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왁자지껄한 골목이다.

끼익−!

그런 곳에 리무진이 들어서니 눈길을 끌 만하다.

보디가드도 다소 긴장한 듯한 눈치다.

'웬만하면 괜찮더라고.'

시장은 시장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범죄가 일어나면 손님이 오지 않는다.

치안이 상대적으로 유지돼있다.

깡패들도 마장동 시장에는 얼씬거리지 않는 것처럼.

"오 생각보다 특이할 건 없네요. 한국이랑 비슷하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런 거지."

차에서 내려 둘러본다.

멕시코 시장은 한국 같은 느낌이라 좋아하는 편이다.

보글보글!

글자 그대로의 일.

시장에서 파는 먹거리부터 한국 사람의 눈에 익숙하다.

"저거 해장국 아니에요?"

"비슷한 전통 요리지."

"진짜 누가 봐도 해장국인데."

판시타라 불리는 멕시코식 소내장탕이다.

해장국처럼 국물이 진하고 새빨갛다.

'맛도 비슷한 편이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일반적인 외국인의 시점에서는 기겁을 할 만도 하지만.

"타코 4개 주세요."

"어떤 걸로 줘요? 외지인이면 닭고기 많이 먹는데……."

"이거랑 이걸로 해주세요."

"괜찮겠어요?!"

한국인들은 웬만하면 좋아한다.

뒷고기와 내장을 이용한 음식을 말이다.

써걱!

멕시코에서도 흔하다.

타코 가게 아저씨가 손에 익은 솜씨로 고깃덩이를 자른다.

"저거 순댓국집에서 파는 거 아니에요?"

"여기가 한인타운인 줄 아냐?"

"아니, 맞잖아."

그것은 동네 순댓국집에서 사이드로 나오는 것이다.

푹 삶은 머릿고기다.

'외국이라고 안 먹겠어.'

다양한 문화권에 있는 식문화다.

하지만 이것을 먹는 이유는 공통적이다.

못 살아서.

버리는 부위라도 먹어보려고 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이거 고기가 왠지 살짝 비린 듯한……."

"살사 뿌려서 먹어봐."

"이 소스요?"

한국은 특히 그러했다.

6.25 이후는 물론 조선시대에도 고기는 귀한 취급을 받았다.

'멕시코는 그렇지 않을 텐데 말이지.'

아이러니한 일이다.

고기가 흔해 빠진 나라에서 이런 뒷고기까지 먹는다는 건.

우적!

익숙한 맛과 식감.

매콤새콤한 살사가 악센트를 준다.

조금 특이한 핫도그 같은 느낌이다.

"맛있어요!"

"그치?"

"초록색 소스 뿌린 건 살짝 불호이긴 한데……."

"과카몰리라고 아보카도 갈아서 만든 거야."

이국적이면서도 낯설지 않다.

현지에서 먹는 타코는 이색적인 경험이다.

현지인들도 마찬가지.

리무진에서 나온 사람들이 자기들이 먹는 음식을 먹는다.

신기한 듯이 쳐다본다.

맛있게 먹는 모습이 호감을 샀는지 가게 주인이 말을 걸어온다.

"&%#$%$!@#!"

"뭐래요?"

"어디에서 왔냬. 그리고 멕시코를 더 둘러볼 거냐고 하냬."

현지 음식 잘 먹는 것만큼 이뻐 보이는 것이 없다.

타코를 하나씩 더 쥐어주신다.

'우리나라도 통과의례 있잖아.'

김치 맛있어요!

비빔밥 좋아해요!

박지성의 골에는 감동이 있어요!

어느 나라나 존재한다.

아쉽게도 멕시코를 더 둘러볼 예정은 세우지 않았다.

"샌디에고에서 직항으로 한국에 돌아가야지."

"차 타고요? 아까 미국 가기 어렵다고 하지 않았어요?"

"한국이야 여권 파워가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나라인데."

충분히 봤다.

여행을 온 목적.

미국이 어째서 끝없이 우상향을 하는지 알기 위해서다.

후우~

가게 주인이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로서는 평생을 바쳐도 이룰 수 있을까 말까 한 것이었다.

"저도 언젠가 미국에 가고 싶네요."

"그런가요?"

"네……, 저는 아니더라도 자식놈들만큼은 보내야죠."

미국에 사는 것.

아르바이트만 해도 멕시코 노동자의 5배가 넘는  돈을 벌 수 있다.

밀입국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미국 땅을 밟아보고 싶다.

'남미 사람들의 꿈이지.'

남미는 미국을 위해 존재한다.

* * *

위이잉~

서울 유천구.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3년이 걸린 대공사가 막바지를 향해간다.

'하아…….'

그럴수록 한숨은 더 깊어져 간다.

유천 꼴데몰의 영업본부장 김진태는 표정 관리가 되지 않는다.

자신이 맡은 일 때문이다.

꼴데몰?

영업이 잘되던 말던 그것은 알 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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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유천구 부동산 지도』

[대충 주요 지역 꼴데가 먹었다는 내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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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상권을 활성화시킬 수만 있다면 말이다.

짓고 있는 아파트의 가격이 크게 올라간다.

'영업이 안돼도 적당히 안돼야지.'

그것이 요원하다.

꼴데몰을 찾는 고객의 수가 예상치를 한참이나 밑돈다.

그 이유.

근처에 생긴 상권 때문이다.

먹자골목에만 사람들이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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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유천구 부동산 지도』

[꼴데몰 근처 먹자골목 매입 당했다는 내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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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빌어먹을 놈이 먹자골목을 매입했다.

그리고 작정이나 한 듯 프랜차이즈들을 차려 놨다.

처음에는 별일 아니라고 깔봤다.

완공 날짜가 다가올수록 위기감은 공포로 바뀌고 있다.

꿀꺽!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꼴데몰의 가치가 낮게 평가 받는다.

언제 철수할지 모를 지점으로 여겨진다.

'분양가가 예상가를 밑도는 순간 나는 모가지야.'

영업본부장의 자리에서는 물론 후계자 경쟁에서도 밀려난다.

평생 한직에서 일하게 된다.

분양가 산정 전에 해결해야 한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나온 답은 한 가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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