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442화 (442/450)

EP.442

아르헨티나

멘도사.

아르헨티나 유일의 고부가가치 산업이 몰려있는 곳이다.

"여긴 완전 산밖에 없는데요?"

"들만 있는 곳에서는 농사 지으니까 그렇지."

"오."

1차 산업 의존적인 나라다.

농축산물과 관련 산업들이 전체 경제의 70%를 차지한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경제 체제지.'

수익성이 낮다.

내수 위주의 정책과 세계에서 손 꼽히는 강력한 노조는 경쟁력을 더더욱 저하한다.

끼익−!

그런 아르헨티나의 몇 안되는 축복이다.

와이너리에 앞서 와인샵을 들리기로 한다.

"와……, 술이 무슨 산처럼 쌓여있네."

"평범하네."

"이렇게나 많은데요?"

농구장만한 공간.

와인병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외국의 흔한 와인샵의 모습이다.

내부는 선선한 수준을 넘어 춥다.

샵 자체가 거대한 와인 셀러라고 보면 된다.

'처음 와보면 신기하지.'

소라가 두리번두리번 거린다.

와인 종류가 뭐 이렇게 많은지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선배는 뭐가 맛있는지 알아요?"

"모르지."

"방송에서는 다 아는 척 해놓고."

"현지의 와인은 모르는 게 정상이야."

"?"

단 한 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곳은 아르헨티나의 와인만 있는 와인샵이다.

'보통 그래.'

우리나라는 와인 수입국이다.

어떤 와인샵을 가든 전세계의 와인이 있다.

하지만 수출국은 다르다.

자기 나라의 와인을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게 다 아르헨티나 와인이라고요? 수천 개가 넘는 거 같은데?"

"멘도사에만 와이너리가 1000곳이 넘는데 당연하지."

"아, 엄청 많구나……."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게 있다.

부산 사람들이 대선, 제주도 사람들이 한라산을 마시는 것처럼.

'자기네 지역술만 마시는 것이 외국에서는 보편적이거든.'

하물며 아르헨티나.

환율이 개박살이 났다.

우리나라는 1200원만 돼도 나라가 망하니 뭐니 한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10년 동안 20배 가까이 올랐다.

고급 수입품을 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지경이다.

"&$@%@%&!"

"#$@#$%#"

"뭐래요?"

"자기들이 좋아하는 와인은 이거래."

살 필요가 없기도 하다.

값싸고 질 좋은 와인이 지천에 널려있다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에스탄시아 멘도사 리저브 말벡」− 250 페소

아르헨티나가 딱 그러하다.

같이 온 조직원들이 평소 마시는 와인의 맛을 자랑한다.

"250페소면 얼마에요?"

"5천 원."

"5천 원이면 너무 싼 거 아니에요?!"

"5천 원이면 비싼 거지."

와인의 이미지.

한국에서는 완전히 고급품으로 자리 잡았다.

실상은 포도로 된 소주다.

'소주도 비싼 건 10만 원을 호가하잖아.'

기본적으로는 싸다.

5천 원이면 상당히 큰 마음 먹고 사는 비싼 와인이다.

"저기 있는 것들 둘러봐."

"100페소……, 막 100페소가 안되는 것들도 있네요. 와 4L에 100페소야!"

현지에서는 1000~2000원이면 구한다.

그 이하 가격인 벌크 와인들도 흔하다.

그래서 와인은 재밌는 것이다.

쓰레기산에서 보물을 찾아내는 보람이 있다.

'저 중에서 괜찮은 것들은 가격이 상승하고 그런 식.'

와인계의 개잡주라고 할 수 있는 신대륙에서는 꽤 빈번하게 일어난다.

「까테나 자파타 아르헨티노 말벡」− 4300페소

개중에는 이미 인정 받은 것들도 있다.

멘도사에서 가장 유명한 와이너리의 작품이다.

"이건 또 엄청 비싸네요?"

"이름이 알려져 있으니까."

"한 병에 거의 10만 원이나 하네……."

신의 물방울에도 나온 와인.

호사스러운 야간열차 여행이라는 표현은 정말이지 적절하다.

아르헨티나 말벡의 특징을 잘 풀었다.

바디감이 짙으면서도 마시기가 쉬운 편이다.

고급 라인이니 화려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열차처럼 묵직하고, 여행처럼 편안하면서, 호사스럽다는 것이다.

"오~! 방송에서 하는 하던 게 헛소리가 아니었네요?"

"너도 언젠가 와인의 세계를 이해할 날이 오겠지."

있어 보이게 표현하다.

문화적인 의미에서는 물론, 상업적인 의미에서도 가치를 가진다.

'그렇게 대중들에게 환상을 품게 해야.'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

너도 나도 웃돈을 주고 사며 주식처럼 가격이 폭등한다.

이 와인만 해도 가격이 제법 올랐다.

이 이상으로 엄청나게 오른 것도 존재한다.

"얼마나 비싸길래요?"

"예를 들어 로마네 꽁띠 이런 건 한 병에 수천만 원 하지."

"말도 안돼."

농업이라고 무조건 부가가치가 낮은 게 아니다.

개중에는 반도체보다 엄청난 것도 있다.

'물론 생산량이라는 측면을 봤을 때.'

한계가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헐값에 떨이하는 지금보다는 훨씬 낫다.

아르헨티나도 가능성은 충분하다.

말벡은 이 나라를 대표하는 포도 품종이다.

"말벡이 뭐에요?"

"포도 품종마다 특징이 있지. 원산지인 프랑스에서는 지나친 타닌감 때문에 주류 품종이 아니었는데."

아르헨티나에 옮겨 심은 후 달라졌다.

쨍쨍한 햇볕 덕에 무르익게 된 것이다.

고산지대의 일교차.

포도의 생장 속도를 조절해 높은 당도와 산미까지 가지게 만든다.

"그래서 진하면서도 마시기가 편한 거지."

"선배가 방송에서 마셨던 것도 말벡이었죠?"

"그래."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맛이기도 하다.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한식과도 잘 어울린다.

와인샵에서 나온다.

현지의 가격을 둘러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는 있었다.

『Catena Zapata』

그 와인을 만드는 곳.

와이너리에 방문하다.

3층 높이의 피라미드 같은 건물이 눈에 띈다.

"와 예쁘다!"

"와이너리가 다 그렇지."

"처음으로 여행 온 것 같은 기분이에요……."

오는 중에도 넓은 포도밭을 보았다.

자연 경관도 아름답고, 건물도 마치 아트 센터 같다.

와이너리는 관광객들의 투어도 주요 매출 중 하나다.

그래서 고부가가치 산업인 것이다.

'그렇게 들떠서 온 건 아니지만.'

관광객이 아닌 투자자.

합리적인 가격에 매수하기 위해 왔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식과 달리 딸칵으로 거래되지 않는다.

그리고 얼마나 매력적인 상품인지 모두가 알고 있다.

"%@#%@!!@#@!"

"$^##^#$!$%"

그렇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현지의 조력자를 두고 직거래를 하는 건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진다.

"뭐 하는 거에요?"

"와인 사려고."

"혹시 여기서 직접 사면 더 싸나? 할인 해줘요?"

"이 정도?"

"!!"

주류 업계는 굉장히 폐쇄적이다.

소비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닫혀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짬처리가 있지.'

우리와 거래하고 싶어?

잘 안 팔리는 제품들의 재고를 떠안아줘야 한다.

그 외 여러가지 비용도 부담시킨다.

음식점 막내처럼 온갖 고생을 하게 만든다.

"아까 그 10만 원짜리가 2만 원대라고요?!"

"그 정도로 놀라면 안되지. 인기 품목이라서 별로 안 깎아준 건데."

그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합리적인 가격에 산다는 건 글자 그대로의 의미다.

'와인이 사실 원가는 매우 싸.'

와인이 가진 특수성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부쇼네.

상하기가 쉬운 식품이다.

그냥 깨지기도 한다

보관비도 어지간히 나간다.

가격 책정 때 반영을 해둔다.

"그리고 보험도."

"보험이요? 와인 보험도 있어요?"

"한국 사람에게는 바로 안 떠오를 만하지."

그리고 고가품이다.

한두 병이면 모를까.

수백, 수천 병씩 옮기게 되면.

뉴욕포스트− 「Target은 '절도 및 조직 범죄'로 인해 이익이 13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필연적으로 범죄가 발생한다.

운이 나쁜 게 아니라, '당연히' 일어나는 것이다.

'미국 소매 관련주 분기 보고서를 보면 꼭 같이 나오는 게.'

범죄로 인한 피해 금액이다.

강도나 절도는 물론 조직적으로 약탈해 가기까지 한다.

타깃, 월마트 등 대형 마트들은 매년 2조 원씩 털린다.

무시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

"그래서 미국 소매주 살 때는 범죄율도 반드시 참작해야 돼."

"피해가 장난 아니네요."

"흑인 인권 높아지는 소리 들리면 바로 팔아야지."

"야."

카페에 휴대폰을 두고 가도 아무도 훔쳐가지 않는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일상이라서.'

그중에서도 고급품.

주류 유통은 엄청 빡세다.

현금화를 하기 쉬운 상품이기 때문이다.

강도들의 주요 표적 중 하나다.

미국도 그럴지언데 이곳 남미에서는 보험료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저희 거래처라서 CIF는 수월하게 끝났습니다. 그래도 첫 거래이기 때문에 너무 억지스러운 요구는 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우리 보스한테 얘기해."

"그분은 좀……, 대하기 껄끄러워서."

"무서워요."

운임·보험료 부담 조건의 계약을 한다.

약칭 CIF라고 불리는 주류 업계의 표준 계약 방식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이 없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확실하니까.

'페르난도는 터는 스타일은 아니지.'

시스템의 허점.

정부가 빨아 먹는 이익을 가로채는 것이 사업 모델이다.

고급 와인의 유통을 도와준다.

그 과정에서 현지 와이너리와 쌓은 신뢰는.

"그러면 한 이 정도?"

"그 정도 물량이면 문제 없겠네요. 일단 말을 해봐야 하겠지만요."

"진행해봐."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덕분에 수월하게 거래가 이루어진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지만.'

기업간의 거래.

소비자처럼 돈을 주고 받는 게 아니다.

기업 어음을 통한다.

미래에 돈을 지불한다고 약속하는 일종의 외상이다.

문제는 이때 주고 받는 화폐가.

"달러로 주고 받으면 안돼요?"

"와이너리는 현지 업체인데 달러로만 거래하다 세무조사 들어오면 어떡하겠어. 문 닫아야지."

"아 그렇겠네."

아르헨티나 페소.

불안하다는 사실은 외국인들은 물론이고 현지인들도 모르지 않다.

그래서 업자에게 떠넘긴다.

와인을 싸게 팔아주는 건 리스크를 짊어지기 싫어서도 있다.

'그리고 투자의 세계에서 리스크란.'

돈을 버는 기회가 된다.

주류 유통의 첫 거래를 트게 된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시세 차익을 안정적으로 챙긴다.

물건이 아닌 '자산'으로 인식된다는 점도.

꼴꼴꼴~

매력적인 것이 주류.

그런 골치 아픈 이야기는 접어두고 잠시 즐기는 시간을 가진다.

"와……, 이게 다 다른 와인인 거죠?"

"까테나 자파타에서 생산하는 와인들이지. 신제품도 있네."

시음을 통해 최고의 와인을 골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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