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435화 (435/450)

EP.435

감가상각

방송의 여파.

아무래도 없을 수가 없다.

태풍의 중심에 있는 찬욱만 해당하는 건 아니었다.

"저, 저기……."

"네?"

"방송 재밌게 봤거든요. 응원합니다!"

수현도 일상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길거리를 지나다니기만 해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확실히 공중파라 다르긴 다르네.'

이전에도 없지는 않았다.

SNS 활동을 기반으로 나름대로 탄탄한 팬층을 쌓았다.

어디까지나 인터넷상에서.

현실에서는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드물었다.

『Jeon_Su_Hyeon』

게시물 323 팔로워 65.7만 팔로우 276

「나는커플 출연진들과 사진」

「필라테스 하고 있는 사진」

「PPL 받은 명품백 사진」

나는커플의 출연 이후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팔로워 수만 2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PPL도 들어오고 있고.'

기껏해야 화장품.

그리고 무명 쇼핑몰의 협찬 정도였다.

괜찮을 만한 곳들은 요구사항이 많았다.

이제는 대기업에서도 연락이 온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명품들의 PPL이 줄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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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우 요청』

• the_fashionista님 「팔로우」 ×

• fitness_addict님 「팔로우」 ×

• fortnite_ninja님 「팔로우」 ×

• ccuqi892님 「팔로우」 ×

• o_junghwan님 「팔로우」 ×

유명한 사람들이 팔로우도 걸고, 댓글도 남긴다.

인스타를 관리하는 것이 즐거워질 지경이다.

"뭐해?"

"인스타 좀 보고 있었지."

"아니, 그게 아니라…… 방금 말 건 남자 있었잖아."

이전과 비할 수 없는 수준의 관심.

광고 수익과 PPL 수익이 자릿수가 달라질 만큼 엄청나다.

그런 것은 부수적인 수익에 불과하다.

수현이 나는커플에 참가한 가장 큰 이유는.

'아, 귀여워.'

남자친구인 흔우 때문이다.

그와의 관계는 여러모로 일상에 자극이 되고 있다.

"방송 보신 팬분인가 봐. 인사하고 가셨어."

"그게 다야?"

"그럼 다지. 내가 뭐 바람이라도 필까 봐?"

처음에는 그냥.

남자친구를 사귄다는 게, 평범하게 산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다.

남들이 부러워한다.

여자애들은 시기를 한다.

막상 겪어보고 나자 그다지.

'후회를 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고마울 따름이다.

덕분에 절대 무료할 일 없는 나날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사악!

팔짱을 낀다.

그것만으로도 흠칫 놀란다.

가슴이 살짝 닿자 더 재밌는 반응을 보여준다.

"나 뺏길까 봐 두려워?"

"아, 아니……. 믿지, 믿는데. 그래도 좀."

"그래도 뭐~?"

"요즘 거의 못 봤잖아. 방송에서도 자꾸 남자들이 치근덕대고."

이 풋풋한 느낌이 참을 수 없다.

흔우를 좋아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진심이다.

'질투하나 보네. 솔직하지 않은 모습이 더 귀여워.'

확 덮쳐버리고 싶을 지경이다.

아침 해가 떠오를 때까지 여러가지를 가르쳐주고 싶다.

안타깝게도 그럴 수가 없다.

몸을 섞는 것은 단 한 명의 남자에게만 허락했기 때문이다.

"질투하네."

"아, 진짜! 그럼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어?"

"으이구~ 내가 아저씨들한테 넘어가기라도 할까 봐?"

하지만 애정 표현 정도는 해줄 수 있다.

질투를 하는 흔우를 꼭 하고 안아준다.

토닥토닥!

등을 두들겨준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다부진 몸은 이성으로서 호감이 생긴다.

'어딘가 여리여리하지.'

그럼에도 남자답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 여자를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 전까지 안된다고 했더니 정말 기다려주고 있다.

그 순진함과 올곧음이 흔우의 매력이다.

"수현아……."

"왜 혹시 꼴려?"

"갑자기 또 무슨 소리야!"

"난 또 온리팬스 업데이트 안돼서 못 뺀 줄 알았지."

"!!"

놀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신의 온리팬스를 구독하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 들켜버렸다.

'모르는 척해준 거지만.'

핸드폰을 보다가 발견한 척해주었다.

흔우의 자존심이 허락하는 선에서 놀리고 있다.

꼴린 건 사실인 듯 체온이 묘하게 올라간다.

이런 솔직한 반응이 귀여워 죽겠다.

토독, 톡!

조금 더 골려준다.

마침 DM을 확인해 보니 적당한 게 잔뜩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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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우」− 너 사진 엄청 꼴린다 ㅎㅎ

「김연서」− 나대지 마 씹련아

「최현준」− 안녕하세요. 저희는 재력가분들과 스폰서를 연결해드리는 에이전트입니다

「안재희」− 누나 내 자지 어때?

「James」− Hey pretty girl! what you doing tonight?

「하연우」− 월 2000 스폰 문의드립니다

「김도윤」− PPL 관련 문의드립니다

「Harper」− It is my Joh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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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원들이 메세지를 보내온다.

개중에는 정상적인 것들도 있지만.

'별의별 인간군상들을 다 있어서.'

욕설, 부러움, 시기.

그런 것들은 흔하다 못해 따분할 정도로 널려있다.

스폰 문의는 한 달에 수십 통씩 온다.

성희롱도 레퍼토리를 다 외웠을 지경이다.

"이거 봐봐."

"깜짝이야! 뭐야 이건?!"

"이런 성희롱 DM 존나 오는 거 알아?"

"이건 성희롱 수준이 아니잖아!"

그럼에도 질리지 않는 것들이 있다.

흔우에게 보여주자 놀라는 반응이 일품이다.

「대충 자기 자지 자랑하는 백인 사진.jpg」

거의 20cm에 육박하는 크기.

여자의 팔목만큼 굵은 그것에는 핏줄이 불끈 서있다.

"고소해야지 이런 놈들은……."

"바보야. 고소 못해."

"어, 왜?"

처음에는 고소도 생각해봤다.

이런 사진을 보면 누구라도 고소 생각을 한다.

'현실적으로 힘들지.'

외국 회사라 협조를 잘 안 해준다.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도 믿는 바가 있다.

익명 계정, 사진 도용 등.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는 것이다.

"봐봐. 외국인이잖아. 이런 건 웬만하면 못 잡지."

"그, 그러게."

"진짜 존나 크지 않아?"

"?!"

그것이 딱히 싫은 것도 아니다.

남성의 성기는 꼭 혐오의 대상이 아니다.

팔짱을 낀 팔에 힘을 준다.

맞닿는 가슴과 피부의 감촉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맨날 보다 보니 이런 생각 든다."

"뭐, 뭐?"

"이렇게 큰 걸로 당하면 어떤 기분일까 하고."

그리고 귀에 대고 속삭인다.

요염한 목소리에 얕은 한숨을 섞자 원하는 반응이.

꿀꺽!

자연스럽게 나온다.

흔우를 놀리는 것은 삶의 보람을 넘어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분명 섰을 것 같은데.'

본인의 작은 꼬추를 상기하고 있을 것이다.

이만한 남자들이 자신의 주위에 드글댄다는 것도.

"흔우 것도 이렇게 커? 나 아야 하는 거야?"

"아니, 이런 건……. 아프기만 하지."

"그래?"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어쩔 줄 몰라하는 남자친구의 반응을 여유로운 입장에서 즐긴다.

나는커플에 출연한 가장 큰 이유.

일상적인 데이트조차 짜릿한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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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시 주의사항>

1. 핸드폰 전원은 잠시 꺼주세요!

2. 영화 상영 중에는 조용히 해주세요!

3. 다른 관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행동은 삼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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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잡담을 나누는 사이 시작하려고 한다.

데이트할 때 보기 좋은 평범한 로맨스 영화다.

'귀엽다니까.'

손을 꼭 잡아주자 그제서야 맥박이 안정된다.

영화의 내용에도 빠져들고 있다.

위이잉~

이러한 일상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평범하게 사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

"편하게 다녀와. 중요한 장면 나오면 기억해두고 있을 테니까."

"응~."

그 이상의 세계를 알아버렸다.

이 평범한 관계가 조미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똑! 똑!

남자 화장실 세 번째 칸.

텅 비어있는 화장실에서 굳이 노크라는 행위를 한다.

기다렸다는 듯이 열린다.

불쑥 나온 굵은 팔이 수현을 안쪽으로 잡아 당긴다.

* * *

성장성.

투자자라면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는 부분이다.

'당연히 올라갈 주식을 가지고 있어야지.'

여자를 사귀는 것도 비슷하다.

지금 당장의 조건만 따지다간 후회할 수 있다.

미래까지 생각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변명 잘 만들어서 왔어?"

"오빠가 갑자기 부르니까……."

여자는 먹을 수 있다.

지금 당장의 사용감과 맛도 포기하기가 섭하다.

'그래서 리스 거래가 유행하는 거고.'

젊고 예쁜 여자와 굳이 결혼을 할 필요 없다.

외모만을 선택적으로 취식하면 된다.

그 편이 비용적으로 저렴하다.

다양성 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쭈와압!

개중에는 한 번 먹고 버리기 아까운 부류도 있다.

감가상각의 여지가 꽤 오래 남아있다.

'팝콘 먹고 있었네. 입맛 땡기게시리.'

수현의 입술을 삼키듯 빨아들인다.

짭짤한 나트륨과 달콤한 침을 맛본다.

작지만 탄탄한 엉덩이도 꽉 하고 쥔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음란한 몸이다.

쪼록! 쪼록!

꿀꺽!

수현도 응답을 하듯 혀를 움직인다.

내 혀를 빨면서 바지에 손을 얹는다.

딸칵!

단추가 풀린다.

자연스럽게 공중 화장실의 변기에 앉아 편한 키스를 나눈다.

"와 쿠퍼액. 그렇게 쌓여있었어요?"

"너도 마찬가지잖아."

"헤엣."

흔우와는 여전히 잘 사귀고 있다.

나와의 관계도 이전 이상으로 뜨겁다.

현재의 가치를 짜릿하게 맛보고 있다.

수현과의 리스 거래는 정말 성공적이다.

'감각상각의 날도 꽤 멀었고.'

본인의 매력을 꾸준하게 개발한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적지 않게 도움이 된다.

쭈릅! 쭈릅!

모두가 영화에 집중하고 있어 텅 빈 화장실.

조용한 내부에 야시시한 소리가 울린다.

테크닉도 훌륭한다.

웬만한 남자는 소리만 들어도 싸버릴지 모른다.

'이 좋은 여자를.'

혼자 감가상각이 반영되게 하고 있다는 것은 흥분을 시키는 요소다.

수현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화장실 간다고 하고 나왔으니까 빨리 해야 돼요. 큰 거라고 해도……, 10분은 좀 기니까."

"큰 거가 뭐야 상스럽게."

"큰 거 맞잖아요♡"

남편이 있어도 리스 거래를 하는 부인들이 있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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