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433화 (433/450)

EP.433

감가상각

프로그램에 나온 목적.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일치한다.

'화제라는 건.'

세세한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다.

흔히 주식이 올라가는 원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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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먼 민스키 모델』

[대충 우상승하다가 갑자기 급상승하고 쌍봉 찍은 후 꼬라박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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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기반으로 한다.

1차 상승을 하고, 언론 보도가 증가한다.

"직업이요?'

"직업이라면……."

"와인에 빗대서 표현한다던가 그런 건가."

"음식이겠지!"

지금이 바로 그 시기.

2차 상승을 위해서는 한 방 크게 터트릴 필요가 있다.

'일반 대중들도 알게 될 만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식.

한국 사회에서는 위험한 하는 것으로 치부된다.

"둘 다 아닙니다. 투자죠."

"아, 그랬었지……."

"투자자라고 했었죠?"

"근데 투자라는 게 참 나도 몇 번 권유 받은 적은 있지만 위험하다던데."

그렇다면 들을 수밖에 없게 만들면 된다.

일반적인 화제와 섞어서 자연스럽게.

'그러기 위해서 출연한 거잖아.'

나는커플.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이다.

리얼리티가 맞는지, 아닌지는 차치하고.

"그렇지도 않습니다."

"혹시 투자 권유하려고?"

"아니, 유명하신 분이라고 하니까 들어는 보겠는데……."

"이미 다들 하고 있잖아요."

""?""

여자를 만난다.

자신과 어울릴 단 한 명의 짝.

고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주식과 통한다.

'주식도 그렇잖아.'

엄청나게 많다.

주식 외의 선물이나 원자재 같은 파생시장, 채권시장까지 포함하면 더더욱이다.

그 많고 많은 것 중에서 찾아내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걸어도 후회하지 않을 투자처를.

"어?"

"그게 그렇게 되나……."

"주식도 섹……, 아니 이성을 고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거죠."

여자를 고르는 것도 비슷하다.

와인과 주식이 통하는 것처럼 주식도 여자와 통하는 면이 있다.

'사실 더 그렇지.'

인생의 중요도.

연애만 해도 영향이 적지 않다.

하물며 결혼은 일생일대의 중대사다.

꿀꺽!

내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자신의 분야가 아니라도 이해할 만한 수준을 가진 사람들이다.

"주식처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뭐 그런 이야기인 거죠?"

"하긴 조건 따지는 건 피차 마찬가지고."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보세요?"

각계각층의 톱클래스.

인맥의 후광이 있다고 해도 눈치 없이는 올라갈 수 없다.

분위기가 진중해진다.

아직 본 이야기는 시작도 안 했는데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런 세계니까.'

지난 촬영의 과정에서 올라간 것은 인지도만이 아니다.

나의 안목도 인정 받게 된다.

타악!

시기 때문에 고개를 돌릴 만큼 유치하지 않다.

경쟁을 한 입장이기 때문에 더욱 잘 안다.

"여기 보시면 두 개의 차트가 있습니다. 두 차트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세요? 직감적으로."

"글쎄요?"

"하나는 뭐 우량주인가 본데? 계속 올라가기만 하네."

"다른 하나는 개잡주 같고……."

"코스피입니다."

""…….""

사람을 보는 눈.

그것이 필요한 건 주식도 다를 거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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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500』

3323.96 ▲2,257.57원 (+311.70%)

[10년간 꾸준하게 올라가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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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00』

286.63 ▲67.66원 (+30.89%)

[10년간 위아래로 박스권 그리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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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500은 미국의 500개 대기업이다.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80%에 해당한다.

코스피 200도 비슷하다.

200개의 대기업이 한국 시가총액의 80%를 좌지우지한다.

"미국에 비하면 뭐……."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안 오르기로 악명 높잖아?"

"그래서 나는 주식 안 하는데."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에요."

""?""

미국에 비해 한국이 발전을 못했냐?

누군가 묻는다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지수지.'

S&P 500의 우상향 비결은 의외로 별 게 아니다.

잘 나가는 기업만 추렸다.

안 나갈 기업은 칼같이 잘라냈다.

그러니까 꾸준하게 우상향을 하는 것이다.

「내가 죽으면 재산 90%는 S&P 500에 투자하고, 나머지 10%는 미국 단기 국채에 투자하라」− 워렌 버핏(Warren Buffett)

워렌버핏이 유언을 남긴 이유기도 하다.

어중간한 투자보다 S&P 500 추종이 낫다.

"그럼 코스피는……."

"안 골라서 안 오르는 거였어요?"

"안 고르기를 넘어 여러가지 일이 있지만 지금 말하고 싶은 건 그 부분이 아닙니다."

그에 반해 코스피.

기업들이 물적분할을 밥 먹듯이 한다.

똑같은 기업이 코스피 200에 몇 개씩 속해있다.

양적으로만 커지고 질적으로는 성장하지 못한다.

만년 박스피를 못 벗어나는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투자자라면.'

S&P 500이든, 코스피 200이든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은 이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 상회를 목표로 둔다.

그것이 시장을 이긴 것.

자신이 현명한 선택을 한 것.

그 기준이 될 수 있으니까.

"꾸준하게 올라갈 수 있는 주식을 사라……, 아니 여자를. 제가 이해한 게 맞나요? 찬욱씨."

"네, 여자는 살 수 없지만."

"그, 그럼요!"

나와 처음으로 경쟁했던 이수씨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작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CEO다.

'벤처기업이라면 더 와 닿겠지.'

현재의 가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회사가 앞으로 성장하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저는 이성에 대한 판단도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두죠."

"무슨 뜻인지 대강 알긴 알겠는데……."

"좀 쉽게 말해주면 안돼요?"

여자도 같다.

아니, 평생 보유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 신중하고 까다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직접 설명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닦달하기 때문이라면.

"어느 분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매력적인 분들이죠. 하지만 투자자의 관점에서 봤을 감가상각의 여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감가상각……?"

"쉽게 좀 말해달라니까!"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이 가능하다.

제작진도 카메라에 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 *

나는커플 8기.

그 7화는 역대급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당당여성− 차분한 3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와인이라는 거 원래 잘 상해?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머리가 띵해!!

─찬욱이는 선택 안 하면 뒷감당하기 힘들 걸……

─오늘 나는커플 큰 거 온다

마지막 화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존재했다.

─오늘 나는커플 큰 거 온다

절대 본방사수해 ㅠㅠㅠㅠㅠㅠㅠㅠ

└드디어 마지막 날이야?

└이번 기수 너무 드라마가 많아서 예측이 안되네

└찬욱이만 볼 것 같은데 ㅋㅋ

└와 오늘 어떻게 되든 난리 나겠다

연애 프로그램.

그 결말을 항상 정해져 있다.

마음에 드는 출연자들끼리 선택을 한다.

뻔한 플롯과 뻔한 스토리텔링에도 시청률이 보장된다.

사람 마음이라는 건 예측할 수가 없다.

─찬욱이는 선택 안 하면 뒷감당하기 힘들 걸……

주아 울린 이후로 여론 완전 안 좋아서

만약 선택 안 하면

마리아주니 뭐니 해던 거다 입 발린 말이었다는 거잖아

└22222

└그냥 여자 가지고 놀려고 나온 거였다고 봐야지 뭐~

└설마 마리아주 못 찾았다고 우기는 건 아니겠지?

└혜림이라도 선택해라 진짜 ㅡㅡ

그중에서 가장 주목 받는다.

찬욱은 나는커플 8기의 명실상부한 이슈메이커다.

최근에는 부정적인 여론도 들끓고 있다.

하지만 관심의 총합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시작함?

−아직 2분 남았네 ㅠㅠㅠㅠㅠ

−본방사수 처음이에요

−ㅁㅊㄷㅁㅊㅇ 빨리 시작해

−오늘은 꼭 본다

−쇼츠 보고 유입됨

−주아는 아예 그로기 상태던데 ㄷㄷ

−찬욱이 보러 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아니, 이전보다 더 큰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됐다.

여초 커뮤니티와는 다르다.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전혀 불편하지 않은 장면이었다.

<마리아주를 찾는다고 했으니 분명 마음에 둔 여성분이 계실 거에요.>

<경모씨도 미혼 아니에요? 어떤 마리아주 찾아요?>

<저는 그냥 소주죠.>

−소주 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

−캬 소주는 못 참지

−눈이 그렇게 낮은데 미혼임?

−소주 한 잔만 참으면 돼

오히려 폭발적인 반응을 낳는다.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감성이 담겨있었다.

그런 사람은 어떤 여자를 고를까?

인터넷으로 요약만 보던 사람들도 궁금하다.

역대 시청률 기록을 가볍게 다시 써내린다.

최후의 선택만큼은 함께 하고 싶다.

《제 직업에 빗대서 말씀드릴 수는 있죠.》

그 탐색전이라고 할 수 있다.

남녀 출연자들이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각각의 성별끼리.

선택을 하는데 있어 어떤 의미로든 참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찬욱씨 직업이면……, 투자자죠?>

<와인 소믈리에는 아니잖아요.>

<<하하하!>>

−와인 소믈리에인 줄

−투자자도 뭐 직업병이 있나?

−흥미진진하네

−대놓고 말하긴 부담스러운가 봐 ㅋㅋ

시청자들도, MC들도 침을 삼킨다.

선택을 미리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단서는 찾을 수 있다.

그런 기대를 가지고 찬욱의 말을 들었던 건데.

《서연씨는 물론 매력적인 여성이지만, 감가상각의 자산을 집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매수를 망설이게 만드네요.》

익숙하지 않은 용어가 나온다.

그렇기에 더 집중해서 듣게 된다.

찬욱.

와인 한 잔에도 복잡한 의미를 담은 그이기에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주아씨는 비유하자면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코스닥 상장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CEO가 특단의 대책을 내려야 한다.》

들으면 들을수록 알쏭달쏭하다.

그 의미를 아는 사람들에게도 말이다.

해석의 여지가 너무 많다.

논란이 될 만한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혜림씨요? 혜림씨는 한 마디로 지금 코스피를 사는 것과 같죠.》

여러 의미로 세간을 뒤집어 놓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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