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428화 (428/450)

EP.428

신데렐라

신드롬.

그것은 때때로 예기치 않게 일어난다.

〔대한민국의 트렌드〕

1. #나는커플

2. #와인

3. #나는커플_찬욱

4. #킬링보이스

5. #투자자

프로그램의 취지와 상관없이 말이다.

술은 커녕 음식과도 거리가 멀지만.

「냥이토끼」

1일 전。

#나는커플#와인바#내돈내산

[청담동 와인 바 인증샷.jpg]

비싼 와인 처음 먹어보는데 소문대로 맛있다!!

여기 심지어 가격도 저렴해요♡

「이다솜」

1일 전。

#나는커플#와인#졸맛

[와인잔과 안주 사진.jpg]

와인을 샀다……

마셨다……

텁텁했다……

기다렸다……

맛있었다!

「피스톨박」

1일 전。

#나는#진짜#솔로

[와인셀러 자랑.jpg]

샤또 딸보 2010 빈티지 정말 맛있죠

저도 3병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여자친구만 구하면!

그만한 영향력을 미칠 방송이었다.

와인은 술 이전에 로망이다.

데이트용 술.

하고 많은 것들 중에 굳이 와인을 선택하는 이유가 있다.

꼴꼴꼴~

이미지 작업이 돼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영화, 만화, 책 가리지 않고 나온다.

대중 매체를 통해 심어진 환상.

그것이 마음속 기대와 딱 맞아 떨어질 때.

"맛있다!"

"와 진짜 과일맛 나."

"그치? 한 잔 더 시킬까?"

"와 나 와인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러게."

"우리가 저번에 먹었던 건 편의점 와인이라 그랬나 봐."

사람은 감동을 느낀다.

안젤리카 자파타 말벡은 그에 충분히 부응했다.

진한 맛.

와인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구별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다.

약간의 잔당감은 편한 음용성을 선사한다.

SNS를 타고 소문은 더 빠르게 확산되며.

"이 와인이에요?"

"물론입니다."

"와인은 빈티지에 따라 다르다고 들었는데……."

"손님들께 실망시킬 와인을 드리느니 장사 접습니다."

""깔깔깔!""

가게 안을 가득 메운다.

음식과 달리 특정 바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돈지랄 하러 오는 친구인 줄 알았더니 의외의 면도 있었네.'

와인러버의 사장 김요한은 보람을 느낀다.

와인 애호가로서 이 이상의 기쁨은 없다.

시끌시끌!

와린이들에게 와인의 즐거음을 가르쳐주는 것.

와인이 비싸기만 하다는 편견을 해소하는 것.

그 두 가지를 이루고도 남는다.

딱 그만한 사태로 끝났다면 모두가 행복했을 것이다.

'어?'

날이 갈수록 손님이 많아진다.

단골들만 받던 작은 바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야~ 이거 물건이네. 맛있다고 한 이유가 있었네!"

−억빠 거르고 맛있음?

−맨날 소주만 마시더니 ㄷㄷ

−유튜브각!

−마트에서 흔하게 파는 와인이랑은 다른 갑네

유튜버들이 오게 된다.

화젯거리.

숟가락을 얹는 것만큼 편하게 조회수를 획득하는 방법이 없다.

화제는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2차, 3차로 퍼지며 스노우볼이 굴러가게 되고.

"아무리 그래도 샤보 딸보와 동급이라 건 무리가 아닌가? 프랑스 와인에 거품이 있다는 것은 나도 종종 지적을 하지만 이름값만으로 유지될 만큼 만만한 시장은 아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졸부가 겁나 잘난 척하던디요 ㅋㅋㅋㅋㅋㅋㅋ

−TV가 문제야 에혀

−보르도의 정수를 한낱 아르헨티나의 포도 부산물에 비비는 것이 어불성설이죠~

와인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튜버들의 귀에도 들어간다.

흥미로운 일일 수밖에 없다.

'아르헨티나의 와인이 뭐 맛있어봤자.'

한국에는 수입이 잘 되지 않는다.

FTA 미체결 국가이기 때문이다.

직접 가서 마시는 수밖에 없다.

그만한 가치가 딱히 없어 보인다.

꿀꺽!

한국에 들어온 것들은 마셔봤다.

기껏해야 가성비라 할 만한 수준이다.

비슷한 2만원 대.

나올 수 있는 포텐셜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오, 오오! 말이 달린다. 그것은 우아한 백마가 아니야. 작지만 옹골진 육체를 가진 조랑말이다. 안장에 탄 소녀는 낯선 이방인인 나에게 그 미소를 보여준다."

−역시 와인맨님!

−좋다는 뜻 아닌가요?

−흠……, 세계관이 크진 않지만 말벡 품종의 장점을 잘 살린 모양이네요

−말이 달려서 말벡임?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기대 이상.

자연스럽게 리액션이 나올 지경이다.

한 명의 와인 애호가로서 스스로를 속일 수는 없다.

높은 평가를 매긴다.

여러 유튜버들과 전문가들의 입을 오르내리며 화제는 점점 더 커져 간다.

〔당당여성− 차분한 3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찬욱이에 대해 내가 오해했네

─4화 그 장면 5번째 돌려보고 있음

─요즘 와인에 푹 빠져버림……

─찬욱이 와인 대박이네

여초 커뮤니티는 더욱 불타오르고 있다.

와인은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류다.

─찬욱이 와인 대박이네

[와인맨 영상 링크.Youtube]

와인 유튜버들도 난리 낢

2만 원짜리에서 10만 원짜리 맛이 난다고

어떻게 저런 걸 찾아낸 거지?

└그게 직업이라잖아!!

└대박이다…… 찐부자는 입맛부터 다르구나

└난 맛 봐도 구분 못할 거 같애 ㅠㅠ

└진짜 사는 세계가 다른 느낌

좋아만 할 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가격대라는 벽이 세워져 있다.

뭘 사야 할지도 모르겠다.

종류가 많아서 선택하는 것부터가 난관이다.

─요즘 와인에 푹 빠져버림……

찬욱이가 고른 것들 다 맛있더라

와인도 싸고 맛있는 게 있는 줄 몰라뜸

└222 나도 와인 시작했긔

└와인마다 맛이 되게 다르더라~ 비싼 건 또 비싼 값을 해

└찬욱이가 또 골라줬으면 좋겠다♡

└그런 남자랑 먹으면 뭘 먹어도 맛있을 듯 ㅠㅠ

그것을 딱 짚어주었다.

가성비가 좋다는 말이 심적 부담을 덜어준다.

삽시간에 번지는 유행.

겨우 가격 때문이었다면 이만한 반응이 나올 리 없다.

─4화 그 장면 5번째 돌려보고 있음

[찬욱×서연 와인바 데이트 캡처.jpg]

낭만 미쳐따리

와인 한 잔으로 저렇게 넘어갈 수가 있구나 싶음 ㅠㅠ

서연이는 이제 현준이 거들떠도 안 보일 듯

└난 5번 넘음

└난 10번도 더 넘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찬욱>>>넘사벽>현준이야

└혜림이 질투 생기겠다 ㅋㅋ 막 이래

한 잔의 와인만큼 여성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 없다.

매력적인 파트너와 함께 한다면 더더욱.

그 니즈에 정확하게 부합했다.

아니, 현실에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만 것이다.

─찬욱이에 대해 내가 오해했네

투자?로 돈을 번다길래

불안정한 직업인 줄 알았거든

와인만 마셔도 돈 벌 거리가 보이는 것 보면 ㅎㄷㄷ

와인도 잘 아는데 주식은 또 어떻겠나 싶더라

└나도 첨에 투자라길래 뭔가 했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

└투자자라는 직업 멋있더라

└진심 뇌가 섹시해

└여자 맘도 되게 잘 알아!!

그 발원지.

찬욱에 대한 관심은 포화 상태다.

와인은 그를 이야기하는 한 가지 주제일 뿐이다.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어떠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와인이라는 게 알면 알수록 복잡하더라

같은 와인도 빈티지에 따라 다르고

언제 어떻게 마시냐에 따라 달라진대

지금 맛없는 와인도 나중에 맛있어질 수 있는 거고 그 반대도 가능한 거지……

마리아주? 정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까 싶음

└2222 쉽게 정해지면 마리아주가 아니지

└3333 와인이 어렵긴 해 ㅋㅋ

└4444 지금 마리아주여도 미래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몰라

└당녀들 지금 혜림이 담그려는 거 맞지?

그렇기에 꽃필 수밖에 없다.

질투심.

적당히 돈 많고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다.

가히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남자를 쉽게 채가는 것이 아니꼽게 보이는 건.

《이 와인은 지금부터 훨씬 맛있어질 겁니다.》

같은 여성이기에 더하다.

찬욱이 던진 한 마디는 그러한 심리를 증폭시키기 충분했다.

─찬욱이는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여자는 와인이라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성숙해진다고

20대인 서연도 혜림도 취향이 아닐지도 몰라

└와 대박 방금 소름 돋음……

└쓰니 명탐정 코난이야? ㅠㅠ

└30대는 돼야 매력이 생기지 진짜!!

└혜림이랑 싸움 나는 거 아닌지 몰겠다…… ㅋㅋ

모든 여성들에게 꿈과 환상의 심어주게 된다.

* * *

와인을 가장 맛있게 마시는 방법.

그것은 훌륭한 빈티지도, 적절한 시음 시기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꼴꼴꼴~

붉디 붉은 와인이 흘러내린다.

짙은 루비색의 그것은 마치 피처럼도 느껴진다.

사람의 피부와 맞닿자 더더욱.

티끌 한 점 없이 하얗고 맑은 피부가 만신창이가 된다.

"차갑잖아요!"

"그야 차갑지. 막 셀러에서 꺼낸 건데."

아름다운 여성이 말이다.

그 광경은 왠지 모를 가학심과 흥분을 끓어오르게 한다.

'꼴리잖아.'

핥아주고 싶다.

혹은 더 다치게 하고 싶다.

나쁜 마음을 증폭시키는 마약.

『샤또 마고 2015』

5대 샤또 중 하나인 샤또 마고는 그만한 매력이 있다.

아직 영글었다고 할 만한 빈티지는 아니지만.

"아! 아! 핥지 마요 진짜. 간지러운데."

"맛있어서 그래."

36.5도.

사람의 체온은 숨겨있던 향이 피어오르게 만들기 충분한 온도다.

'살도 달달하고.'

나의 카드로 열심히 관리를 받았다.

수현의 살결은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하다.

값비싼 와인의 안주가 된다.

샤또 마고의 관능적인 매력을 두 배로 증폭시킨다.

"이건 괜찮은 거에요?"

"응?"

"아직 먹을 때가 되지 않았다던가……."

물론 어리다.

장기 숙성에 특화된 5대 샤또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방송에서는 그렇게 말을 했다.

와인이라는 음료의 이미지를 이용했다.

'와인업자들이 워낙 이미지 메이킹을 잘해 놔서.'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이미지일 뿐이다.

실제로는 다른 경우가 많다.

지나친 숙성은 와인의 맛을 헤친다.

거의 대개의 경우가 부정적이다.

"초일류 소믈리에가 공을 들여 관리한 거면 몰라도 대부분은 그렇지 않지."

"오빠가 방송에서 이미지 관리하는 것처럼?"

"뭐 이년아?"

적당히 숙성한 걸, 적당히 에어링해서 먹는 게 평균적인 결과가 낫다.

그만큼 까다로운 술이다.

'여자도 말이야.'

그레이트 빈티지.

미래가 창창한 한창 시기의 여자를 내가 원하는 대로 키워 먹는 것이 낫다.

어설프게 먹은 나이는 안 먹으니만 못하다.

세월은 꼭 좋은 결과만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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