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26
신데렐라
인스타.
나는커플의 여성 출연진은 전부 하고 있다.
〔당당여성− 차분한 3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스테이크 하우스 대박이네……
─찬욱이는 표현할 만큼 한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
─혜림 언니 찬욱이랑 너무 잘 어울리는 거 아님??
─혜림이 인스타 되게 잘 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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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서는 관찰의 대상이다.
개개인의 사생활이 올라올 뿐만 아니라.
─혜림이 인스타 되게 잘 나가네
방송 시작 당시 여출들 중 5등이었는데
지난 주에 4등 되고
이번 주에 3등 됐긔
└요즘 엄청 조명 받아서 그런가??
└2222 팔로우함
└3333 안 한 당녀 하러 가자
└진짜 혜림 언니가 8기 하드캐리 중 ㅠㅠㅠ 언냐만 믿어
기싸움의 장이기도 하다.
특정 출연진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있다.
자신의 최애가 잘 나가길 원한다.
여초 커뮤니티는 의견이 모아지기 쉽고.
─혜림 언니 찬욱이랑 너무 잘 어울리는 거 아님??
둘만 있으면 드라마 속 한 장면이야
대기업 비서라 그런지 귀티 장난 아님 ㅠㅠ
└진심 내 말이
└그 언니 완전 에이스잖아!!
└찬욱이도 은근 개구진 면이 있어서 중심 잘 잡아주더라
└사복도 좋지만 양복 차림도 보고 싶어 엉엉
송혜림을 적극적으로 푸쉬해준다.
명실공히 가장 인기 있는 출연자가 되었다.
커리어 우먼.
적당한 외모와 적당한 나이.
여성들 입장에서 몰입이 되기 때문이다.
─찬욱이는 표현할 만큼 한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마리아주면 이미 끝난 거 아니야?
프랑스어로 결혼이라는 뜻이잖아
└2222 최종 선택까지 다 봤긔
└3333 찐결까지 갈 삘이야 정말
└나도 그런 고백 받으면 넘어갈 것 같다 ㅠㅠ
└찬욱이 같은 남자가 해야 어울리지…… 보통 남자는 좀
약간의 상상을 보태면?
이상적인 자신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수준 높은 남자를 원한다.
그에 부합하고도 남는다.
찬욱과 혜림의 썸은 커뮤니티에서 최대 화젯거리다.
─스테이크 하우스 대박이네……
[스테이크랑 와인 사진.jpg]
JMT
스테이크만 해도 졸맛인데
마리아주? 하니까 더 맛있는 것 같애!!
└정말 와인이랑 먹으면 더 맛있어져?
글쓴이− 웅웅! 인생 스테이크 강림했어 나 어떠케 ㅜㅜㅜㅜㅜ
└지금 SNS에서도 난리잖아 예약 못 잡는대
└같이 나오는 손은 남자 아니지?
상징적인 사건까지 일어난다.
뭇 여성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만든다.
번지게 된 유행.
안 그래도 가파르게 늘어나던 팔로워 수에 불을 붙이며.
『Song_Hyerim』
게시물 522 팔로워 12.2만 팔로우 520
「나는커플에서 마신 와인」
「필라테스 하고 있는 사진」
「청담동 헤어살롱 방문한 사진」
기존의 두 배가 넘어버린다.
당사자인 혜림은 변화를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미친 팔로워 늘어나는 속도 봐…….'
5만 명이었던 팔로워.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일반인 치고는 자랑할 만하다.
반대로 말하면 그뿐이다.
자신 위에 얼마나 더 잘난 사람들이 있는지 알게 될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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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린 1주
방송 잘 보고 있어요!
언니 진짜 넘 이쁘셔요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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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빈 1주
8기 여자분들 중에 제일 이쁘고 성격도 최고이신 것 같아요!!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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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서진 1주
승우 선택하는 거 아니시져?? 제발 아니길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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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이 싹 튼다.
부럽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들은 얼마나 잘난 인생을 살까?
'나도 찬욱씨랑만 이어지면.'
오성전자 비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야기해주면 십중팔구는 깜짝 놀란다.
대단한 직업이라고 인식된다.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아무 대학이나 나와도 할 수 있다.
그마저도 2년제 계약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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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현 1일
찬욱이랑 천생연분이에요!!
사장님도 속으로 응원해주실 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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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린 1일
나는커플 보고 왔어요
둘이 같이 있으면 그림 나와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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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아 1일
혜림 언니 얼굴 몸매 능력 성격 빠지는 게 몬가용 ㅠㅠㅠ 전기수 통틀어 최고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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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저찌 올라가 사장 비서 자리를 따냈다.
정규직으로의 승급.
하지만 평사원들과 동급이 아니다.
비서라는 직업은 수명이 매우 짧다.
'그치? 나만 시그널 줬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커리어가 쌓이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은퇴하거나 한직으로 이동하거나 둘 중 하나다.
적응이 될 수가 없다.
사장, 이사급을 상대하다가 일반 직원들과 부대껴 근무하라니.
타닥, 탁!
그래서 선택하는 것이 취집이다.
평직원들 중 마음에 맞는 사람과 결혼한다.
'이제 와서 일반 직원들한테 취집이나 하라고? 절대 싫지.'
그런 와중에 오게 된 것이다.
나는커플에 출연한 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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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우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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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천 명의 팔로워가 늘어난다.
개중에는 일반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사람 연예인이네? 연예인은 맞팔 해야지.'
유명인들도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
자신도 그들 사이에 끼어버린 기분이다.
꿀꺽!
아니, 가능하고도 남는다.
최종 선택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실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면.
'마리아주가……, 되는 거지.'
최상의 시나리오.
그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 간다.
지난 데이트 이후 온종일 그 생각 뿐이다.
《어떤 음식도, 어떤 와인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람도.》
마음이 있지 않고서야 나올 수가 없는 멘트다.
눈을 지긋이 감으면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찬욱씨라면 진심으로 사랑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취집이 아닌 진짜 결혼.
찬욱씨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반려자가 되는 것이다.
음식과 와인의 궁합처럼 서로를 드높인다.
자신만이 그것이 가능하다고 혜림은 생각했지만.
* * *
<오늘은 랜덤 데이트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세 번째 날이 시작된다.
그동안 출연자 개개인의 선택을 통해 진행됐다면.
'사람 마음이라는 게.'
자신이라고 자신을 잘 아는 게 아니다.
알고 보면 다른 천생연분이 있을 수 있다.
랜덤 매칭.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1 대 1의 데이트 시간을 가진다.
"저는 주호씨네요."
"아……."
""오~!""
여성 출연자가 바닥에 널린 이름표를 하나 줍는다.
그 대상과 데이트를 하는 방식이다.
수현의 대상이 정해진다.
그와 동시에 남자 출연진 사이에서 여러 의미를 가진 탄성이 터져 나온다.
'저, 저 꼬리 치는 거 봐라.'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이 악물고 무시한다.
일반 커뮤니티에서는 꽤나 화제가 되고 있다.
비주얼 에이스.
인기가 많을 만도 하다.
관심을 즐기고 있는 수현과는 달리.
"그런데 찬욱씨는 괜찮으세요?"
"저요?"
"혜림씨로 이미 마음을 정하신 게 아닌가 해서……."
다른 여성 출연진은 필사적이다.
나를 뽑게 된 진서연씨도 마찬가지였다.
프리랜서 바이올리니스트.
그녀도 진지하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걸로 안다.
'누구였더라. 치의새였는데.'
데이트를 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최신화에서 다른 출연진의 데이트 장면도 보았다.
"두분 분위기가 좋아 보이셔서."
"네, 좋긴 하죠."
"와인도 맛있게 드신 걸로 알고……."
그렇기에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여자끼리는 눈치라는 이름의 기류가 있다.
'그 데이트 전까지는 시그널이 있었는데.'
다른 여자 출연자들.
마주칠 때마다 관심이 있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그날 데이트 이후로 달라졌다.
반쯤 포기한 듯한 분위기가 생겼다.
"서연씨도 맛있게 드셨잖아요?"
"아……, 그랬죠."
"혹시 입맛에 맞지 않으셨다거나."
그래서야 아니된다.
파국에 치닫지 않으면 이 프로그램에 나온 보람이 없다.
'당연히 그랬겠지.'
짚이는 바가 있는 모양.
아니, 맛없는 게 당연하다.
그녀가 마셨던 샤또 딸보 2017년 빈티지는.
"맛이 없었던 건 아닌데요."
"네."
"와인이라는 게……, 저로서는 아직 이해하기가 힘든 분야라."
심각한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
와인을 단순히 사치의 수단으로 마시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만도 하긴 하지.'
그런 사람들 덕분에 유지가 되는 것이 사치 시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명한 소비자는.
끼익−!
한 발 더 나아가 투자자는 알아야 한다.
와인의 세계는 주식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여기가 어디에요?"
"제가 종종 가는 바인데."
"바요? 술집?"
"괜찮으시겠어요?"
"당연히 괜찮죠!"
차를 타고 도착한다.
이전까지는 제작진이 특정 레스토랑을 지정해주었지만.
'말 없었으니까.'
출연자 재량에 맡기겠다..
그렇다면 내 방식대로 데이트를 이끌도록 한다.
딸랑~♪
내부는 밝다.
낮에 오면 카페와도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는 곳이다.
실제로 카페와 간단한 레스토랑을 겸한다.
하지만 주력으로 밀고 있는 것은.
"샤또 딸보 굿빈으로 있나요?"
"어디 보자……, 있네. 하나 따둔 게."
"두 잔 내주세요."
와인이다.
주인장이 취미를 겸하는 곳으로 웬만한 와인샵 이상으로 많은 셀렉션을 소유하고 있다.
꼴꼴꼴~
그것을 잔술로 맛볼 수 있다는 건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축복이다.
샤또 딸보 자체가 유명해서도 있겠지만.
"드세요."
"바로요……?"
"비교해보는 정도로도 괜찮으니까."
신의 물방울에 나온 와인.
히딩크가 감독이 즐겨 마시는 와인.
국내에서 인지도가 꽤 있는 편이다.
유명하고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소비되기도 한다.
제대로 된 과정을 거쳐서 먹을 수만 있다면.
꿀꺽!
진짜로 맛있는 와인이기도 하다.
표정.
와인을 한 모금 넘긴 서연씨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물든다.
"어, 뭐지?"
"뭔가 달라요?"
"이렇게 화사로운 느낌은 아니었는데 불쾌한 여운도 없고……."
동시에 곱씹게 된다.
좋지 않은 감상.
이전에 만났던 남자를 돌려 까는 걸로도 들릴 수 있으니까.
'알 바냐고.'
이 방송의 중심은 나만 있으면 된다.
모든 여자 출연자가 나만 보게 만든다.
"와인을 잘 아시나 봐요."
"관심이 있는 편이죠."
"돈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다고 하신 걸로 기억하는데."
"……."
아니, 시청자들까지.
대화 주제를 황급히 돌린다.
임기응변으로 꺼낸 말이겠지만.
'사치를 부리는 것과 투자를 하는 것은 다르거든.'
나로서는 오히려 원하는 바다.
비로소 나의 직업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생긴다.
"그것이 제 일이거든요."
"일이요?"
"투자자가 하는 일은 여기 있는 수많은 와인들 중에서 단 한 병의 와인을 고르는 것과 같아요."
나라는 투자자가 누구인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