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21
능력자 배틀물
가장 반응이 좋은 커뮤니티는 의외의 곳이었다.
〔당당여성− 차분한 3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이번 남출들 진짜 대박이네
─나는커플 8기 남출들 프로필 요약해왔긔
─8기 제작진들 의도가 보여서 역겨워
─방송 봤는데 여자들 다 복붙한 줄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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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초 커뮤니티.
8기 출연진에 큰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 봤는데 여자들 다 복붙한 줄ㅋㅋㅋㅋ
[여성 출연진 사진.jpg]
어케 이렇게 똑같이 생긴 애들만 데려다 놨지?
딱 봐도 향기 없는 꽃이잖아
예쁘기만 하지 매력 없어
└22222
└시녀 할 것 같이 생겼긔 ㅠ
└여자는 이쁜 꽃으로 데려온 느낌…… 여자도 고스펙자 있는디요
└피아식별 안됨 그나마 혜림만 다름
화려한 스펙 특집이 예고되었다.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해당된다.
그 기준.
외모 쪽이 부각 받는 것에 일부 시청자들은 불만을 가졌다.
─8기 제작진들 의도가 보여서 역겨워
남자들 고스펙에
여자들은 딱 외모 중시하는 그런 쪽
ㅋㅋ 코르셋 쩐닭
└결혼회사에서 여자는 외모로만 등급 주고 남자는 직업으로 주는 거랑 똑같네
└여자들이 넘 아깝다…… 외모 차이가 너무 심하게 많이 나
└요즘 남자값 개똥값인데 여자분들이 훨 아깝다 진짜
└제작진들아 여초 버리겠다는 거 맞지??
입맛에 도저히 맞지 않는다.
평소에 먹던 그 구수한 맛이 아니다.
프로그램의 취지가 달라졌다.
처음 공개됐을 때는 맹렬한 비판이 쏟아졌는데.
─나는커플 8기 남출들 프로필 요약해왔긔
승우− 하버드, 외국계 기업, 검머외
찬욱− 개인 투자, 사업체 몇 곳
주호− 뮤지컬 배우, 외모 탑티어
이수− 500억 CEO
현준− 치과 전문의, 강남에 개원
표철− 음식점 체인점 운영
└진심.그사세닼ㅋㅋㅋㅋㅋ
└7기 영웅이는 저기 끼지도 못하겠구나 ㄷㄷ
└와 남자들 후덜닥하네 스펙
└어맛 궁자떨려……
스펙 공개와 함께 반전된다.
언제 욕을 했냐는 듯 게시판은 화제로 달아오른다.
여성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아득히 웃돌았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번 남출들 진짜 대박이네
7기 영웅이는 저기 끼지도 못하겠다 ㄷㄷ
같은 전문의에 개원의긴 해도
지방이라 좀 그렇던데
저런 남출이면 나도 결혼 생각하긔 ㅠ
└이런 거면 말을 하긔 ㅋㅋㅋㅋㅋㅋㅋ
└나 완전 머리가 띵했어
└솔직히 이번엔 남출들 넘사임…… 여자들은 외모고! 부럽다
└근데 받아줄 사람 있음? (진짜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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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드라마에 나올 법한 스펙들.
다소 부족하긴 하지만 그렇기에 더 현실감이 있다.
여초 커뮤니티의 열렬한 호평을 받는다.
출연자 한 명, 한 명이 가히 역대급이다.
─500억 CEO면 역대급 아니야?
5기 300억 CEO가 역대 최고였는데
거의 2배 차이면 후덜덜 ㄷㄷ
└나이도 28이면 괜찮긔
└찐부자다 찐부자
└더치페이스가 안되긴 하는데 능력으로 카바 치나?
└500억이면 넘사다 이건,,,,,,, 이런 거 보면 진짜 살기 싫어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저 1도 없는 우주의 먼지가 된 기분임 ㅜㅠㅠ
500억 회사의 CEO.
출연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화제가 되기 충분했다.
"그야 그렇겠지."
"근데 의외로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
제작진의 계획대로.
파인애플 피자가 질린다면 고급 파인애플 피자를 선사한다.
'알아서 잘 씹고, 뜯고, 맛 보고 즐기겠지.'
리얼리티 쇼.
PD가 할 수 있는 것은 설정 정도다.
일반 방송들처럼 대본을 제시할 수 없다.
출연자들이 일반인이기 때문이다.
PD인 임성현이 기대한 것은 애초에 크지 않았다.
인기를 끌면 인기를 끄는 대로.
밉상이 되면 밉상이 되는 대로 스토리를 조정하는데.
─이수 워딩 나만 불편해??
세상에 여자 보고 내조를 하래
성 역할 정하고 앉았네 ㅡㅡ
└20세기에서 왔나?
└222 여자 입장에서 저런 남성과 깊은 관계 못 가짐
└완전 어이 없긔
└이번 기수 빌런은 이수 확정이네 깔깔!
처음부터 그런 끼가 보였다.
스펙이 좋다고 무조건 인기가 많은 게 아니다.
'사실 그게 당연하지.'
자산가가 남 눈치 맞춰줄 이유가 없다.
잘난 사람이 잘난 척을 할 뿐이다.
여성 시청자의 입맛에 안 맞는다.
망상이 아닌 현실로 자신을 끌어내리니까.
─방금 남출 센스 미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00억 매출 CEO 보고
코스닥 개잡주래
나 현웃 터졌어
└2222222
└이수 별명은 개잡주로 하면 되겠다
└누가 그랬어?
글쓴이− 찬욱이래!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이상적이다.
손익좌의 태클과 뒤이은 자기소개.
기대도 안 했던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커뮤니티 반응이 매우 좋다.
'여성들에게 잘 먹히는 캐릭터일 줄은 몰랐는데…….'
500억 CEO, 강남 전문의, 외국계 엘리트.
사실 다 마찬가지다.
동 떨어진 세계에 사는 사람은 드라마로 볼 때 딱 좋다.
현실에서는 시기만 불러일으킨다.
매 기수 비슷한 사건·사고가 벌어진다.
여성 시청자들의 환상을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이번 기수 최애 찬욱이 할래 ㅠㅠ
지금도 겁나 성공했는데
꿈을 향해 달리는 거 감동이다
진짜 저런 남자만 있으면 한국도 밸런스 맞을 텐데
└얼굴도 훈남과라 더치페이스 잘돼 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지금까지 최애임!
└꿈 얘기하는 거 멋지더라……
└처음엔 그냥 그랬는데 볼매 터져
없었던 캐릭터.
여초 커뮤니티의 반응이 폭발적이라면 밀어줄 만하다.
"남초 쪽에서는 썩 좋지 않습니다만……."
"뭔 상관이야."
나는커플의 주시청자층은 여성이다.
그들의 니즈에 맞추는 것이 맞다.
방송의 흥행을 위해서.
사소한 개입을 하는 건 방송계에서 흔하다.
'시청률만 나오면 그만이지.'
원칙적으로는 관찰자의 입장이다.
프로그램 분류부터가 관찰 예능이다.
하지만 안될 것도 없다.
직접적으로 손을 대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찬욱이 쪽으로 분량 편성 늘려봐."
"최대한 티 안 나게 잘 해보겠습니다."
'그래, 아마추어 아니잖아."
분량, 자막, 편집의 퀄리티 기타 등등.
방송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많다.
그것을 동원해 조명하는 것이다.
끼 있는 출연자가 더욱 화제를 만들도록.
'이거 잘하면 동시간대 1위 먹을 수 있는 거 아니야?'
임성현의 눈에 찬욱은 시청률을 벌어주는 노다지였다.
* * *
<첫 데이트 신청은 남자들이 하겠습니다!>
두 번째 날이 시작된다.
첫 번째 날이 자기소개 + 알아가기였다면.
'슬슬 눈치게임 시작하는 거지.'
마음에 드는 상대방을 고른다.
데이트 신청이라는 형태로 말이다.
안타깝게도 남자가 먼저다.
여자 선택이었으면 몰표를 받았을 텐데.
"저는 송혜림씨 선택하겠습니다."
"저도 송혜림씨와 만나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생기는 이벤트도 있다.
경쟁 심리를 가진 사람이 나온다.
박승우씨.
하버드 출신의 외국계 엘리트라고 자신을 소개한 출연자였다.
'대충 눈치는 까고 있었는데.'
꼬리를 내린 CEO와 의사와는 달랐다.
외국물을 먹었다는 자부심이 풍부하다.
자기소개 이후부터 쭉 나를 견제했다.
혜림씨를 선택한 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로서는 사실 계산적이다.
91년생에 오성전자에서 비서로 근무하고 있는 여자는.
'여성 시청자들 입장에서 몰입하기 좋잖아.'
결혼 적령기의 나이다.
대기업 비서라는 직업도 엘리트 같으면서 평범하다.
어디에 있을 법한 여자.
골랐다는 것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점수를 딸 만한 포인트다.
"차 타고 갈까요?'
"아무래도 그래야겠죠."
"주차장으로 이동하라고 하네요."
출연진은 뿔뿔이 흩어진다.
나와 승우씨는 혜림과 함께 주차장으로 이동한다.
데이트 장소로 가기 위함.
방송사에서 따로 이동 수단을 제공해주지 않기 때문에.
『대충 아우디 로고』
『대충 포르쉐 로고』
『대충 키아차 로고』
자차를 타는 것이 일반적이다.
출연진 모두 자차가 있고,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혹시 차가 어떤 거시죠? 차를 나눠 타고 가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속이 빤히 보이는 말을 늘어놓는다.
이길 각이 섰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그런 류의 기싸움이 있지.'
남자들이라고 기싸움이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꼬추 크기가 있다.
그 다음 가는 것이 차.
운전을 할 때도, 주차를 할 때도 신경전을 벌인다.
"그렇긴 하겠네요."
"조금이라도 넓은 차에 타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혜림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그런 것 같아요."
하물며 여자 앞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절실한 것 같으니 이곳에서는 승리를 양보한다.
부우웅~
차를 탄다.
승우의 차는 포르쉐 911로 2억 정도 하는 중형 스포츠카였다.
"이거 포르쉐죠?"
'네, 혹시 불편하세요?"
"불편한 건 전혀 없고 그냥 신기해서……."
처음 타보는 입장에서 눈이 휘둥그레질 만하다.
대기업 비서라 하더라도.
'오성 관계자들은 외제차 안 타.'
그랜저, K9, 비싸야 제네시스.
과거에는 체어맨도 있었지만 회사가 망해버렸다.
하지만 외국계 회사라면 탈 만하다.
본인의 성공을 자랑하고 싶다면 더더욱.
기이잉~!
그 대표적인 기종이라 할 수 있다.
뚜껑이 열리는 스포츠카는 말이다.
"뭐에요 이거~!"
"이렇게 오픈할 수도 있거든요. 깜짝 놀랬죠?"
"꺄아~ 처음이에요 이런 거!"
어렸을 적 선풍기.
입을 갖다 대고 아아아~! 해보는 것처럼.
'달리는 중에 뚜껑 여는 거 꼭 해보지.'
확실히 여자를 꼬실 때 효과적이다.
내가 보증할 수 있다.
그런 것은 1 대 1 데이트에서.
지금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방송이다.
"찬욱씨는 익숙하신가 봐요."
"네, 뭐."
"저는 이 맛에 포르쉐 타거든요. 찬욱씨도 자산가시면 충분히 몰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우디를 타시네~."
일거수일투족이 방송에 나간다.
시청자들은 그것에 의미 부여를 한다.
'돈이 많다는 건 결코 치트키가 아니야.'
시기를 받을 수 있다.
가만히만 있어도 중간은 커녕 책 잡힐 일 투성이다.
때문에 보여줘야 한다.
부자도 똑같이 피가 흐르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저에게는 특별한 차거든요."
"특별한 차요?"
"제가 처음 큰 돈을 벌었을 때 철없는 마음으로 샀던 건데……."
감성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본다.